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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07시 43분 등록


 제목 :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부제 : 복잡한 세상 & 명쾌한 과학

정재승




1 저자에 대하여 

정재승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한민국의 과학자이다. 경기과학고를 거쳐, KAIST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의대 정신과 연구원, 콜롬비아의대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의 신경과학, 정신질환 모델링, Brain-Robot Interface 등이며,  복잡계과학, 비선형 동역학, 의사결정 뇌인지과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2011년 3월 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정재승을 더  파헤쳐보자. 정재승은 과학 대중화의 선두주자라고 불리우고,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다재다능한 과학자다. 그가 교수로 있는 과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인데 이 전공은 우리나라의 ‘및’이 들어간 2개 학과 중 하나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전기 빛 전자공학과가 있다. 

 그는 물리학을 먼저 공부했다. 그 다음 사람의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됐다. 물리학은 예전보다 더 복잡한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이론들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은 뇌의 다양한 기능 중에서도 선택, 그러니까 자신 앞에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선택을 할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뇌의 여러 부분들을 찍고, 그 촬영된 데이터를 가지고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사람의 선택을 예측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는 우울증 환자들이 왜 대개의 생명체가 하지 않는 자살이라는 것을 선택하는지, 모든 우울증 환자들이 다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면 과학자들이 어떻게 이것을 미리 예측해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 그의 전공을 뇌 물리학이라고 불러도 된다. 그가 하는 일을 신경물리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로봇과 빅뱅이론에 굉장히 심취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주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평생 연구하면서 사는 삶이 고귀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쭉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그는 사회를 거대한 실험실로 보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의 이유를 분석하고, 그 기저의 생물학적 과정들을 살펴보고 싶어한다. 그의 지적 욕망이다.

 정재승은 5권의 책을 냈다. 그 중에 세 권은 공저이고 혼자 쓴 책은 <과학콘서트>와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이다. 공저한 세 권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소설가 김탁환씨와 같이 소설을 썼고, 하나는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와 함께 <크로스>라는 책을 냈고, 또 하나는 설득코치 전문가하고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책을 냈다. 과학이 아닌 것을 과학의 눈으로 보고 쓴 책들이다. <과학콘서트>도 사회현상을 과학의 눈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 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고 나머지 책들도 다 문화현상이나 심지어 사과처럼 지금까지 한 번도 과학적으로 다뤄보지 않은 주제를 사과를 받을 때 뇌를 찍고 사과문을 읽을 때 시선이 어디로 가는지 트래킹을 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내용들을 썼다. 

 그가 소설을 김탁환씨와 쓰게 된 계기가 있단다. 김탁환 교수는 카이스트의 문화예술대학원 교수셨다. 교수로 계시다 교수직을 사임하고 작가를 하겠다고 하신 분이다. 김탁환 교수가 재직했을 때 정재승 교수와 같이 연구실을 운영했다. 그때 둘은 학생들에게 융합하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다 말만하고 실제로 융합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의기투합을 했다고 한다. 학문적 융합, 내지는 통섭을 소설로 이루어 본 것이다. 문장 단위로 화학적 결합을 해서 초고를 썼다. 그래서 초고가 있긴 한데 초고의 문장들을 누가 썼는지도 가물가물 하다고 한다. 

 그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관심이 많다. 그는 특별히 인간의 뇌를 연구하니까 결국 그것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또 나는,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또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는 그 중에서도 신경과학적인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요즘 관심은 도시인류학이라고 한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인간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모습을 인류학자들은 마치 하나의 모르는 생명체 종처럼 관찰하고 쓰는데, 그게 과학자의 시선과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마치 제인 구달이 밀림에 들어가서 침팬지를 관찰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는 도시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모여 살기 시작했고, 도시 안에서 어떻게 이런 형태의 삶의 양식을 만들었는지,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이것을 뭔가 뇌를 들여다보면서 연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꿈 중에 하나다. 

 그는 2009년 다보스 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었다. 그는 선정되고 나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때 음반기획사 대표인 박진영과 함께 선정되었다고 한다. 


 <<과학 콘서트>>는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서 골랐다. 11월 오프 수업 때 문요한 선배가 “정재승처럼 되는건가?”하는 말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평소 정재승의 비유와 시선이 질투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직접 골라 읽고 북리뷰를 했던 책 <<수학사>>도 그가 지식인 서재에서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그는 사회적 현상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인문학을 좋아하고, 영화, 음악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인문학적으로 수학을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크다. 그럼 이제 그의 책을 샅샅이 분석해보자. 아주 샅샅이 말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콘서트에 앞서

p5 과학이란 마치 길 건너편에서 열쇠를 잃어버리고 반대편 가로등 아래서 열쇠를 찾고 있는 술 취한 사람과 흡사합니다. 가로등 아래에 빛이 있기 때문이죠.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 노암 촘스키(언어학자)


p5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있던 7월은 폭풍 같은 날들의 연속으로 기언된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서문에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p7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이 복잡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얼마나 복잡하냐고 물어보면 시원스레 대답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도대체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 것일까? 우리는 결코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는 걸까?

보편적인 인식이나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작가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하는 것이기도 한다. 질문을 하므로써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p8 물리학자들은 풀어야 할 문제를 풀었다기 보다는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왔던 것이다.

자신이 속한 분야, 전문가들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매력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 후반 일련의 과학자들에 의해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과학적 패러다임’, 이른바 ‘복잡성의 과학’ 분야가 발전하면서 물리학자들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복잡한 패턴들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 속에 담겨있는 법칙들이 무엇인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 동안 카오스 이론과 복잡성의 과학은 그동안 과학자들이 손대지 못했던 복잡한 자연 현상들 속에서 규칙성을 찾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행동 패턴, 다시 말해 ‘복잡한 사회 현상’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직 세상을 다루기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물리학자들은 이제야 비로소 그것을 다룰 ‘용기’를 갖게 된 것이다. 

현재의 노력에 대해 설명해줬다. 


p9 그들은 이제 왜 피라미드 기업이 그토록 기승을 부리는지, 불규칙한 주가 곡선 안에는 어떤 질서가 숨어있는지, 비틀즈의 음악은 왜 아름다우며 세상은 왜 그토록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차 있어야만 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됐다. 또 그것이 아름다운 조개껍데기 무늬, 숲을 메우고 있는 나뭇가지들,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물리학, 과학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중요한 대목이다. 


p9 이 책은 복잡한 사회 현상의 이면에 감춰진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들을 독자와 함께 나누기 위해 쓰여졌다.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경제, 사회, 문화, 음악, 미술, 교통,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사회 현상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카오스와 프랙탈, 지프의 법칙, 1/f 등 몇 개의 개념만으로도 그 모든 현상들이 그럴듯 하게 설명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물음을 던지는지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길 원한다. 

책의 내용 소개부분이다. 


p10 과학은 우리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과학자들의 ‘논쟁적이며 때로는 주관적일 수도 있는’ 주장들에 다름 아니다. 그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 우리에게 아직 남이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독자들은 초대하는 문단이라고 생각한다. 


제1악장 매우 빠르고 경쾌하게 Vivace molto

<케빈 베이컨 게임>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다

p17 케빈 베이컨 게임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Six Degrees of Separation)’라는 서양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통념을 반영한 놀이다(무선전신과 라디오의 발명자 마르코니가 처음으로 이 이론을 제안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간단한 수학만으로 6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좁은 세상이며, 배우 심은하와 내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를 증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대략 300명 정도 된다고 가정해 보자. 학창 시절 동창들만 해도 족히 수백 명은 넘으니 이 숫자는 그다지 후하게 어림잡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알고 니재는 사람들도 각각 300명의 친구를 두고 있을 테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은 9만명에 이르게 된다. 4단계 건너 아는 사람은 9만 명의 제곱인 81억 명. 지구 위에 사는 60억 인구가 4단계면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 


p18 그러나 이 계산에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작은 메모지 한 장 분량의 이 증명 과정 안에는 6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거대한 사회가 하나의 균일한 집단이며, 그 구성원들은 거리의 제한 없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가정이 숨어 있다. 이 가정대로라면, 아프리카의 추장이 알고 있는 300명 중에는 샤론 스톤이 끼어 있을 수 있으며, 북극의 에스키모와 뉴질랜드의 마오리 족이 친구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거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무리 지어 살고 있으며, 다른 사회 집단과 지역적으로 혹은 인간관계면에서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만 벗어나도 아는 사람의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p19 1996년 미국 코넬 대학교 응용물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던컨 와츠와 그의 지도 교수 스티브 스트로가츠는 왜 할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으로부터 여섯 단계 이상 벗어날 수 없는가를 증명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을 점으로 표시하고 그들의 관계를 선으로 표시한다면,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지형도는 규칙적으로 배열된 점들과 그 사이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선들의 네크워크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네트워크 개념을 도입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에 착수했다. 

