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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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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5일 04시 0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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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완결한 만화 <한눈에 반하다>에는 신과 가족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 있습니다. 작가는 신을 우주의 어느 별에서 지구로 온 외계인으로 설정해 둡니다. 우주에서 지구로 온 외계인이자 신인 존재의 그릇으로 태어난 아이가 자신에게 한눈에 반한 아이와 겪는 사랑이야기 속의 끝부분에는 신의 속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인간이 인식하고 살아가는 시공간의 스케일과 신의 스케일은 다릅니다.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에서 존재하는 신은 누가가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모두를 꾀뚫어 봅니다.  신의 그릇으로 자라나서 인간의 삶을 버리고 예언을 얻어내기 위한 사람들에게 갇혀 살고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말합니다. 오직 신만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말을 듣고 아들은 말합니다.

'당신의 말대로 제가 용서라는 것을 한다면 말이죠, 그건 모든 것에 초연할 수 있는 신이고 뭐고 여서가 아니예요. 그건 당신이 내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말을 보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여자가 말하는 논리와 남자가 말하는 논리의 대결이, 분석이, 이해가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말이 너무나 좋아졌습니다. 이해해서 그런게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말이 좋았습니다.

 

가끔은 가족때문에 속이 상하곤 합니다. 이해해보려고 애를 쓰다가 골치가 아프고서야, 결국은 그 이해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대로 묻어둡니다. 나중에 이해하겠거니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들 말씀대로 조금은 철이 들고, 조금은 더 현명해진 것 같은 착각을 할 때쯤에 이해되지 않은 것들이 '아, 그게 그거였구나'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모두 한 번에 걷어버리네요. 어머니이기 때문에라는 말은, 내 아들이기 때문에라는 말은, 내 가족이기 때문에라는 말은 '나중에'라고 할만한 시간의 경험을 가져야만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바로 지금 보여줘 버립니다.

 

크면, 철들면, 여유로워지면 이라고 지금의 상황이 다른 상황으로 바뀌면 된다는 조건이 아니라, 지금 그 조건으로 충분히 괜찮다는 게 왜 그렇게도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

몇 년 후의 가족여행이라는 것을 그리려고 구상하다가 떠오른 것을 여기에 쏟았습니다. 구상 초기엔 지중해 여행을 머리속에 담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때 가족 구성원은 어떨까를 거쳐서 가족이란 뭔가가 계속 맴을 돕니다.

 

꿈이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어떤 것이서 그걸 생각하면 미소짓게 합니다만,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이기에 웃음을 거두어가 버립니다. 혹시 꿈풍광 중 어떤 것이 가족, 관계 쪽에서 시작한 것이라면 특정시점에 발화하는 것으로 두지 말고 시간을 접어서 바로 지금으로 당겨와서 지금 웃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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