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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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몇 세기에 살고 있니?
- 문명과 수학을 읽고 난 후 수학에 대한 나의 생각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기억나는 장면 하나가 있다. 그당시 우리집은 방이 2개 거실이 하나였는데, 방과 방사이에 어린 아이가 기댈 수 있을 만한 면적의 벽이 있었다. 나는 그 벽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벌을 받으면서 졸았던 기억이 있다. 기억에 의하면 벌을 받은 이유는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고, 졸았던 이유는 내가 초저녁 잠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 후 엄마는 기대를 하셨다. 수학을 잘하는 작은 딸이 대견하기도 하고, 계속 100점을 받아오길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 기대는 바로 다음해에 무너졌다. 3학년 때 말이다. 실망한 엄마는 딸에게 왜 실수를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벽 앞에 앉아 사색의 시간을 준 것 같다. 하지만 딸은 그것이 벌을 받는 건지, 생각할 시간을 준 건지에 대한 인식 없이 쏟아지는 졸음을 못이기고 꾸벅꾸벅 졸았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바빌로니아 시대를 살았다. 수를 배웠고, 셈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잘 살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 되서는 실수를 했던 것이다. 지금 초등학생들도 수를 배우고, 셈을 한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 전까지 자연수의 덧셈, 뺄셈이 수학 내용의 주를 이룬다. 우리가 초등학교 수학을 배우면 아주 오래전 시대 사람들이 발견하고, 실생활에 필요했던 수학의 내용을 알게 된다. 피타고라스 학파와 탈레스가 발견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중학교다. 유클리드의 <원론>에 있는 내용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걸쳐 배우게 된다. 모두 기원전이다. 우리가 배우는 수학의 내용은 기원전에 발견됐고, 발견된 후로 인류에게 계속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다. 확률과 통계는 17세기 이후에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중학생이 되어 확률과 통계 부분을 배우면 우린 17세기 수학을 배운 셈이다. 기원전과 17세기는 너무 멀다. 그 사이에 다른 분야가 발달했다. 새로운 수가 발견되고, 2차 방정식, 3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고, 4차 방정식까지 해를 구한 다음 5차 방정식의 해가 없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그리고 도형에 있어서도 새로운 개념들이 생긴다. 우리는 이 내용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걸쳐 배운다.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한 친구들은 후에 발전한 수학을 더 배우게 된다. 대학에서 수학을 배우면 20세기, 21세기에 발견되고 발전한 수학 내용을 접하게 된다.
몇 세기에 살고 있는가? 몇 세기에 살고 싶은가? 나는 원시시대, 로마,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의 수학 내용을 훑은 정도이다. 그래서 20세기 쯤 살고 있는 것 같다. 석사, 박사 공부를 할 때 수학 전공을 선택하면 21세기에 살게 될 것 같다. 꼭 그래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19세기 또는 17세기에 머물지 않고 20세기까지의 수학이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 나를 뿌듯하게 한다.
어떤 나라도, 어떤 시대도, 어떤 사람도, 어떤 아이도 아닌 지식이 승리하리
수를 위해서는 아이에게 처음부터 연설 부분을 가르쳐라.
수는 최고와 최저 사이의 차이가 너무도 심해
셈하는 기술이 없는 사람은 짐승이나 다름없게 된다.
가장 짐승 같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아니 더 멍청한 짓은
인간이 인간에게 적합한 오로지 하나의 기술만 원한다는 점이다.
다른 생명체들이 많은 일에서 인간을 밀어냈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수를 세는 것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생명체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셈하기를 인간과 짐승 간의 차이로 본다면
어서 셈하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여기 그 방법이 나와 있다.
군인이 되길 원하는가, 공무원을 꿈꾸는가
궁정이나 시골에서 살고 싶은가, 선거에 나갈 생각인가
물리학이나 철학, 법률을 공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명심하라. 이 능력이 없다면 절대 칭찬받을 수 없으리니.
천문학이나 기하학,
우주론, 지질학, 기타 여러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감리로운 음악까지도, 모든 것이 이 능력 없이는
경지에 다다를 수 없으니,
회계 감사관도 될 수 없고 참된 조사도 불가하고
수가 없다면 상식적인 판단도 불가능할 것.
하지만 상인이 되려 한다면 이 책을 뮤즈로 삼아야 마땅할 일
정확히 내게 맞는 규칙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에
수공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이
일에도 도움을 주고 마음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리.
양치기가 아닌 한 수의 도움도 받지 않고 맡은 일을 해낸다는 것은
너무도 고달픈 일.
수에 모든 유익이 있으니
수가 인간에게 어떻게 유용한지는
도저히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내 능력에서 벗어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수를 다루지 못했다면 인간은 그저 돌멩이에 불과했을 것.
토마스 힐스, <초보 산술>
토마스 힐스가 <초보 산술>에서 ‘수를 다루지 못하면 인간은 그저 돌멩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성립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적어도 19세기까지의 수학 내용은 잘 이해하고 20세기 수학은 어떤 내용이 있는지 21세기 수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살면 좋을 것 같다. 수학은 모든 분야에 녹아있다. 본질을 알면 삶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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