이 부분은 이산수학의 그래프 내용이다. 점과 선을 가지고 우리는 어떤 관계를 알아낼 수 있다. 그래프를 실생활에 적용시켜 보면 예를 들어 집은 점이고, 전선은 선이다. 이때 가장 선의 수를 적게 하여 전력이 마을에 있는 모든 집에 도달하도록 하는 설계를 그래프를 이용해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딘가 전력이 끊겼을 때 어떤 선이 문제인지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행렬로도 표현할 수 있다. 


p20 1998년 6월 <<네이처Nature>>에 실린 와츠와 스트로가츠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주변의 사람들하고만 연결된 잘 짜여진 네트워크에서 엉뚱한 곳으로 가지를 뻗은 인간관계 하나씩 늘려가면서, 그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도달하는데 걸리는 단계’가 얼마나 감소하는가를 계산해 보았다. 놀랍게도 그 결과는 우리의 상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100개 중 하나의 가닥만 다른 지역으로 연결해도 필요한 평균 단계 수는 10분의 1씩 줄어드는 것이었다. 잘 짜여진 네트워크 연결에서 몇 가닥만이라도 엉뚱하게 가지를 뻗으면, 이 거대한 사회가 몇 단계만에 누구에게든 도달할 수 있는 ‘작은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들은 몇 가닥의 무작위 연결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이 네트워크를 ‘작은 세상 네트워크’라고 불렀다. 


p22 수학 분야에서도 케빈 베이컨 게임과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다. 오클랜드 대학교 제리 그로스만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에르되스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수학자 폴 에르되스Paul Erdos(1913-1996)의 이름을 딴 이 프로젝트는 영화 대신 ‘논문’을 그 매개로 한다. <<화성에서 온 수학자>>와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라는 전기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폴 에르되스는 ‘헝가리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라는 평가보다 천재적인 두뇌와 수학에 대한 열정, 괴짜같은 삶으로 더욱 유명하다. 화성에서 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던 그는 4세 때 이미 음수의 개념을 스스로 깨쳤고, 18세에 ‘1보다 큰 임의의 수와 그 배수 사이에는 적어도 하나의 소수가 언제나 존재한다’는 ‘체비세프의 정리(Chebyshev Theorem)’을 간단한 방법으로 증명하면서 수학자로서 인정을 받았다. ‘무한을 흠모하는 우리 수학자는 모두 광인일세’라고 말할 정도로 평생 수학의 아름다움에 빠져 살았던 그는 함수론과 기하학, 확률론 등 수학 전 분야에 걸쳐 무려 1,500편의 논문을 남겼다. 1996년 바르샤바에서 열리던 학회 참석 중 신발을 신은 채 수학 문제와 씨름하다 심장 마비로 사망한 그의 묘비명은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어리석어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그에게 있어 삶이란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가 가득한 문단이다. 먼저 수학자 에르되스를 만날 수 있어 기쁘다. <<화성에서 온 수학자>>와 <<우리 수학자 모두는 미친 겁니다>>를 구해 읽어봐야겠다. 


p25 작은 세상 이론을 활용하면 도로 설계를 전면 대폭 수정하지 않더라도, 몇 가닥의 고가 도로와 다리만으로도 도시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전화선이나 핸드폰 통신망에서 몇 가닥의 무작위 연결만으로도 원하는 두 지점까지 빠르게 연결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정보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지난 1998년 9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인디아나 주에 있는 노트르담 대학의 과학자들은 인터넷 상에서 하나의 웹 페이지에서 임의의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데 평균 19번의 클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백만 사이트가 복잡하게 뒹럭혀 있는 인터넷이 19번의 클릭만으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 자체가 이미 작은 세상이 됐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작은 세상 이론을 적용하면, 앞으로 몇 가닥의 추가적인 연결은 인터넷의 효율성을 수십배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p27 교통과 통신 수단의 발달과 인터넷의 등장, 자유로운 교류와 무역, 해외여행은 반지름 6,400km의 거대한 지구를 점점 ‘좁은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사회가 좁아진다는 것은 일면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접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네트워크의 역학적 특성에 의해 좁아진 사회는 따뜻한 인간관계과 공동체 의식 등 좁은 사회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은 수용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을 안을 우려가 크다. 

 이제 우리는 왜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이 해마다 ‘행운의 편지’로 시달리고 있으며, 어떻게 피라미드식 기업이 그토록 거대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 연예인에 관한 고약한 유언비어가 어떻게 그 진원지도 모른 채 사실처럼 계속 퍼져갈 수 있는지와 여배우의 은밀한 홈 비디오가 어떻게 수개월만에 전국에 배포될 수 있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전 세계 컴퓨터 네트워크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위험할 정도로 작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재밌다. 이 책 재미있다. 재미있는 이론, 과학 학도의 시선, 우리가 쉽게 접하지 않는 <<네이처>>라는 잡지에 있는 정보들이 잘 어우러져, 중고등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이야기를 계속 읽어가게 한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머피의 법칙> 일상 생활 속의 법칙, 과학으로 증명하다

p30 “그렇다면 결국 이 세계가 형성된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깡디드가 물었다. “우리를 괴롭히기 위함이다.” 마르탱이 대답했다. -볼테르, <<깡디드>>


 수많은 구체적인 항목들로 이루어진 머피의 법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If anything can go wrong, it will)’는 것이다.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정리해 놓은 이 법칙은 불행하게도 중요한 순간엔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걸까 하고 낙담마시라. 다른 사람들도 당신만큼 재수가 없으니까. 

이 부분에서 나는 한참 웃었다. 독자에게 웃음도 주고 잠깐이지만 위로도 주는 대목이다. 하하하


p31 머피의 법칙을 반박할 때 과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는 ‘선택적 기억’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은 갖가지 사건과 경험들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경험으로 일일이 기억의 형태로 머릿속에 남진 않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일이 잘 안 풀린 경우나 아주 재수가 없다고 느끼는 일들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머릿속엔 재수가 없었던 기억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이다. 소풍 때마다 비가 오고 수능시험날이면 어김없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봄비가 한창인 4월 무렵에 소풍날을 잡고, 안 추우면 이상한 12월 중순에 수능시험 날짜를 정해놓고, 비가 안오고 날씨가 따뜻하기를 바라는 심보는 또 뭔가! 


이런 우리의 찜찜한 기분을 시원하게 긁어준 과학자가 있다. 신문 칼럼니스트이자 영국 애쉬톤 대학 정보공학과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 매튜스는 선택적 기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머피의 법칙이 그토록 잘 들어맞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하나씩 증명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p32 그가 처음 증명했던 머피의 법칙은 ‘버터 바른 토스트’에 관한 것이었다. 아침에 출근 준비로 부산을 떨며 토스트에 버터를 발라 허둥대며 먹다보면 빵을 떨어뜨리기 쉽다. 그런데 공교로운 것은 하필이면 버터나 잼을 바른 쪽이 꼭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그 빵을 다시 주워 먹기도 곤란할 뿐더러 바쁜 와중에 바닥도 닦아야 하는 골칫거리가 생긴다. 젠장할. 

