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jeiwai
  • 조회 수 2512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13년 2월 2일 15시 49분 등록

                                                

 나에게 신화란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데 나의 갈 길을 안내해 주는 항해사이며 조종사다.  

물론 그 항해는 외면보다는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영웅의 이야기는 인간의 삶의 축소판이다. 죠셉 캠벨은 <신화와 인생>에서 인간의 인생을 영웅의 여정에 비유했다. “사람마다 짧고 길고의 차이는 있지만, 그 하나 하나는 태어남과 부름과 모험과 역경과 귀환과 노년으로 이루어지는 영웅의 여정인 것이다    

 

신화 속의 주인공은 모험을 감행한다. 제도나 관습, 그리고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누군가 낯선 길이고 위험한 길이니 가지 말라고 해도 기어코 간다. 머물고 떠나는 것이 자유다. 행동에 거침이 없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당연히 자기가 한 행동에 대가를 혹독하게 받는다. 주인공은 여정에서 역경과 좌절, 기쁨, 분노, 슬픔, 쾌락을 경험한다 생사의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신화에는 인간의 감정이 절제되지 않고 분출된다. 사랑과 증오, 믿음과 배신, 폭력, 시기와 질투, 보복, 살인, 강간, 근친상간, 존속살해 등 인간의 야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야만적인 행위로 양심에 가책을 받아 번뇌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보면 제우스의 아들 미노스가 죽은 자를 심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 한 줌의 인정도 없었다. 오직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느냐 만이 (지옥이냐 낙원으로 가느냐) 판정의 기준이었다. “ 섬뜩하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험에는 항상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다.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신도 감명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영웅은 목적지에 다다른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장황하게 영웅의 여정을 설명한 것은 지나온 나의 삶을 신화에 비추어 반추해 보고 앞으로의 내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나는 작년 말에 23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권고 사직을 당했다. 후회 없이 일해 미련은 없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직에 얽매인 것은 사실이다. 미련할 정도로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사장한테 눈도장도 자주 찍고 굽실 거리며 입도 나불거리고 원치 않은 계산적인(?) 인간관계도 했어야하는데 태생적 한계로 그러질 못했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들이 대학에 곧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할 것이니 나와 홀 어머니, 단 둘이다. 지천명이 내년인데 아직은 젊. 그래서 신화 속의 주인공처럼 새로운 인생의 모험을 떠날 예정이다. 솔직히 두렵다. 내 안의 마귀인 가 소리쳤다. “, 그 동안 해왔던 해운과 관련된 일거리나 찾아보지 뭘 글을 쓴다고 발버둥을 치니? 책에서 밥이 나오니 돈이 나오니? “. 나는 마귀를 바닥에 패대기 쳐 죽여 버렸다. 나는 관습과 통념,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 것이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헤매면서 직접 맛(?)도 볼 것이다. 관중으로 앉아 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보다는 무엇이 즐겁고 마음에 드는 일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나무와 꽃을 감상하는 대신에 나무가 꽃의 생리를 이해하고자 할 것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유랑을 하면서 많은 경험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다. 나의 인간 관계는 너무 편협적이었다. 대부분 직장과 집을 쳇바퀴 돌 듯 왔다 갔다 했다.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직장을 벗어난 다른 멋진 삶도 있는데 회사 일에

매몰되어 옆을 둘러보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너무 안주해 버렸다. 이제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일을 함께 하고 그것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그들한테 열린 마음으로 다가

갈 것이고 나 또한 내게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것이다. 

 

운명, 위기, 역경,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과 맞서 싸울 것이다. 내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할 것 이다. 운명을 벗어날

수 없지만 운명의 물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도록 몸부림을 칠 것이다. 40후반의 한창 나이에 실직자 신세로 전락하

고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리는 홀 어머니와 함께 덩그러니 남겨진 내 인생! 어찌 보면 참 신세가 처량해 보인다. 어찌 하

겠는가? 내 운명이요. 내 업보다. 그러나 아직도 내게는 나를 사랑해 주는 어머니가 있다. 두 아들도 내 속을 그렇게 썩

이지 않으니 다행이다. 좌절하지 않고 살다 보면, 어쩌면 운명의 신이 나를 도와 줄지 어찌 알겠는가!

 

앞으로 어떠한 시련이 나를 어떻게 내 숨통을 조일지 모르겠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안팎으로 호되게 당했는데 이제는

운명의 신도 좀 나를 슬슬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신들이 혼을 낼 때 대충 넘어간 적이 있던가? 잔인 무도하

게 인정 사정없이 후려치지 않던가! 자연이 노하면 무자비하게 인간 세상을 작살을 내듯이 말이다. 내게 하루 전에 퇴사

통보하고 다음 날 허겁지겁 짐을 싸고 나올 정도로 괴물은 인정 머리가 없다.  운명의 신을 성내게 하지 않는 것이 급선

무다. 만일 성을 내더라도 같이 대항하지 말고 침착함을 잃지 않을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내면의 신 한테 부탁을 해야겠

. 감정 내키는 대로 대응하다간 회복 불능의 상태로 나를 만들어 버릴 테니까 말이다.

 

신화를 통해서 나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경계한다. 그리고 그 탐욕의 끝은 살인과 지옥 같은 고통뿐이라는 것을. 신화

속의 인물들은 시기와 질투, 분노, 비탄, 권력, 사랑과 증오로 고통스러워 한다. 혼자만 차지 하겠다는 탐욕에 눈이 먼 사

람들이다. 탐욕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친족간의 살해는 기본이고 직계 존속 살해, 부부 살해, 형제, 자매 살해가 판을 친

. 인간의 이성이 마비되고 야수의 본성이 나온다. 2000년이 지나 현재를 사는 시대에도 달라 진 것이 없다. 끝없이 반

복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전쟁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광기를 보라!. 사람을 죽이는 것을 심심풀이 게임으로 생각한

. 일본이 저지른 만행인 난징 대학살의 사료를 보면 어린 아기를 공중에 던져 총 쏘는 연습을 했다고 하니 인간의 잔

혹성은 짐승을 넘어선다.

