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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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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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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9일 07시 29분 등록

작년 5월 어머니는 혈압 수치가 갑자기 200 이상으로 솟구쳐서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9월의 어느 날 같은 증상으로 다시 응급실에 왔고, 2주일 전에는 같은 일로 입원을 했습니다. 그 동안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했지만 고혈압의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담당 의사는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며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를 들으면서 안도감과 걱정이 교차했습니다. 어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혈압이 낮은 편이어서 저혈압을 조심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점은 있지만 고혈압은 다른 사람이야기였습니다. 더욱이 세 번 모두 별일 없이 갑자기 혈압이 높아졌고, 당시에 어머니가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공통점이라곤 저녁에 혼자 집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는 점뿐입니다. 어머니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며칠 동안 무엇이 원인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난 십여 년간 어머니가 보낸 시절을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 마음에 쌓였을 어려움과 상처들의 응어리를 생각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내내 참으며 애써 견뎠을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예전에 비해 상황이 좋아졌기에 어머니의 상처도 치유된 줄 알았습니다. 쉬운 생각이었습니다. 그 시간과 그 많은 일들은 자연스레 치유될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나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나의 후회와 반성, 어머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면서 읽은 이윤기 선생님의 산문집 <내려올 때 보았네>입니다. 이 책에서 이윤기 선생님은 “우리 삶에서 어떤 진실이 ‘무심코’ 발화되고, 이것이 이야기의 형식으로 끊임없이 변주되면서 전승되는 어떤 현상에 주목한다. 어떤 진실을 ‘무심코’ 발설하는 일은 무의식의 몫이다”라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나는 ‘유심’의 세계, 곧 의식의 세계를 주목한다. 그러나 ‘무심’의 세계, 곧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으려고 애쓴다. 두 세계를 아울러 주목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의 전모에 더 다가서려는 몸짓일 터이기 때문이다.”

 

퇴원하여 집에 있는 어머니를 아내와 함께 찾았습니다. 주저주저하다가 말을 꺼냈습니다. 어머니 마음에 응어리가 많은 것 같다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이제 어쩔 수 없어서 몸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마음의 응어리를 풀라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말이 너무 쉬운 말로 들리지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철없이 말하고 행동해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어머니 입에서 한숨과 함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 봐. 그동안 별의별 일 다 견디고, 참자 참자하면서 왔는데,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진지하게 나눈 적 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늦게 알았지만 우리 자식들도 그거 알아요. 어머니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 가족도 없을 거에요. 어머니는 정말이지 최선을 다하셨어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 어머니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었습니다.

 

돌아보면 어머니는 엄청난 의지로 버텨왔습니다. 자식들이 자리 잡고, 조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막내인 내가 결혼하면서 팽팽했던 긴장이 풀렸던 것 같습니다. 그 틈으로 억제해온 것들이 문턱을 넘어 왔고, 무의식 속 아우성을 의식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자 몸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머니는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 상담을 시작했고, 나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작이 늦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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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저, 내려올 때 보았네, 비채, 2007년 10월

 

* 안내 : 1인 지식기업가로의 실행프로그램 ‘1만스쿨’ 소개

<1인 회사>의 저자 수희향이 “1만스쿨, 2013년 2월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1만 스쿨은 1인 지식기업가로의 실행 프로그램입니다. 실행위주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3인 소수정예"로 진행되며,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독립생활자의 삶’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443626

http://cafe.daum.net/CoreMarket (다음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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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 : ‘크리에이티브 살롱9’ 목요 아카데미 2월 강좌 소개

<크리에이티브 사롱 9>에서 인문학을 만나는 목요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월 강좌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숙명여자대학교 권성우 교수가 진행합니다. 커리큘럼과 참가자 모집 등 자세한 내용은 여기 혹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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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34.1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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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08:14:51 *.216.38.13

승완아.

요즘 너가 좀 의기소침해 있는 것 같아 무슨일인가 했는데..

나 또한,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부모님에게도 다가가기가 쉽지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란다..

힘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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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09:42:15 *.34.180.245

재엽 형, 고마워요.

좋은 날 소주 한 잔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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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0:18:30 *.242.48.3

서울 올라오면 연락해. 소주 한 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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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8:12:56 *.34.180.245

그러자.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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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2:19:33 *.46.178.46

홍쌤, 힘내세요.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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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8:13:51 *.34.180.245

대수씨 고마워요.

연구원 레이스 준비 때문에 바쁘겠네요.

단군 정신으로 임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에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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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23:38:42 *.37.122.77

승완선배. 많이 힘들었겠다.

부모님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쉽지는 않은데

용기내는 모습에 뭉클하기도 하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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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09:42:47 *.85.16.82

화이팅.

막내만이 할수 있는 막내만이 바라보는 공감하는 그런 부분.

애잔하고 슬프기도 다행스럽다라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저도 매년 겪어오는 일인지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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