 1991년 영국 BBC 방송의 유명한 과학 프로그램 <QED>에서는 ‘버터 바른 토스트’에 관한 머피의 법칙을 반증하기 위해 사람들로 하여금 토스트를 공중에 던지게 하는 실험을 했다. 300번을 던진 결과, 버터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진 경우는 152번, 버터를 바른 쪽이 위를 향하는 경우는 148번으로 나왔다. 그들은 ‘확률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머피의 법칙은 결국 우리들의 착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호기심 해결!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일상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은 토스트를 위로 던지는 경우가 아니라 대부분 식탁에서 떨어뜨리거나 사람이 들고 있다가 떨어뜨리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도 겨로가는 위 실험과 같게 나올까? 버터를 바른 면이 위쪽을 향해 있던 토스트가 식탁에서 떨어지는 경우, 어떤 면이 바닥을 향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떨어지는 동안 토스트를 회전시키는 스핀에 의해 결정된다. 토스트를 회전시키는 힘을 물리학자들은 토크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중력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 로버트 매튜스는 보통의 식탁 높이나 사람의 손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릴 경우 토스트가 충분히 한 바퀴를 회전할 만큼 지구의 중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간단한 계산으로 증명했다. 대부분 반 바퀴 정도를 돌고 바닥에 닿기 때문에 버터를 바른 면이 반드시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계산을 해 보면, 공기의 저항이나 얇은 버터층의 무게는 토스트의 회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버터 바른 면이 늘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머피의 법칙이 들어맞는 이유는 지구의 중력과 식탁의 마찰계수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p33 하버드 대학교 천체물리학과 윌리엄 프레스 교수는 양족 발로 서서 생활하는 인간이 지구 환경에서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키가 가장 적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의 키는 중력이 우리를 당기고 있는 힘과 우리의 골격이 이루고 있는 화학적 결합이 평형을 이루면서 정해진다. 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빅뱅에 의해 결정된 우주 상수와 그것들로 결정된 지구의 역학적 특성이 인간의 키를 2m 안팎의 높이로 만들었고, 불행히도 그 때문에 ‘버터 바른 토스트’에 관한 머피의 법칙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버터 바른 식빵을 떨어뜨리는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이 우주가 인간에게 가혹하도록 창조되었던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혹은 현금 자동 인출기 앞에 길게 늘어선 줄들을 보고 ‘어느 줄에 설까’를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순간적인 눈 굴림과 쪼잔한 잔머리를 동반해 ‘사소한 일에 목숨거는’ 고민 끝에 제일 빨리 줄어들 것 같은 줄 뒤에 서지만, 늘 다른 줄들이 먼저 줄어든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줄에 섰으면 지금쯤 계산이 끝났을 텐데 말이다. 젠장할!!


p34 이 문제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슈퍼마켓에 12개의 계산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공교롭게도 내가 선 줄의 계산대가 말썽을 일으킨다거나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서 유독 계산이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다른 줄과 별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다른 줄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사람들은 늘 가장 짧은 줄 뒤에 서려고 할 것이므로 줄의 길이도 대개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평균적으로 내가 선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 확률은 얼마일가? 그것은 당연히 12분의 1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 확률이 12분의 11이나 된다는 얘기다. 아주 운이 좋지 않다면, 어떤 줄을 선택하든 결국 나는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늘 일기 예보를 챙겨 듣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보니 오늘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흘러나온다. “난 정말 운이 좋지, 일기 예보를 못 들었으면 어떡할 뻔했어.” 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서지만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하루종일 햇볕이 쨍쨍하다. 그것도 화가 나도록 무진장 맑다. 더욱 억울한 상황은 집에 도착하고 나면 그제서야 비가 오는 경우다. 일기 예보의 정확도가 80%가 넘는 이 시대에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것일까? 날씨마저도 나를 배신하는 걸까?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로버트 매튜스의 계산에 따르면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더라도 우산은 안 가져가는 것이 좋다. 일기 예보의 정확도가 평균 80%가 넘는 것은 사실이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만약 기상청에 근무하는 기상통보관이 집에서 잠만 자면서 1년 내내 무조건 ‘비가 안 온다’고 예보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경우 일기 예보 정확도는 몇 퍼센트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일 년 중에 비가 오는 날은 많아야 100일. 결국 당신은 아무런 계산 없이 무조건 비가 안 온다고 우기기만 해도 265/365 즉 72.6%는 맞히는 꼴이 된다. 문제는 비가 오는 날보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훨씬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p35 로버트 매튜스가 약간의 수학으로 증명했던 머피의 법칙들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걸까? 세상에는 되는 일보다 생각대로 안 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더 나은 상황이란 언제든지 있기 마련이니까. 일이 안 될 때마다 우리는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며 ‘나는 굉항지 재수가 없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로버트 매튜스이 계산은 그것이 ‘재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바래왔던 것들이 이 세상에게는 상당히 무리한 요구였는지도 모른다. 

사고의 전환을 주는 문장! 


p36 우리는 그동안 12줄이나 길게 늘어선 계산대 앞에서 내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기를 바랬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씨를 상대로 하는 일기 예보에게 100%의 정확도를 기대했고, 식탁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렸으면서도 토스트가 멋지게 한 바퀴를 돌아 버터 바른 면을 위로 하고 10점 만점으로 착지하길 바랬던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세상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통계학> O.J. 심슨 사건이 남긴 교훈

p38 땅에 바늘을 꽂고 하늘에서 작은 씨앗을 떨어뜨려 바늘에 씨앗이 꽂힐 확률, 이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너와 내가 만난 것이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퍼시 다이어코니스(1945~) 교수는 괴짜 수학자로 통한다. 

 데보라 베넷이 쓴 <<확률의 함정>>(1998)이란 책의 첫 장을 넘기니 퍼시 다이어코니스 교수가 한 말이 인용돼 있다. “인간의 두뇌는 확률 문제를 푸는 데 별로 적합하지 않다.” 확률론의 대가인 그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공감이 가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도 크게 따지고 보면 통계물리 분과임에도 불구하고 확률과 통계는 아직도 어렵다고 생각되거니와 고등학교 때는 이보다 더 심했다. 확률과 통계 단원이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 뒷부분에 있고 특히나 가장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미적분 단원 다음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구하다보면 근본적인 개념에서부터 혼돈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예상외로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확률적인 개념들을 자주 사용한다. 내일 비가 올 날씨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종범의 타율이나 박찬호의 방어율, 즉석 복권과 경품 추첨, 심지어 점심 내기를 위해 사다리를 탄다거나 동전을 던지는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확률을 구한다거나 다음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예측하는 데 익숙해 있다.(게다가 현대 사회는 점점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이 어리숙한 사람들을 제치고 득을 보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때론 확률이나 통계에 대해 잘못된 지식이나 선입견이 상식처럼 혹은 과학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우선 나를 확률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게 만든 ‘몬티 홀 문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몬티 홀은 미국 NBC TV의 유명한 게임쇼(Let’s make a deal)의 진행자이면서 이 게임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 유명한 사회자이다. 1963년 12월 처음 방송된 이 TV쇼는 ABC 방송을 거쳐 다른 케이블 채널을 통해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무대 위에는 세 개의 문이 있고 문마다 커튼이 쳐 있어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문엔 고급 승용차 캐딜락이 있을 수도 있고, 줄에 메인 염소나 선글래스를 낀 소가 서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삶은 계란이나 쓰레기통에 들어있는 오물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 그 문 뒤에 있는 물건과 자신의 물건을 맞바꿀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p41 그런데 이 게임쇼에 재미있는 확률 문제가 끼어들게 된다. 만약 당신이 게임쇼에 출연하여 세 개의 문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세 문 중 하나의 문 뒤에는 값비싼 페라리 스포츠카가 있고 다른 두 개의 문 뒤에는 선글래스를 낀 염소가 앉아 있다. 당신이 1번 문을 선택하자, 모든 상황을 미리 알고 있는 사회자 몬티 홀이 1번 대신 3번 문을 열어 보인다. 거기에는 염소가 앉아 있다. 그러면서 사회자는 익살맞은 표정으로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금 2번 문으로 선택을 바꾸셔도 됩니다. 바꾸시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출연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많은 경우 그냥 1번으로 하겠다고 말한다. 괜히 2번으로 바꿨다가 처음 선택했던 1번 문 뒤에 페라리가 있기라도 하면 억울해서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운’의 문제라고 여겨졌던 이 문제는 매릴랜드 주 콜롬비아에 사는 크레이그 훼테커라는 사람이 1990년 <<퍼레이드>>라는 주간지의 고정 칼럼 ‘매릴린에게 물어보세요’를 쓰고 있는 칼럼니스트 매릴린 사방에게 이를 문의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좀더 심도있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잡지에 실린 그녀의 소개에 의하면, 매릴린 사방은 세계에서 IQ가 가장 높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매릴린의 대답은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였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 타임즈’기사에 따르면 이 문제는 매릴린의 대답과 함께 큰 화제가 되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걸프전에 참전했던 전투기 조종사들 사이에서 열띤 논쟁이 되었으며, MIT수학과 교수들과 뉴멕시코에 있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까지도 설전을 벌였을 정도라고 한다. 

