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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06시 18분 등록

새로운 인생

-. 오르한 파묵(Orhan Pamuk) 지음 / 이난아 옮김

-. 민음사, 1999

 

  

■ 저자에 대하여 - 오르한 파묵

 

 1952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이스탄불의 명문 고등학교인 로버트 칼리지를 졸업하고 이스탄불 공과대학 건축학과에 진학하지만 자신에게 이야기꾼의 재능이 더 많음을 깨닫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소설 쓰기에 전념하여 첫 작품인 <제브데트씨와 아들들> <밀리예트> 신문의 소설 공모에 당선된다. 1982년에 출간된 이 작품으로 그는 터키의 대표적 문학상인 '오르한 케말 소설상'을 수상하며 터키 문단의 주목 받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다.

 두 번째 소설인 <고요한 집>(1983)으로 '마다라르 소설상'과 프랑스에서 주는 '1991년 유럽 발견상'을 받았고, <하얀 성>(1985)을 발표하면서 파묵은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들기 시작한다. <새로운 인생>(1994)은 터키 문학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내 이름은 빨강> 35개국 독자들에게 그를 알리며 2002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 2003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 2003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등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2002년에 발표한 <>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를 주제로 작품을 써 온 파묵은 2006 "파묵은 고향인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 밖에 2005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평화상'과 프랑스 '메디치 상'을 수상했다.

 

 파묵은 세계적으로 '터키 작가'라기보다는 '이스탄불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제임스 조이스 하면 더블린을 떠올리고 카프카 하면 프라하를 연상하듯, 이제 오르한 파묵은 자연스레 이스탄불과 동일시된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현재까지 발표한 일곱 편의 장편소설 중 <>을 제외한 모든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이스탄불이라는 사실을 통해 그에게 왜 이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현재도 이스탄불 중심가에 살고 있으며, 여름 집필실 또한 이스탄불 시에 속한 섬에 있다.

 

 파묵의 모든 소설에는 '삶의 의미'를 찾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의 첫걸음인 셈이다. 이스탄불이나 터키 전역을 돌아다니는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내면세계에서 '자아', 결국 '삶의 의미'를 찾는다. 작가 자신도 이에 대해서 "이것은 우리 곁에, 어쩌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감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파묵은 자신이 영향을 받은 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탄피나르, 케말 타히르, 그리고 터키 현대 소설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오즈 아타이의 영향이 지대했다고 고백했다. 이들 작가들은 특히나 뚜렷한 역사의식을 작품에 담고 있는데, 파묵은 자신의 작품에서 심오한 사상 위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덧칠하는 탁월한 기법을 구사한다. 그가 역사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는 보다 근본적 이유는 그 자신이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는 내게 순수하고 순결한 상상력을 부여해 준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일 뿐이라고 항상 강조해 온 파묵은 자신이 시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통해 항상 독자들의 감응을 기대한다. 그는 '독자의 영혼에 어떠한 영혼을 미치고,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빼앗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계산하면서 소설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파묵은 소설 쓰기를 인생과 동일한 것으로 본다. 소설 미학에 관해서는 소설에 사회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 심오함에 중요성을 부여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참고]

1. 새로운 인생(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 1999)

2. 내 이름은 빨강(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04)

3. 이스탄불(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08)

4. 순수박물관(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10)

 

 

■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9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으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첫 장에서부터 느껴진 책의 힘의 어찌나 강렬했던지, 내 몸이 앉아 있던 책상과 의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내 몸이 나로부터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재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나의 영혼뿐 아니라 나를 나이게 만드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 놓여 있는 바로 그 책상 앞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9 이는, 마치 내가 읽고 있던 책장들로부터 내 얼굴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그러한 강력한 힘 때문이었다. 그 빛은 나의 이성을 무디게 만드는 동시에 환하게 밝혀 주고 있었다. 나는 이 빛 안에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었다.

 

13 나는 그 시선이 되고 싶었다. 그 시선을 통해 바라본 세계 속에 존재하고 싶었다.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지, 정말로 그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스스로를 납득시킬 필요조차 없었다. 나는 정말로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 살고 있다면, 이 책은 당연히 나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누군가가 나의 생각들을 나보다 먼저 생각해서 적어 내려간 것이었기 때문이다.

 

32 그녀는 무척 옅은 색이지만 흰색은 아니고 딱히 무슨 색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계단에 다다르기 전에 그녀를 따라잡았다.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얼굴은 책에서
뿜어져 나왔던 빛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이 세계에 있었고, 동시에 새로운 인생의 문턱 앞에 있었다. 나는 그곳, 더러운 계단 앞에 서 있는 동시에 책 속의 인생 소게 있기도 했다. 그 빛을 볼수록 내 심장이 내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40 내 말을 믿어. 그 길의 끝에는 죽음 말곤 아무것도 없었어. 그들은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지. 지금도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지 몰라.”

 

40 침묵이 흘렀다. 한 순간이었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람처럼 메흐메트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를 실망 시켰다는 느낌이 들었다.

 

41 “책이 내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느꼈거든.”

 

42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집의 벽은 무슨 색깔일까? 아버지와는 무슨 얘기를 할까? 욕실은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할까? 형제는 있을까? 아침에는 뭘 먹을까? 그들은 연인 사이일까? 만일 그렇다면, 왜 내게 키스한 걸까?

그녀가 내게 입 맞추었던 작은 강의실은 비어 있었다. 나는 다음 전투를 기다리는 패잔병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43 눈물이 막 흘러 넘치려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람을 타고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돌마흐체 궁전으로 가는 가파른 비탈길 너머로, 플라타너스와 밤나무 들이 보였다. 어찌나 고요하던지! 나는 생각했다. 나무들은 자기가 나무인 줄도 모를 거야! 눈 덮인 나뭇가지에서 까마귀들이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감탄하여 쳐다보았다.

 

43 나는 눈송이들을 보고 있었다. 커다란 눈송이들이 다른 눈송이를 따라갈까 말까 마음을 정차지 못한 듯 허공에서 잠시 멈추었다 다시 움직였다 하며 조용히 내려오고 있었다. 가끔씩 가벼운 바람이 휙 하고 불어와 이 모두를 한꺼번에 다 휩쓸어 가 버리곤 했다.

