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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3021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2009년 8월 6일 08시 47분 등록

변화의 거점, 알아차림.

오늘 산방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텃밭에서 가지와 고추 몇 개를 따고 쌈 채소도 뜯게 했습니다. 가지를 볶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인 뒤, 우리는 양푼에 참기름을 두르고 쌈 채소를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서로의 숟가락이 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밥 한 톨 남지 않은 빈 그릇이 되었습니다. 손님 한 분이 말합니다. “, 행복합니다.” 모두가 배를 두드리며 그 말에 동의합니다.

 

손님 중 한 사람이 내게 평소 홀로 밥을 먹는 것이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밥을 제대로 느끼며 식사를 하는 편입니다. 홀로 식사를 하는 때면 언제나 나는 내가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텃밭에서 자란 야채를 취해서 반찬으로 삼을 때, 나는 우주와 내가 닿아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저들이 머금은 태양과 물과 공기가 지금 내 몸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

 

어떠세요? 너무 거창하게 들리시나요? 나는 거창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많은 현자들의 말처럼 행복하고자 한다면 깨어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깨어있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각하건대,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내가 지금 숨쉬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 내가 걷고 있을 때 걷고 있음을 알아채고, 내가 분노하고 있거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또한 그것을 각각 알아채는 것. 혹은 내가 유혹에 처해 있을 때 그것을 또한 알아차리는 것. 그 모든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 곧 깨어 있음일 것입니다.

 

깨어있는 사람은 삶의 그늘진 국면에 처해 있더라도 그곳을 벗어나기가 쉽습니다. 스스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분노를 알면 그 분노를 다스릴 수 있고, 자신의 두려움을 알면 그 두려움 때문에 허우적대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있거나 겪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늘 희망과 함께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단 한 순간도 호흡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숨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끼의 밥을 먹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먹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찬가지 분노와 두려움과 유혹에 처해 있을 때에도 그 사실을 깨닫기 어렵고, 따라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양푼 비빔밥을 나눈 손님들이 공감한 , 행복합니다.”라는 말은 비싸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온전히 밥다운 밥을 먹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밥상에 오른 재료를 직접 챙겼고, 그것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었으니 입으로 들어가는 밥숟가락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변화와 희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위한 거점과 희망을 확보한 셈입니다. 나는 요즘 홀로 먹는 밥 한 끼에서 조차 그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IP *.229.12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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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6 09:36:47 *.253.189.84
아 먹고싶당~~
김사장님 조만간에 서우성이사님과 함 달려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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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12:08:38 *.229.176.122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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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
2009.08.07 01:26:01 *.204.2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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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12:11:22 *.229.176.122
그 교수님은 대단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영학 분야에서 '알아차림'을 담고 있지는 않은데...
단순한 기법만이 아니라 제자들의 영적 성장까지 고민해주시는 스승님을 두셨으니 큰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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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8.07 08:36:40 *.64.107.166
...알아차림...

무지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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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12:17:44 *.229.176.122
햇빛처럼님 요즘 잘 지내고 계신지요?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아무쪼록 무더위와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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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9.08.07 08:53:30 *.20.125.86
부모님이 심어놓은 고구마/감자/고추/호박/가지/옥수수~~~~~~. 생각납니다. 이번 일요일에는 서귀포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밭에 심어놓은 자연을 섭취해 보고 싶네요............그리고 내년 봄에는 직접 야채들을 가꾸어 보아야 겠네요..조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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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9.08.11 09:45:05 *.20.125.86
저희 부모님은 중문관광단지  있는 제주컨벤션센터 주변 (미개발 지역)에서 약간의 농사를 짖고 계십니다.
고구마/참깨/가지/물외/호박~~~~. 특히 울 엄니는 고구마를 무척이나 좋아 하십니다.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수확하시어 겨울내내 창고에 저장해 두셨다가 이듬해 봄까지 매일매일을 고구마와 함께 하십니다. 저도 가끔은 부모님의 정성을  쬐끔 가로채기(?)도 하구요...ㅎㅎ 아니 먼저 챙겨 주십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시와 나의 고향 중문(대포)은 차량으로 40분이면 도착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정성을 보태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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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12:15:38 *.229.176.122
저는 정명윤님처럼 누군가 직접 작은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할 때 정말 기쁩니다.
글을 쓰면서 얻는 가장 큰 보람 중에 하나는 누군가에게 작은 계기 하나를 드리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직접 작은 농사를 지어 거기서 나는 채소를 먹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본원적 행복이 무엇인가 터득해 가시는 시간이 되시리라 확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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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분
2009.08.14 16:37:31 *.131.197.26
에딘버러에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읽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보내는 바람편지처럼 느껴져
참 마음이 시원하였습니다.
또 감사하였더랬습니다.
여름 잘 나시길...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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