 매릴린의 설명에 따르면, 애초에 당신이 선택한 문에서 자동차가 나올 확률은 다른 문에 염소가 있다는 것을 보든 안 보든 1/3이다. 따라서 당신이 처음 선택했던 문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자동차를 갖게될 확률은 1/3이다. 그러나 주어진 하나의 상황에서 모든 확률을 더한 값은 항상 1이어야 한다. 따라서 당신이 2번 문으로 선택을 바구었을 때 그곳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2/3이 된다. 다시 말해 선택을 바꾸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p43 몇 년 동안 언론의 관심 세례를 받으며 20세기 미국 10대 번죄의 하나로 선정된 O.J. 심슨 사건이 그것이다. O.J. 심슨 사건은 통계에 대한 몰이해가 한 살인자를 무죄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준다. 

 

p44 O.J.심슨 사건에 대하여

 이 사건이 확률론적으로 흥미를 끄는 대목은 심슨의 변호인단이 제기하는 몇 가지 주장들이다. 피해자의 변호인단측이 ‘평소 O.J. 심슨이 아내를 때리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O.J.심슨의 살인 가능성을 주장하자. 심슨의 변호사 중 하나인 알랜 더쇼위츠는 이에 맞서 줄기차게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실제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 중에서 자신을 때린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경우는 1천명 중의 하나, 즉 0.1%도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O.J.심슨이 아내 니콜을 때렸다는 사실이 O.J.심슨이 아내의 살인범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p45 과연 그럴까? 템플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우리에겐 <<수학자의 신문읽기>>(1995)로 유명한 수학이야기꾼 존 알랜 팔로스 교수가 이 문제데 대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지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계산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라고 한다. 만약 매맞는 아내가 있다고 하자. 이 여자가 자신을 때리는 남편에 의해 죽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심슨의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맞다. 0.1%밖에 안 될 것이다. 그러나 O.J.심슨 사건의 경우에서는 이미 아내가 죽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맞던 아내가 죽었을 때 그녀를 평소 때리던 남편이 범인일 확률’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확률은 무려 80%가 넘는다. 따라서 심슨이 평소 아내를 때렸다는 사실은 심슨이 아내 살인범일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범행 현장에서는 심슨과 발 사이자가 같은 발자국도 발견됐다. 피해자의 변호인단은 이것을 증거의 하나로 제시했다. 또 범행 현장 바닥에는 범인의 발자국 왼쪽에 범인이 흘린 핏자국이 있었다. 그런데 O.J.심슨 역시 왼쪽 손에 칼에 베인 자국이 있었다. 피해자의 변호인단은 이 역시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슨의 변호인단은 심슨과 같은 발사이즈를 가진 사람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발 사이즈가 같다는 것은 증거가 되지 못하며, 왼손을 다친 사람의 수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이러한 흔적들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존 알랜 팔로스는 그의 책 <<Once upon a number>>(1998)에서 이 문제 역시 심슨 변호인단의 확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심슨과 같은 발사이즈를 가진 사람이 넉넉잡아 15명에 한 명꼴로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 하필 심슨처럼 그 시기에 왼손에 상처가 나 있던 사람이 충분히 잡아 10,000명 중 한 명쯤 됐다고 가정해보자(존 알랜 팔로스는 1,000명 중의 하나로 가정했으나 1/1000은 너무 큰 확률이다). 그렇다면 심슨처럼 그 당시 왼손에 상처가 나 있었으며 발 사이즈도 심슨과 같은 사람은 몇 명쯤 될까? 겨우 15만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각각에 대해서는 일어날 확률이 높지만 독립된 두 사건이 함께 일어날 확률은 그 곱에 의해 표현되기 때문에 발생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이 단서 역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p47 지금 그들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 여러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질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여러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진 사람이 아무 죄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심슨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 재판부는 O.J.심슨 변호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오판을 저지르고 말았다. 확률에 관한 오해로 인해 재판부가 변호인단의 말장난에 넘어가 살인자를 무죄 석방해 버린 것이다. 


p48 비슷한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생일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매우 희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25명의 사람들 중에서 생일이 같은 사람이 적어도 한 쌍 이상 섞여 있을 확률은 50%가 넘는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이 ‘내게’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 자체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너와 내가 만난 사건은 작은 시앗이 바늘에 꽂힐 확률만큼 작은 확률이지만, 당신이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며 감격적인 사랑에 빠질 확률은 경헙적으로 거의 100%에 가깝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런 말을 했다. “우연이란 하나님이 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가명이다.” 우리는 구체적인 원인 없이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우연이라고 부른다. 우연 안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모르기 때문에 막연히 우연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명확한 법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하며 따라서 우연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확률과 통계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재수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거나, 확률에 관한 오해가 살인자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웃음의 사회학> 토크쇼의 방청객들은 왜 모두 여자일까? 

p51 TV 시트콤에서 재미있을 만한 장면에 ‘녹음된 웃음소리’를 삽입하는 것도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녹음된 웃음소리를 최초로 사용한 시트콤은 1950년 9월 9일 저녁 7시에 방송됐던 <행크 맥쿤 쇼>(행크 맥쿤이라는 얼빠진 악동의 포복절도 대소동을 다룬 시트콤)로 알려져 있다. 그 전까지 시트콤은 주로 방청객 앞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웃음도 터져 나오고 간간이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는데, 이 시트콤의 경우 방청객 없이 녹화로 진행하게 되자 분위기가 썰렁할까봐 ‘녹음된 웃음소리’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p54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샌프란시스코 소재) 폴 에크먼 박사는 입 꼬리를 위로 올리고 억지로라도 웃는 시늉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였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라면, 인위적으로 특정한 감정을 만들어내면 몸도 거기에 따른 생리적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일레로, 슬픈 역할을 오랫동안 맡은 배우는 실제로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고 말한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었다. 


p59 그렇다면 아직 답하지 않은, 이 글의 제목이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토크쇼의 방청객들은 왜 모두 여자일까? 토크쇼에서 방청객이 하는 일은 시트콤의 ‘녹음된 웃음소리’처럼 초대 손님이 어설픈 농담을 하거나 썰렁한 개그를 할 때에도 웃어주는 일이다. 그들은 PD나 FD의 수신호에 맞춰 웃음과 박수, 때로는 비명과 야유를 적재적소에 내질러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물론 그들은 그 대가로 약간의 돈을 받는다. 

 방송국 PD들에 따르면, 여성 방청객들이 남성 방청객들과 함께 앉아 있으면 웃음소리가 60%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토크쇼 방청객석을 모두 여성들로 채운다고 한다. 조-앤의 연구대로 여성들의 웃음은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주고 초대 손님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러나 여성 방청객이 남성 방청객들과 함께 있으면 웃음소리가 작아진다고? 그것도 낯선 남자들과 함께인데도? 그건 기존의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은 방청객들의 웃음이 자연스런 진짜 웃음이 아니라 맥 라이언의 오르가즘처럼 가짜 웃음이기 때문이다. 60%밖에 안 나온다는 바로 그 웃음소리가 사실은 진짜 웃음소리이며 그 웃음 소리는 어쩌면 평소 그들이 집에서 웃을 때보다 더 큰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PD나 FD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웃음을 얻기 위해 그들에게서 나머지 40%의 웃음소리를 돈 주고 산다. 방청객들의 웃음 소리는 ‘신호에 따라 터지고 대가가 지불되는 사회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진짜’ 사회적 신호다. 

