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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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거점, 알아차림.
오늘 산방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텃밭에서 가지와 고추 몇 개를 따고 쌈 채소도 뜯게 했습니다. 가지를 볶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인 뒤, 우리는 양푼에 참기름을 두르고 쌈 채소를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서로의 숟가락이 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밥 한 톨 남지 않은 빈 그릇이 되었습니다. 손님 한 분이 말합니다. “아, 행복합니다.” 모두가 배를 두드리며 그 말에 동의합니다.
손님 중 한 사람이 내게 평소 홀로 밥을 먹는 것이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밥을 제대로 느끼며 식사를 하는 편입니다. 홀로 식사를 하는 때면 언제나 나는 내가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텃밭에서 자란 야채를 취해서 반찬으로 삼을 때, 나는 우주와 내가 닿아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저들이 머금은 태양과 물과 공기가 지금 내 몸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
어떠세요? 너무 거창하게 들리시나요? 나는 거창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많은 현자들의 말처럼 행복하고자 한다면 깨어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깨어있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각하건대,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내가 지금 숨쉬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 내가 걷고 있을 때 걷고 있음을 알아채고, 내가 분노하고 있거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또한 그것을 각각 알아채는 것. 혹은 내가 유혹에 처해 있을 때 그것을 또한 알아차리는 것. 그 모든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 곧 깨어 있음일 것입니다.
깨어있는 사람은 삶의 그늘진 국면에 처해 있더라도 그곳을 벗어나기가 쉽습니다. 스스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분노를 알면 그 분노를 다스릴 수 있고, 자신의 두려움을 알면 그 두려움 때문에 허우적대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있거나 겪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늘 희망과 함께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단 한 순간도 호흡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숨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끼의 밥을 먹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먹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찬가지 분노와 두려움과 유혹에 처해 있을 때에도 그 사실을 깨닫기 어렵고, 따라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양푼 비빔밥을 나눈 손님들이 공감한 “아, 행복합니다.”라는 말은 비싸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온전히 밥다운 밥을 먹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밥상에 오른 재료를 직접 챙겼고, 그것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었으니 입으로 들어가는 밥숟가락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변화와 희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위한 거점과 희망을 확보한 셈입니다. 나는 요즘 홀로 먹는 밥 한 끼에서 조차 그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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