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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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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6일 00시 43분 등록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하버드대학에 다니던 스무 살 때 미국의 사상가인 랠프 왈도 에머슨을 처음 만났습니다. 둘은 14살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로우는 자신의 아마추어 수준의 자작시를 읽었고, 에머슨은 다른 이들은 보지 못했던 소로우의 재능을 간파했습니다. 

소로우는 에머슨과 만나기 직전 그의 첫 책인 <자연>을 읽으면서 ‘어떻게 표현할지 갈팡질팡하던 내적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에머슨과의 만남은 특별했습니다. 소로우는 에머슨의 따뜻하고 당당한 인품과 자신의 혼란스러운 문제들을 풀어주는 지성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에머슨과의 첫 만남 이후 <자연>을 반복해 읽으며 에머슨의 사상에 빠져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로우의 말과 행동은 점점 에머슨을 닮아갔습니다. 두 사람의 지인들은
“소로우가 에머슨의 목소리나 표정뿐 아니라 외모마저도 ‘무의식적’으로 따르려 한다”는 점을 알았고, 소로우의 하버드대학 동기생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콩코드의 에머슨 씨의 서재에서 우연히 소로우를 만나게 되었다. 학교를 떠난 후로는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 그의 태도, 목소리의 어조, 표현 방식 따위가 두드러지게 달라져 있었다. 특히 천천히 말하며 더듬는 모습이 에머슨 씨를 아주 닮아 있었다. 대학 시절 소로우의 목소리에는 에머슨 씨와 닮은 점이 전혀 없었다. (...) 두 사람이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눌 때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보았는데, 누가 말하고 있는지 확실히 분간할 수가 없었다.” 

둘의 인연은 소로우가 세상을 뜰 때까지 25년간 이어졌습니다. 긴 시간만큼 소로우와 에머슨의 관계는 복잡하고 특별했습니다. 특히 에머슨은 소로우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로우에게 일기를 쓰도록 권하고, 일기를 통해 책을 집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무명의 소로우를 유명한 여러 잡지의 편집자에게 추천하고, 그런 잡지에 글을 기고하도록 격려해준 사람도 에머슨이고, 자연에 대한 글을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그입니다. 그래서 <소로우와 에머슨의 대화>의 저자인 하몬 스미스는
“랠프 왈도 에머슨의 지원이 없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오늘날같이 미국의 위대한 문학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에머슨은 28세의 소로우가 월든 숲으로 이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었습니다. 에머슨이 아니었다면 소로우는 ‘삶의 실험’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월든>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에머슨은 자신의 유언장을 고쳐 소로우의 오두막이 있는 땅을 그에게 물려주기도 했습니다.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처음 8개월 동안 쓴 생활비가 13달러 34센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그 중 10달러는 에머슨이 빌려준 돈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에머슨은 돈에 관심이 없는 소로우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여러 번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하몬 스미스는 소로우의 20대에 대해
“지난 십년간 헨리의 삶을 유지해준 건 에머슨이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에머슨은 소로우의 스승이자 후견인이었습니다. 

제자는 스승에게 물듭니다. 옷감에 물이 들면 잘 빠지지 않는 것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연히 만났으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이가 됐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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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하몬 스미지 저, 서보명 역, 소로우와 에머슨의 대화, 이레, 2005년

* <소로우와 에머슨의 대화>에서 하몬 스미스는 에머슨과 소로우 중 어느 한 편이 아닌 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로우와 에머슨이 각각 남긴 방대한 분량의 일기와 편지, 그리고 지인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둘의 관계를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그려낸 점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소로우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헨리 솔트가 쓴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IP *.49.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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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친구
2010.01.26 21:34:19 *.180.96.4
오랫만이예요. ^^ 그리고 오랫만에 올라오는 글이 정말 반갑네요.
저는 요즘도 약속한 시간이 되면 책상앞에 잘 앉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강의를 듣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지만요.  원래 1월까지 문자넣어야하는 걸로 알지만, 알아서 잘하고 있어서 연락 안했습니다. 괜찮죠?  계획하고 약속한 일은 잘 지키는게 제 강점이거든요. ㅋㅋ
참,
승완님이 좋은 책 이야기에 소개한 '학문의 즐거움'을 읽었는데 저도 참 공감을 많이하고 저에게도 이 책이 앞으로 인생동안 몇 번을 더 펼쳐볼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승완님도 우연한 만났으나 저에게 참 좋은 영향을 끼치는 한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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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1.27 23:16:06 *.49.201.129
친구 님, 꾸준히 열심히 가고 계시다니 기뻐요.
친구 님의 첫 책을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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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1.29 07:21:37 *.67.223.154
에머슨의 생각도  시대를 많이 앞서갔지요.
에머슨 같은 스승을 발견한 소로우 같은 승완씨도
복이 참 많습니다.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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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1.30 20:58:51 *.49.201.129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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