 

<아인슈타인의 뇌> 과학이라는 이름의 상식, 혹은 거짓말

p64 진시황이 북방 흉노족을 막기 위해 건설했다는 만리장성, 중국의 노동력과 중앙 집권적 통치력을 한껏 과시하기 위해 건설된, 길이 6,300km의 성벽인 만리장성을 설명할 때 늘 따라 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달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인공건축물’이라는 것. 만리장성의 웅장함을 설명하는데 있어 이보다 멋진 수식어는 없다. 


p65 과학상식으로 꼽히는 이야기 중에서 ‘만리장성’만큼이나 엉뚱한 거짓말이 또 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뇌의 10%도 채 못 쓰고 죽는다는 것.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뇌를 15%밖에 못 쓰고 죽었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보았을 것이다. 두뇌계발에는 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때 늘 따라붙는 예다. 두뇌계발에 끝이 없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뇌를 15%밖에 못 쓰고 죽었다는 얘기도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수학상식은 뭐가 있을까? 


p69 서양에는 아주 오래된 전설이 있다. 달의 주기가 사람의 감정 상태를 조절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보름달이 뜨면 사람이 늑대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늑대 인간의 전설’은 심심하면 아직도 영화로 만들어진다. 


p70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근거 없는 과학이야기들이 많다. 과학의 탈을 쓰고 우리 앞에 찾아온 이야기는 그럴듯해 보여서 쉽게 우리 근처에 머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 지식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제2악장 느리게(Andante)

<잭슨 폴록> 캔버스에서 카오스를 발견한 현대 미술가

p77 1950년 11월 20일자 타임 매거진에는 잭슨의 작품에 대한 혹독한 비평의 기사가 “빌어먹을 카오스”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잭슨의 뿌리기 기법은 전혀 무의미한 혼돈의 극치, 다시 말해 ‘카오스 그 자체’라는 내용이었다. 평소 평론가들의 냉정한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던 폴록은 다음 달 11일자 같은 잡지에 “No, chaos, damn it!”이라는 제목으로 반박의 글을 썼다. 


p78 20세기 중엽 무렵 과학자들은 이전의 과학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시스템을 발견하게 된다. 기상학자였던 에드워드 로렌츠는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위치에 따른 압력과 온도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살츠만 방정식에 변수 값을 넣은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프로그램을 다시 돌려보았더니 처음 결과와 전혀 다른 값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다시 계산할 때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해 소수점 몇 자리를 대충 반올림한 후 변수 값으로 대입했는데, 그것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소수점 이하 몇 자리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믿었던 로렌츠는 살츠만 방정식의 비선형 항들이 소수점 이하의 작은 차이들을 제곱 혹은 세제곱으로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p86 신화와 상징, 그리고 1930년대 아메리카 인디안의 전통 미술에 내포된 영혼성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또한 알코올 중독을 퇴치하기 위해 시작한 구스타프 융식 정신분석법에서도 영향을 받은 폴록은 점점 더 폭력적인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당시 미술평론가들은 기술하고 있다. 그의 붓놀림이 더욱 강해지고 폭발적이 되어감에 따라 그림에서 형체는 사라지고 추상의 세계로 점점 침잠해 들어갔다고 폴록의 동료들은 술회한다. 프랙탈 차원이 증가하고 있는 기간이었다. 

 테일러 박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물감통을 매달아 그림을 그렸다. 아주 복잡하지만 규칙적인 패턴을 가진 그림과 프랙탈 구조를 갖는 카오스 패턴을 만든 후 사람들에게 어떤 그림이 더 마음에 드는가라고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120명 중에서 113명이 카오스 패턴이 더 마음에 든다고 대답을 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카오스 패턴으로 그려진 그림이 얼핏 보기에는 마치 폴록의 그림 같다는 사실이다. 폴록의 그림은 마치 실타래처럼 혼란스럽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당히 얽혀있으면서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있는 카오스 구조를 하고 있으며, 그런 구조로 인해 우리 에게 아름답고 신비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p87 폴록이 사망한 후 수십 년 동안 많은 화가들이 새로운 화법의 개발을 시도했다. 그림 물감이 담긴 주머니를 총으로 쏘아 캔버스 위로 흘러내리게 하는가 하면, 모종삽으로 물감을 퍼서 몇 인치 두께로 캔버스 위에 쌓아 올리거나, 캔버스를 난도질하기도 했다. 또 모델의 알몸에 물감을 칠한 뒤 바닥에 펴놓은 캔버스 위에서 몸부림치게 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사람의 신체 일부를 칼로 벤 후 그 피로 그림을 찍어내는 론애시의 행위 예술까지 갖가지 기발한 화법이 지금도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폴록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폴록의 제스처에 주목했지만, 그의 그림에서 들리는 ‘자연의 리듬’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프리카 문화> 서태지의 머리에는 프랙탈이 산다

p91 ‘프랙탈’이란 <잭슨 폴록>에서 설명했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구조들이 끊임없이 전체 구조를 되풀이하고 있는 형상을 말한다. 나무는 자라면서 큰 줄기에서 잔가지로 뻗고, 잔가지는 더 작은 가지로 뻗어나간다. 작은 가지에 매달리 나뭇잎들의 무늬 역시 줄기에서 뻗어나온 가지들의 모양과 유사하다. 

 눈 결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확대해봐도 육각형 결정 구조들이 계속 되풀이됨을 발견할 수 있다. 조개껍질 위에 그려진 화려한 패턴과 소라의 소용돌이 구조, 브로콜리의 모양에서도 프랙탈 패턴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서태지 앨범의 표지에 그려진 그림은 만델브로트 집합이라고 불리는 도형이다.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되는 도형이지만, 가장자리의 소용돌이치는 무늬는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 같은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흑인 스타일로 땋아 내린 서태지 머리의 매듭 무늬도 마찬가지. 땋아 내린 머리의 매듭은 겉에서 보면 Y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크기가 작고 가늘어지지만 형태는 흐트러짐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p96 우리나라 문화가 왜 여백의 미를 강조하게 됐는지, 또 왜 20세기 중반 미국은 록앤롤에 열광하게 됐는지 한가지 이유로 설명할 순 없다. 아프리카 문화 속에 프랙탈이 깃들게 된 사연 역시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긴 힘들다. 


p97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문화 속에서 현대 수학의 결정체인 프랙탈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가? 우리는 오랫동안 아프리카를 포함해 제3세계 문화는 야만적이며 원시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져왔다. ‘원시적’이라는 단어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의미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글래쉬 교수의 연구는 그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서양 수학자들이 일찍부터 흥미를 가진 유클리드 기하학은 질서정연하고 명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프랙탈 패턴은 쉽게 발견하거나 만들어내기 어려우며 그 특징을 정량화하기도 쉽지 않다. 서양의 수학자들이 자연에서 프랙탈을 발견한 지가 4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인들은 오래 전부터 프랙탈 구조를 의식해 왔고 그들의 문화 속에서 발전시켜 왔다. 그들은 우연히 자연의 패턴을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을 통해 프랙탈 구조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와 전혀 다른 접근을 통해서 말이다. 


