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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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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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2일 08시 18분 등록

여러 번의 이직  경험이 있는 여름이는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한 강좌 이상의 수업을 늘 듣고 있습니다. 여름이의 수강 변천사를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트 플라워 지도사 과정을 지나 요가, 수지침, 뜸을 배우러 다닐 때는 겨울이와 제가 실험용 마루타가 여러 번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여름이가 신기해 저는 왜 그렇게 다양하게 배우느냐고 물었습니다.  여름이의 대답은 ‘어떤 것도 자신을 오래 잡아 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름이는 직장에서 실직을 했을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그만 두지 못합니다. 여름이의 탐색은 계속 되어서 요즘은  바리스타가 되는 과정에 푹 빠져 있습니다.

반면에 겨울이는 5년 전부터 배우고 싶다고 말하던 사진 강좌를 아직도 등록하지 못했습니다. 여름이가 사진 강좌에 수강신청을 해 준적도 있지만 매사에 신중한 겨울이는 여름이처럼 중간에 그만두게 되는 것이 싫어서 시작 하는 것을 몹시 주저 합니다.  이 십 년간이나 한 가지 일을 해 온 겨울이는 그 방면에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중년인 여름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시작해서 그것의 전문가가 되기에는 누구보다 농축된 시간의 양이 필요한 나이입니다.  이미 10개 이상의 것을 배워 온 여름이를 지켜보다 못해 겨울이는 여름이에게 숙제를 냈습니다. 이제까지 새로운 일에 몰입하는 기간에 대한 그래프를 그려 보라는 것이었지요. 여름이가 그려온 그래프는 짧게는 육 개월에서 일 년의 기간을 고르게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의 달콤한 맛을 보기에 일 년은 짧은 시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밥을 먹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사십 평생을 끊임없이 배웠지만 아직도 전문가가 되지 못한 여름이.
 지난주에 저는 여름이와 삶의 패턴이 흡사한, 늘 무언가에 미쳐 있다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저도 겨울이처럼 그 청년에게 한 가지 일에 미치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으며, 청년에게도 여름이와  비슷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은 청년은 방황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이 십대인 것입니다.

중년의 나이에 매번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여름이에게 저는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적어도 5년 동안은 포기하지 말고 그 일의 끝까지 가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또한 겨울이에게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겨울이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는 종내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울산에서 온 손님 부부와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침식탁을 차려낸 후,  직장에 출근하는 두 사람의 남편을 배웅한 지금, 문득 그들이 참 오랫동안 그 분야에서 일을 했고, 이제 막 꽃을 피워내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어젯밤에 그들도 몇 번씩이나 그 일을 그만 두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사람 다 십 년 후에는 어떻게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모색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발견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한 그들이 새삼 위대해 보이는 시간입니다.   

그대는 다양한 일을 조금씩 잘 할 수 있어 잠깐 동안 매력적인 여름이쪽인가요. 우직스럽지만 한길을 걸어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일을 맡기는 겨울이쪽인가요? 

 오래한 사랑에는  환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하게 될 때까지의 서툴고 지난했던 과정을 기억해 보면서 새로운 일을 만난 듯 열정을 쏟아 부으면 설레임의 효과가 있지 않을런지요. 

오늘도 볕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냉방병을 가져오는 에어컨보다  부채를 사용해 보시면 어떠실런지요.    앤의 수요 편지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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