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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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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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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0일 00시 3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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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이 괴산군 노래자랑에 나가자, 마을 부녀회와 아이들이 백 댄서로 나섰다. 무대 앞에는 면사무소 직원들이 모여 응원의 춤을 춘다. 마을에는 아직도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는 공동체의 정신이 살아있다.

우리는 왕왕 만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꼭 공식적으로 만납니다. 그들은 선배 농부이면서 숲에도 관심이 있는 분들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우리는 함께 마을 주변의 숲을 탐방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숲 생태를 공부합니다. 또한 주변 숲을 조사하면서 철학과 지식, 경험과 계획을 공유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마을의 몇 분을 설득하여 우리 마을을 숲 체험마을로 전환해 보려는 시도 중의 하나입니다.

 

달맞이꽃 피는 시절이 오면 나의 오두막에서는 밤마다 반딧불이를 볼 수 있습니다. 실개천을 따라 선명하게 반짝이는 푸른 빛의 개똥벌레들. 그것은 건강한 숲의 힘입니다. 숲이 흘려주는 맑은 물의 힘이 이제 너무도 귀해진 저 생명을 만날 수 있게 돕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마을의 더 많은 농가들이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농사를 짓는다면 이곳을 찾는 이들은 더 많은 귀한 생명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농사를 통해서도 우리가 먹고 살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그 험할 것 같은 일의 시작을 우선 두 명의 마을 사람과 시작했습니다. 먼저 그분들과 숲이 스승이요 어머니이자 소득의 보고가 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회복하려 합니다. 숲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나는 숲 학교를 열어 도시민을 부르고, 숲에서 자랄 수 있는 청정의 임산물을 재배하여 도시민들에게 공급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숲 속에 더덕과 도라지 및 각종 산채류를 뿌리고, 더 많은 매실나무와 감나무를 심을 것입니다. 비료도 농약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로지 숲의 힘만으로 도시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와 체험을 줄 수 있고, 그 소득으로 마을을 살찌우는 꿈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이 새로운 욕망을 공유하자고 선동하는 중입니다.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원합니다. 그러면서도 멋대로 생겼거나 벌레의 흔적이 있는 농작물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농약을 치고 화학비료를 과하게 주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소비자의 그릇된 욕망을 따라야 농민이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에 농민이 품을 수 있는 욕망은 따라서 제한적입니다.

 

욕망은 모든 생명의 동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세상은 물리적 강압을 통해 사람을 지배하던 시대를 지웠습니다. 대신 세상은 욕망을 습관화하고 내재화하는 정교한 장치들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절대다수의 패배로 귀결될, 경쟁과 수탈의 욕망이 사람들의 집단적 욕망으로 자리한지 오래되었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부지불식간에 습득하는 우리의 욕망체계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끊어놓고, 나아가 사람과 자연의 고리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내재화하고 있는 그러한 욕망으로 인해 우리는 협동과 배려, 정의로움,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할 줄 아는 관계의 가치대부분을 잃었습니다. 또한 우리와 후손의 존립 기반인 지구 환경마저 지독한 몸살을 앓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편리와 소비를 중심 욕망으로 품는 도시는 공동체적 가치를 잃었습니다. 이제 농촌도 점점 그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흐름을 거스르는 삶의 고단함을 나는 잘 압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던져주는 욕망의 미끼를 넙죽 받아먹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 끝은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 테니까요. 오늘도 우리가 스스로 품고 있는 욕망을 점검하고 단속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우리 함께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나의 욕망 속에는 우리도 있는지요?

IP *.229.1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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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dor
2009.09.10 11:31:47 *.253.98.18
와 닿는 좋은 글이네요...^^나의 욕망속에는 우리도 있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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