<프랙탈 음악> 바하에서 비틀즈까지, 히트한 음악에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

p102 그들은 먼저 클래식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라디오 채널의 방송과 록음악 전문 방송을 각각 12시간 동안 녹음했다. 그들은 음의 높낮이 분포보다는 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음높이의 ‘변화’에 관한 파워 스펙트럼을 그려 보았다. 그들은 먼저 방송에서 나온 음악들의 음 높이를 숫자로 표시했다. 그러면 음악은 숫자들의 연속적인 나열로 표현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데이터에 대해 파워 스펙트럼을 구하면 음의 변화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고주파수는 음의 변화가 큰 경우를 말하며 저주파수란 음의 변화가 작은 경우를 의미한다. 


p103 또 음악뿐 아니라 새들의 울음소리, 시냇물의 흐르는 소리, 심장박동 소리 등 자연의 소리들도 대부분 1/f의 패턴을 가진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어떤 물리학자는 로키산맥에 줄지어 선 산봉우리들의 높낮이를 소리로 변환하여 아주 그럴듯한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래서 컴퓨터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연의 패턴을 음악으로 변환하여 작곡을 하는 경우도 늘어났는데 이런 장르를 ‘프랙탈 음악’이라고 부른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음악이 대부분 1/f 음악인 이유가 바로 자연의 소리를 흉내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음악이 자연의 소리와 유사한 1/f패턴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지프의 법칙> 미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p110 백화점의 하루 매상 중 80%는 그 백화점의 단골인 20%의 손님이 올린다. -파레토의 80/20 법칙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p111 재미있는 것은, 사용 빈도 상위 1,000개의 단어만 알면 누구든 한국어의 75%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p112 이것을 수식으로 표시하면 사용 빈도수를 Y라고 하고 순위를 X라 하면 이들 사이의 관계는 Y=cX^-a로 표현된다. (이때 c와 a는 상수이며 a값은 1을 갖는다). 이것을 로그-로그 그래프 log-log graph(2차원 평면에 logX와 logY에 대해 그린 그래프)로 그려보면 a를 기울기로 갖는 직선 그래프를 얻게 된다. 두 변수의 관계가 위와 같은 그래프로 표현될 때 이것을 수학에서는 ‘베키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power law’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단어들 이면에 빈도수에 대해 이렇게 정교한 법칙이 있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한국어 분석에서도 상위 1,000개의 단어로 75%이상을 기술할 수 있다는 결과는 이 법칙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 여겨진다. 


p115 이처럼 - 언어학 분야에 지프의 법칙이 있듯이 - 경제학에서 상위 20% 부자들이 80% 이상의 소득을 독점하고 있는 특성을, 이 법칙을 발견한 프랑스 파리 출신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을 따서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파레토의 법칙은 경제학의 power law인 셈이다. (파레토의 법칙에선 지프의 법칙과는 달리 직선의 기울기가 a값이 1이 아닌 2-3 사이의 값을 갖는다).


p118 파레토 법칙은 경제적인 불평등이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자 인간의 숙명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시스템의 동역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파레토의 법칙’이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아니라 시스템을 재정비하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이렌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이제 그들이 해야할 일은 파레토의 법칙이 성립하게 된 원인을 규명하고, 어떻게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경제적으로 평등하고 정의로운 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연구하는 일이다. 인간의 법칙은 변화할 수 있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심장의 생리학> 심장 박동, 그 규칙적인 리듬의 레퀴엠

p120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리듬, 심장 박동은 생명의 박자다. 


제3악장 느리고 장중하나 너무 지나치지 않게 (Grave non tanto)

<자본주의의 심리학> 상술로 설계된 복잡한 미로 - 백화점

p136 우선 백화점은 유난히 유리나 거울이 많다. 기둥이나 벽도 거울처럼 사람의 모습이 비치는 반들반들한 대리석으로 돼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거울 앞을 지날 때면 무의식적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거울 앞에 선 사람은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주위 진열대에 무의식적으로 좀더 관심을 보이게 되며 거울에 비친 반대편 물건에 시선이 끌릴 수도 있다. 백화점의 거울은 고객의 시선을 한번이라도 더 제품에 쏠리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반면 백화점에는 벽시계와 창문이 없다. 어느 건물을 가든 넘치는게 시계고, 창문 없는 건물이 없건만 백화점만은 예외다. 이것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하라는 백화점 측의 따뜻한 배려(?)다. 쇼핑에 열중하던 아줌마들이 행여 저녁 시간이 다 된 것을 눈치채고 가족들의 식사를 위해 가정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닭들이 배가 터지도록 모이를 쪼게 만드는 양계장의 형광등 불빛처럼 창문 없는 백화점의 샹들리에는 영업시간 내내 낮처럼 밝기만 하다. 


p141 게다가 미국에서는 - 고객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계산대 쪽 바닥이 다른 부분에 비해 약간 높게 설계돼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건을 잔뜩 실은 카트를 밀고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주부가 필요한 물건들을 카트에 넉넉히 담아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 쪽으로 가다보면 조금씩 힘이 들게 된다. 따라서 걷는 속도도 조금씩 느려지고, 그러다 보면 눈에 띄는 물건이 있을 때 카트를 멈추고 그 물건을 집어들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무심코 지나쳤던 물건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 카트의 방향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라치면 이제는 경사가 낮아지기 때문에 쇼핑 카트는 저절로 계산대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결국 손님은 무의식중에 카트를 따라 다시 매장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면 다시 경사는 내리막이 된다. 계산이 끝난 손님은 빨리 계산대 근처에서 벗어나게 하여 다음 손님이 곧바로 계산할 수 있도록 내리막 경사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p147 손님이 왕이라구? 손님은 주머니에서 돈이 지불되기 전까지만 왕이다. 백화점의 복잡한 미로에서 잠시 정신을 잃는 사이, 오늘도 수십만 명의 왕들은 그곳에서 돈을 잃는다. 백화점 버스가 공짜라는 사실에 행복해 하면서 말이다. 


<복잡성 경제학> 물리학자들, 기존의 경제학을 뒤엎다

p148 경제란 석탄을 아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타고 있는 동안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 -랄프 W. 에머슨


p151 우리가 주류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왈라스 이후 체계가 잡힌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말한다. 신고전학파 이론에 의하면, 모든 경제주체는 완전한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며 자신의 효용이나 이윤을 최적화한다. 경제학 수업을 들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한계 효용이 체감하는 효용 함수(수학적으로 말하자면 2계 도함수의 기울기가 항상 음인 함수)와 한계 비용이 체증하는 비용함수(2계 도함수의 기울기가 항상 양인 함수)를 만들어 최적화 문제를 푼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개별 주체의 공급 곡선과 수요 곡선을 수평합하면 시장에서의 공급 곡선과 수요 곡선이 얻어진다. 이 두 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과 판매량이 동시에 결정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기본 아이디어다. 더 나아가면 모든 주체가 합리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모든 시장은 동시에 균형에 이르게 된다는 일반균형이론으로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합리적인 소비자인가? 세상에 누가 미분을 해서 자신의 소비를 결정하는가? 어느 기업이 자신의 비용 함수를 계산해서 이윤을 최대화하는가? 이 질문은 물리학자들이 주류 경제학에 도전장을 던지기 전부터 경제학계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p155 수확 체증에 관한 또 하나의 예는 키보드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키보드는 QWERTY 표준 키보드 배열로 이루어져 있다. QWERTY란 키보드 맨 윗열의 배열로 붙여진 이름이다. QWERTY 키보드 배열은 어떻게 표준으로 정해진 것일까? 가장 효율적인 배열이기 때문에? 천만의 말씀. 전혀 그렇지 않다. 

 1873년 공학자 크리스토퍼 스콜스는 타이피스트들의 타이핑 속도를 조금 늦추기 위해 QWERTY 배열을 고안했따. 당시 타자기들은 타이핑 속도가 너무 빠르면 뒤엉켜 고장이 자주 나곤했기 때문에다. 그래서 레밍턴 재봉틀 회사는 QWERTY 배열을 이용한 타자기를 대량 생산하게 됐고, 이로 인해 많은 타이피스트들이 이 표준 배열을 익히기 시작했다. 실제로 QWERTY 자판 이후 더 편리한 Dvorak자판이 등장했으나 곧 소멸되었다고 한다. Dvorak 자판이 더 편리하다 하더라도 QWERTY에 익숙한 타이피스트들은 Dvorak 배열을 다시 익히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업은 계속해서 QWERTY 자판을 사용했고 여기에 취직하려는 새롱누 타이피스트들 역시 QWERTY 배열을 익힐 수밖에 없었다. 


