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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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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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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1일 01시 30분 등록

IMG_0477.jpg

이 숲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나의 고물트럭은 산방과 마을 사이 오르막 길에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 있습니다. 차마저 오갈 수 없으니 이제 완벽하게 오두막에 갇혔습니다. 세상과 단절되자 제대로 겨울을 맞은 느낌입니다. 일년에 한두 번 이렇게 갇히는 시간이면 나와 마주하기에 더 없이 좋습니다. 그래서 갇힌 것을 즐거워하며 고요히 한 해를 넘기려 합니다.

 

장작불을 지펴놓고 눈 덮인 숲을 잠시 거닐었습니다. 숲의 모든 생명들도 한 해를 넘기는 고요에 젖어있습니다. 층층나무 군락에 잠시 머뭅니다. 간벌의 혜택으로 더 넓은 하늘을 얻은 십 년생 층층나무는 참 좋아 보입니다. 바로 옆 비슷한 나이의 산뽕나무는 타고 오르는 칡덩굴에 힘겨운 한 해를 보낸 것이 역력했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숲의 나무 모두는 그 삶이 어떻든 한 켜 더 쌓은 나이테 속에 자신들의 모색과 성장 혹은 위축의 흔적을 고스란히 새겨놓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한 해가 그러했듯 숲 속 나무 모두의 한 해도 요동의 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어떤 나무에게는 눈부신 성장의 시간이었을 것이고, 다른 어떤 나무에게는 상처의 시간이 길게 자리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 우리들 중 누군가는 올 한 해가 좋았을 테고, 다른 누군가는 아픈 시간이 길었을지 모릅니다. 기축년 이 한 해. 그대 삶은 어떠셨는지요?

 

살다보면 눈부신 아름다움이 깃들어 살아있음이 온전히 축복인 때가 있습니다. 반면 갇히는 시간도 있고, 치이는 시간도 있는 것이 삶입니다. 그런 시간들이 모여 삶이 된다는 것을 삶의 절반을 넘기고 나니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갇혀도 갇히지 않는 법을 터득해 갈 수 있고, 치여도 치이지 않는 지혜를 깨우쳐 가게 됩니다.

 

혹여 올 한 해 그대 삶에도 폭설에 갇힌 시간과도 같은 때가 있었다면 이제 해를 넘기며 그 시간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지나온 시간인 역사는 우리가 겪은 모든 불행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태양은 그 역사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모든 생명에게 해넘이가 있고, 새로운 해맞이가 있는 이유가 거기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 해 동안 통증이 컸던 나무라 할지라도, 이 숲에 살고 있는 모든 나무들은 태양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는 어느 순간 겪지 않은 새로운 날들을 노래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길바닥에 갇힌 나의 고물트럭도 눈이 녹으면 다시 나를 태우고 이곳을 오르내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날은 그렇게 다가올 것입니다.

IP *.229.20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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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
2009.12.31 15:41:34 *.155.7.112
한장의 엽서 같은 사진이네요.
올한해 많은 일들과 깨달음이 있으셨을것 같아요.
점점더 성장하시고 중심을 잡아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좋네요..
2010년엔 더 많은 감사와 지혜, 평화 있으시길 바랍니다.
여기다 새해인사 남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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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12.31 18:40:00 *.229.250.107
은현씨~
고마워요.
은현씨도 올 한 해 좋았죠?
내년에는 더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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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9.12.31 16:41:47 *.22.88.201
딴 데 다 오는 눈, 부산은 안 온다네... 여기도 많이 쌀쌀한데 거긴 더하겠네?

2009년. 극과 극을 넘나드는 감정상의 변화를 겪으며 보냈는데, 마지막 날인
오늘이 즐거워서  올 한해가 다 즐겁게 느껴진다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기 마련인데 너무 팍팍하게 살았던 것 같아. 내년에는
좀 더 나를 놓아 기를 생각이라네. 특별히 일에 관한 강박관념에서...

건강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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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12.31 18:43:10 *.229.250.107
형산~
눈이 안오면 난 물을 먹을 수 없어. 눈은 꼭 와야 해.^^
날이 춥다지만, 장작불로 데운 구들장 맛은 예술이라네.

올 한해 내면이 요동쳤다면 그건 좋은 일이 틀림없네.
내년에는 거기서 생긴 파장을 에너지로 잘 모아쓰시겠구먼.

한 해 동안 격려해주고 마음 나눠주어 고맙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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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6:44:46 *.96.12.130
형~ 덕분에 지난 한 해 자연이 더 그리워졌어요. 내년에는 그리워만 말고 한발 다가서는 시간을 갖을게요. 한해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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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12.31 18:45:21 *.229.250.107
종윤~
올해 아이를 얻었으니 생애 최고의 해였지?
다시 축하해.

늘 곁에 있는 느낌으로 좋은 글을 읽게 해줘서 고맙고,
새해 소망하는 일 모두 이루기를 기원한다.
수고 많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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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나무처럼
2010.01.04 20:38:17 *.126.97.139
송년인사에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여기는 눈이 많이 왔는데 산장에는 별고 없으신지..

한해동안 글을 대하면서 즐거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고 올해에도 또한 더욱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뵙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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