 

43 또 때로는 눈송이 하나가 허공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한자리에 가만히 멈추더니, 감자기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 듯 천천히 위를 향해 다시 올라가기도 했다. 나는 수많은 눈송이가 진흙탕에, 공원에, 차도에, 혹은 나무 위에 내려 앉기 전에 하늘로 되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알아차린 사람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50 그렇게 용기를 얻은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어떤 성스러운 임무에 나의 몸을 바치는 것처럼 책이 뿜어내는 빛에 정면으로 얼굴을 갖다 댔다. 빛은 처음엔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안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와서, 나중에는 내 존재가 온전히 녹아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살고 싶고, 달리고 싶다는 참을 수 없는 충동과 몸 속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초조함과 흥분으로 인한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나는 다음 날 해가 떠오를 때까지 책을 읽었다.

 

56 책을 읽었다. 책이 나를 굴복시키고 이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기를 기원하며, 경외심을 갖고 읽었다. 새로운 나라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모습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불꼬 색 구름들, 어두운 바다, 보라색 나무, 진홍색 파도들. 그 다음엔 어느 봄날 아침 소나기가 내린 뒤 갑자기 해가 나오듯, 희망과 자신감으로 가득 찬 나의 걸음 앞에서 더러운 아파트 건물들과 저주받은 거리들과 닫힌 창문들이 저 멀리 달아나더니, 내 마음의 눈 앞에 도사리던 혼돈의 환영들도 천천히 사라지고, 아이를 품에 안은 사랑의 신이 눈부신 후광과 함께 나타났다. 그 아이는 피아노 위의 사진 속에서 본 소녀였다.

 

58 앉은 자리에서 손을 뻗어 서랍에서 공책 하나를 꺼냈다. 가로 세로로 줄이 그어진 모눈종이 노트였다. 책을 발견하기 몇 주 전에 공전 수업을 위해 사 두기만 하고 사용하지는 않은 노트였다. 첫 장을 펼쳐, 깨끗하고 하얀 종이의 냄새를 코로 들이마셨다. 그리고 나서 볼펜을 들고 책이 내게 말한 것들을 하는 문장 한 문장 공책 위에 쓰기 책이 내게 말한 것들을 한 문장 한 문장 공책 위에 쓰기 시작했다.

 

58 책이 말한 한 문장을 공책에 적은 후에 다음 문장을 읽었고, 그 문장을 쓴 후에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해서 한 단락을, 연이어 또 하나의 단락을 그대로 옮겨 쓰면서 책이 내게 말해 준 것들에 새로이 생기를 불어넣었다. 한참을 쓰다가 고개를 들고 책을 봤다가, 다시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내가 노트에 쓴 것은 책에 쓰여 있는 것들과 동일했다. 흡족했다. 그래서 매일 밤 새벽까지 같은 일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60 이렇게 나는 자난이 바로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몇 초 더 할 수 있었고, 그런 식으로 내 상상을 더 강력하게 믿게 되었다. 달콤한 액체처음 내 핏줄에 서서히 퍼지는 이 상상은, 내가 고개를 돌려 그곳에 자난, 혹은 그녀를 나타내는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을 때, 내 위를 뒤틀리게 하는 독으로 변해 버리곤 했다.

 

61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이 각운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상상 속에서 인쇄한 청첩장을 새로운 인생캐러멜 포장지에 적혀 있는 여러 가지 멋진 민요들로 장식했다.

 

62 그 순간, 너무나 가슴 벅찬 자유의 느낌이 밀어닥쳐서, 난 너무나 놀랐다. ‘모든 게 이렇게나 단순한 거였어.’ 라고 생각했다. 3자의 시선으로 본 내 방의 남자는 그곳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방으로부터, 달아나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방으로부터, 모든 것으로부터, 어머니의 냄새로부터, 내 침대로부터, 22년 동안 살아온 내 인생으로부터 달아나야만 했다. 새로운 인생은 그 방을 떠나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아침마다 그 방을 나와서 밤마다 그 방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한, 자난이나 그 나라, 둘 중 어느 쪽에도 가까워질 수 없었기 대문이다.

 

63 나중에, 책을 읽으면서 베껴 쓰면서, 나는 내가 읽고 쓰고 있는 것이 이 세계 안의 어떤 움직임을 말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한곳이 아닌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해야만 했다. 내 방은 하나의 장소였다. 모든 곳이 아니었다.

 

63 이제는 책이 나를 인도하는 곳, 자난과 새로운 인생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책이 내게 설명한 것들을 더 많이 옮겨 적을수록 내가 가야 할 곳에 대한 지식이 점차 내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왔고,나는 내가 서서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행복해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뿌듯해하는 여행자처럼, 내가 베낀 페이지들을 보고 있을 때, 나는 내가 변해가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63 책상에 앉아 한 문장 두 문장 노트에 쓰고 또 씀으로써 새로운 인생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 책 한 권을 읽은 후로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고,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나였다.

 

64 옷장 바닥 양말 더미 밑에 숨겨 두었던 비상금을 꺼내고, 자기 방의 불도 끄지 않은 채 어머니 침실 문 앞에 서서 잠든 어머니의 숨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도 나였다. 천사여,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에 겁 많은 침입자처럼 인도 위에 서서 자기 방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도 나였다. 밤의 정적 속에 울려 퍼지는 자신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인생을 향해 열심히 뛰어가고 있던 것도 나였다.

 

65 그 안에서 나는, 마침내 소화가 다 될 때까지 누구의 배 속으로 들어가 몇 백 킬로미터를 여행해야 하나 궁금해하며 커다란 냉장고 안에 진열돼있는 레바니(달걀과 밀가루로 만든 후식)와 무할레비(우유와 쌀가루를 섞어 만든 후식)와 샐러드들에 등을 돌리고 앉았다.

