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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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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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5일 08시 15분 등록

 

겨울이는 어릴 때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도 다루며 연주가를 꿈꾸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예고까지 졸업한 겨울이가 음악 공부를 중단하고 경영학을 전공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겨울이가 이유를 말해주지도,  그 점에 대해 다소 민감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겨울이가 한숨처럼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딸아이에 대해 말했습니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아이들은 모르나봐. 실력이 되어야 뭘 더 뒷받침을 하지. 연습을 게을리 하면 원하는 연주자가 될 수 없는데,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서 점점 더 밀려나고 있는 것을 보면 속이 탄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어. 예고 다닐 때 콩쿨을 앞두고 연습하라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싫었던 지. 그때 그걸 알았더라면, 내가 여기 앉아 있지 않았겠지.”

 더 듣고 싶었지만 겨울이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어떤이는 강점 선언문을 작성하고, 어떤 이는 십대 풍광을 쓰며, 어떤 이는 백일동안 글을 쓰겠노라 자신에게 강제성을 부여합니다. 또 어떤 이는 5년 동안 가난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가겠노라 천명합니다.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다는 저에게  선배는 장편이 잘 안 되면 일 년 농사를 망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매일 쓰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뿐입니다.  제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해 보지도 않고, 일 년 농사를 망치리라 걱정하는 것이 더 불안하다는 것을  체득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어떤일을 시작했으면, 해봐야 합니다.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것에 대해, 또는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더 잘 전할 수 있게 됩니다. 겨울이가 성장기때 알지 못했던,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신화를 완성해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제가 알고 있는,  전할 수 있는 진실입니다.  

다음주부터는 겨울이, 여름이 이야기는  접어두고  제 첫책의 주제, 우리네  평범한 이들의 시련을 극복한 편지로 다시 복귀합니다.  아침부터 매미가 합창을 하는 것으로 보아 한낮의 더위가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곧 입추와 말복이 다가 올 것입니다.  2009년 여름도 얼마 남지 않은 것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오직 한 번 뿐인 내 생의 신화를 쓰고 있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앤의 수요편지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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