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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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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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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6일 12시 32분 등록

'내가 그렇게 했어.’ 나의 기억은 이렇게 말한다. ‘난 그렇게 할 수 없어.’ 나의 자존심이 확고부동하게 말한다. 결국 나의 기억이 굴복하고 만다.

                                           - 니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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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바이올린을 배우러 교습소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음악적 재능도 부족하고 어머니가 시켰던 거라서 흥미를 느끼지 못해 몰래 도망도 치고, 잔뜩 불평을 늘어놓은 적도 많았습니다. 결국 1년여 정도 다니다가 성의 없는 제 모습에 지치셨는지 어머니도 더 이상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마음이 참 간사하더군요. 성인이 되자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보면 너무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하기 싫어하더라도 억지로 붙잡아서 계속 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기억도 덩달아 동조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만 둔 이유는 제가 흥미가 없었던 것이 거의 분명함에도 자꾸 집안 사정과 같은 비본질적인 상황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이야기할 때 자신의 문제는 빼놓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자신을 자주 혼냈다면 그것은 자신의 어떤 문제 때문이 아니라 부모님이 이러이러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본래 자신의 책임은 최소화하고 부모나 환경의 책임은 과장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 부족함, 문제점 등과 덜 직면하게 해주는 아주 쉽고 아주 좋은 해결책이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기억의 자기정당화입니다.

 

 

그렇기에 부모는 자식의 말을 들어줘도 욕을 먹을 수 있고, 안 들어줘도 욕을 먹게 되어 있는 아주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혹은 이와 달리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경우라면 정반대로 아주 이상적인 분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의 부모님이 성격장애가 아니라면 당신처럼 건강한 면과 건강하지 못한 면을 함께 지니고 있고, 선의의 의도 속에 때로는 일치된 표현을 보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불일치된 표현이 보였을 때도 있었을 것이며, 그 분들의 상태에 따라서 잘 대해주었을 때와 잘 대해주지 못했을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기보호를 위해 어떤 면만을 선별해서 이를 부모의 전체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의 과거에 있는 악인이 과연 실재의 인물일까요? 자기정당화가 만들어낸 편집된 인물일까요?  

 

 

- 2009. 9. 16.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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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16 16:40:03 *.48.42.155
선배님. 지난 주에는 감사했어요~
먹을 것도 자상하게 마니 챙겨주셔서 먹는 즐거움이 너모 컸어용~ 헤헤.

글고 오늘 글. 부모가 되어보지 못한 제게는
180도 다른 관점을 보여주시네요.
음...제 자신 좀... 부끄러우려고 해요...
좋은 말씀,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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