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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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진 속 건물은 동화책에서나 보던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같고 케잌같다. 장식이 많다. 크로아티아 사진 속에는 지붕이 빨갛다. 왜 빨간 지붕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탈리아 사진 속 건물들은 창문이 많다. 네모난 것도 아니다. 포르투칼 사진 속 지붕들은 갈색계열이 대부분이다. 그리스 정교회 건물 지붕은 파란색이다. 건물은 하얗다.
낯선 풍경, 눈감으면 희미해지는 풍경. 나는 이런 곳들을 알지 못한다. 희미한 것을 더듬는 것으로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보고 그리는 중에도 의심한다. 색을 바꿔도 될까, 모양을 조금 단순하게 바꿔도 될까. 이 사진은 몇 시쯤 찍었을까. 어떤 점은 부각시키고 어떤 점은 무시해도 될까. 의심을 풀어줄 만한 경험이나 자료를 더하지 못한 채 낯선 곳을 잠시 둘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