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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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책을 출간하고 나서 생긴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종종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강연할 일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강연을 준비할 때 제가 늘 곁에 두는 책이 한권 있습니다. 가르 레이놀즈가 쓴 <프리젠테이션 젠>입니다.
이 책은 선(禪, zen) 사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설명합니다. 그래서인지 프리젠테이션을 다룬 기존의 서적들과 매우 다른 관점에서 프리젠테이션에 접근합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상세한 지침은 거의 없고,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큰 방향과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방향과 원칙에 초점을 맞췄다는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듭니다. 어떤 책처럼 12단계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획일성과 세부적인 지침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강제성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큰 방향과 중요한 원칙에는 제 스타일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여유와 여백이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잘 담겨 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가는 각 단계마다 깊이 유념해야 할 원칙은 절제, 단순미, 자연스러움이다. 준비 과정의 절제, 디자인의 단순미, 발표 과정의 자연스러움, 이들이 갖춰졌을 때 발표자와 청중 모두에게 더욱 명확한 프리젠테이션이 된다.”
강연을 준비할 때마다 저는 의식(ritual)을 행하듯 만년필로 포스트잇에 이렇게 씁니다. “준비 과정의 절제, 디자인의 단순미, 발표 과정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이것을 창문에 붙여 둡니다. 그리고 강연을 기획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고 리허설을 하는 틈틈이 이 문구를 가슴 속에 새깁니다.
‘절제하자. 단순해지자. 자연스럽게 하자.’
<프리젠테이션 젠>, 자신의 스타일과 재능을 살린 프리젠테이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차분하고 노련한 멘토입니다.
* 참고 : <프리젠테이션 젠>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스타일의 강연에 적합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많이 작성하는 보고서 겸용 프리젠테이션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원칙은 적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강연이나 프리젠테이션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 그리고 프리젠테이션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어본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강연 경험이 적은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노하우나 지침이 별로 없는 점이 오히려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한 책 : 가르 레이놀즈, 프리젠테이션 젠, 에이콘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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