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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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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0일 22시 4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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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이 어떻게 심장을 잃어버리게 되는지 아시는지요? 조금 잔인하기까지 한 그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숲 속에 혼자 사는 나무꾼이 있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 외로웠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었고, 드디어 사랑하는 뭉크킨 아가씨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 아가씨와 같이 살던 게으른 노파는 둘의 결혼이 탐탁치 않았기에 사악한 동쪽 마녀에게 찾아가 둘의 결혼을 막아주면 양 두마리와 소 한마리를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에 동쪽 마녀는 도끼에 마법을 걸어 나무꾼의 한 쪽 다리를 잘라 버립니다. 외다리가 된 나무꾼은 양철공에게 가서 양철로 새 다리를 만들고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결혼하려면 새 집이 필요하니까요. 이에 분노한 마녀는 한 쪽 다리도 마저 잘라버립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무꾼이 포기하지 않자 양 팔도, 머리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몸뚱아리도 두동강 내버립니다. 다행히 유능한(!) 양철공이 양철로 몸통을 만들어주고 팔다리도 붙여주어 목숨은 건졌지만, 끝내 심장을 잃어버린 나무꾼은 뭉크킨 아가씨에 대한 사랑도 잃어버리고 맙니다. 


난데없이 왜 양철 나무꾼 이야기가 떠올랐을까요. 요즘 저는 20대 학생들과 함께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를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각종 디자인 툴과 오피스 프로그램, 수많은 자격증과 시험들, 그렇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 스펙들을 쌓기 위해 오늘 하루도 분주합니다. 아마도 그들의 일상을 디자인하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기업의 인사 담당자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그들과 비교해서 우리는 좀 더 나은 것일까요. 모기업의 과장으로서의 나, 몇 년째 아파트 할부금을 갚고 있는 나, 월급날을 기다리며 스타벅스를 홀짝이는 나,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나, 프라다를 걸치고 샤넬 백을 들고 있는 나. 이렇게 어딘가에 기대야만 내가 될 수 있는 인조 인간 같은 나는 대체 누구일까요. 당신의 심장은 아직 무사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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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2, 2013 *.108.99.188

도윤씨는 참 재주가 많은 사람 같아요.

 

욕망의 소비재를 하나하나 쌓아 놓으면 쓰레기 덤불같이 보이는 착시효과며,

화려하고 자기분열적인 인조인간의 이미지가 참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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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2, 2013 *.178.144.140

"생각된 대로 표현된 진리만큼 궁핍한 것도 없다. 그런 경우 진리를 기록해도 서툰 사진보다 못하다." - 일방통행로


선생님, 칭찬 감사합니다. ^^ 그렇지만 제 생각에 이번 글과 이미지가 너무 작위적인 듯 하여 부끄럽네요. 어떻게 보다 가볍고 경쾌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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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5, 2013 *.169.188.35

수 없는 실패와 넘어짐 속에서 기계와 같이 반응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아프지도 더 이상 슬프지도 반면에 기쁘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에게 심장은 왜 있어야만 존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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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8, 2013 *.202.190.168

너무 훌륭한 화면 구성입니다.

정말 정말 맘에 들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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