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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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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일 00시 02분 등록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1944년 10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강제 이송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수용소에 도착하자 독일 친위대 장교의 검열이 시작됐습니다. 장교는 사람들이 차례에 맞춰 자신의 앞에 설 때마다 무심한 표정으로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왼쪽을 가리켰습니다. 간혹 열에 한 명꼴로 오른쪽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줄을 선 사람들 중에 이 간단한 수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프랭클의 차례가 되자 장교는 왼쪽을 가리켰습니다. 왼쪽으로 간 사람들 중에 프랭클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에 오른쪽 줄에는 아는 사람이 몇 명 보였습니다. 그는 장교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오른쪽 줄로 끼어들었습니다. 훗날 그는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라고 회고했습니다. 

그날 밤이 되어서야 프랭클은 이 우연한 선택이 자신의 생명을 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교의 손가락 방향에 따라 한 사람의 죽음과 삶이 결정되었던 것입니다. 왼쪽은 죽음, 오른쪽은 삶. 물론 그 삶도 노예보다 못한 것이었지만요.

선별 작업이 끝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말 그대로 털 하나 없는 벌거숭이가 되었습니다. 모든 옷을 벗어야 했고, 모든 물건을 압수 당했으며, 몸에 난 털이란 털은 모조리 다 깎였습니다. 프랭클의 소지품 중에는 자신의 첫 책 원고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수감자들의 소지품을 담당하는 고참 수감자에게 원고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경멸과 비웃음으로 가득한 욕설이었습니다.

정신적 자식으로 여기던 원고를 빼앗긴 그는 절망했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벌거벗은 육체와 안경 그리고 벨트가 전부였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스실에서 죽은 수감자들의 낡은 옷더미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얇고 해진 외투 하나를 골라 입었습니다. 프랭클은 외투 주머니에서 종잇조각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유대교의 기도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셰마 이스라엘(Shema Yisrael)’이었습니다. 이 기도문은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매일 읽고 외우는 것을 보고 들은 기도문이었습니다. 그는 수용소에서 풀려나는 순간까지 이 종잇조각을 소중히 보관했습니다. 훗날 프랭클은 이 기도문을 발견한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기막힌 우연의 일치를 내가 썼던 대로 ‘살고’ 내가 가르쳤던 대로 실천하라는 신의 계시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삶에 더 기대할 것이 없다고 체념하려는 순간, 이 기도문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프랭클은 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삶의 임무와 책임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삶의 의무를 묻는 그 물음이 궁극적으로는 얼마나 잘못 설정된 것인지를 이해합니다. 그 물음은 일반적인 질문과는 설정부터가 달라야 합니다. 삶의 의미를 묻다니요? 물음은 오히려 삶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은 바로 삶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받는 자들입니다! 대답해야 하는 이는 우리입니다. 삶이 시시각각 던져오는 물음에, 즉 ‘삶의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입니다.

산다는 것은 바로 질문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대답해야 하는 자들입니다. 삶에 책임지고 답변하는 것(Ver-Antworten) 말입니다.”
- 빅터 프랭클,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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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빅터 프랭클,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산해, 2009년

*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는 빅터 프랭클이 강제 수용소에서 해방되고 1년 후에 행한 강연들을 묶은 책입니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인 <죽음의 수용소에서>와는 또 다른 생생한 이야기와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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