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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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칼럼이란, 한때는 죽을 똥을 싸며 북리뷰를 쓰고 나야 돌아오는 희열의 순간이었다. 그 때는 시간이 11시든 12시가 되든(물론 1시나 2시가 되면 후달린다) 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행복했다. 주제를 고르는 데 그리 곤란을 겪지도 않았다. 늘 이런 글을 써야지 고민해온 사람처럼 술술 나왔다.
지금은 글쓰기가 매우 어렵다. 왜인가?
소설 속의 인물들은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 주인공들은 이미지의 파편이 아닌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나를 분해하고 쪼개고 재조립하는 조작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어쩔 수 없다. 내가 괴테와 세익스피어의 쌍두인간이라 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사람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사람 행세를 하게 만들려면, 매우 정교해야 한다. 피그말리온처럼 신의 경지에 접근하는 오만을 꿈꿔야 한다.
그런데 나는 시간 투자를 계획해 두지 않았다. 마치 7층짜리 건물을 일주일 내에 지으려고 생각했던 것과 동일하다. 삼풍백화점 정도는 지을지 모르겠다. 그러면 무너지기도 전에 사람들이 알아챈다. 뭣도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그렇다면, 갈등이 생긴다.
내게 그렇게 투자할 시간이 과연 있는가? 가 아니다.
그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가 질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북리뷰가 끝난 시점의 순간을 맞이한다. 지난 번 소설의 끝 모양을 확인한다. 이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자식, 완전히 대박났어. 이런 대단한 녀석일 줄 미쳐 몰랐었지!”
“그래, 사실 백린기가 크게 될 줄 알았는데 진짜 천재는 따로 있었지, 응?”
김이상의 친구 추종수와 허지만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를 쳤다. “이 친구가 바로 내 친구라니깐?” 허지만은 김이상의 어깨가 꽉 끼도록 팔을 둘렀다. 졸업 전까지 얼굴조차 분간하지 못했던 동창들이 도대체 그 거물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야를 기웃거리곤 사라졌다. “아, 쟤야? 진짜 의외다.” 추종수는 과장되게 그네들의 운집을 손으로 쳐내곤 마치 왕에게 바치듯이 망고주스잔을 손바닥에 놓곤 무릎을 굽혔다.
전부 거짓이다. 소설적 허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친구의 위대한 성공 앞에 저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미 논문이 나온 것은 꽤 되었고 절친이라 하더라도 이제와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거만한 사람들의 특성이 아니다. 특히 김이상의 성격 정립이 이상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 정도로 성공 집착형 인간이라면 결코 절친 따위는 키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 생각하려는 찰나, 시계의 초침이 나를 괴롭힌다. 내일은 월요일이고 중요한 업무가 쌓여있다. 장기입원 환자의 피부 병변을 죄다 따라 그려야 한다. 언제까지? 가능한 빨리. 나보다 더 바쁘신 원장님의 스케쥴 사이 사이에 결과 보고를 드릴 수 있으려면, 단 1초도 시간이 없는 월요일 오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니 새벽에 병원에 나가야 한다. 현재 시간은 밤 1시 30분. 갑자기 극도의 피로가 몰려 온다. 이런 머리로는 아무 것도 쓸 수가 없겠지. 나는 일단 침대에 눕기로 한다.
잘 일어나지질 않는다. 겨우 일어났다는 시각이 6시다. 10분만 더 자고 싶다. 6시 10분. 20분. 30분. 30분 경 비명을 지른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병원에는 최소한 7시까지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욕은 먹지 않을만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글은? 지금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도 졸작을 내지를 것이 뻔하다. 내 이름으로 그 따위 글이 검색되게 할 순 없어.
또 도주하나?
자존감이 바닥을 기어도 인격을 바닥에서 박박 길어올려야 하지 않는가? 솟아날 구멍을 생각해보자. 그 구멍이란? 손가락이라도 부러뜨려야 하나? 나란 인간은 도대체 왜 이따위로 약아빠졌단 말인가? 항상 생각해온 진리를 다시 떠오른다. 악의 탄생은 강함에서 오지 않는다. 약함에서 온다.
6시 47분이 되었다.
재밌다. 그렇지. 친구의 성공에 저렇게 반응하지 않지...성공집착형인간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일이 있었다. 내가 좋아 하는 친구라 그 친구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꽤 괜챦은 결과를 얻게 된거야.
그것도 내 공이 더 많다고 생각할만큼...이건 다른사람도 인정하는.
그런데 말이지...그일이 있고난 순간부터 변하는 내 마음을 본거다. 완전 치졸하게 변하더라고.
물론 나의 기대치에 친구의 반응이 빈약해서라고 나는 변명하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내 공이 더 컷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겠어. 그런데도 나의 변하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입버릇으로 말해오던 나는 없었던거지. 사심없이 도와준다라고 생각한 오만을 보았지.
악의 탄생은 약함에서 온다...여기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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