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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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마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서른을 갓 넘긴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우연히 같은 날 태어난 첫 아이들이 인연이 되어 가까이 지낸 지 여러 해입니다. 그녀와 아내는 친자매 같았습니다. 아내는 자꾸만 살이 빠져서 걱정이라는 그녀를 부러워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몸 속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위를 모두 잘라냈다고 했습니다. 항암치료는 받지 않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랍니다. 그녀는 나름의 방법으로 건강해져서 돌아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 둘째 아이의 돌잔치에 초대받아 갔던 날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마도 전 한동안 아이와 옷을 맞춰 입고 환하게 웃던 미소로 그녀를 기억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 아픔에 비추어 나의 일상이 온전함을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미안한 일입니다. 나쁜 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식은 땀에 젖은 채 눈을 떴던 그 새벽처럼 평온한 일상에 안도의 한숨을 토합니다. 문득 오랫동안 책상 머리에 붙여두었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떼어버린 글 한 조각이 떠올랐습니다. 조금 긴 글이지만 이보다 더 가슴을 두드리는 글을 쓸 재주가 없기에 고스란히 옮깁니다.
여름날, 잘 다듬어 고정시킨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차의 창문을 닫아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미 모양으로 된 분홍색 초를 아끼다가 녹아 버려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태울 것입니다. 풀물이 든다고 걱정하지 않고 아이들과 잔디에 앉을 것입니다. 남편과 내 가족의 책임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아플 때는 내가 없으면 세상이 멈춰 버릴 것처럼 생각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 것입니다.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때가 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생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아무 것이나 구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임신 기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대신 내 뱃속에서 자라는 경이로운 생명이 신의 기적을 돕는,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라는 사실을 매 순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내게 입맞춤을 했을 때, “나중에 하자. 저녁 먹게 손 씻고 오너라.”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더 많이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매 순간을 즐겁게 살 것입니다.
- 어마 봄벡
그녀가 잠시 찾아온 아픔을 떨치고 예전보다 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 그녀 자신의 말마따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기적이 일어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의 쾌유를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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