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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18시 43분 등록

장면1) 토요일 아침 영하 13도다. 올 겨울 영하 13도는 혹한의 추위를 상징하는 낯설지 않은 기준이 되었다. 유난히 길고 잦아진 올 겨울 강추위. 패딩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바삐 걸었다. 잠도 적당히 잤기에 춥지만 개운한 날. 아침부터 할 일이 많아 결연한 의지를 담아 총총 걸음을 떼었다. ‘신화란 무엇일까’ ‘나에게 신화란 무엇일까’ 를 고민하던 차, 길을 막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머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경광봉을 들고 귀마개를 한 그, 작업인부 같았다. 그는 지게차 위에 올라타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또 다른 작업인부와 말하며 손으로 표시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추운 겨울 가로수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좁은 인도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가로수 나뭇가지들로 인해 사람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이를 통제하는 사람이 아까 그 작업인부였다. ‘에이씨… 바빠죽겠는데, 하필…’ 나는 조금 답답해지고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 봤자 몇십초 뒤였다. 몇십초면 나는 그 길을 지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또 다른 작업자들을 만났다… ‘에이씨…. 또….’ 하는 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들에게 신화란 무엇일까? 저들에게 신화란 것이 있긴 한 것일까?! 아니면 저들은 신화에 관심이 있을까?! 저들에게 신화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 답할까?’


“신화는 무슨 얼어 죽을…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이랑 따뜻한 밥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신화… 뭐 옛날 이야기가 신화지. 귀신들, 단군 할아버지 나오는 그런 얘기들… 그런데 굳이 신화라고 하면 난 빨리 돈 벌어서 집장만하고 먹고 사는데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게 나에게는 신화라면 신화지..”  


이런 답변들?!


장면2) 어두운 새벽길, 추운 날씨를 출근을 재촉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도중 어디선가 ‘후아~~~~!’ 이상한 외침이 들린다. 무슨 소릴까. 내 뒤 편엔 아무도 없다. 도로에 지나가는 차도 없다. ‘아무도 없네’ 생각할 즈음, 어두운 도로 중앙을 잽싸게 가로지르는 바이커들이 보인다. 자전거를 탄 두 소년,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그들. 그들의 질주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젊음의 생기가 느껴졌다. ‘저들에게 신화란 무엇일까?! 저 시절 나에게 신화란 무엇이었지?!’


장면3) 동료 친한 과장과 차 한잔하며 바쁜 업무로부터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과장님, 과장님에게 신화란 뭐에요?!” “신화?! 무슨 신화?!” “ 왜 있잖아요… 그리스 로마신화나 성공신화 뭐 이런거……” “ 글쎄, 그리스로마 신화는 어릴 적에 읽어보고 본적 없고, 성공신화는 생각해본 적 없는데…… 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고정 수입 들어오는 그런 일이나 있었으면 좋겠다… 신화는 무슨……”  우리 직장인들에게 신화란 무엇 일까.

 

 

내가 예시로 든 장면이 편향적 일수도 있다. ‘신화’를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몇몇 장면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화를 고민하고 성공을 꿈꾸는, 또 그 성공을 이루어가는 신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우리 사회이다. 다들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 바쁘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수십 년 계속되어 온 새벽별보기 운동을 21세기 최첨단 시대에도 계속 해야 하는 그들, 정해진 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지만 있는 스트레스 없는 스트레스 다 받고 정작 그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새벽이고 주말이고 고된 작업을 해야 하는 청소부나 작업인부들…… 그들에게 신화란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른다. 신화를 논하는 것 자체가 개 풀 뜯어 먹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나에게 신화란 작은 즐거움이었다. 다른 책들은 보지 않았지만 그리스 로마신화는 읽어본 적이 있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꽤 많았다. 에로스의 화살, 나르시스가 자신을 사랑하게 된 이유’, 오디이푸스와 스핑크스 등, 깊고 자세한 이야기를 알지는 못했지만 워낙 유명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재미난 만화 같은 이야기였다.


조금 더 커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나에게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것이었다. 내게 있어 신화는 성공신화였다. 재학 중이던 한 대학생이 빙수집을 차려 대박이 난 성공신화, 대학을 중퇴하고 만든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하게 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과 같이 신화와 같은 성공스토리들. ‘신화=성공’을 의미했었다.


얼마 전까지 신화는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꽤 현실적인 나의 성향과 맞물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고 있음직하지 않은 지어낸 무엇이었다. 신화는 나의 삶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구본형 선생님이 신화에 대한 책을 낸다는 소식을 접하며 ‘‘변화경영과 신화’는 잘 어울리지 않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막연하게나마 ‘신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 신화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이야기’이다. 허황되던 허황되지 않던 그것은 이야기이다. 인간이 살면서 겪을 법한 다양한 감정 - 사랑, 배신, 증오, 미움, 동경, 희망, 욕망, 복수, 부정, 가족, 성공, 영웅 등- 과 사건들이 재미있게 그리고 교묘하게 논리적으로 버무려진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그 속엔 사랑이 있고 질투가 있다. 실패가 있으면 성공이 있다. 승리가 있고 패배가 있다. 평범함이 있고 비범함이 있다. 바람기 다분한 사랑이야기가 상당하지만 페넬로페이아와 오디세우스 같은 우직한 사랑도 있다. 오랜 전쟁 끝에 망국의 사람이 되었지만 새로운 땅을 개척하여 1000년 역사의 기초를 건립한 아이네이아스와 이울로스의 성공신화가 있다.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돌아와서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목숨을 잃은 아가멤논도 있다. 닮았지만 입장이 달랐던 안티고네와 크레온이 있고,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를 극복한 뒤로는 그 위험이 가장 큰 조력자가 된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많은 이야기는 사람들과 그들의 인생 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신화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이루는 요소들을 찾아낼 수 없다. 나 또한 어제까지는 그랬다. 지금도 그런 의문이 온전히 가셔진 것은 아니지만 신화를 ‘이야기’로 정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신화와의 거리가 조금 더 좁혀진 듯한 느낌이다. 신화와 나와의 거리가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몸이 불편한 세계적인 카툰 작가 지현곤은 말한다. “ 함부로 남을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 것. 전혀 불행하지 않았던 그를 불행한 존재로 못박아 버리는 건 너무 잔인하니까.”
그렇게 보면 앞서 예시로 들었던 장면1)의 그들, 추운 겨울 주말에도 가로수 철거작업에 동원된 작업인부들과 그들의 신화에 대한 예상답변은 개인적인 편견에서 나온 것일지 모른다. 그들이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신화를 개 풀 뜯어먹는 현상으로 볼지, 고단한 삶을 탈출하는 통로로 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반드시 언젠가 꼭 한번은 그들만의 신화를 쓰기를 있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신화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난 그러길 바란다.

IP *.6.13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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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05:11:46 *.185.21.47

안녕하세요, 김대수님.

저는 오미경입니다. 함께 레이스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__^

과제 하면서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이 순간에도 개인적인 신화를 쓰고 있으시겠지요.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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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4:40:46 *.62.164.78
글 잘 읽었습니다. 파이팅! 저도 옆에서 힘껏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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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9:19:44 *.177.81.59

저도 '신화'가 뭐니라고 친구들에게 물어볼 뻔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신화입니다"라는 답변 들을까봐

꾸~욱 참았습니다. 모두에게 각자의 신화는 있겠죠.

각자의 신화를 위해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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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21:51:46 *.58.97.136

탄탄하게 정리하여 쓰신 글, 귀하게 읽고 갑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 내실 분 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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