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문요한
  • 조회 수 2793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0년 2월 10일 09시 47분 등록

“영혼이 고독한 인간은 늘 배고프다. 공허가 그의 식량이기에.”

 
- 레온 드 빈터의 <호프만의 허기> 중에서 -
--------------------------------------------------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괜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닫거나, 뭔가 먹을 것을 꼭 먹어야 마음이 놓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느끼는 허기를 자세히 보면 사실 신체적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지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정신적 허기와 신체적 허기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학자 로저 굴드는 뱃속에는 보이는 위장 말고, 보이지 않는 ‘유령위장’이 있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 유령위장은 음식물이 비어있을 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외롭거나, 화가 나거나, 불안하거나, 절망스러울 때와 같이 정서적으로 흔들릴 때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반대로 누군가와 아주 가깝게 느껴지거나, 마음을 열고 화해했거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겨진다면 정신적 허기는 물론 신체적인 허기까지도 잘 느끼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보면 사람은 오장육부가 아니라 놀부처럼 오장칠부인 셈입니다.

 

 

아이가 가장 행복해보일 때가 언제일까요? 그렇습니다. 배불리 엄마 젖을 먹고 잠 들었을 때의 모습일 것입니다. 아이에게 포만감과 따뜻한 보살핌은 하나인 셈입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생애최초로 경험하는 절망은 젖을 떼이는 것입니다. 그 상처가 너무 깊다면 박탈당한 젖을 되찾으려는 투쟁이 삶의 전기간 반복될 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신체적 포만감과 정신적 보살핌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성인이 된 우리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흔히 음식을 먹음으로써 달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음식으로 채운 포만감이 정신적 허기를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이며, 애초 허기진 이유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외면해버리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히딩크의 말처럼 배고픔은 하나의 은유입니다. 배고픔은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 욕구, 필요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배고픔이 무엇에서 기인한지를 들여다보고 필요한 것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무작정 음식을 채워넣을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면 친밀감을, 존재의 결핍이라면 자기를 채워 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체적 허기가 음식을 더욱 맛있게 해주듯이, 정신적 허기도 우리가 잘 알아차린다면 삶을 더욱 맛나게 해주지 않을까요?    
    

 

 

 

- 2010. 2. 10.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62호-




link.jpg

IP *.131.5.204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나무처럼
2010.02.10 14:01:53 *.190.122.223
요즘들어 식욕이 넘쳐나는 것은 정신적인 허기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프로필 이미지
깨어있는마음
2010.02.11 08:00:12 *.236.70.202
전 요즘 안 먹어도 배부르던데..
마음이 불러선가요?   ^^
1,000페이지가 넘는 서양철학사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옵니다.   emoticon
프로필 이미지
2010.02.15 11:49:33 *.67.223.154
밥에서 자유로워 지고 싶어서
음식을 끊어보았더니
모든 음식에 대한 사랑만 늘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위령위장은 마치 주인의 처분만 기다린다는 듯
잠시 투명위장으로 변해있었나 봅니다. 

내 친구들의 위령위장을  좀 돌봐주어야 겠군요.  감사해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6 목요편지 - 엘리어트와 조영남 [1] 운제 2020.04.02 903
855 [용기충전소] 여행산책, 어떠세요? [2] 김글리 2020.04.03 823
854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Just shake your booty file [2] 알로하 2020.04.05 1205
853 [월요편지3] 나이 때문에 멈칫 하는 당신에게 file [2] 습관의 완성 2020.04.05 1034
852 [화요편지] 100% 실패?! file 아난다 2020.04.07 2472
851 월급쟁이 마음사전 장재용 2020.04.07 942
850 목요편지 - 꽃비 운제 2020.04.09 916
849 [용기충전소] 넘어져도 괜찮을 기술 [4] 김글리 2020.04.09 1033
848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삼바의 여인이 되어… file 알로하 2020.04.12 1129
847 [월요편지 4] 더 잘하고 싶어서 버티는 마음 file 습관의 완성 2020.04.12 1082
846 [화요편지]사부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file 아난다 2020.04.14 1080
845 목요편지 - 말의 품격과 유머 운제 2020.04.16 821
844 [용기충전소] 모난 돌이라면 김글리 2020.04.16 897
843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벨리댄스와의 첫 만남 file 알로하 2020.04.19 1434
842 [월요편지5]당신이 습관에 실패하는 결정적 이유 file 습관의 완성 2020.04.19 3506
841 [화요편지]비로소 진짜 탐험이 시작되었다. file 아난다 2020.04.20 1150
840 월급쟁이의 자식 장재용 2020.04.21 984
839 목요편지 - 건배사 운제 2020.04.23 2324
838 [용기충전소] 용기가 필요한 순간 김글리 2020.04.24 1068
837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출 수 있는 춤 file 알로하 2020.04.26 1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