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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9년 7월 21일 11시 1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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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소속 <서울시극단>에서 시민연극교실을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시민들에게 연극체험을 주기 위해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첫 시민연극교실입니다. 시민연극교실은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극이해를 넓히기 위해 연극에 대한 모든 과정을 배우는 8주 과정과, 직접 글을 쓰고 그것을 토대로 창작 공연을 만들어보는 창조적 워크샵 8주 과정, 그리고 그렇게 만든 작품을 서울시의 <함께해요 나눔 예술> 프로그램으로 직접 구민회관이나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그것입니다.

 

저는 우연히 시민연극교실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지난 달, 고민 없이 바로 지원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연극은 저의 소망 목록(wish list) 맨 위쪽에 올라있던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러나 목록을 작성해 놓고서도 내가 연극을 시도해볼 수 있을 거라고는 오랫동안 믿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그런 호기심들은 내 안에 오래 갇혀 있었습니다. 호기심을 장려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지만 네 아이의 엄마로, 직장인으로, 종가의 외며느리로 내게 부과된 여러 책무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무언가에 호기심이 생겨도 그것에 물을 주고 가꿀 시간이 없었습니다. 알고 싶다, 경험하고 싶다. 배워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은 반짝하고 다가왔다가 바쁜 일과에 묻혀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기회가 왔다고 해도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은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영역에만 한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늦은 나이에 비 온 뒤의 마당의 잡초처럼 호기심이 다시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내 경우, 모닝페이지가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호기심 뿐 아니라 내 안에 경계에 대한 의혹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영역들에 대해 조금씩 반기를 들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본래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믿어진 거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가 제한한 영역 중에는 예술이라는 영역이 있었습니다. 예술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나에게는 예술가의 피가 흐리지 않는다고 단정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공연을 기획하면서도 나는 내 스스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달에 시민연극교실 모집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베테랑 강사진과 서울시극단의 훌륭한 인적 자원, 일반 연극대학 이상으로 훌륭하게 짜여진 커리큘럼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서울시의 후원으로 별도의 수강료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든 1회 졸업생의 힘을 믿습니다. 시스템이나 조직이 다소 미흡해도 첫 모임의 활력은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법입니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해 이런 기회를 줄 생각을 한 것이 고마웠습니다. 첫 시민연극교실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다행히 보낸 지원서가 뽑혀서 기대한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합격 통지를 받고 이미 바쁜 내가 일을 하나 더 벌려서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나 컸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어제 첫 연극교실이 열렸습니다. 마임 배우 이두성 선생님의 지도 아래 우리는 서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몸에 새기는 여러 게임들과, 우리의 몸을 새롭게 발견하는 동작들을 배웠습니다. 간단하게 배운 마임은 마임에 대한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깨주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표현하는 몸말인 마임은 마음 뿐 아니라 내 몸에도 귀를 잘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2부에서 우리 40 여명은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개하기 전에 우리 앞에는 백지 한 장이 주어졌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그 종이를 가지고 우리의 지난 인생과 나는 누구인가를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가지 유일한 지침은 종이 위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모두 막막한 표정으로 멍하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완성한 작품을 들고 앞에 나와 자기 소개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빛이 났습니다. 그들을 대표하는 단어는 다양성열정이었습니다. 소방관, 교사, 목사, 광고디자이너, 수족관 관리자, 피아노 제작자, 소설가, 쇠고기 수입업자, 출판인 등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그곳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직업과 경력 뿐 아니라 소원하는 것도, 연극교실에서 지향하는 것도 모두 달랐습니다. 그러나 그들 안에는 한결같이 자신과 삶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서울시극단 단장이신, 평소 존경하는 김석만 교수님께서 자기소개를 다 마친 우리를 향해 한 마디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들려주신 이야기는 지구상에 유일한, 단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연극 창작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전문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제 안에 든 고정관념을 깨고 예술의 다양한 영역이 내 삶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 만큼 저의 인생은 풍요로와질 것입니다.

 

경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가장 시도해보고 싶으신가요?

IP *.248.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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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1 11:30:54 *.96.12.130
연극...... 저도 해보고 싶어요. 단식 이야기에는 마음이 옴찔했는데, 연극 이야기에는 몸이 꿈틀하네요. 생각만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참 쉽지 않네요. 단식도, 연극도 잘 새겨두고 따라해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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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9.07.21 14:05:13 *.248.75.36
1년에 한번씩 시민연극교실을 한대요.
내년에 도전해봐요.
저는 오늘 보식 3일째, 미음을 먹고 있어요.
벌써 8일째 음식은 거의 못먹은 거죠.
그런데 체중은 그다지 감량되지 않았어요.(4kg정도)
산야초를 꾸준히 (밥대신) 마시고 있기 때문이지요.
내일은 처음으로 야채죽을 먹는데, 제대로 된 죽을 처음 먹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네요.
오늘 괴산 대학 찰옥수수를 삶아서 아이들에게 주는데, 그 냄새, 정말 환상이었어요.
이제 혀의 미각이 아주 예민해져서 조미료 들어간 음식은 입에만 대도 혐오감이 입니다.
이 참에 식구들 식단도 서서히 바꿔주려고요.
단식, 생각보다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런데 생채식 45일과 그이후 55일 동안의 채식프로그램은 지금 조금 고민되는군요.
8월에 해외 나갈 일이 두 번이나 있어서요.
처음 가는 곳도 있는데, 현지 음식을 맛볼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 큰 손실로 느껴져서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내 몸은 채식으로 바꿔주기에 아주 적합한 상태로 비워져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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