 

71 내가 찾았던 것이 이것이었고, 내가 원했던 것 또한 이것임이 분명했다. 내가 찾은 것을 어떻게 가슴속에서 느꼈던가. 평온, , 죽음, 시간! 나는 그곳에도 존재했고, 이곳에도 존재했다. 나는 평안 속에도 있었고 유혈이 낭자한 전쟁 속에도 있었다. 유령 같은 불면 속에도 있었고 끝없는 잠,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밤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영화처럼 슬로모션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망자들의 세계로 떠난, 물병을 손에 쥔 젊은 차장의 시체 옆을 지나갔다. 나는 뒷문을 통해 어두운 밤의 정원으로 나갔다.

 

73 나는 3차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인생과 세계와 책을 파악하지 못하고, 너를 다시는 보비 못하고 죽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이렇게, 새롭디새로운 별들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천진한 어린아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나는 죽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다. 나는 사물의 감촉을, 향기를, 그리고 빛을 새로이 발견하면서, 내 이마에 흐르는 피의 따스함을 차가운 손으로 느끼며 행복해했다. 나는 행복에 겨워 이 세상을 바라보았다. 자난, 너를 사랑하면서

 

73 멀리 보이는 사고 현장에서는, 불운한 버스가 시멘트를 실은 트럭과 온 힘을 다하여 충돌했던 지점에서 피어오르는 시멘트 구름이 이미 죽은 사람들과 죽어 가는 사람들 위로 기적의 우산처럼 걸려 있었다. 버스에서는 푸르고 고집스러운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살아남았지만 잠시 후면 사라질 불운한 사람들이 새로운 행성의 표면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처럼 조심스럽게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당신들은 남아 잇고 저는 나왔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피가 내 주머니를 잔돈처럼 채웠습니다.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81 , 밤의 버스에 올라탄 사람들이여, 불행한 형제들이여. 나는 당신들도 나처럼 무중력상태의 시간을 찾아 헤멘다는 것을 알고 잇다. 그곳도 아니고 이곳도 아닌, 두 세계 사이에서, 행복한 정원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다니는 것. 가죽 재킷을 입은 축구광이 경기의 시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피투성이가 된 붉은 영웅으로 바뀔 끔찍한 사고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비닐봉지에서 줄기차게 뭔가를 꺼내 먹고 있는 신경질적인 아주머니가 여동생이나 조카를 만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의 문턱에 도달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뜬 눈으로는 길을, 감은 눈으로는 꿈속을 헤매고 있는 토지 측량사는 행정 건물을 측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도시를 뒤편에 두었을 때의 교차점을 계산하고 있으며, 맨 앞 좌석에서 자고 있는, 사랑에 빠진 창백한 얼굴의 고등학생은 애인과의 입맞춤이 아니라 앞 유리창에 열정과 분노로 입맞춤을 할 격렬한 만남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는 이런 흥분 속에서, 운전사가 급정거를 하거나 우리가 탄 버스가 바람을 가르며 잠시 흔들릴 때마다 눈을 크게 뜨고 창밖의 어둠을 노려보면서 그 마법의 시간이 결국 다가오고 잇는지 아닌지를 살피곤 했다. 그러나 역시 그 순간은 오지 않았다.

 

82 뒷문을 나와 터미널로 들어갔다. 터미널의 떠들썩한 삶 속으로. 땅콩 장수, 카세트테이프 장수, 복권 파는 사람, 손에 가방을 들고 잇는 사내들, 비닐봉지를 들고 잇는 중년 여자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나는 운에 모든 걸 맡기지 않기 위해 가장 낡은 버스를 찾고, 가장 구불구불한 산길을 택하고, 기사 휴게실에서 가장 졸려 보이는 운전사들을 찾았다.

 

83 날이 갈수록 작아지고 꼬깃꼬깃해졌다. 다리를 모으고 앉아 옆자리 승객과 사랑을 나누는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의 대머리는 내 어깨에, 힘없는 손은 내 무릎 위에 얹어져 있었다.

 

83~84 매일 밤 나와 함께 낡은 버스에 타게 된 불행한 승객은 처음에는 경계심 많은 이웃이었다가, 나중에는 대화 상대, 동틀 무렵에는 비밀도 털어놓을 수 있는 허물없는 친구가 된다. 담배 피우시겠습니까? 어디까지 가십니까? 무슨 일을 하십니까?  어떤 버스에서는 이 도시 저 도시를 돌아다니는 보험 외판원 행세를 했다. 얼음장같이 추웠던 또 다른 버스에서는 내 운명의 상대인 사촌과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떠들었다. 한번은 유에프오를 관측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어떤 노인에게 나는 천사를 기다린다고 말했고, 또 한번은 가게 주인과 함께 고장 난 시계를 수리하러 다니는 사람 행세를 하기도 했다. 의치를 한 어느 중년 남자는 내 시계는 모바도라 절대 틀리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가 입을 벌리고 자고 있을 때, 나는 그 정확한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시간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생, 새로운 인생이다! 지금껏 이런 것을 생각해 낸 사람이 없었다는 데 놀라워하며, 나는 이 단순한 논리에 굴복하여 버스 터미널로 가는 대신, 오 천사여, 곧장 사고 현장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85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는 사람처럼, 안개 낀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단호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85 나는 문 손잡이에 손이 잘 닿지 않는 버스로 기어올랐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의자들을 지나, 중력을 이기지 못해 천장으로 떨어진 안경들, 유리 조각, 쇠사슬, 과일들을 밟으며 즐겁게 걷고 있을 때 뭔가가 생각났다. 나는 한때 다른 사람이었었다. 그 사람은 내가 되고 싶어 했었다.

 

85 책상 위에 두고 온 책이 떠올랐다. 입을 벌린 채 죽은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는 것처럼, 책도 내 방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어머니가, 내 책을 그곳에, 끝내지 못한 나의 옛 인생에 속한 물건들 사이에, 내 책상 위에 그대로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86 부서진 문으로, 이 옛 친구의 안으로 들어가 6주전에 내가 앉았던 의자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이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인내심 많은 승객처럼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어쩌면 바람을, 어쩌면 시간을, 어쩌면 어떤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둠이 밀려가고 있었다. 나처럼 버스 좌석에 앉아 있는, 죽어 있거나 살아 있는 한두 명의 승객이 더 잇는 것을 느꼈다.