p156~157 같은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경쟁이 심해져 소득이 줄 것 같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해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상점들이 그 지역에 몰리게 되고, 그것은 거대한 단일 품목의 시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나 할리우드, 우리나라의 세운상가나 테헤란로 벤처타운의 시너지 효과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금융 공학> 주식 시장에 뛰어든 나사NASA의 로켓 물리학자들

p163 18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증시가 국제 금융의 중심지가 되면서 다양한 시장 예측 이론과 숱한 일화의 증권왕들을 탄생시켰건만, 월스트리스트에서도 ‘주가 예측’은 400년 전만큼이나 어렵고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에서는 40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수학과 컴퓨터에 능숙한 물리학자들은 대거 영입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 관한 최초의 수학적 연구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전인 1900년에 프랑스 수학자 루이스 바슐리에에 의해 시작됐다. 


p165 금융 분야에서 블랙과 숄즈의 이론은 물리학에서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업적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혁명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후의 금융 산업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기술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물리학과 경제학 사이의 높은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로켓 과학자들’이라고 불리는 나사NASA 출신의 물리학자들이 월스트리트에 진출하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0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물리학을 포함한 이공계 전공자를 애널리스트로 뽑기로 했다는 것이 국내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p166 물리학자들이 증권가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분야에서 물리학자들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금융 이론은 고도로 다양화되고 복잡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 왔다. 금융 전문가들은 복잡성 과학과 카오스 이론, 컴퓨터 모델링과 확률 이론 등 물리학자들이 고안해 낸 방법론에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분석적인 사고에 능한 물리학자들이 경제학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 실마리를 제공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p170 물리학자들이 금융가에 뛰어들어 제일 먼저 한 일은 주가 지수의 변화가 과연 랜덤(무작위)한가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p171 예일 대학교 수학과 석좌 교수인 만델브로트는 1963년 수익률 혹은 가격 변화의 분포가 꼬리 부분이 매우 두텁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두터운 꼬리 모델’을 제안했다. 


p173 최근 컴퓨터의 발전으로 계산 속도가 증가하고 효율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금융 시장에 대한 수학적인 모델과 데이터 분석은 금융 공학에서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되었다. 따라서 복잡한 계산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면 이골이 난 물리학자들이 앞으로 실물 시장 연구에 더욱 활발히 참여하게 되리라 예상된다. 

 물리학자들의 증권가 진출은 앞으로 경제학계를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방법론으로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의 열매가 얼마나 달고 맛있을지는 내일의 주가 지수처럼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교통의 물리학> 복잡한 도로에선 차선을 바꾸지 마라 

p176 훗날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중에서 


p176 퇴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한참을 기다려도 안 오던 버스가 나중에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배차 간격도 일정한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 꼭지의 시작은 유명한 문제, 질문, 연구결과, 일상생활 등으로 시작했다. 패턴이 그러하다. 이런 시작은  독자의 눈이 글에 머물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p178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겠지만 돈도 많이 들고 공간도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미 건설된 기존 도로를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앞장에서 설명했던 ‘작은 세상 이론’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거나, 위성으로 도로 사정을 알려주는 GPS를 이용해 막힌 도로로 차가 몰리는 현상을 막는 연구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교통신호를 효율적으로 조절한다거나 진입로 교통통제 등을 통해 도로 용량을 넓히고 교통 상태를 최적화 하는 문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p179 물리학적으로 보자면, 교통체증은 액체와 고체 사이의 상전이 현상 즉 ‘응고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에 착안해 응집물리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 교통의 흐름을 기술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영국의 과학주간지 <<네이처>>에 ‘왜 내 차선이 다른 차선보다 느릴까’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그럴듯한 해답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p180 교통 흐름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실제로는 옆 차선이 더 느린 경우에도 많은 운전자들이 자기 차선이 더 느리다고 느낀다고 한다. 운전을 할 때는 시야가 주로 전방을 향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추월한 차보다 자신을 추월한 차가 시야에 더 오래 남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종의 착시인 것이다. 

 왜 많은 운전자들은 옆 차선의 차량 속도를 과대평가하고 자기 차선이 더 느리다고 생각할까? 이것은 심리적인 요인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자기가 옆 차를 추월하는 경우보다는 추월 당하는 경우 더 강한 심리 반응을 보일 뿐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가 주로 전방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추월하는 차는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자기를 추월하는 차는 긴 시간 동안 시야에 남아 있어 이런 착각을 일으킨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p181 그렇다면 도시의 정글, 복잡한 도로에서 원활한 교통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한 차선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p182 교통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그 효과가 뒤차들에게 파동의 형태로 전달된다고 한다. 속도가 달라지는 자동차를 뒤따라가는 뒤차들은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속도를 늦추거나, 너무 떨어진 앞차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속도를 높임으로써 뒤쪽의 교통 밀도를 증가시켰다 감소시켰다 하여 일종의 물결파를 만들게 한다. 이런 물결 효과는 마치 충격파처럼 계속해서 뒤쪽의 차들에 전달되고,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고밀도의 교통 체증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p183 교통 체증으로 저녁식사에 늦어본 적이 있는 재기발랄한 물리학자들이 교통 과학에 뛰어든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머지않아 그들은 고체와 액체 사이를 오가며 물질의 성질을 바꾸는 입자들의 운동을 기술하듯 자동차들로 꽉 막힌 복잡한 도로의 움직음을 멋지게 설명하고 그들을 액체로, 아니 기체로 바꿔줄 묘안을 내놓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왜 서울의 도로들은 365일 공사 중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는 건 통 없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복잡한 도로, 명쾌한 과학!” 날마다 버스 안에서 시달려야만 하는 한 직장인의 바람이다. 


<브라질 땅콩 효과> 모래 더미에서 발견한 과학

p184 하나의 분자가 움직이는 경로를 누가 과연 완벽히 계산해낼 수 있을까? 쏟아지는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 내는 패턴이 이 우주의 탄생과 무관하다고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중에서 


p184 여러 종류의 땅콩들을 한데 섞어놓은 땅콩믹스캔을 사서 뚱껑을 열어 보면 가장 큰 브라질 땅콩이 항상 맨 위에 올라와 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 ‘브라질 땅콩 효과’이다. 흔들수록 알갱이의 크기별로 층이 형성되는 이 현상은 얼핏 보기에 열역학 제2법칙(시스템은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운동한다)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에겐 신기하기만 한 이 ‘브라질 땅콩 효과’는 제약 회사들에겐 오래 전부터 골칫거리 중의 하나였다. 잘 섞어놓은 가루약을 차로 장시간 운반하고 나면 크기별로 층이 생겨 낭패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로 우유에 타먹는 시리얼이나 시멘트 재료를 운반할 때도 마찬가지다. 


p191 그렇다면 만약 모래에 ‘물’이 첨가되는 경우, 모래의 성질은 어떻게 바뀔까? 미국 노트르담 대학의 혼베이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수분을 조금씩 첨가할 경우 모래 더미의 멈춤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측정해 보았다. 그들의 실험에 따르면, 아주 적은 양의 수분이 첨가되기만 해도 모래 더미의 멈춤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알갱이들은 서로 응집하게 된다. 


p194 빅토르 위고는 이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모래 알갱이들의 패턴이 혹시 우주 ㅏㄴ생에 대한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는 이미 100년 전에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 속에 수많은 물리 법칙들이 숨어있음을 직감했던 것일까? 그의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은 10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물리학자들에 의해 사실로 증명됐으며, 최근 우주 성운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도 빅토르 위고처럼, 땅에 떨어진 곡식 한 톨이나 해변의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도 이 우주를 만들어낸 소중한 벽돌이었음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 것이다. 


제4악장 점차 빠르게 (Poco a poco Allegro)

<소음의 심리학> 영국의 레스토랑은 너무 시끄러워

p198 우리들의 귀가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을 삼켜야 하는데, 어찌 그 귀로 들판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는가? -칼릴 지브란-


p203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피험자에게 갑작스럽게 혹은 불규칙적으로 시끄러운 소음을 들려주면 분노가 유발된다고 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실 폭력 사건의 빈도수가 교실의 소움 수치에 비례한다는 연구 논문도 발표된 적이 있다. 

