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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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제전에서 우승한 아가톤이 말했지
사랑의 신 에로스는 너무도 우아하여
땅을 밟지도 않고 사람의 머리 위를 걷지도 않고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의 마음 속에 깃들어 거기에 머무나니
사람에게는 평화를
바다에게는 고요함을
바람을 위해서는 휴식을
또 슬픔에게는 잠을 주도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리스토파네스지
인간은 원래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결합된 동체였다네
그리하여 지금보다 훨씬 더 완전했다네
하늘의 신 제우스가 보니 그 불경이 가관인지라
가운데를 갈라 둘로 만들어 버렸다네.
신을 숭배할 개체 수는 두 배로 늘고
각자는 힘이 약해져 고분고분해졌으니 멋진 해결책이었지
갈라진 두 사람이 서로 원래의 짝을 찾아 나서는 것이 곧 사랑이니
살아있는 동안에도 한 사람처럼 살고
죽을 때도 함께 죽는 것이 곧 사랑이다.
플라톤의 '향연'(symposium)에는 사랑, 즉 에로스에 대한 멋진 담론들이 흘러나옵니다. 만일 사랑에 대하여
그리스인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아니 먼 옛날 고대 인류의 사유를 접해보고 싶다면 당연히 '향연'을 읽어 보아야지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이 사랑이야기에 그리스인들 중에서 가장 못생긴 소크라테스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산파술의 일단을 맛 볼 수 있지요. 대략 한번 볼까요?
어이, 에로스가 그렇게 고상해?
그럼요. 얼마나 사랑스러운데요.
그래? 에로스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인가 ?
그렇지요.
그래? 사람이든 신이든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욕망하는 것 아닌가 ?
그렇지요.
그렇다면 에로스가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것은 자신에게 아름다움이 없기 때문 아닌가?
띵 ?
2500년 전에 플라톤에 의해 쓰여진 이 짧막한 책 '향연'은 포도주를 한잔하고 기분이 좋을 때
그리스인들처럼 반쯤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재미있습니다.
플라톤의 시 같은 산문의 맛도 즐길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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