 

87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빛이 더욱더 밝아지는 것을 보았다. 먼지 구름들 속에서 행복한 영혼들을 보았다. 죽은 사람들과 주검들. 여행자여, 너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갔다. 하지만 분명 더 나아갈 수도 잇다. 자신이 바로 그 순간의 문턱에 잇는 것인지, 아니면 그 문 뒤에 있는 정원, 아니면 그 뒤에 있는 다른 문에 서 있는 것인지, 그리고 더 뒤에 올 죽음과 삶, 의미와 행동, 시간과 우연, 빛과 행복이 서로 뒤섞인 또 다른 비밀의 정원에 있는지 모르고 너는 어떤 기다림 속에서 달콤하게 흔들리고 있구나. 갑자기 타는 듯한 욕망이 내 몸 전체를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존재하고 싶은 욕망. 몇 마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추웠다. 그리고 바로 그때 문으로 나의 자난, 학교 복도에서 보았을 때 입었던 그 하얀 옷을 입고, 피투성이 얼굴을 한 채 네가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지.

나는 이곳엔 어쩐 일이야?”라고 묻지 않았어 그리고 너도 내게 이곳엔 웬일이냐고 묻지 않았고.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알고 있었으니까.

 

95 나는 창백한 그녀의 뺨에서 빛을 보곤 했다. 턱뼈와 긴 목이 만나는 멋진 나라에서, 머리를 앞으로 숙일 때 목덜미로 흘러내린 머리칼 밑의 피부에서, 장미가 피고, 해가 지고, 즐겁게 뛰노는 다람쥐들이 이 만질 수 없는 벨벳의 천국으로 나를 부르며 공중제비를 돌고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96 잠을 자다가 미소를 지을 때면 그녀의 모든 표정에서 황금의 나라를 보곤 했다. 그러고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그 어떤 수업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의 잠든 모습을 마음껏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란 말인가, 천사여.

 

98 “천사의 눈은 모든 곳에, 모든 것에 있어. 항상 그곳에 있지…. 그렇지만 가련한 우리 인간들은 그 눈이 없음을 괴로워해. 우리가 잊었기 때문일까? 의지가 약해져서일까? 인생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길을 가다가,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다가, 어떤 날, 어떤 밤에 버스 창문으로 천사와 누이 마주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아. 그것을 보려면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해. 처사들은 이 버스를 결국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지. 나는 버스를 믿어. 대론 천사도 믿지. 아니야, 항상 믿어. 그래 항상, 아니야, 때때로,”

 

98~99 메흐메트는 자기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행동 개시를 했다고 내게 말했어. 그들은 어느 곳에든 있을 수 있어. 지금 이 순간 우리 대화를 듣고 있을 수도 있어. 오해하지 마. 너도 그들 중 한 명일 수 있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을 하거든. 그 나라에 갈 때 진정한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책을 읽고 있다가 생각할 때 다시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때 너 자신이 상처 입을 수도 있어. 사람들은 대부분 사실 새로운 인생을, 새로운 세계를 원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책의 저자를 죽였던 거야.”

 

100 그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책을 읽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눈은 달라. 눈 속에 있는 슬픔과 갈망이 서로 비슷해. 이런 것들을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비밀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향해 가고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101 그녀는 손에 이상한 시골 신문을 들고, 얼굴에는 신비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 돌아오기도 했다.

 

101 나는 그녀가 군중 속의 누군가와 격의 없이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곤 했다. 차도를 쓴 아주머니들과 이야기하고, 오리처럼 못생긴 어린 여자 애를 껴안고 오랫동안 입 맞추고, 버스와 터미널에 관한 굉장한 지식으로 오파 비누 향기를 풍기는 음흉한 사람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곤 했다. 내가 그녀 곁으로 주저하며 숨 가쁘게 다가가면 마치 우리가 이 모든 여행객들의 고통을 없애는 치료 약이 되기 위해 여행객들의 고통을 없애는 치료 약이 되기 위해 여행에 나서기라도 한 것처럼, “이 아주머니는 군에서 제대한 아들을 마중 나왔대. 그런데 아들은 완 고속버스를 타지 않았대.”라고 말하곤 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버스 시간을 알아봐 주었고, 버스표를 교환해 주었고, 우는 아이를 달래 주었고,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의 가방을 맡아 주곤 했다. 한번은 금니를 한 통통한 아주머니가 신의 가호가 있기를.”하고 말하더니 나를 향해 돌아서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자네 부인은 정말 미인이구먼.”

 

102 한밤중에, 버스 안의 불빛, 그리고 그 불빛보다 더 반짝이는 텔레비전 화면이 꺼졌을 때, 그리고 가장 생각할 것이 많고 가장 잠이 없는 승객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흔들리듯 천장으로 올라가는 것만 빼곤 버스 안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었을 때, 우리의 몸은 천천히 흔들리는 의자 속에서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내 얼굴에서 느끼곤 했다. 손목이 가느다란 그녀의 긴 팔을 내 무릎에서, 잠 냄새가 나는 그녀의 숨결을 떨리는 내 목덜미에서 느끼곤 했다. 바퀴들이 돌아갈 때, 디젤 엔진이 똑 같은 신음 소리를 연발하고 있을 때, 시간은 무겁고 어둡고 더운 액체처럼 우리 사이로 퍼져 나갔다. 우리의 마비되고 무뎌진 다리들과 뼈들 사이로 이 새로운 시간의 새로운 감성이 욕망에 의해 움직이곤 했다.

 

102 이 시간 속에서 때때로 내 팔이 그녀의 팔에 닿아서 활활 타고 있을 때,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로 떨어지길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을 때, 내 목에 스치는 그녀의 머리칼이 그곳에 머무르도록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있을 때, 나는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조심스럽게 경외에 차서 세곤 했다. 그녀의 이마에 나타난 슬픔에 찬 주름들의 의미를 나 자신에게 물었고, 갑자기 내 시선 밑에 있던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생생한 빛으로 밝아 오며 깨어났을 때, 그녀가 어리둥절하여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기 위해, 창밖을 보지 않고, 믿음직스러운 내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을 때면 나는 얼마나 행복해했던가! 그녀의 머리가 성에 낀 창 쪽으로 떨어져 추워하게 될까 봐 나는 밤을 새워 그녀를 바라보곤 했다.

