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 조회 수 2964
- 댓글 수 5
- 추천 수 0
“암???!!!” 마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서른을 갓 넘긴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우연히 같은 날 태어난 첫 아이들이 인연이 되어 가까이 지낸 지 여러 해입니다. 그녀와 아내는 친자매 같았습니다. 아내는 자꾸만 살이 빠져서 걱정이라는 그녀를 부러워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몸 속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위를 모두 잘라냈다고 했습니다. 항암치료는 받지 않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랍니다. 그녀는 나름의 방법으로 건강해져서 돌아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 둘째 아이의 돌잔치에 초대받아 갔던 날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마도 전 한동안 아이와 옷을 맞춰 입고 환하게 웃던 미소로 그녀를 기억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 아픔에 비추어 나의 일상이 온전함을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미안한 일입니다. 나쁜 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식은 땀에 젖은 채 눈을 떴던 그 새벽처럼 평온한 일상에 안도의 한숨을 토합니다. 문득 오랫동안 책상 머리에 붙여두었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떼어버린 글 한 조각이 떠올랐습니다. 조금 긴 글이지만 이보다 더 가슴을 두드리는 글을 쓸 재주가 없기에 고스란히 옮깁니다.
여름날, 잘 다듬어 고정시킨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차의 창문을 닫아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미 모양으로 된 분홍색 초를 아끼다가 녹아 버려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태울 것입니다. 풀물이 든다고 걱정하지 않고 아이들과 잔디에 앉을 것입니다. 남편과 내 가족의 책임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아플 때는 내가 없으면 세상이 멈춰 버릴 것처럼 생각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 것입니다.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때가 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생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아무 것이나 구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임신 기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대신 내 뱃속에서 자라는 경이로운 생명이 신의 기적을 돕는,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라는 사실을 매 순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내게 입맞춤을 했을 때, “나중에 하자. 저녁 먹게 손 씻고 오너라.”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더 많이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매 순간을 즐겁게 살 것입니다.
- 어마 봄벡
그녀가 잠시 찾아온 아픔을 떨치고 예전보다 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 그녀 자신의 말마따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기적이 일어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의 쾌유를 위해 기도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6 | [화요편지] 돈, 당신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기까지 | 아난다 | 2020.05.26 | 1051 |
815 | 스피노자가 보우하는 월급쟁이 | 장재용 | 2020.05.26 | 1127 |
814 | [용기충전소]실패를 장렬히(?) 무찌르는 법 | 김글리 | 2020.05.28 | 836 |
813 | 목요편지 - 자기답게 사는 법 | 운제 | 2020.05.28 | 813 |
812 | [월요편지 10] 응, 괜찮아, 월급 받잖아 | 습관의 완성 | 2020.05.31 | 1012 |
811 | [화요편지] 가난한 부모의 돈걱정 모르는 아이 | 아난다 | 2020.06.02 | 1329 |
810 | 월급쟁이는 무엇인가 | 장재용 | 2020.06.02 | 1051 |
809 | [용기충전소] 실패가 두렵다면, 이곳으로 초대합니다! | 김글리 | 2020.06.04 | 1091 |
808 | 통삼겹살 | 운제 | 2020.06.06 | 801 |
807 |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떠나간 춤은 또 다른 춤으로... | 알로하 | 2020.06.07 | 1091 |
806 | [월요편지 11] 육아휴직을 앞 둔 직장 동료의 수줍은 고백 | 습관의 완성 | 2020.06.07 | 1121 |
805 | [화요편지]소리없는 중독 | 아난다 | 2020.06.08 | 1127 |
804 | 월급쟁이 탁월함에 관하여 | 장재용 | 2020.06.09 | 1018 |
803 | 목요편지 - 참새 이야기 | 운제 | 2020.06.11 | 898 |
802 | [용기충전소] 일상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 | 김글리 | 2020.06.12 | 897 |
801 |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벨리 댄스에 가장 적합한 몸은…? [2] | 알로하 | 2020.06.14 | 6105 |
800 | [월요편지 12] 더럽게 힘든 인간관계, 조금 덜 힘들 수는 없을까? | 습관의 완성 | 2020.06.14 | 1199 |
799 | [화요편지] 화폐중독 치유 솔루션 | 아난다 | 2020.06.15 | 900 |
798 | 조이스와 수영의 6월 16일 | 장재용 | 2020.06.16 | 1169 |
797 | 목요편지 - 음악이야기 [1] | 운제 | 2020.06.18 | 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