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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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9년 7월 15일 03시 2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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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줄기차게 내립니다. 세상의 모든 물이 만나 하나로 흐르는 듯 합니다. 손에 닿는 모든 것들에 축축한 습기가 느껴져 마치 집이 물위에 떠 있는 듯 여겨집니다. 너무 어두워 스탠드를 켜고도 눈이 침침합니다.

 지난주에 이어 두 친구 이야기를 잠시 더 써 보기로 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 쓰겠다고 양해를 구하자, 잠시 망설이던 친구들은 제 눈에 비친 자신을 알아가는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흔쾌히 응낙 했습니다. 오랜지기의 덕을 단단히 본 저는 기쁩니다. 또 한 친구는 자신들의 필명을 여름과 겨울이로 정해 주었습니다. 여름의 태양처럼 저돌적이고, 겨울처럼 냉철한 분석가인 두 친구의 성향과 잘 어울리는 필명이라 한동안 우리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을 기념하여 영화 턱을 내고자 했습니다. 함께 보게 된 영화는 저는 이미 한 번 감상한 ‘킹콩을 들다' 였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올라가고도 세 사람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눈물, 콧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영화관 밖으로 나와 찻집에 앉아서도 친구들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 되어 있었지요.  스승의 가없는 사랑에 힘입어 운동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의 내용은 삶의 성장과정과 다르지 않아 공감이 컸나 봅니다.  여운을 깨고 언제나처럼 시원시원한 여름이가 먼저 운을 뗐습니다.
“영화가 감동적이어서 좋았는데 아쉬운 것은 나라면 그 못 된 감독을 요절을 냈을 거야. 왜 그런 감독을 그냥 놔두고 끝나 버리는 거야. 그리고 암만 생각해도 나는 그렇게 끈기가 필요한 운동 같은 것은 못해. 그런 걸 힘들어서 어떻게 해.”

그말을 마치자마자 지난 3년 간 열심히 운동으로 몸매를 다지고 있는 겨울이가 말했습니다.
“너는 참 이상해. 누가 네가 감독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물어 봤니. 물어 봤냐고? 너는 어떤 이야기든지 네 자신의 경우로 바꿔 바로 말하더라.  너에게 왜 그러는지 꼭 한 번 묻고 싶었어.”

그 말을 듣고 정색을 한 여름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겨울이를 바라봅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저도 겨울이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한 예로 두 친구에게 지난 유월에 시작한 ‘를 열겠다고 처음, 4월에 전했을 때 여름이가 다음과 같이 말했던 기억이 났던 것입니다.
“나는 그런 거 싫어.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신경써야 할 텐데 그런 걸 왜 하니. 너는 에너지가 남아도나 보다. 나는 그런거 절대 못해.”

저도 그때 여름이에게 의견을 구하려 한 것이 아니고 내내 생각하다 결정한 후에 소식을 전한 것이었습니다.  겨울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와 유사한 일이 여름이의 태도에서 여러 번 있었습니다. 타자의 행동에 자신을 반사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것. 그것이 여름이의 습관으로 굳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름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그런 행동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날 세 사람은 여름이의 그 태도가 여름이가 가지고 있는 열등 방어 기제중 하나라는데 일치했습니다. 누군가가 뛰어난 성과를 냈을 때 축하에 앞서 자신은 왜 그렇게 하지 못 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아무도 비난 하지 않는 자신을 앞서 변명하게 된 것이지요. 여름이는 1주일간 그런 자신의 태도를 고쳐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같은 동기에는 이미 잘하고 있는 자신을 타자와 비교하며 과잉 변명할 필요가 없다는 겨울이의 애정어린 충고가 한 몫을 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제가 알지 못하는 저의 열등 기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대. 혹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여름이에게 공감하시는지요.  미소를 짓는  당신의 모습,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대는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 기억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변곡점을 꿈꾸는 그대에게 영화속의 킹콩과 같은 스승이 없다면, 자신안에 숨어 있는 킹콩을 마음을 다해 불러보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킹콩이 대답을 해 온다면 이미 당신은 킹콩이 아닐런지요.

이 편지를 쓰는 시간,  비가 그치고 창가에 안개가 자욱한 것이 오늘은 해가 난다는 예보가 맞으려나 봅니다. 
우중에 젖은 마음이 있다면 쨍쨍한 햇볕아래 널어 보송해지는 한 주 이시길 바래요.  
빨강머리앤의 수요편지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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