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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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으로 도약한 인물들을 좋아합니다. 비범한 인물에게 감정이입해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고, 이들에게 뭔가 배우는 건 황홀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을 오스트레일라의 총리를 역임한 로버트 멘지스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특혜는 불멸의 인물을 만나고, 알고, 또 그와 얘기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그와 동시대를 살면서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작품을 보는 것도 위대한 일이고 또 가슴 따뜻해지는 일이다.”
이 말은 멘지스 전 총리가 윈스턴 처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 처칠은 20세기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만약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100페이지로 요약한다면 그는 당당히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엄청난 인물인 만큼 지금까지 출간된 그의 전기는 600종이 넘고 대부분 두껍습니다. 그의 전기 중에는 영국에서 가장 긴 전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총 8권 분량에 9,000페이지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전이나 전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같은 사건이나 사실을 놓고도 평가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처칠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고, 처칠을 좋게 보는 사람들은 그의 밝은 면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는 “전기에서 말하는 사실은 한 번 발견되면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과학적 사실과는 다르다. 그것은 통념의 변화에 따라 바뀌고, 또 세월이 흐르면 통념도 바뀐다”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한 사람에 대한 전기는 그의 사후에 출간되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미완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제가 처칠이라는 인물을 알기 위해 그레첸 루빈의 <처칠을 읽는 40가지 방법>을 가장 먼저 읽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기존의 처칠 전기나 평전과는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 인물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중요한 40개의 키워드와 질문으로 처칠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중요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방식입니다. 저자는 이런 접근법을 ‘다각적 접근법’이자 ‘단편 분리법’이라 부르면서 “엄청난 분량의 자료에서 정수(精髓)를 선별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처칠의 삶에서 ‘본질적 핵심을 추출해내기 위해’ 뽑은 40개의 키워드와 질문 중 몇 개를 꼽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는 영웅이었나?” “어떤 점에서 비판받았나?” “알코올중독자?” “그는 어떻게 죽었는가?”
“처칠의 최상의 순간” “그의 최대 장점” “약점” “그가 품은 신화”
<처칠을 읽는 40가지 방법>은 처칠에 대해 찬양하기 보다는 그에 관한 여러 서적에서 뽑아낸 상반된 시각, 즉 처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둘 다를 균형 있게 제시합니다. 이런 방식은 보다 객관적인 처칠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이 책 한 권을 통해 처칠에 관한 여러 책을 읽는 효과를 가져 옵니다. 그는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전기를 통해 처칠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선물하고자 했다. 수많은 전기 저작물과 대조적 관점으로 저술된 전기 십수 권을 통독해야 하는 노력을 이 책이 대신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처칠을 읽는 40가지 방법>은 이러한 목적에 충실했고, 이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처칠을 직접 만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를 사숙(私淑) 할 수 있어 기쁩니다.
* 오늘 소개한 책 : 그레첸 루빈 저, 윤동구 역, 처칠을 읽는 40가지 방법, 고즈윈,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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