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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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에 사흘 꼬박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이 당겨진 것인지 아니면 겨울이 짧아진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이번 비는 꼭 곡우(穀雨) 날 내리면 좋을 비의 포근함을 닮았습니다. 박무에 싸여 지워진 먼 마을 풍경 속에서 부지런한 불빛 몇 점 흔들립니다. 그리운 것들 그리워하기에 좋은 날입니다.
산마늘을 가져다 심어놓은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산마늘의 새싹을 그리워했습니다. 녀석들의 변화가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그들 근처를 서성였습니다. 이 놈 그리움에 화답이라도 하듯, 세 개의 작은 화분에 심어 주방 언저리에 둔 녀석들은 어느새 그 잎을 10cm 가까이나 키웠습니다. 하지만 앞마당 배롱나무 아래 심어 둔 녀석들은 며칠째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흘간 비를 맞고 나자 그들도 연두색 새 촉을 삐죽 땅 위로 뽑아 올렸습니다. 그들 모습이 참 예쁘고 대견합니다.
옮겨와 심은 첫날은 녀석들 새 촉이 언제 나올 지가 궁금하더니 새 촉을 틔우자 곧 언제 윤기 흐르는 너른 잎으로 변할 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드디어 너른 잎이 되기 위한 완벽한 준비를 끝내자 벌써 그들의 꽃은 언제 피어날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그립다 하여 모든 것을 당장 품고 살 수는 없는 것이 자연의 법칙. 산마늘은 대략 5년을 살고 나야 첫 꽃을 피웁니다. 산마늘의 씨앗이 처음으로 싹을 틔우고 무려 다섯 번의 모진 추위를 무사히 견뎌내야 제 첫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들이 벌을 부르고 나비를 이웃하기 까지, 그렇게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거지반의 인생을 살고 나니 사람도 생명이어서 자연의 법칙과 나란히 걸어갈 때 그 삶이 온전한 자기다움과 거스름 없는 자기성장으로 충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생명 모두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관계 속을 헤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조물주의 뜻이 거기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빚어지는 그 망라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생명과 만물을 관통하는 우주의 질서입니다. 하지만 그 복잡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모든 생명은 자기 촉진의 능력을 지니도록 또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때를 기다려 변혁을 준비한 생명만이 어느 순간 마술처럼 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이 올 때 그를 억제하던 관계와 존재는 모두 걷히고 비로소 마술 같은 변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모든 변혁은 국면의 전환을 수반합니다. 산마늘도 씨앗의 껍질을 벗고 나서야 뿌리가 생기고 첫 잎을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삶은 씨앗의 껍질을 버리는 전환을 통해 첫 번째 변혁에 성공합니다. 태양 빛을 모으고 스스로 자립할 양분을 생산하는 것으로 두 번째 국면 전환을 이끌어냅니다. 그런 뒤에도 5년의 추위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첫 꽃을 피우는 국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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