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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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 골목으로 접어들자 그곳에 천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입구에 자리잡은 치킨 집을 시작으로 부대찌개와 매운 쭈꾸미 집이 보이는가 싶더니 횟집과 삼겹살 집이 뒤를 이었습니다. 얼큰하고 매콤한 찌개 냄새가 코를 뻥 뚫는가 싶더니 고소하고 달콤한 기름 냄새가 그 구멍을 타고 뇌로 직행합니다. 혼이 빠질 지경입니다. 그냥 아무 가게나 쳐들어가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 싶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다시 아침, 점심. 고작 다섯 끼를 걸렀을 뿐인데 정신이 몽롱합니다. 몸과 마음이 다 예민해졌습니다. 희미한 냄새도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제법 멀리 앉아 있는 동료의 구수한 커피 냄새가 끈질기게 신경을 자극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온 동료의 옷에 밴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침이 그득하게 고입니다. 아주 죽을 맛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괴롭기만 한 건 아닙니다. 배를 비우니 머리도 덩달아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임혜지의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한몫 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난 번 출판 기념회에 찾아와줬던 어떤 이가 “글과 사람이 다르다.”라고 말해준 것도 충격적이긴 했지만, 꼭 그 때문만도 아닙니다. 뭐라고 할까요? 굳이 따지자면 새해가 오기 전에 몸을 좀 비워두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양력 설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배를 한대 맞은 것처럼 시작했지만 음력 설은 정신을 차리고 맞이하고 싶었다는 편이 어울리겠네요.
조금 굶은 덕분에 조금 얻었습니다. 우선 매번 똑같던 식사가 아주 각별해졌고요. 아내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수고를 잠시나마 덜어줄 수도 있었지요. 하루 반나절 굶고 단박에 3킬로가 빠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이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수확은 ‘세상이 참 먹을만한 것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겁니다. 우습지요?
매번 살을 빼겠다는 공수표를 남발했습니다. 이렇게 뚱뚱한 내 모습은 이번이 마지막이니 잘 봐두라고 너스레를 떨고는 더 살찐 모습으로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래 키곤 했습니다. 살이 쪄서 생긴 이야기들을 우스개 삼아 몇 번의 마음 편지를 쓰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금식과 폭식의 악순환에 빠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고리를 끊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께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그럴듯한 말만 가득한 마음 편지 대신, 실천의 땀냄새가 묻어나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살빼기 도전에 돌입합니다. 열심히 살 빼고, 100일 뒤에 그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이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저의 결심인 동시에 제가 쓰고자 하는 책을 위한 하나의 실험입니다. 재미있는 결과를 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새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여러분의 새해를 힘껏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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