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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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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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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7일 00시 5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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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 조직이라는 우산을 접고 새로운 길 위에 선 지 어느새 2년이 되었다는 그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대의 소식과 마음을 또박또박 읽었습니다. 걷고 싶었던 길 위에 서던 그대 그 첫 순간의 떨리는 흥분과 두려움이 내 것인 양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처음 얼마간 스스로의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고 일하고 잠들었던 그 회복된 자유에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는 마음을 읽으며 빙긋한 미소가 일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누리는 그 자발성의 본능이 너무 좋아서 다시는 지루한 안락의 어느 지점으로 차마 회귀하지 못하겠구나, 어느 날 그렇게 일기를 썼다는 대목. ‘그래, 그게 우리 살아있음의 증거지!’ 하며 깊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던 편지의 어느 구절부터 무거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대가 겪는 무거움의 본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세상과 맺어진 관계 속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지점을 만날 때라고 했습니다. 예전보다 적어지고 불규칙해진 돈벌이 때문에 예전에는 당연히 치를 수 있었던 일들을 생략하거나 외면해야 하는 상황이 힘겹다 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그대는 언젠가 내가 그대에게 들려주었던 새로운 길 위에 선 자를 위한 희망론을 불러 세웠다고 했습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닿고자 하는 지점에 닿으리라, 이 거친 내 길의 끝에 반드시 나를 반겨줄 달콤한 옹달샘이 있으리라! 그렇게 믿으며 언덕의 지점들을 오르고 있다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그대가 그렇게 가느다란 희망을 품어 오직 버티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 새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 얻을 이정표 하나 제대로 심어놓지 못했기에 그대 심신이 고단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창백한 희망을 품고 혹한의 길 위를 견디며 걷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 먼지 자욱한 비포장 도로에 새롭게 서서 제법 씩씩하게 걷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나에게는 우선 선망이 없습니다. 새로운 길 위에 서면서 나는 세상의 중심에 대한 선망을 버렸습니다. 세상이 내게 칠해 놓은 중심에 대한 그리움을 몽땅 털어냈습니다. 털어냄으로써 비워진 자리에 대신 즐거움을 담았습니다. 이 거친 길을 즐겁게 땀 흘리며 걷는 나만의 방식을 알아냈습니다. 짜지만, 그래도 흘리는 땀방울 그 자체가 바로 즐거움임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나는 내 길에 대한 자부심으로 나머지 비워낸 자리를 채웠습니다. 내가 걷는 길이 나와 이웃에게 얼마나 훌륭한 안내자의 길인지 나 스스로의 한걸음 한걸음을 대견해 하고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내 길을 걸어야 할 이유들로 채워졌고, 웬만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새 길 위에 서는 이를 위한 희망의 필수조건을 세워둔 셈입니다. 우선 어떤 선망이 있다면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 하루하루 고단하더라도 그 길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 또한 그의 도모와 모색이 자부심으로 가득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해서 고난이 견고한 보람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 이렇게 나는 사실 수 많은 답과 진실이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고 나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음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대 새 길 위의 3 년차는 더 큰 즐거움과 보람의 눈송이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도합니다.

IP *.229.2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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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12.18 20:45:29 *.248.91.49
용규씨...
새로운 길도 힘들고 , 가던 길도 힘이 들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성찰을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그런 길위를 사람들이 오고 또 가고... 바쁜 연말입니다.

백석동천 소나무에 눈이 내리면...잘 지켜보고 또 답장을 쓸게요.
그때까지 감기없이 잘 지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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