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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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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2일 00시 33분 등록

저는 분노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 분노를 잘 감추지 못해서 분노가 쉽게 말과 얼굴에 번지곤 합니다. 지금은 전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불씨 같은 짜증이 잦은 것은 여전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들에게 쉽게 짜증을 냅니다. 이들이라면 이해해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작은 불씨가 모닥불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 불에 덴 것처럼 화에 상처를 입게 됩니다. 상대방도 아프지만 저 같은 경우는 경솔함을 후회하며 자책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중고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화에 불타오르는 일은 피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틱낫한 스님의 책을 보면서 화를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틱낫한 스님은 <화>란 책에서 화를 감자에 비유합니다.

“화도 감자와 꼭 마찬가지다. 시간을 들여서 충분히 익혀야 한다. 처음에는 화도 날감자와 같다. 우리는 날감자를 그대로 먹지 않는다. 화는 우리가 즐길 만한 것이 아니지만, 그러나 잘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면, 다시 말해서 감자를 익히듯이 잘 요리하는 방법을 배우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이해와 애정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할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말씀에 동의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분노와 짜증을 해독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분노와 짜증은 대부분 빠르게 번지기 때문에 초기에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생각 중에 수지 웰치가 쓴 <텐-텐-텐(10-10-10)>에서 켄 시게마쓰 목사님의 말씀을 봤습니다.
 

“당신이 상처받거나 가슴에 맺힌 것이 있어 화를 내고 싶을 때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10일 후, 10개월 후, 또 10년 후에도 중요할까? 영원속에서도 중요할까?”

이 글을 읽은 후부터 화가 날 때마다 주문을 외고 있습니다. ‘텐-텐-텐(10-10-10)’ 이 주문은 ‘승완아, 이 분노는 중요한 게 아니다. 10일이나 10개월은커녕 10분 후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텐-텐-텐(10-10-10)’이라는 주문으로 분노의 독이 마음에 퍼지지 않도록 빠르게 조치 할 수 있습니다. 말보다 상징을 통한 인식이 훨씬 빠릅니다.

며칠 전, 중3인 조카가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하다가 제게 걸렸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텐-텐-텐(10-10-10)’ 주문을 외워 분노를 잠시 재우고, 스스로에게 질문 했습니다. ‘지금 화내는 게 10분 혹은 10일 후에 도움이 될까? 10개월 후에는? 10년 후에는?’ 화를 내서 다시는 거짓말을 못 하게끔 조카를 혼내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런데 이때 화는 이미 폭발적이지 않고, 제가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삼촌 지금 화났다. 다시는 할머니에게 거짓말하지 마라. 다음에도 이러면 그때는 지금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조카와 이야기를 해보니 녀석에게 사정이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불 같이 화만 냈다면 이런 사정을 서로 나눌 수 없었을 겁니다. 폭발적으로 화를 낼 때보다 이렇게 조절할 수 있는 화, 절제된 화를 낼 때가 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지 웰치는 ‘텐-텐-텐(10-10-10)’을 의사결정 도구로 제시했지만 제게는 분노와 짜증을 해독하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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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수지 웰치, 텐-텐-텐(10-10-10), 북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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