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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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는 애인인 아레스가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한 침대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가 치밀어 올라 에오스에게 저주를 내려, 인간 소년을 보기만 하면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저주받은 에오스는 잘 생긴 소년을 보기만하면 자제하지 못하고 납치하고 유혹했다. 자신도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중에서 그녀가 가장 사랑한 소년이 바로 티토누스였다.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청하여 티토누스에게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힘을 얻어주었다. 그러나 젊음을 함께 청하는 것을 잊었다. 불쌍한 티토누스는 죽지도 못하고 점점 더 보기 흉한 늙은이가 되어갔다. 무정한 에오스는 진력이 난 티토누스를 가두었다. 티토누스는 점점 노망이 심해지고 목소리조차 새돼지더니 결국 '매미'가 되었다. '
그리스 신화 속의 불쌍한 티토누스는 이렇게 매미로 변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잘 늙지 못한 노인의 특성을 극명하게 말해 줍니다. '모든 일에 모두 아는 체'를 하는 경향이지요. 한 여름의 매미처럼, 언제 어디서나 어떤 주제에나 일가견을 가진 듯 말을 더하는 것이야말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의 사랑을 잃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합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면서 또 한 살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젊음으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진 것이지요. 자기 경영은 나이와 함께 그 속에 인생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세월의 파도 속에 표류하여 낡고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이 속에 살아 온 삶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익어간다'는 표현이 좋겠군요. 참 잘 익은 감 속에는 오랜 세월의 가지가지 날씨가 다 담겨 있습니다. 바람과 추위와 서리와 더불어 햇빛과 하늘과 비를 담고 있지요.
부엌 창문 밖 감나무 한 그루에 흰 감꽃 떨어진 후, 주렁주렁 달려있던 젊은 땡감들을 기억합니다. 이제 붉은 살에 살얼음이 콕콕 박힌 홍시가 되어 달려 있습니다. 다 떨어지고 겨우 몇 개 달려 있지만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나이들어 잘 익은 것의 아름다움입니다. 잘 갈무리된 지극히 아름다운 응결, 그것이 세월의 아름다움 입니다.
아무리 신의 양식을 먹여도 소용이 없던 불쌍한 티토누스~
고독하고 가련한 신세가 되어 쪼글쪼글 오그라들었고
어찌나 바싹 말랐던지 인정많은 신들은 그를 매미로 변하게 해주었답니다.
구구절절 슬픈 노인들의 얘기입니다.
1부는 외부에서 보는 노년이기 때문이지요.
2부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바닥까지 내려가서 땅을 짚고 다시 올라오는 노인의 얘기가 써있을 것 같은데요...
연말에 조용히 묵상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홍시 같은 자기경영......
말랑 말랑해진 홍시 3개, 아직 딱딱한 대봉 4개, 우리집 전재산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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