 

신화는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인생의 문을 나서는 순간 모험이 시작이다. 그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라고 내면의 목소리가 내게 예기한다.  시련과 장애물이 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담대한 용기로 그것을 극복하라고 한다. 자기 한계를 규정짓지 말고 그것을 넘어서라고 주문한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할 때 신은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자신에게 숨겨진 잠재력를 찾아내고 발휘하여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라고 내게 알려 준다. 

 

나는 뱀 띠다. 사악한 면도 있지만 동시에 지혜로운 면도 동시에 갖고 있는 동물이다. 뱀은 허물을 벗는다. 과거의 와 결별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을 맞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신화는 더 이상 입으로 전해오는 민담이 아니다. 허황된 예기도 아니다. 신화의 상징성을 통해 나는 나만의 신화를 써내려 갈 것이다. 지금 나는 신천지를 향해 출항하는 배의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호화 여객선은 이미 출항을 해 출영객은 거의 부두를 떠났다. 나를 위해 마중 나온 사람은 이리 저리 둘러 보아도 없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가 있기 때문이다. 여명이 밝아온다. 나는 머뭇거림 없이 배에 올라탔다. 앵커가 감아 올라가고 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IP *.18.255.253

프로필 이미지
2013.02.04 05:06:07 *.185.21.47

우와~~정말 부지런하신 분인가봐요.

안녕하세요, 최재용님.

저는 오미경입니다. 함께 레이스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__^

과제 하면서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자신의 한계를 뛰어보아요 함께요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해보아요. 

프로필 이미지
2013.02.04 09:30:22 *.62.164.78
퇴직! 제 아버님 이야기였고 이번엔 선배님 이야기이고 머지않아 저의 이야기가 되겠지요. 새로운 항해를 축하드립니다. 저도 옆에서 힘껏 달려보겠습니다~^____^
프로필 이미지
2013.02.04 19:11:07 *.177.81.59

이번 책에서 뱀의 여러 상징을 다시금 보았는데요~

허물을 벗은 뱀의 새로운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허물 얼른 벗고 뛰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02.04 22:03:13 *.58.97.136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쓰셔야 할 분이었네요... 문장이  마음에 들어요.^^  (물론 문장 속에 스며나는 선생님의 신화 이야기도 감동을 주네요)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2013.02.07 15:42:47 *.91.142.58

저도 마흔에 들어서면서 안팍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어요.

마흔 즈음이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인가봐요...

덕분에 많이 깨어지고 낮아진 반면 시야도 좀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이번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새로왔던 건 그리스인들은 뱀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굉장히 좋은 의미더라구요.

새로움, 영원... 또 가정의 수호신의 의미까지

 

마침 올해는 '계사년' 뱀의 해이니

선배님도 뱀처럼 새롭게 영원을 위해 허물을 벗으시길 기원드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59 9기 레이스 - 법의 정신에 대하여 (최재용) [3] jeiwai 2013.02.11 1581
3658 <9기 레이스 칼럼 2주차> 법의 정신에 대하여_김대수 [2] 땠쑤 2013.02.11 1761
3657 <9기 레이스 칼럼 2주차> 법의 정신에 대하여 -박진희 [3] 라비나비 2013.02.11 2046
3656 <9기 레이스 칼럼 2주차> 법의 정신에 대하여 - 김준영 [2] 델게르마아 2013.02.11 1751
3655 9기북리뷰-법의 정신에 대하여-용경식 [3] 엘모99 2013.02.10 1866
3654 9기 레이스 칼럼2주차<법 정신, 너 아직 살아있니?>-서은경 [4] tampopo 2013.02.10 1871
3653 9기 레이스 2주차 칼럼 - 법의 정신에 대하여 (유형선) file [8] 유형선 2013.02.09 1938
3652 복 많이 받으셔요 [2] 희망빛인희 2013.02.08 1900
3651 9기 칼럼 -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강종희 file [5] 종종걸음 2013.02.04 2134
3650 9기 1주차 칼럼 - 신화란 무엇인가 : 이효은 [3] 꽃마리 2013.02.04 2310
3649 <예비9기 레이스 1주차 칼럼-조현연>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6] 에움길~ 2013.02.04 1780
3648 <9기 레이스 칼럼 1주차-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서은경> [8] tampopo 2013.02.04 2294
3647 9기 1주차 칼럼-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용경식 [4] 엘모99 2013.02.04 1807
3646 <9기 레이스 칼럼 1주차>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 오미경 [8] 오미경 2013.02.04 1859
3645 <9기 레이스 칼럼 1주차>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유형선) file [7] 유형선 2013.02.04 1863
3644 <9기 레이스 칼럼 1주차>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 김준영 [4] 델게르마아 2013.02.03 1891
3643 [9기 레이스 칼럼 1주차]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김대수) [4] 땠쑤 2013.02.03 1756
3642 <9기 레이스 칼럼 1주차>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박진희 [4] [2] 라비나비 2013.02.03 2239
» (9기 예비 연구원)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최재용) [5] jeiwai 2013.02.02 2512
3640 시간, 사건 , 인생관리는 좋은습관으로 [1] 청포로우(신종훈) 2013.01.25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