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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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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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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11시 18분 등록

지난 주, 함께 새 책을 쓴 두 명의 연구원들을 축하하는 출간기념회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오붓한 가족모임 같은 조그만 잔치였습니다. 물론 내용까지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가슴 속에 간직했던 소중한 풍광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에게는 졸업을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책을 써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지요. 그 목표를 위해 연구원들은 열심히 읽고, 쓰는 수련을 거치게 됩니다. 모든 연구원이 책을 쓰려고 연구소에 모여든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치열한 시간을 거치는 동안 대다수 연구원의 마음 속에 책을 쓰는 것이 중요한 목표로 자리잡는 반면 일부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남게 됩니다. 저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이번에 책을 쓴 두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 제게 출간기념회를 준비해달라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미 여러 번 공저로 책을 써온 그는 이번에 자신과 함께 책을 쓴 동료 연구원이 잔치의 주인공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선뜻 승낙을 하고는 더듬더듬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출간기념회를 하루 앞둔 저녁, 구본형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글이 처음 전하기로 한 주제를 벗어나 헤매고 있는지 오래다. 너에게도 좋을 것이 없고 독자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그만 두든지……”

벼락을 맞은 듯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올해 초, 마음을 나누는 편지의 필진이 되면서 저도 제 책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행복한 중독’이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더불어 멀리 가보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한 해의 절반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되돌아보니 저는 아직도 처음에 출발했던 그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써나가야 하는 것인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 한 켠을 짓누르는 질문을 애써 외면한 채 출간기념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자리를 가득 메운 연구소의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책을 써내고 축하를 받는 사람도, 그 사람의 새 책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사람들도, 모두 제 동료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과 제가 써낸 책을 두고 함께 즐길 순간을 떠올리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언젠가 구본형 선생님께서 쓰셨던 칼럼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우연한 첫 마음을 영원한 첫 마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수련이다. 정심한 자기 수련을 통해 해탈을 구하는 불가에서는 초심과 더불어 그 첫 마음을 되살려내는 끊임없는 발심을 높이 평가한다. 그렇다. 시작하는 자의 첫 마음을 내 마음 속에서 재생해내는 발심의 노력 없이는 첫 마음은 첫눈처럼 녹아 없어지기 마련이다.’

발심이 필요한 순간인가 봅니다. 때맞춰 휘두르신 선생님의 회초리에 마음을 다잡습니다. 조금만 고민하고, 정신차려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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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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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8.03 12:56:48 *.251.224.83
한 치의 틈도 없이 벅차게 껴안은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복학생 아들을 불러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것이란다 하면서요.
저 닮아서 관계지능이 좀 떨어지거든요.^^

승오가 10대 풍광의 한 장면을 '느끼는' 표정이 일품입니다.
무쇠같은 팔로 조여대는 바람에 선생님께서 숨이 막히지 않으셨을지요?

선생님, 곧바로 해외연수네요.
무엇보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그 다음에는 더욱 더 근사하고 멋진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종윤씨,
선생님의 회초리에 많이 아팠는지요?
대개 우리 삶이라는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보다,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더 중요한 수가 많으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귀한 계기가 되기 바래요.

'행복한 중독'이라면 나도 관심이 있는 주제이니
작은 실마리라도 생각나면 메일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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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혜
2009.08.03 16:10:30 *.96.12.130
설렘과 두려움의 마음을 품고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제게,
대리님의 글이 회초리처럼 느껴지네요.

부디 제가 품은 이 마음 쭉 간직하길,,

좋은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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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9.08.03 18:52:45 *.67.84.62
'행복한 중독'
우리는 그걸 잊고 살았구나, 초심이라는 것을. 나도 조금은 꿈그림과 꿈소설로 부터 멀어졌던 것 같다.
 이번에 기념회를 준비하면서 늘어지려는 나를 승완이가 다시 붙잡아 주었어. 그리기 어렵다고 내빼고 있었거든.

네가 말한 멋진 풍광속을 달리는 자건거 여행을 하는 그림을 다시 구상해야겠구나. 너는 그 풍광을 너의 전환점으로 잡았으니 ... 가자! 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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