 

103 나의 눈이 그녀의 목덜미와 부드러운 귀와 굴곡 사이의 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엔진 소리, 한숨 소리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어린 시절 꿈속에 남아 있던 뱃놀이, 눈싸움에 관한 추억들이 언젠가 자난과 함께할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상상들과 뒤섞여, 그러한 곳들 중 어느 한 곳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곤 했다.

 

103 몇 시간이 흐른 후 창을 통해 비쳐 들어오는 햇빛의 크리스털처럼 차갑고도 기하학적인 경고로 내가 깨어났을 때, 먼저 내가 머리를 묻고 있는 라벤더 향기의 따스한 정원이 그녀의 목덜미라는 것을 깨닫고는 잠과 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그곳에 조금 더 머물렀다. 눈을 깜박이며 창밖의 햇빛 좋은 아침, 보랏빛 산, 새로운 인생의 첫 흔적들에게 인사를 던질 때, 나는 자난의 눈이 내게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보고 슬퍼하며 그녀를 바라보곤 했다.

 

103 “사랑은,” 어느 저녁 자난이 말을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억제되어 있는 단어를 노련한 성우처럼 갑자기 타오르게 하면서.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목표를 향하게 만들고, 물건들 속에서 인생을 꺼내지. 지금 깨달은 건 결국 사랑은 우리를 세상의 비밀로 이끌어

준다는 거야.

 

104 “내 인생이 바뀌리라는 것을 즉시 알았어. 그를 보기 전에도 나의 인생이 있었어. 하지만 그를 안 후 에는 다른 인생이 되고 말았지.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 모든 물건, 침대, 사람, 전등, 재떨이, 거리, 구름, 굴뚝 들이 한순간에 색깔과 형태를 바꾸었는데, 나는 감탄하며 이 새로운 세계를 알려고 노력했지.

 

105 왜 푸른색 양마를 신은 사람이 늘어나고, 열차 시간표를 거꾸로 읽으면 어떤 의미가 되는지 알았고, 시내버스를 타는 뚱뚱한 남자의 땀에 젖은 손에 들려 있는 가방은 조금 전에 털었던 집에서 나온 물건들과 속옷들로 꽉 차 잇다는 것을 금세 알았어.

 

105 우리 것과 전혀 닮지 않은 정겨운 풍경을 배경으로 달리는 장면이 나올 때 그녀는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 전혀 알지 못하는 그곳으로 가고 있어.”

 

107 모든 시간을 그 책에, 책에 나오는 인생에 바치기 위해 그만 두었어.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과거들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108 진정한 해방은, 새로운 인생으로 가는 첫 출구는 교통사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어. 맞아, 사고들은 출구야, 출구는 사고들이고…… 천사는 그 출구가 시작되는 순간의 마법 속에 있지. 그리고 그때 인생이라는 소용도리의 진정한 의미가 우리 눈앞에 나타나. 그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야…”

 

111 두 번째 영화가 끝나고 화면이 검은 얼룩들로 뒤덮여 있을 때는 그래도 어떤 곳을 향해 가고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고도 말했다. 믿지 않아, 속지도 않아. 하지만 좋아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난은 영화를 보고 난 행복감에 잠겨, 꿈과 현실 사이에서 나는 꿈에서 행복한 부부들을 볼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113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기다렸다. 내 눈은 저어 왔고, 온몸에 땀이 흘렀다. 나는 갈망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무엇을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기다리고 있을 때, 모든 것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행복하게 폭발했고 녹아 사라져 버렸다.

 

126 그는 다정해 보이고, 거리에서 여고생들도 주저 없이 시간을 물어볼 수 잇을 만큼 조흔 사람 같아 보였다.

 

130 호주머니에서 자신의 보잘것없는발명품을 겸손하게 꺼냈다. 그것은 회중시계였다. 그 시계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순간이 오면 그것을 알아채고 자동으로 멈춘다고 했다. 그렇게 행복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잇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불행한 순간에는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빠르게 돌아가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세상에,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군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고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겠지. 노인이 내게 보여 준 이 똑딱거리는 작은 시계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잠든 밤 시간 동안 자동으로 시간을 계산해서 아침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이들과 함께 일어나게 해 준다고 했다.

 

130 나는 시간은…..”이라고 말하고는 잠시 수족관 속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곁으로 어떤 남자, 어떤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들은 우리가 서양 문명을 무시한다고 비난하지만 사실은 그 정반대일세…… 카파도키아에 있는 동굴들 속에서 몇백 년 동안 살았던 십자군의 유적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물고기들에게 말을 걸고 있으면 FEO, 나에게 말을 거는 이 물고기는 누구지? 내가 뒤돌아보았을 때 그는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처음에는 그림자였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어떤 냄새를 맡고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것은 오파 면도 비누 냄새였다.

 

135 카나리아 새장 뒤에 거울이 있는 것을 왜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까? 계단을 올라가면서 보니 뭔가가 이상해 보였다.

19호실. 자난이 문을 열어 주었던, 손에 담배를 들고 나를 맞아 주었던, 그러고는 열린 창문 쪽으로 가서 마을 광장을 내려다보던 방. 누군가 우리에게 열어 준 특별한 금고 같았다. 고요했다.더웠다. 반쯤 어둠에 잠겨 있었다. 어두웠다.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136 자난은 저길 말이야?”라고 태연히 물으면서, 광장에서 묘지를 지나 버스 터미널로 이어지는 길을 가리켰다.

  어디서 끝날 것 같아?”

자난은 모르겠어. 그렇지만 갈 수 있는데 까지 가고 싶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단 낫잖아

 

137 차에서 내린 남자는 차 문을 잠근 후, 우리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호텔을 향해 걸어왔다. 자난이 아래로 던졌던 담배꽁초를, 마치 타인의 인생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사람처럼 생각 없이 발로 짓이긴 후 그는 호텔로 들어왔다.