 이렇듯 소음이 인간의 정서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뚜렷하고 일관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종종 간과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인간은 외부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고 일정하게 행동하는 ‘기계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음에 대한 반응 정도와 민감성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p204 다시 말해, 소음에 대한 사람의 반응은 하나의 결론을 거부할 만큼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소음 공명> 소음이 있어야 소리가 들린다. 

p206 나의 축음기에는 잡음이 섞여 있다. 그러나 그 잡음 속에서 참다운 음악의 영혼이 들려 온다. - 에디슨


p206~207 짜증 없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몸 상해가며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의 영원한 숙제도 바로 이  ‘소음을 줄이는 문제’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과학자들이 새롭게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때로는 ‘듣기 싫은 소음이 약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음 공명’ 현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p214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시끄럽고 귀찮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들이 ‘적막’이라 부르는 순간에도 우리의 뇌 속에선 신경 세포들의 지지직거림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 300년 동안 과학자들은 이 세상에서 소음을 몰아내기 위해 싸워 왔으며, 더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은 소음 속에서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소음 공명 현상은 “도대체 이 세상은 왜 ‘아무 쓸모도 없는’ 소음들로 가득 차 있는 거야!”라고 푸념했던 우리들의 무릎을 치게 했다.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소음으로 시달리고 있지만, 그 덕분에 (인간을 포함해서) 자연은 지금의 모습으로 정교하게 돌아각 되었던 것이다. 세상은 늘 시끄럽지만 세상이 시끄러운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이보그 공학> 뇌파로 조종되는 가제트 형사 만들기 

p226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쉴새없이 복잡한 파형을 그리는 뇌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뇌가 만들어내는 뇌파는 21세기가 시작돼도 여전히 미스터리의 영역에 자리 하고 있다. 물리학자나 신경생리학자들도 아직 뇌파가 뇌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유익한 신호인지, 예측 불가능한 잡음에 불과한지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미 뇌파를 연구하는 일에서 손을 뗐다. 뇌파가 설령 뇌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10차원에 가까운 변수를 필요로 하는 고차원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다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시스템을 다루는 카오스 전문가들은 지금 고차원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수학적인 방법들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 방법들을 찾지 못한다면 가제트 형사는 언제까지나 악당 앞에서 허둥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뇌파를 연구하고 있는 물리학자들은 믿고 있다. 뇌파가 아무리 복잡한 신호라 하더라도 우리가 이해 못 할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크리스마스의 물리학> 산타클로스가 하루 만에 돌기엔 너무 큰 지구


p229 나는 지금도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에 동감한다. 위즈워드와는 ‘전혀 달느 의미’로. 


p232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6살짜리 꼬마에게 산타클로사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썰매가 만들어 내는 충격파 없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로 증명해 주었다는 일화는 굉장히 유명하다. 리차드 도킨스, 잔인한 과학자! 


p233 과학자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매달려 온 ‘세일즈맨의 이동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세일즈맨이 물건을 팔기 위해 5개의 도시를 방문하려고 한다. 한 도시를 한 번만 방문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짧은 경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경로를 계산한 다음 비교해 보는 것이다. 도시가 5개밖에 안 될 때는 가능한 경우가 120개뿐이므로, 계산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가 10개만 되도 그 경우의 수는 3,628,800으로 늘어난다. 

 25개의 도시를 방문해야 하는 세일즈맨이 가장 빠른 경로를 찾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계산으로 소비해야 할까? 


p234 선물을 운반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1억 6천만 킬로그램이나 되는 선물 꾸러미를 썰매 뒤에 싣고, 106만 마리의 사슴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0.007초 만에 굴뚝으로 들어가 선물을 나누어주고 나오는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중력의 14억 배나 되는 힘을 이겨가며 31시간 동안 1억 6천만 가정을 쉬지 않고 방문해야 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가혹한 운명을 말이다. 


<박수의 물리학> 반딧불이 콘서트에서 발견한 과학

p236 저는 때론 제 연주보다 청중들의 박수 소리가 더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p238 반딧불이의 반짝거림이나 여성의 생리 주기 외에도, 동기화 현상은 자연계 도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만여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심장의 페이스메이커는 늘 똑같은 박자로 펄스를 발산하며, 생체 시계로 알려진 시교차상핵의 신경세포들은 24시간을 주기로 발화 진동수가 변한다. 매미들은 17년마다 한번씩 일제히 땅에서 올라와 번성함을 이루고 가을밤 귀뚜라미들의 울음소리 역시 지휘자에 맞춰 노래하듯 아름다운 화음으로 울어댄다. 

 그들은 왜 같은 박자로 울어대고 발산하고 진동하는 것일까? 누구의 지휘도 없이 그들은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박자로 운동할 수 있는 것일까?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동기화 현상을 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최근 들어 비선형 동역학의 발전과 컴퓨터 속도의 비약적인 증가는 지금까지 신비의 영역에 묻혀 있던 동기화 현상을 다시금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이 반딧불이의 불빛 콘서트에 대해 얻은 해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p246 미친 듯이 쳐대는 박수에는 자신의 열정적인 감정을 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박자를 맞춰 치는 박수에는 다른 청중들과 하나됨을 느끼게 하는 편안함이 있다. 비섹 박사는 음악회에 자리한 청중들이 이 두 감정들 사이를 오가며 두 종류의 박수치기를 되풀이한다고 해석했다. 

 구뚜라미들은 왜 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일까? 반딧불이들은 왜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박자로 깜빡거리는 것일까? 혹시 그들도 약육강식의 살벌한 자연에서 하나됨을 느끼기 위해 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은 아닐까? 자연의 리듬에 귀기울이기 시작한 물리학자들의 명쾌한 해답을 기다려 본다. 


<콘서트를 마치며> 복잡한 세상, 그 안에 과학

p249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가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 아놀드 토인비


p250~251 일견 모순돼 보이는 이런 주장들을 한데 묶어 놓은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반지름이 6,40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행성이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60억 사람들끼리는 서로 가까운 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간관계의 동역학적인 측면에서는 한없이 가까울 수도 있는 곳. 산타클로스가 하루 동안 돌면서 선물을 나눠주기엔 너무 크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건넨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루 만에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이다. 


p253 그러나 카오스의 진정한 의미는 그 정의를 반대로 뒤집는 데 있다. 자연과 사회는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패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동안 우리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복잡하고 혼들스러운 패턴들이 그 패턴의 복잡함만큼이나 많은 변수들에 의해 무작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따라서 자연과 사회의 복잡한 패턴은 확률적으로만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오스 이론은 굉장히 복잡한 패턴들도 몇 개의 변수만으로 이루어진 비선형 방정시긍로 기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며, 비록 초기 조건에 민감하기 때문에 긴 시간 후의 행동 패턴은 예측할 수 없지만, 짧은 시간 스케일 안에서는 동역학적인 예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또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사고하는지, 도로 교통망을 어떻게 연결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주가 지수는 어떤 변수들에 영향을 받으며 변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p254 인간의 역사는 그 어떤 시스템보다도 복잡하고 카오스적이다. 앞으로 물리학자들은 이 혼돈스러운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 속에 숨겨진 질서와 법칙을 찾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관해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회과학자들이 얻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그들이 얻은 지식을 통합하여 우리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제시해주길 기대해 본다. 과학 콘서트는 끝났지만 물리학자들의 세상 읽기는 이제 비로소 시작인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전체적인 뼈대는 4개의 챕터 아래 5개의 꼭지글로 구성되어 있다. 총 20개의 꼭지다. 코서트 형식을 빌려와 각 챕터를 악장으로 표현했다. 크게 확률, 패턴, 경제, 소리로 분류한 후 각각의 문제와 물리학도의 시선으로 구성되었다. 각 꼭지는 잡지나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문제, 일상 생활,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설명하고, 보편적인 결론에 이르른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점은 수학에 관련된 도서를 읽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 생활을 수학적인 눈으로 보고 책에 활용할 만한 사건을 발견하고, 잡지, 신문, 시, 소설,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야겠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친숙한 글이 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활동인데 이제까지 피해왔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네이트 판도 들어가서 보고, 좋아하는 연애인, 고민하는 문제들을 모아 자료 정리를 해서 필요할 때마다 꼭지글에 잘 조합을 시키면 좋을 것 같다. 또 수학관련 잡지도 구해서 읽어보고, 논문도 들춰봐야 좋은 책이 나올 것 같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잘 조합하면서 글을 써내려갈 시기가 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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