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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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토록 달아나고 싶고, 회의하던 것들로부터 나와 내 삶이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모든 아쉬움들은 그제야 비로소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바로 잘나지 않은 내 가족과 친구들, 무엇보다 늘 부끄럽게 여기던 내 자신까지, 바로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수많은 것들이 내게 건넨 힘과 그들과 함께했던 세월 덕택이었습니다. 비록 조금 뒤늦긴 했지만, 이제 내겐 이 화려한 유산을 마음껏 쓰는 일만 남았습니다.”
- 이 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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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드세요? 자신의 타고난 기질은요? 부모님은요? 인생은 흔히 선택이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인생의 많은 부분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게다가 그 조건들이란 별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기 쉽습니다. 국적, 출생 시기 및 순위, 성별, 부모형제, 집안환경, 재능, 기질, 외모 등등. 어느 것 하나 선택은 커녕 선택에 영향을 미칠 작은 틈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주어진 것뿐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를 골라서 태어날 수 있었다면 과연 지금의 조건들을 골랐을까요?
삶은 참 불공평합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데다가 마음에도 들지 않는 것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삶은 공평합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과 살아가야 하는 기본조건은 어느 누구 하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불공평한 공평함 앞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삶에서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평 속에 살아가느냐 아니면 이를 적극 받아들이고 껴안고 살아가느냐 둘 중의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이것이 너냐?’라는 물음 앞에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아닙니다. 이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부정해왔습니다. 자기배반의 역사를 살아온 것입니다. 그러다 뒤늦게서야 ‘결국 이것이 나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겨누었던 총뿌리를 내리고 비로소 자신을 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놀랍게도 내 안에 있었지만 발휘되지 못했던 위대한 유산들과 진정한 삶의 동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삶의 성장과 행복은 얼마나 더 좋은 조건을 타고났느냐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얼마나 기꺼이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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