 

138 마을 광장은 내가 돌아다닐 수도 없고, 담배를 살 수도 없고, 먼지 앉은 진열장을 바라볼 수도 없는 환상처럼 보였다.

상상의 도시, 라고 나는 생각했다. 추억의 도시. 난의 눈이 아주 깊은 곳에서 나오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슬픈 추억,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각적 대상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38 먼저 도시의 개괄적인 모습이 보였고, 어떤 마을, 어떤 정원, 어떤 집, 어떤 창문이 보였다. 내가 이 한적하고 멀리 떨어진 호텔의 창문에서 밖을 보고 있을 때, 네가 먼지 묻은 옷을 입은 채 창문 뒤에 놓인 침대에서 피곤에 지쳐 잠을 자고 있을 때, 나는 우리 둘을, 창문을, 호텔을, 광장을, 마을을, 우리가 지나온 수많은 길들과 장소들을 타인의 눈으로, 그리고 내 마음속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조각조각 기억해 냈던 모든 도시들, 마을들, 영화들, 주유소들, 그리고 여행객들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느꼈던 고통과 불완전함을 통해 일치된 것 같았다.

140 나의 자난은 그곳에 남아 있었고, 거절당한 나는 밤 속에 나와 있었다. 거기를 조금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서 그녀를 안을 것이다. 문이 열린 술집을 찾아, 술을 마시고 취한 후 용기를 얻고 돌아가서 그녀를 안을 것이다.

 

142 여기 평화가 있었다. 평화가 여기 있었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 이 작은 술집에, 지금 이 안에, 세 명의 동지가 함께하는 술자리와 인생의 심장부에. 과거에 일어난 일, 그리고 내일 일어날 일들을 생각할수록 이 순간, 즉 승리의 과거와 끔찍하고 초라한 미래 사이에 있는, 이 비교할 수 없는 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항상 진실을 말하자고 맹세했다.

 

142 이런 게 인생이었다. 그 어떤 다른 것이 아니라, 천당이나 지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이곳에, 눈부신 인생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있었다. 어떤 미친놈이 우리가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어떤 나사 풀린 놈이 우리에게 반박할 수 있을까! 누가 우리를 두고 가련하고, 하찮고, 초라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우리를 두고 가련하고, 하찮고, 초라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던 나사 풀린 놈이 우리에게 반박할 수 있을까! 누가 우리를 두고 가련하고, 하찮고, 초라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스탄불의 생활도 파리의 생활도, 뉴욕의 생활도 원하지 않았다. 살롱, 달러, 아파트, 비행기 뭐든 마음대로 가져가라. 라디오, 텔레비전(우리에게도 우리의 화면이 있다.)도 가져갈. 컬러 신문도 가져가라! 우리에게는 그들에겐 없는 것이 있다. 보아라. 내 심장을. 진정한 인생의 빛이 그 속으로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146 텔레비전 화면 안에 또 다른 텔레비전의 모습이 보였다. 그 화면 안에 또 다른 화면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푸른빛을 보았다. 죽음을 연상시키는 그 무엇. 그렇지만 죽음은 아주 멀리 있었다. 빛은 우리가 탄 버스들이 돌아다녔던 광활한 벌판에서 하릴없이 맴돌았다. 그리고 아침, 달력에서 많이 보았던, 동트는 장면이 보였다. 이것은 천지가 창조되던 그 영명의 순간처럼 보였다. 낯선마을에서 술에 취해, 애인은 호텔 방에서 자고 있고, 인생이 무엇인지에 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알지 못하는 친구들과 양복점에 앉아, 갑자기 인생이 무엇인가를 화면으로 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149 “태초에 신이 세상에 생길기를 불어넣자, 아담의 눈도 영혼과 함께 새롭게 세상을 인식하게 되었소. 그때 우리는 뿌연 거울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렇고, 아이들이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소. 보았던 것들에 이름을 짓는, 그 이르뫄 보았던 것들을 일치시키는 우리 아이들은 그때 얼마나 즐거워했었는지! 그때 시간은 시간이었고, 이것이 악마를 불행하게 만들었소. 그것은 악마였소. 그는 거대 음모를 실행에 옮겼소.

 

149 ‘거대 음모의 앞잡이인 구텐베르크(그와 그의 모방자들을 인쇄업자라고 부른다.)는 부지런한 손, 참을성 있는 손가락, 그리고 섬세한 필기 도구가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단어들을 증가시켰소. 그리고 단어들, 단어들, 그 단어들은 구슬처럼 사방으로 흩어졌소. 거리로 나 있는 문아래, 비누틀, 계란 판 위를 단어와 글 들이 굶주리고 미친 바퀴 벌레처럼 휘감아 버리고 말았소. 한때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던 말과 물건 들이 서로 등을 지고 말았소.

 

149 결국 달빛 아래서, 시간은 무엇이냐고 우리에게 물었을 때, 혹은 인생은 무엇인가, 슬픔은 무엇인가, 운명은 무엇인가, 고통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한때 명백했던 답들이, 시험 전날 밤을 세운 학생이 답을 헷갈리는 것처럼 서로 섞여 버리고 말았소. 어떤 바보는 시간이 소음이라고 말했소. 어떤 불운한 사람은 사고가 운명이라고 했소. 또 다른 사람은 인생이 책이라고 했소. 우리는 혼란에 빠졌고, 맞는 답을 우리 귀에 속삭여 줄 천사를 기다리곤 했소.”

