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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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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4일 09시 31분 등록

“아주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당신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됩니다. 아이나 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돕게 되더군요. 도울 능력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경험이라는 권위가 생겼으니까요. 그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모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죠.”

 

 

- <나이듦의 기쁨> 중에서, ‘샌디’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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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에는 54세까지는 아주 평온한 삶을 누리던 샌디라는 여성이 나옵니다. 그녀는 54세에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하루 아침에 잃게 되고, 몇년 후 남편마저 폐암으로 떠나 보냅니다. 아들을 잃고 겨우 일어섰다가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던 그녀의 삶도 차츰 회복되어 갑니다. 그것은 결코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순간 타인의 고통에 깊이 귀 기울이고 있고, 예전과 달리 사람들의 심리적 파동에 민감하게 공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상담자가 되어주면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자신을 본 것입니다. 그녀는 그 회복의 과정을 <균형 잡힌 영혼>이라는 특별한 책으로 담아내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 중에는 과거의 상처가 깊거나 정신적 방황을 크게 겪은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상담과정에서는 치료자의 상처와 환자의 상처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상호작용이 치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치유의 윤활유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치료자를 가르켜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크게 아파 본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듯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원천 역시 결국 같은 인간으로서 겪어 온 상처와 고통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상처로부터 다른 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나온다는 것! 이 말은 치유자가 특별한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상처를 계속 타인에게 전가하거나 자신을 가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뜨고 어루만져주게 됩니다. 자신의 상처를 숨겨두지 않고 치유해 나가는 사람들이라면 타인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처주지 않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우리들의 삶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어 서로를 위무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더 나은 관계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 2010. 2. 24.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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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16:28:13 *.67.223.107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과"

작년 여름에 쓰러져 죽은
미루나무 가지들 잘라 지줏대로 삼는다
껴안는구나
상처가 상처를 돌보는구나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과 엮이며 세워져
한 몸으로 일어선다
그렇지 그렇지
푸른 바람이 잎새들을 어루만지는구나

                        -
시집 <적막>에서

어제 돌아오는 길에 하동 동매마을에 살고있는 박남준 시인의 <악양 산방>에 들렀었어요.
구본형 선생님의 책 마흔세살에 인용되었던 "수직의 정신으로 .... 내리 꽂힌 그 삶이..... "
수료여행의 우연을 따른 인연이었지요. 아름다운 분이시더군요.
시인의 시로 답장을 옮겨 쓰니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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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3 11:06:16 *.131.5.204
글과 아주 잘  어울리는 시로군요. 상처가 상처를 돌본다는 말이 가슴을 만지작거리네요. 벌써 수료라니! 한해 동안 참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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