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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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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9일 11시 39분 등록

지난 주 월요일부터 일주일째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노원구의 저희 집에서 삼성동의 회사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반해 부모님 댁에서는 그 절반이면 충분합니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만큼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것은 제법 매력적이었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한결 여유롭게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일찍 집을 나선 덕에 지하철은 덜 붐비는 듯 했고, 매일 다니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걷는 기분이 마치 가벼운 여행이라도 나선 듯 상쾌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수요일에는 아슬아슬하게 사무실에 도착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금요일에는 살짝 지각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무섭도록 강한 적응력으로 새로운 규칙에 적응을 해버린 것이지요.

우리는 가진 것이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하랄드 빌렌브룩은 자신의 저서, 『행복경제학』을 통해 이러한 통념에 반기를 듭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소득의 증가는 삶의 만족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네요. 단기간에 소득이 2배로 늘어나는 경우, 만족도가 증가하기는 하지만 이런 만족감도 채 3년이 되기 전에 사그라진다고 그는 말합니다.

한때는 우리에게 중요한 목표였던 것들 중에 어느 순간 당연한 일상으로 변해버린 것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당장 제 차만해도 그렇습니다. 첫차를 갖게 되는 설렘에 밤잠을 설쳤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 제 차는 세차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먼지가 쌓여갑니다. 취직을 하고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에 황송해하던 신입사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매달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요. 정말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해지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대니얼 길버트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책을 좋아하는데요. 이 책의 원제목은 ‘Stumbling on Happiness.’입니다. ‘stumble’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뜻도 있지만, ‘우연히 마주치다.’ 혹은 ‘우연히 발견하다.’라는 뜻도 있네요.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파랑새는 결국 먼 목표의 끝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병원에서라도 조그만 케이크를 두고 축하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군요. 가슴 설레는 연애의 상대였던 아내를 당연한 일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네요. 상실을 통해서만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저의 뻔한 어리석음에 머리를 쥐어박게 됩니다. 아내가 퇴원해서 다시 먼 거리를 출퇴근하게 될 그날을 위해 아침을 잘 점검해둬야겠습니다. 다음 주엔 좋은(?) 소식으로 월요일을 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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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2009.10.19 21:38:55 *.142.204.124
편지를 쓰는 계절이 돌아왔어요. 가을이 말이죠.
늘 편지를 받기만하고 답장은 꿀걱 삼켜버렸었죠.
글쓰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나더군요.

종윤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것 같기도해요.
그렇게 힘든 상황인줄 잘 모르고 있었어요. 항상 밝게 웃고있어서.....
 
여섯번째 결혼 기념일을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하게 되겠군요. 앞으로는...
그날 되찾은 사랑과 행복을 이제 우리도 알게되었으니까요.....

아기와 아기엄마에게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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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16:54:50 *.223.85.195
좌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모임이 정말 풍성해졌어요. 특히 그날 삶아주신 고구마는 제가 먹어본 중에 두 번째로 맛났어요~  그런데요. 그래서 다음엔 선생님댁에서 모임 못하겠어요. 너무 분주히 왔다갔다 하시는 선생님을 보고만 있는데... 죄송해서 혼났거든요. 아마 다들 그랬을 거예요.

선생님 댓글을 읽고서 짝꿍에게 제가 밝은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네요. 스스로는 잘 몰랐던 거 같아요. 제가 밝은 사람인 줄... 아니면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린 덕에 점점 밝아지는 건지도 모르죠.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고 커가는 과정은 정말 기적과도 같아요. 이런 소중한 시간이 너무 빨리 날아가는 것 같아서 문득문득 두려울 지경이예요. ㅎㅎ 그런 걱정할 시간에 더 만끽해야겠어요.

선생님의 응원을 척! 받아서 꼭! 좋은 소식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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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10.20 14:02:29 *.190.122.223
그때가 가까워졌나보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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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0 15:41:15 *.223.85.195
네~ 그때가 가까워졌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소식 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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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9.10.20 23:01:17 *.207.251.120
글 잘읽었습니다.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대리님 글을 찾게 됩니다.
요즘은 밝은 모습 사이로 살짝 힘들어 보이시는것같아요, 힘내세요!
맨날 마주치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안부한번 묻지 못했던것같아서 괜시리 미얀해지네요,
담주 좋은 소식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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