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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09년 7월 14일 12시 0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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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장기, 산야초, 하루10번 0.3g씩 먹기 위해 싸둔 죽염, 마그밀, 상쾌효소, 물....)


지난 이틀간 죽을 먹으며 예비단식을 하고 오늘 아침부터 본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5일 동안의 본 단식이 끝나면 이후 5일 동안의 보식(補食)과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10일간 감식(減食)하는 일정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벽 5에 일어나 효소1봉지를 물 두 컵과 함께 먹고 풍욕을 했습니다. 풍욕은 완전히 벗은 몸으로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쐰 후, 담요를 일정 시간 덮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벗고 덮고, 벗고 덮고를 반복하는 일입니다. 벗고 덮는 시간을 점차 늘려가야 하는데 집중하지 않으면 지침 대로 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있는 테이프를 이용하면 좋습니다. 테이프를 틀어놓고 바쁘게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이 금방 지나갑니다. 풍욕을 한 후에는 미지근한 생수에 소금과 마그밀(수산화마그네슘:제산과 숙변을 돕는 알약) 4알을 넣고 관장을 했습니다. 20분 동안 배변을 참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금붕어 운동을 하며 잘 버텨서 일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 관장 이후에는 산야초(과일과 온갖 채소, 해초 등을 여러 해 발효시킨 음료) 30ml를 물에 열 배 희석해서 마셨습니다. 그런 다음 냉온욕을 했습니다. 각각 1분씩 냉욕과 온욕을 반복해야 하지만 욕실에 욕조가 하나 뿐이니 냉욕은 샤워부스의 샤워기를 이용하였습니다. 바쁜 아침을 단식을 위해 오롯이 투자하고 보니 달콤하고 뿌듯한 성취감이 몰려 들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사당동에 있는 수수팥떡 아이사랑의 대표님 댁으로 직접 가서 단식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실시하는 단식 프로그램은 일명 생활단식입니다. 단식원에 들어가 제대로 단식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병행하며 단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그곳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단식 전후에 실시되는 두 번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작년 초에 사부님이 쓰신 <낯선 곳에서의 아침>에 소개된 프로그램 대로 7일 동안 포도 단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3-4시간씩이나 할애해야 하는 두 번의 교육이 좀 성가시게 여겨졌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에 참가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단식에 대한 저의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인정해야 했습니다. 적절한 교육 없이 임의로 시행하는 단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의 단식과 이번의 단식은 제게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작년에는 나 자신을 바꾸고 싶은 간절한 열망으로 단식을 했습니다. 단식은 내게 일종의 방편이었습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강을 건너도록 스스로를 응원하고 독려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그 만큼 절박하고 단호했습니다. 당연히 단식을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단식은 무엇을 결단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 혹은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단식은 먹거리를 끊음으로써 몸에서 스스로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돕는, 적극적인 치료입니다. 단식을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식은 마치 제가 하는 모닝페이지와 같습니다. 모닝페이지는 정신 속에 쌓인 온갖 노폐물(잘못된 신념, 가치, 기억, 상처, 아픔, 편견, 오해...)을 제거하고 본래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회복시켜주는 12주간의 자기 돌봄 프로그램입니다. 모닝페이지가 우리의 정신을 위한 활동이라면 단식은 우리의 몸을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민희 대표가 대한민국이 다 건강해지기까지그 일을 지속할 거라는 말을 했을 때 저는 혼자서 흐믓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에게도 대한민국의 모든 이가 모닝페이지를 하는 날까지' 라는 미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단식을 위해 해치운 일도 만만치가 않은데, 그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올바른 단식이 그토록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인지 저, 정말 몰랐습니다. 생수를 하루 동안 2-3리터나 마셔야 하지요, 사이사이 죽염 먹어줘야 하지요, 산야초도 두번 더 마셔야 하지요, 감잎차도 500cc를 마셔야 하지요(감잎차에는 레몬의 20배에 해당하는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다는군요), 각탕(= 족욕 10)도 해야죠, 온 몸에 빨간 발진이 생기도록 독한 겨자찜질도 해야죠, 셋째날부터는 된장찜질까지! 가만, 잠자기 전에 풍욕 한 번 더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휴! 지옥의 레이스가 따로 없습니다. 올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소화할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며칠 밥을 굶는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줄 모르고 덜컥 시작한 제가 독하게(+즐겁게) 이 과정을 잘 마치도록 여러분 응원해주실거죠? 제가 성공해서 좋은 샘플이 될테니 기다려주십시오.

 

IP *.248.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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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09.07.14 15:35:02 *.43.130.57
어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참 재미있는 약속을 했습니다.
방학동안 하루의 날을 잡아 새벽 연꽃밭을 거닐기로 했는데  그날은 모두가 큰 꽃무뉘가 있는 옷을 입고 오기로 약속했지요. 또한 그날은, 큰소리 마음껏 웃고 꽃을 노래한 시 한편씩을 읽어내려가자고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청담동에 있는 풍월당에 들리기로 했구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행복하고 웃음이 나와 혼자 한없이 히죽거렸습니다.

단경님의 글을 읽노라면 
나의 생활과 흡사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따를 수 없는 강한 힘을 느낍니다.
그 열정과 끝임없는 자기사랑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몇 달에 가까운 궁금증을 이제야 던집니다.
나의 힘이되는 글에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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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9.07.16 00:03:20 *.129.81.154
소은님은 단식을 무척 까탈스럽게 하시는군요..
하루에 먹기 싫은 물도 2~3리터나 먹어야 한다는둥, 죽염을 먹어야 한다는 둥, 산야초를 먹어야 한다는둥...
즐거워야 할 단식을 아주 귀찮고 불편하게 하려고 작정을 하셨습니다.

그런 까다로운 방법들을 그렇게 철저하게 안해도 단식은 효과가 있습니다.
먹기 싫은 물을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는 그런 말은 단식을 괴롭게만 할 뿐입니다.
갈증이 생길 때 먹으면 그뿐입니다.

단기간의 단식으로 욕심 사납게 많은 성과를 이루려고 하는 소은님의 단식법은 꽝입니다,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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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9.07.17 00:16:21 *.248.75.36
나그네님, 저는 임의로 단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45일 동안 생채식으로 체질을 개선해보려고
수수팥떡에서 아주 오랫동안 시행해온 단식 프로그램을 따라서 하고 있어요.
해야할 것들이 많아 조금 힘들긴 합니다.
그러나 전혀 고생스럽진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기회에 경험해보지 못한 냉온욕, 풍욕, 겨자찜질, 각탕 등을 하면서
자연 요법의 매력을 한껏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분? 아주 좋습니다.
날마다 전화로 잘하고 있는지 꼼꼼히 챙겨주시는 그곳 간사님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무엇보다 자연 요법으로 원래 제 몸이 가졌던  리듬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좋고,
또 그것을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저 자신이 꽤나 사랑스럽습니다.
나그네님의 염려와 관심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이른 새벽, 아직 동이 트기 전에 그야말로 홀딱 벗고 하는 풍욕의 오묘한 기쁨과
겨자 찜질의 그 통쾌한 뜨거움(=상쾌함)을 나그네님도 한 번 쯤은 경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산야초 덕분에 힘들지 않게
가장 고비라고 하는 단식 3일째를 잘 지났습니다.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한 두가지는 빼먹을 수 있고,
말씀하신대로 그것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저는 마음 먹고 하는 거, 하라는대로 믿고 다 해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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