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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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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3일 23시 5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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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인간처럼 사회를 구성하여 생활한다. 그들의 삶 속에는 공동체를 위한 규칙과 헌신이 있다.

산방의 외부 밤 기온이 영하 13℃ 가까이 내려가는 날이 근 열흘 지속되었습니다. 올해 가장 큰 수익을 안겨준 농사인 토종벌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그들을 수시로 유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련해준 사각형의 나무통 속에 집을 짓고 그 속에 겨울을 나기 위한 식량으로 꿀을 저장합니다. 벌들은 주로 벌통의 가장 아랫부분 빈 공간에 모여서 겨울 추위를 견딥니다. 벌들의 배설물이 쌓이는 벌통의 바닥은 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배설물이 출입구 근처에 수북이 쌓이면 나는 바닥을 빼서 한 번씩 털고 청소를 해줍니다.

 

벌통의 바닥을 빼고 안을 들여다보면 벌들은 서로의 몸을 켜켜이 붙들고 신기할 만큼 정확하게 동시에 날개를 떱니다. 서로의 체온을 높여 벌통 안의 공기를 데우는 것입니다. 또 오늘처럼 두 시쯤의 낮 기온이 제법 따스한 날이 되면 벌들은 단체로 나와서 벌통 주변을 비행합니다. 이때 그들은 늙거나 추위를 견디지 못해서 죽은 외곽 쪽의 동료 시체를 집밖으로 치우기도 하고, 모처럼 바깥에 나와 배설도 하며 햇빛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잠시라도 데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모두 잠시 흩어졌다가 모이게 되니 안쪽에 있었던 벌과 바깥쪽에 있었던 벌들이 그 자리를 바꾸어 끝나지 않은 추위의 고통을 고루 나눕니다.

 

며칠 겨울답게 춥더니 이제 좀 나아졌습니다. 어릴 적 잘 맞았던 삼한사온의 겨울 기온은 확실히 실종되었습니다. 한번 추우면 지독하게 오래 춥고, 회복되면 평년 기온을 웃도는 날씨가 지속되는 현상을 반복하기 일쑤입니다. 얼마 전 세계 정상들이 절박한 기후 문제를 논의하는 기후협약 회의가 있었지만, 역시 편리와 성장 추구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문명은 가열되고 있는 비이커 속의 개구리 증후군을 깨트리지 못했습니다.

 

겨울 속의 벌통은 당연 벌집 안쪽이 따뜻할 것입니다. 어느 벌이라고 그 안쪽을 차지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어느 벌이라고 날지도 않을 헛날개짓을 하고 싶겠습니까? 어느 벌이라고 여전히 추운 기온에 밖을 비행하며 배설을 하고 집안의 노폐물을 청소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벌들은 기꺼이 외곽의 자리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공동체를 위한 헛날개짓을 수행하며, 서로를 위한 공간이 쾌적해질 수 있도록 추운 비행을 감행합니다.

 

우리가 벌레라고 부르는 생명이 지구에 등장한 것은 대략 4억년 전입니다. 인류 생존의 100배를 넘는 시간 동안 삶을 잇고 있는 그들입니다. 그들은 반복되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건넜습니다. 그들이 개구리 증후군을 깨트리지 못하는 종의 역사에게 무언가 묻고 있는 듯 합니다.

IP *.229.20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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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9.12.27 10:41:59 *.8.184.167
산방에 가고 싶다. 그곳을 생각하면 넉넉한 기분이 된다. 사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가면 좋을 것이 별로 없는데 그곳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은 우리들 마음에도 항상 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대의 꿈과 우리도 함께 머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원하고 싶은가 보다. 새해에도 벌들이 그대 고단한 생활에 짭짤한 수익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벌들아, 우리 친구를 도와주고 사랑하고 깨우쳐주어 무지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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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운
2009.12.27 13:11:08 *.67.223.154
백곰처럼 편히쉬며 달콤한 음식을 많이 먹어버린....
 긴 성탄절 휴가를  그대는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시장에 나온 육각형의 벌집과 향기나는 밀초외에는 
벌에 대해서 잘 알지못하는 내게
벌의 생태와 사회적 관계를 알려주는 그대의 글은 참 흥미진진해요.

난 어제 강물을 따라 걷다가 애기 물오리 두마리가 함께 가다가
둘이서 쫑~ 하는 소리를 내더니 물속으로 쑝~ 사라지는 걸 봤어요.
참 예쁘구나~ 생각하며 보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놈이 올라오지 않더군요.

혼자 남은 자그마한 물오리가 저만치 가다가 쭁쭁쭁~ 하며 짝을  기다리다가,
몇번 더 쫑쭁쭁 불러도 올라오지 않으니까....
처음 헤어지던 그 자리까지 되돌아 오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찾지못하고 혼자서 저만치 떠내려가더군요.

한참을 애태우며 보고있던 나는 도대체 물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 순간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나는 왜이렇게 알지못하는게 많고, 또 알고 싶은것이 많은건지...

고요한 산책 길에 생각거리만 잔뜩 안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되돌아왔어요.
날은 매우 추웠고 강가에는 사람의 자취도 드물어 더욱 눈에 밟히던 작은 물오리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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