 

150 나는 더운 여름밤 속으로 걸어 나갔다. ‘사고처럼, 폭탄은 신기루다.’라고 나 자신에게 속삭였다. 언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역사라고 하는 도박에서 진 우리 불쌍한 패배자들은, 승리감을 맛보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서로에게 폭탄을 던질 것이고, , , 역사, 그리고 세계를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설탕 꾸러미, 코란 그리고 기어 박스에 설치한 폭탄들로 우리의 영혼과 몸을 폭파할 것이다. 자난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면서, 그리 비참한 시나리오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161 그 표지에는, 험한 바위들로 깎아지른 듯 날카로운 절벽 끝에서 열두 살 정도의 소년이 한 손으로 나무의 두꺼운 몸통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그림이 있었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공들여 그려져 있었지만 인쇄가 잘못된 탓에 초록색이 선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그 소년은 다른 한 손으로 금방이라도 골짜기로 떨어지려는 자기 또래의 금발의 아이를 구하고 있었다. 두 어린 주인공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역력했다. 그들 뒤에는, 회색과 푸른색으로 색칠된 거친 미국의 자연 풍경 속에 독수리 한 마리가 불운한 일이 벌어지기를, 피가 흐르기를 기다리며 맴돌고 있었다.

 

162 알리는 불의와 악은 사실상 세상 어느 곳에나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범선을 타고 그리운 이스탄불을 향해 돌아오는 길에, 멀어지는 미국 땅을 바라보면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자신 속에 있는 선을 유지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166 감탄 부호가 있는 문장들을 주의해서 보다가, 자난과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었다.

읽고 쓰는 일에 헌신했지만 결국 실패한 인생에 좌절한 주인공이 자신의 움막에 찾아온 페르테브와 피터에게 말한다. “책에 쓰여 있는 것들은 내게 과거일 뿐이야!”

 

169 미적미적거리는 해가 채 다 내리쬐지 못한 언덕을 오를 때, 나린 박사는 내게 물건들도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물들도 그들이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고, 기억들을 저장해 두는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것을 알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사물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 이해하고 속삭이며 서로 간에 비밀스러운 하모니를 만든다네. 그 음악이 바로 우리가 세계라 부는 것을 형성하고 있지.” 하고 나린 박사는 말했다. “주의 깊은 사람이라면 그것을 듣고 보고 이해할 수 있어.”

 

172 나는 오랫동안 자난을 생각해 왔다. 계속해서 같은 채널을 보여 주는 텔레비전처럼 나의 채널은 항상 그녀에게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의자에 앉아 그녀를 생각했다. 아마 나 자신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애가 내게 반항하기 시작했지.” 언덕에 도착했을 때 나린 박사가 말했다. “어떤 책 한 권을 읽었기 때문이었어.”

173 “모두가 음모 때문이야.” 그가 말했다.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했다. 자신과 자신의 생각 그리고 전 인생을 할애했던 물건들, 이 나라를 위해 전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에 반대하는 음모가.

 

174 때로 내 생각이 그의 아들이나 자난으로 넘어갈 때가 있었고, ,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나 그렇듯 그의 이야기를 가끔 놓치는 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182 “매일 아침 하루가 나를 깨워 맞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지.”

 

182 나와 세상은 서로에게,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를, 왜 이 시간에 이곳에 잇는지를 목적, 가장 큰 목적이 뭇인지를 묻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이를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네. 그들의 머릿속에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은, 하지만 자신들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몇 가지 가련한 생각들이 있지. 그건 그들이 자연을 보고 발견한 것들이 아니야. 그들 모두는 심약한 사람들, 분명치 않은 사람들 그리고 하찮고, 깨지기 쉬운 사람들이지.”

 

183 “슬픈 거리들, 긴 세월을 묵묵히 살아온 나무들, 희미한 전등들은 나에게 무심했다네. 나는 내가 가진것들을 모아 나의 시간을 정리했지. 역사와 역사를 정복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놀이에 굴복하지 않았어. 왜 내가 굴복해야 하지. 나는 나 자신을 믿었어. 내가 나 자신을 믿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의 의지와 내 인생의 시를 믿었다네. 그들을 내게 결속시켰지.

 

186 내 아들이 돼 주게나! 내 아들의 자리에 대신 앉아 주게나. 내가 했던 모든 일을 이제 자네가 계속해 주게나. 나는 비록 늙었지만, 나의 열정은 전혀 시들지 않았어.

 

188 위대한 사람들이란, 위대한 시대, 위대한 나라와 마찬가지로, 곧 터질 것 같이 충전된 힘을 자기 안에 축적한 사람들을 말한다네. 때가 오면, 기회가 되면, 새로운 역사가 쓰일 시기가 되면, 이 거대한 힘은, 행동을 개시할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무자비하게 폭발하지.

 

191똑 같은 포르노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처럼, 똑 같은 카세트테이프를 수천 번 듣는 것처럼, 항상 똑 같은 고기 요리를 주문하는 것처럼, 젊은 날의 열정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희소식을 자신의 경험을 빌려 고용주에게 전하고 있었다.

 

194 나는 바인더로 묶여 있는 서류들을 빨리빨리 넘겼다. 나의 눈은 급하게 나의 마을, 나의 거리, 나의 어린 시절 이름을 찾고 있었다. 메흐메트가 내가 살던 거리를 걸었다는 것, 어느 날 저녁 어떤 집의 2층 창문을 올려다보았다는 것을 읽자, 내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마치 미래에, 나를 그 속으로 불러들일 멋진 세계를 준비한 이들이, 나를 편하게 하기 위해, 자신들의 재능을 내 앞에 보여 주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이러한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202 ‘내 생각에 이 젊은이는 운명의 짐을 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202 “우리에게 시계 소리는 바깥 세상을 인식하게 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원 뜰의 분수에서 솟아나는 물 소리처럼 우리를 내면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하나의 울림이라네.” 나린 박사가 말했다.

 

214 우리에게 신과 가까워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네. 성전의 도구인 무기와, 예배 시간의 도구인 시계를 이용하는 것이 그것일세.

 

217 ‘책을 읽을 때 여자의 눈썹은 가볍게 올라가고 얼굴에는 뚜렷한 우아함과 엄숙함이 나타난다.’ , ‘그러고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작은 몸짓을 하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다.’ , ‘학생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책을 볼 때면, 윗입술이 가볍게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갑자기 눈이 얼마나 반짝이기 시작하는지, 그 아름다운 눈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곧 맺힐 듯 보인다.’ 다음과 같은 구절들은 더욱 놀랍다. ‘책을 들여다볼 때 그 여자의 얼굴 선은 30분만 지나도 얼마나 부드러워지던지, 또 표정은 얼마나 특이하고 색다르게 변하던지, 한 순간 마법의 빛이 창문에서가 아니라 그녀가 일고 있는 책장으로부터 이 천사의 얼굴을 한 사람에게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221 농락당한 주인공은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며 내가 기쁘게 받아들였던 우연의 일치는 다른 사람이 짜 놓은 허구에 불과했구나.”라고 말했다.

