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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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수록 결국 고전(古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전은 지식을 넘어 나와 남과 세상을 성찰하는 장(場)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동안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다시 읽으면서 앞으로 2년간의 독서 방향 중 하나로 동양고전을 잡았습니다. 배움의 관점에서 읽었던 고전을 이제는 성찰과 실천의 관점에서 가능한 깊이 읽겠다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강의>에서 신영복 선생님은 <노자> 강의를 마치며 노자에 대한 비교적 짧은 강의로 인해 독자들이 노자를 더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다고 염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인간 노자의 풍모를 상상할 수 있다면 대단히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친구 중에서 노자 비슷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노자에 대한 최고의 이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고전을 통해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도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알고 있는 ‘나’와 세상에 알려진 ‘나’가 자기의 전체 모습은 아닙니다. 가까운 산이 먼 산을 가리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앞산에 오르면 뒷산이 보이고, 앞산을 넘어야 뒷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산 너머 또 산이겠지요. 이렇게 자기를 탐구할 수 있는 좋은 장(場)이 고전이라 생각합니다. 이 탐험 과정에는 방황과 수련이 뒤섞여 있고, 진귀한 풍광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더 깊이 더 멀리 볼 수 있는 깨달음도 함께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깨달음은 고전 읽기의 시작이며 그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의>를 읽는 내내 신영복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습니다. 이 책이 강의록을 기반으로 쓰여 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선생님의 치열한 성찰과 극진한 삶이 책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고전 독법은 그윽합니다. 훌륭한 차에서 나는 은은하면서도 짙은 여운을 남기는 향기 같습니다.
어떤 책을 읽고 저자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경험을 하기가 흔치 않습니다. 삶이 글을 따라오지 않는 저자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움과 성찰과 실천을 구분할 필요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게 무엇이든 삶 속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말합니다.
“사상은 실천된 것만이 자기의 것입니다. 단지 주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의 사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말이나 글로써 주장하는 것이 그 사람의 사상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자기의 사상이 아닌 것도 얼마든지 주장하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삶 속에서 실천 된 것만이 자기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상의 존재 형식은 담론이 아니라 실천인 것입니다. 그리고 실천된 것은 검증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 담론의 구조가 아무리 논리적이라고 하더라도 인격으로서 육화된 것이 아니면 사상이라고 명명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책임이 따르는 실천의 형태가 사상의 현실적 존재 형태라고 하는 것이지요.”
* 오늘 소개한 책 : 신영복 저,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돌베개,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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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예보에서도
요즘 형이 일하는 용인에서도
모처럼 정확하게
눈이 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형, 오늘 눈이 와"
네가 문자를 보냈지.
나는 왜 그 문자가 "형, 오늘 술사줘"로 보였을까?ㅎ
그래, 우리 연구원 1기할때 첫 책이 신영복 선생의 강의였지.
내게는 첫 책이어서 굉장히 부담이었지만오히려 너무나 편안했던 책이였단다.
난 전작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너무나 좋았거든.
요즘 너의 메일, 솔직히 제목만 보고 지나갈때도 많았지만
리라이팅독서 메일이 이제 이렇게 묵직하게 다가오는구나.
너는 점점 도약하는구나.
사부님을 포함하여 너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 너답게 꿈들거려라.
너답게...
난 갈수록 너에게 배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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