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경(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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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여행을 다녀온 지 어느덧 10일이 지났습니다. 세포마다 각인된 여행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역사와 문화가 이룩한 아름다운 업적들이 빌딩과 유적 속에 그대로 녹아서 현세의 우리들에게도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3천 여 평범한 시민들의 주거지가 되어버린 스플릿의 디오클레티안 궁전의 골목과, 그보다 작은 중세 도시 시베니크의 미로 같은 유적지 골목들을 헤매고 다닐 때는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웅장한 건물 보다는 그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 그 골목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돌 계단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얽혀서 품어내는 야릇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몇몇 장면들은 다른 장면들 보다 자주 떠오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장면들 속에는 그 장면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풍경들은 더할 것 없이 아름답습니다. 그 자체 만으로도 완벽합니다. 완벽한 풍경 앞에 설 때마다 제가 그리운 건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건 존재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근원적인 슬픔입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사람에게 가 닿고 싶은 갈망이기도 합니다. 슬픔의 깊이 만큼 '함께 하는 것'의 기쁨도 깊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저는 여행을 사람들이 이런 외로움과 갈망을 가장 첨예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이 나 자신 스스로를 길 위에 세우려고 합니다. 저의 힘과 재능을 모아 다른 사람들도 길 위에 더 많이 설 수 있도록 직업적으로 도우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해서도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길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길입니다. 그러나 확신이 서지 않아 2년이란 세월을 그냥 흘려 보냈습니다. 이제 좀더 확신을 가지고 길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올려야겠습니다. 여러가지 일을 벌리고 집중하지 못하는 저의 약점 때문에 모든 것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제 자리를 맴도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경향에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앞으로 화요편지로 여러분들을 찾아오는 일도 새로운 일을 위해 중단합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필요한 결정이기도 하였으니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그 동안 좋은 기회를 주신 사부님과, 격려 혹은 질타로 저의 성장을 도모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물러가며, 여러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한 마디는 제가 존경하는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이 한 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품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위대한 존재들입니다”
“You are all greater than you can conceive”
늘 평안하십시오.
여행에서 내가 만난 현지 사람들 보기: http://www.bhgoo.com/zbxe/200915

큰 오라비를 이국 멀리 떠나보낼 때가 생각나는 것은 또 왠지...
돌아오지마, 무언가를 찾기 전에는 절대 돌아오지마!
많은 사연과 숱한 고생이 있었겠지만 오라비는 잘 견디었고 부끄럼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그의 승리를 축원하며 살아간다. 그리움에 한숨 짓는 부모님마저도 그리움까지 숨긴 채...
그대의 꿈을 축원하며 아침 편지의 그리움까지도 견디고 싶다.
사랑해, 고마웠고 그대만의 꿈을 향해 건강 잘 지키며 아름답게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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