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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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법을 알면 사진사.
무엇을 찍어야 할 지 알게 되면 사진작가.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무수한 셧팅.
– 구본형 –
모처럼 서점 나들이에 나섰다가 계획에 없던 책을 한 권 들고 돌아왔습니다.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이 잔뜩 쌓여있는 걸 생각하면 참아야 했지만 “우연한 걸작(The Accidental Masterpiece)”이라는 책제목은 뿌리칠 수 없는 매력으로 제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펼쳐 든 책은 중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자신의 주제에 몰두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프랑스의 화가 피에르 보나르는 1893년의 어느 날, 파리의 거리를 걷다가 전차에서 내리는 작고 매력적인 여자를 보았습니다. 15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키에 가냘픈 새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이름은 마르트 드 멜리니였습니다. 그날, 보나르는 그녀의 직장까지 따라갔습니다. 그 우연한 만남 이후로 마르트는 보나르의 삶과 작품에 결정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보나르는 반세기 동안을 마르트와 함께 하며 그녀를 그렸습니다. 신경증이 있고, 사람들을 싫어하는 데다가 질투가 심하고 건강염려증까지 있었던 마르트로 인해 그들의 삶은 고립되고 외로웠지만 그들은 자신들만의 세상을 가꾸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삶을 살았기에 보나르는 황홀한 내면을 그려내는 화가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보나르가 마르트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지만 그 만남을 시작으로 평생 400점이나 되는 그림에 그녀를 그려낸 것은 그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사랑이었습니다. 나비파에 속했던 보나르의 작품 세계에 대해 피카소는 혹평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공처가라며 그의 삶을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행복을 약속해 준다.”는 스탕달의 말처럼 그들 내부의 삶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행복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 책에는 보나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이 담겨있습니다. 우연을 걸작으로 빚어낸 예술가들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에 푹푹 찌는 한여름 더위도 잠시나마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키멜만은 “치열하게 사는 것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망이고 예술적인 삶에선 필수적이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그는 우연히 탄생하는 걸작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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