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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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대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이 식물에게 내린 최대의 형벌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하시는지요? 그것은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존재라는 점일 것이라고 했던 편지에서였습니다. 살아 있으되 움직일 수 없기에 식물들은 감내하고 넘어서야 할 장벽이 그만큼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직 주어진 자리에서 삶을 영위할 빛과 물을 구하는 일. 냉혹한 기후조건이나 다양한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일. 자신의 성장을 결실로 잇기 위해 꽃가루받이를 도와줄 매개자를 불러 수정을 이루어야 하는 일. 씨앗을 지키고 또한 멀리 떠나 보내야 하는 일. 그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장애요 장벽인 셈입니다. 한 해의 결실로 가득한 이 숲의 생명들이 내게 더없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모두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주어진 장벽을 넘어선 존재라는 점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사람에게 주어진 원천적 형벌 하나를 찾아 꼽는다면 그대는 무엇을 꼽고 싶은지요? 저는 ‘생각’을 꼽고 싶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을 창조적 능력을 지닌 생명으로 살게 했고 그 만큼 강한 생명체가 되게 한 원동력입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또한 인간에게 형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나이 들어가면서 생각의 연쇄 속에 살기 쉽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념들은 우리를 ‘지금 여기’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쉽습니다. 충일한 삶을 어렵게 합니다. 선각들이 고난을 넘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 한 가지로 단연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을 꼽는 이유가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대도 저도 늘 마음의 평화를 그리워합니다. 그렇게 무엇인가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한 언제고 우리는 그곳에 이르게 된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평화, 즉 온전한 행복만은 이내 찾아 들다가도 흐트러지고 또 흐트러지기를 반복합니다. 용기 백배하여 시작했던 아침이 어둠과 함께 소멸하면 두려움과 비겁함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밤을 새워 집을 짓고 또 허물기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마음의 평화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앞에서 등을 보이고 사라지는 때가 많습니다.
식물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장애와 장벽을 넘는 전략을 다듬어 왔습니다. 5억 년 가까운 세월을 이 지구상에서 생명으로 존속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많은 식물들은 가지를 잘라 심어도 새로운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는 능력을 키워왔고, 주변의 생명과 공생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부족한 영양분을 얻는 방법도 터득해 왔습니다. 바람과 물과 새와 다른 동물의 도움을 얻어서, 혹은 스스로의 힘으로 씨앗을 퍼트리는 전략도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장애를 넘어서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신의 형벌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우리 사람 또한 우리의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잘 다룰 수만 있다면 스스로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경험한 한 가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입니다. 그것은 마음이 마음 홀로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것입니다. 마음이 주로 가슴(감정)에 머물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머리(사고)와 배(본능)에 함께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땀 흘리는 노동 없는 지성으로 평화로울 수 없고, 연민과 배려와 성찰을 품는 가슴을 지니지 않고는 역시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읽고 쓰는 것은 머리로 성찰하는 것입니다. 나와 이웃의 형편을 살피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은 가슴을 채우는 일입니다. 그렇게 채워진 머리와 가슴을 노동의 현장으로 데리고 가 사역하게 하는 것은 평화를 향한 궁극의 실천입니다. 생각에만, 혹은 감성에만 갇히지 않아야 비로소 평화에 대한 그리움을 온 몸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이맘 때 가을이 되면 다람쥐는 혹한을 대비한
도토리를 모으고 그것을 땅에 묻어 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혹한을 대비해 저장해 둔 도토리들을 대부분
찾지 못해 자기네 배를 채우지 못하고 땅에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찾지 못한 도토리가 새월이 흘러 새싹이 돋고
아름드리 참나무가 되어 나중에는 더 많은 도토리를 생산하여 다람쥐
먹익감이 되어 준다고 합니다.
자연~~~~~~~~~~~~~~???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이라 했던가요~.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깊이가 더해가는 자연과 숲입니다.
언젠가 구본형 소장님의 쓴 책에 이런 내용에 공감합니다.
"힘들 때 정신적 튜닝을 해준것은 자연이었다고~~~"
이 가을 멋진 생각의 씨앗을 품게 해준 고마운 글 잘 읽고 갑니다.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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