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 조회 수 310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11월 16일 11시 31분 등록

네 식구가 처음으로 한집에 모였습니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 한 달이 넘도록 엄마 품을 그리워만 했던 큰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엄마와 서로 얼싸안고 볼을 비벼대는 모습은 이산가족 상봉만큼이나 애절합니다. 처음으로 집에 온 갓난 아이는 무엇이 보이기는 하는지, 쉴 새 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립니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본격적인 아빠 노릇도 시작됐습니다. 더듬더듬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은 아이가 토하지 않도록 등을 두드려 트림을 시키고, 아이가 춥지 않게 속싸개를 단단히 여미는 모든 일이 새롭고 신기합니다. 첫 아이 때는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아이를 사랑하는 시간이 쌓여가겠지요. 그리고 이것이 바로 ‘기른 정’이겠지요.

어렸을 때 헤어진 부모와 자식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TV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습니다. 얼굴도 기억 못하는 혈육이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눈물로 하나가 되는 장면은 제법 감동적이었습니다. 서로를 용서하는 ‘낳은 정’의 뜨거움에 공감해서일까요? 제 눈에도 눈물이 잔뜩 고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프로그램이 끝나고서도 그들이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한숨으로 지샜을 수많은 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들 사이에 어려운 시간을 이겨낼 추억이 없다는 점이 염려스러웠던 거지요.

스캇 펙은 자신의 책,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이란 부지런한 자만이 성취할 수 있으며, 사랑하지 않음은 곧 게으름을 피우는 것과 같다.

누구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지만, 그들 모두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꿈을 꿀 수는 있지만 그 꿈을 정말로 이뤄가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갓난 아이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꿈과 함께 하는 시간을 쌓아가야겠습니다. 그래야 그 꿈과 우리 사이에 ‘기른 정’이 생기겠지요.

“주원아, 미소가 계속 우는데 엉덩이 한대만 때려줄까?”
“그…그래!”

절대로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눈에 장난기를 가득 담아 그러자고 맞장구를 칩니다. 동생이 생겨서 좋다고 말은 하지만 살살 샘이 나기 시작한 큰 아이도 더 많이 사랑해야겠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얼마나 더 부지런해져야 할까요? 다짐과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는 나른한 월요일 아침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여러분의 한 주도 제 것만큼 눈부시길 바랍니다.


IP *.96.12.130

프로필 이미지
인생전략
2009.11.16 13:00:44 *.121.106.101
저도 그 때가 생각나는군요...
한 밤중 깨어나 우유를  4번 주다가, 3번 그리고 2번...^^
프로필 이미지
유진
2009.11.16 14:20:24 *.59.199.197
"사랑이란 행동하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다." 라는 스캇 펙의 말도 떠오르네요. 새로운 식구가 생겨 기쁜만큼 엄마,아빠의 협동작전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때에 노력하시는 남편의 모습으로 아내는 감동하게 되겠지요. 그 순간순간 함께한 추억만큼  '기른정의 깊이'도 달라지겠지요.  그 예쁜 마음에 응원을 보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56 [화요편지]6주차 미션보드_OO씨의 행복여행 아난다 2019.09.03 940
3555 선천성 그리움 장재용 2019.12.11 940
3554 녀석과 마주하기 위하여 장재용 2020.08.12 940
3553 [라이프충전소] 실패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1] 김글리 2023.01.07 940
3552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미국인이 사랑한 캥거루, 옐로우 테일(yellow tail) 1 file 알로하 2019.06.15 941
3551 [화요편지]무엇이 나를 열받게 하는가? 아난다 2019.07.09 941
3550 [화요편지] 화폐중독 치유 솔루션 file 아난다 2020.06.15 942
3549 [내 삶의 단어장] 꽃잎처럼 피어난 아나고 에움길~ 2023.04.10 942
3548 [일상에 스민 문학] - 건포도가 듬뿍 담긴 베이글에 꽉찬 양파 크림치즈처럼 정재엽 2018.01.03 943
3547 배움의 즐거움 어니언 2023.07.06 943
3546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file [1] 제산 2018.10.15 944
3545 [화요편지]6주차 워크숍_Shall we dance? 아난다 2019.09.10 944
3544 [용기충전소] 랜선시대, 피할 수 없다면 김글리 2020.07.17 944
3543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로마네 콩티 살인 사건 1 file 알로하 2019.05.11 945
3542 [수요편지] 오!늘! [3] 불씨 2022.09.21 945
3541 서천으로 강연 여행 다녀왔습니다 [1] 제산 2019.06.16 946
3540 목요편지 -겨울준비 운제 2019.11.21 946
3539 목요편지 - 엘리어트와 조영남 [1] 운제 2020.04.02 946
3538 목요편지 - 올해도 반이나 [1] 운제 2020.06.25 946
3537 내가 부리고 싶은 큰 욕심 한가지 file 차칸양 2017.09.19 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