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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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꼬
"답답해, 여긴 너무 깜깜해"
노란 색 창에 문자가 왔다. 누가 보낸
것일까? '알 수 없는 번호'라고 찍혀있다. 나는 답장을 보냈다.
"누구세요?"
잠시 후, 손에서 진동이 왔다.
"벌써 날 잊었구나"
"난 뿌꼬야"
이름이 낯설지가 않았다. 몇 년 전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동화 속 주인공이 어떻게 문자를 보내지?
'에이, 설마! 아닐거야'
문득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지하철이 어디로 가고 있지? 라는 생각을 했다. 혹시 동화 속 나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창 밖을 보았다. 한강 다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강은 꽁꽁 얼었고, 한 가운데에 작은 배 한 척이 옴짝달싹 못하고
함께 얼어버렸다.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문자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큰 아이가 아니면 작은 아이이겠지. 분명해. 방학이라 심심했던 거야'
하지만 문자에 이모티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은 아니었다. 뿌꼬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는 아내는 더더욱 아니고 말이야. 그의 정체가 정말 '뿌꼬'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전, 모르겠어요"
잠잠했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진동이 울렸다.
"네가 처음 나의 이름을 적었을 때, 난
생명을 얻었어. 아이들이 나의 이름을 부르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 하얀 종이 위에 얼굴과 눈동자을 그렸을 때, 네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았어."
한참
동안 문자를 들여다 보았다. 진짜 '뿌꼬'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아이가 처음 불렀고, 작은 아이가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뿌꼬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당시 매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버린 나는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했다. 뿌꼬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지 못하고, 컴퓨터 하드 디스크 구석에 저장한 채 기억에서 잊혀져 버렸다.
"미안해, 이제 생각났어"
문자를 보내자, 지하철이
멈춰 섰다. 환승하기 위해서 내렸다. 잠시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걸었다. 어떻게 문자가 올까 궁금했다.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꺼내 들고 전원을 켰다.
"다시 불러줘서 고마워"
지난 주말, TV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나에게 작은 아들이 말했다.
"아빠!, 뿌꼬 다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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