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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22시 44분 등록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나에게 신화란 ‘재밌는, 그렇지만 거짓된 이야기’일 뿐이였다. <구본형의 그리스도인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독실하신 기독교 신자이신 부모님을 두고 있지만 난 무신론자이다. 무신론자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한글도 잘 깨우치지 못할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도무지 목사님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서의 이야기는 어떤식으로 해석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거기에 금전적인 문제와 교회 안에서 권력 다툼을 보고 있노라면 종교란 지극히도 모순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교회라는 곳에 완전히 발을 떼버렸다.

 

같은 이유로 학창 시절 국사시간의 신화 이야기는 콧방귀를 끼게 했다. 과학이 자연을 정복하기 전의 시절 나약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무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도무지 이런 이야기들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우습다고 생각했다. 2000년도 한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행했을 때 이 책을 보면서는 차라리 이럴꺼면 무협지를 읽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외워지지 않는 이름들을 찾기 위해 책을 역주행 해가며 되짚어 읽는 수고는 덤이였다. 신화란 가치 없고 귀찮은 혹은 겉멋든 사람들의 허영심이라 생각했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다.

 

그 당시의 난 과학과 이성을 숭배했다. 소설과 시를 읽지 않았으며 어떠한 모호하고 감정적인 것들에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다. 그런 나에게 번개를 치는 제우스, 바다를 맘대로 조종하는 포세이돈 이야기는 아무런 가치 없는 것들로 보였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는 아름답긴 하지만 손한번 잡아볼 수 없는 베네수엘라의 미스 유니버스 같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일 뿐이였다.

 


신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유럽의 미술과 건축을 접하면서였다. 당시 유럽의 문화에 빠져있던 누나가 집에 유럽의 근대사 책을 사다놓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명화들과 건축 양식들을 보고 있으면서 경외감과 신비로움을 가지게 되었고, 이 그림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으로나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의 지식이라고 해봤자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했을 뿐이였다.

 

신화에 대해 완전히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고 나서이다. 그의 책 프롤로그의 한 구절이다.
“나는 그리스인의 신화를 읽으면서 내가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인류의 한 사람임을 절감했다.언제 어디서 태어났든 우리 안에는 인류의 원시와 고대 그리스 중세가 이 시대와 함께 공존한다. 오늘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신화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알 수 있다는 그의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였다. 신화는 겉멋든 역사공부가 아니였다. 신화는 인간 본성을 파악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기 위한 훌륭한 이야기꺼리였다. 그제서야 우리가 왜 신화를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주위를 한번 돌아보자. 우리가 신화와 떨어져서 살 수 있을까? ‘오디세이’, ‘칼립소’, ‘사이렌’등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이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는가? 마천루를 이루는 서양의 건축양식, 기독교 천주교와 같은 종교문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깊숙히 그리스 로마 신화가 들어와 있다. 그만큼 서양의 삶이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다는 뜻이리라. 그 뿐이 아니다. 영화 소설 게임등에서 몇천년전의 이야기인 신화는 계속 재해석되어 여전히 소비되고 있는 컨텐츠들이였다.


이제 난 신화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겠다.
“신화란 몇천년을 이어온 위대한 이야기라오.”
신화는 절대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거기에는 사랑이 있고, 질투가 있고, 배신이 있으며, 모험과 위대한 정의가 한가득 있다. 신화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다면 그리고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에 나를 투영할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신화는 인류가 존재하고 인류의 인간애가 크게 변하지 않는 한 계속 읽히리라. 요즘 열광하는 <레미제라블>이라는 고전처럼 신화 역시 시대에 맞게 재해석 되고 계속해서 다시 읽힐 것이다.

 

이제 난 신화에 대해 호의적인 것을 넘어 신화 예찬론자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힘들다. 지금 내 처지가 고통스럽고 사는 게 너무 지친다’라고 도움을 구한다면 난 그리스의 비극을 읽어보길 권하겠다. 비극의 주인공들의 끝없는 몰락과 절망, 그리고 거기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사는게 답답하고 중대한 결정 앞에 망설이고 있다면 호메로스의 <오디쎄이아>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읽어보길 권하겠다. 그들의 영웅적 모험담을 통해 현실을 묶고 있는 사슬을 끊어버리라고 말해주리라.
그리고 나에게도 작게 속삭인다.
‘담대하게 나아가라~ 원시의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처럼. 그리고 나를 찾아 떠나라, 평범함을 벗어버리고 나만의 위대한 신화를 써보자.’

 

IP *.108.8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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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05:15:11 *.185.21.47

안녕하세요. 김준영님.

저는 오미경입니다. 함께 레이스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__^

과제 하면서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평범함을 벗어나 김준영님만의 신화를 쓰시길 기원합니다.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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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4:44:27 *.62.164.78
예술을 통해 신화 여행을 시작하셨군요. 반갑습니다. 옆에서 저도 힘껏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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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9:29:38 *.177.81.59

안녕하세요. 얼굴 뵐 기회가 없어서 글로서 인사드려요.

저도, 무신론자, 아니 저는 잡신론자랍니다.

때때로 부처님도 불러보고 하느님도 불러보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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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21:47:26 *.58.97.136

모호하고 감정적인 것에 흔들리지 않으리라.....

^^ 마구 마구 흔들어 놓고 싶어져....용~^^

 

반갑습니다.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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