-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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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제가 예전에는 술을 제법 마셨습니다. 회사 앞 포장마차의 사장님이 제 결혼식에 축의금을 들고 오셨을 정도니까 제 과거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시죠? 술이 얼큰하게 취한 채 거리로 쏟아지고 보면 집으로 돌아갈 일이 참 막막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주 무대로 삼았던 유흥가의 버스 정류장에는 집으로 가는 심야 좌석 버스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버스의 배차 간격과 막차 시간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서면 갈등이 시작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버스가 올 것 같은데, 막상 버스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몽롱한 가운데 택시의 유혹은 끈질기게 저를 간질였습니다. 그냥 택시를 타고 편하게 돌아오면 간단했겠지만 아낌없이 낸 술값하고는 다르게 택시비는 너무도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분한 마음을 억누르며 택시를 잡아타면 어김없이 백미러를 통해 정류장으로 들어서는 버스의 모습이 보이곤 했습니다.
북미 대륙에 사는 라코타 족의 호피 원주민들은 연평균강수량이 250mm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애리조나의 사막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이 지역은 농사를 짓기에는 강수량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모래 사막이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가 자주 내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덕분에 호피 원주민들의 삶은 ‘기우제(祈雨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기우제의 성공률이 100%였다는 건데요. 그 비결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은 인디언들을 조롱하는 우스개로 많이 전해졌습니다. 적어도 하버드대학이 ‘그랜트 스터디’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하버드대 측은 성공할 만한 조건을 고루 갖춘 졸업생 268명을 뽑아 그들의 졸업 이후 60여 년의 삶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졸업생의 30%는 성공적 삶을, 다른 30%는 실패한 삶을, 그리고 나머지 40%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30%의 졸업생들은 공통적으로 “인디언 기우제”처럼 포기하지 않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성공은 사람의 ‘노력’과 하늘의 ‘때’가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빗어집니다. 그러니 인생에서 성공을 일구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두 가지 요인 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날카롭게 다듬어서 적중 확률을 높이는 것뿐이겠지요. 이러한 노력이 곧 우리 인생의 "기우제" 아닐까요? 우리의 선조들이 강조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지혜가 인디언의 기우제와 이렇게 또 닿아있음이 재미있습니다.
아! 한 가지 이야기를 빼먹을뻔했네요. 술이 많이 취한 제가 하루는 끝까지 막차를 타고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적이 있었는데요. 결국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새벽 첫차를 타고서야 집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불굴의 의지’와 ‘객기’는 엄연히 구분되어야겠지요?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잠시 그쳤습니다. 더 많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작은 기청제(祈晴祭)라도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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