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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지의 주인공은 제가 100일 동안 글로써 지켜 보게 된 31살의 청년입니다. 글을 통해 본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어떤 부분은 사십대인 듯 확고한 미래청사진, 가족에 대한 남다른 진중함이 스며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의 만남을 통해 본 그는 누구보다 건강함과 유쾌함 또한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저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고, 어렴풋이 그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는 저의 요청으로 저의 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매번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끼지만, 인터뷰이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기에는 집만큼 편안한 공간이 없습니다. 저는 그가 도착하기 전에 취나물과 고구마 줄기를 볶아내고, 노각 (늙은 오이)를 벗겨 채썰어 고추장과 식초로 맛을 냈습니다. 뚝배기에 애호박과 김치, 고추, 우렁, 두부를 넣고 청국장을 끓여내고, 작은 옹기에는 새우젓으로 간을 한 계란찜도 올려놓았습니다. 아버지를 안고 사시느라 애써 온, 그의 어머님이 일을 하시는 가운데에도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해 주셨던, 보온밥통의 밥과 반찬통의 반찬. 그처럼 갓 지어낸 밥 한 끼로 열심히 살아온 그를 응원하고 싶은 제 마음의 소찬이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를 보시려면 클릭 http://www.bhgoo.com/zbxe/199259
이 편지를 쓰는 동안 마음이 자꾸 젖어 왔습니다.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반듯하게 세우느라 힘써, 마침내 당당해진 청년이 제 앞에서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하염없이 울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지쳐 있는 그는 세월이 더 가기전에 아버지와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혼자하려 하지말고 어머니, 누나와 함께 해야 힘이 덜 들 것입니다. 아버지를 스무살에 여윈 저는 일상의 돌발성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족에 대한 감정이 타성에 물들어 자발적으로 솟지 않는 다면 , 때로는 조세프 캠벨의 말에 기대어 관계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손님을 초대해 솜씨를 부릴라치면 더 맛이 없어지는 예처럼 그날따라 맛이 덜한 찬을 그는 제 마음을 아는 것처럼 밥을 더 청해 접시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이글을 쓰다 환기가 필요할 때마다 그가 들고 온 하트 모양의 푸른 것이 담겨 있는 토분을 바라 봅니다.
이별이 두려운 것은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다시는 그 사람의 존재를 느끼지 못 한다는 것, 따듯한 숨결, 목소리. 그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혹여 그런 상황을 맞게 된다면 타자를 배려하는, 속깊은 그는 몹시 아픈 상실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평화주의자인, 행복해져야 하는 그대. 해결되지 못한 커다란 갈등이 두려워 자꾸 포기하고 싶어진다면, 상대가 손을 맞잡을 때까지 용기를 내어 내민 손을 거두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당신을 기다렸노라고,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의 눈을 보며 말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왔다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갈등에게 말해 주세요. 그 무엇의 가치보다 당신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간곡함을 전달 받는다면 그손을 마주 잡아 주지 않을런지요.
베란다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오랫동안 신화학자의 말에 머물러 있습니다.
' 결혼은 관계이지요. 우리는 대개 결혼을 통해서 한두 가지씩은 희생을 시킵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관계를 위해서 희생시켜야지, 상대를 위해서 희생 시켜서는 안됩니다. 결혼한 사람은 자기의 정체를 관계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결혼은 단순한 연애가 아니지요. 결혼은 시련입니다. 이 시련은‘관계’라는 신 앞에 바쳐지는 ‘자아’라는 제물이 겪는 것이지요. 바로 이 ‘관계’ 안에서 둘은 하나가 됩니다.'
조세프 켐벨의 '신화의 힘' 중에서 -
저를 편안하게 해주었던 캠벨의 '결혼'에 대한 구절을 이해하고 나니 결혼이란 말대신 '가족'으로 대입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가는 다녀 오셨는지요. 여름바다를 즐기지 않지만, 그래도 항상 그리운 바다를 이제야 보러가려구요.
‘편지 써 주는 그녀’ 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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