 

226 , 나는 이곳에 있어. 시간이 천천히 소모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함께 탔던 버스가 지나온 모든 길이, 우리가 지나간 후에,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여름밤에 별들 아래서 아스팔트, , 그리고 따스한 감촉으로 자신들을 꽉 채우며 평온하게 펼쳐져 잇는 것처럼, 우리도 여기서 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함께 눕자….

 

227 기억해 봐. 우리가 탄 버스의 바퀴들이 1초에 일곱 번 반을 돌 때, 우리가 한순간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것을. 그러나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

 

229 “그래서 책을 읽고 또 읽으면 천사가 되는 거야. 어느날 아침 일어나 책을 읽고 있는 너를 본 사람들은, 책에서 나온 빛에 의해 그녀는 천사가 되었습니다! 천사는 바로 그 여자입니다, 라고 말한거야. 하지만 나중에는, 이러한 천사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덫에 걸리게 하는지 궁금해 하지! 천사들이 나쁜 역할을 할 수도 있을까?”

모르겠는걸.”

나도 모르겠어. 나도 생각하고 잇고, 찾고 있어.”

 

230 책의 심연 속으로도 내려가지 못하고 자난의 진지함에도 다다르지 못한 나는 이 밤늦은 시간에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자난에게 가장 끔찍한 것은 시간 그 자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 여행을 떠났다. 이 때문에 우리는 출발했고 이 때문에 시간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순간, 풍만함의 비할 데 없는 순간을 찾아 헤맸다.

 

230 우리가 그것에 접근했을 때 어떤 출구가 잇을 거라고 느꼈고, 이 믿을 수 없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죽은 자와 죽어 가는 자 들과 함께 우리 눈으로 충분히 목격했다. 지혜의 씨앗은 우리가 아침 내내 뒤적였던 만화책 속에 가장 어린이다운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고, 우리는 이제 머리를 사용하여 그것을 파악해야 했다. 저편, 저 먼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행의 처음과 끝은 우리가 어디에 있건 그곳에 있었다. 그의 말이 얼았다. 길과 어두운 방은 손에 무기를 든 살인자들로 꽉 차 있었다. 책에서 책들로부터 죽음이 삶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230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내 사랑, 이곳에 함께 머무르자, 이 아름다운 방, 이 방을 음미하자. 탁자를, 시계를, 램프를, 창문을 봐. 매일 아침 일어나 감탄하며 뽕나무를 바라보자. 그것이 그곳에 있다면, 우리도 이곳에 있어. 창턱, 탁자의 다리, 램프의 심지. 빛과 냄새가 있지. 세상은 너무도 단순해! 이제 그만 책을 잊어. 그도 우리가 책을 잊기를 원해. 존재한다는 건 너를 받아들이는 거야. 그러나 자난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231 “메흐메트는 어디 있어?”

그러고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곳에 새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천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232 자난에게 같은 담요 속에서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것이 몸살에 가장 좋은 처방이라고 말할 계획을 세웠다.

 

232 커튼이 흔들리면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났다. 나린 부인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나중에는 걱정 많은 나린 부인 본인이 나타났다. 나는 그녀에게 아닙니다. 걱정하실 만한 상태는 아니에요. 감기 기운이 약간 있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235 천사여. 너는 알고 잇지 가련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 곁에 누워 해가 뜰 때까지 숨 쉬는 것을 듣고, 자난의 반듯하고 독특한 모양의 턱을, 귈리자르가 준 잠옷 밖으로 드러난 팔을,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아침 햇살에 뽕나무가 서서히 환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236 그러고는 모든 것이 빨라졌다. 집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앞을 지나다니는 발소리, 다시 불기 시작하는 바람에 창문이 부딪히는 소리, 소가 음메 하고 우는 소리, 자동차가 투덜거리는 소리, 기침 소리, 그리고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242 얼룩 고양이가 햇빛 아래에서 느긋하게 자기 몸을 핥고 있었다.

 

242 나는 그녀가 너무 아름답거나 못 견디게 매력적이거나 신비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아이하고도 금세 친해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렇게나 푹 빠져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245
천사여, 부디 제멋대로인 내 행동을 용서해 줘. 갑자기 처음 계획대로 하고 싶지 않아졌거든. 이 남자의 영혼을 벌거벗기고 나면, 나 역시 그에게 내 영혼의 고통을 보여 주어야만 할 것 같았어. 상처받은 모습 그대로를 말이야

 

253 집도 없고 굴뚝도 없으며 나무도 없고 돌도 없는 누렇고 먼지 날리는 황무지를 성능 나쁜 버스가 콧소리를 내면서 달리는 동안, 그리고 강한 햇빛이 잠을 자지 못한 내 눈을 부시게 하는 동안, 나는 그 일을 잊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무언가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느꼈다.

 

258 나는 목덜미를 간질이는 시선을 느끼고 슬쩍 돌아보았다.

 

262 나는 상처받은조사원이 나린 박사한테서 돈을 우려내려고 존재하지도 않는 책 읽는 사람을, 존재하지도 않는 마을에 살고 있다고 보고한 것을 알아내고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263 그들은 모두, 서양 여행자들이 쓴 여행서들이 언급하곤 하는 터키인 특유의, 손님을 환대하는 마음을 드러내면서 흥분하며 기뻐했다.

 

263 그렇다면 나는 왜 그 집에 들어가서 할부로 구입 가능한 주택 광고에나 나올 법한 행복한 장면에 매혹당했을까?

 

264 나는 즉시 되돌아가서 그 평화로운 저택 창문으로 9밀리 총알들을 다 써 버릴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진짜 생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속삭임, 내 마음속 어둠의 숲에 있는 검은 늑대를 깊이 잠재우기 위한 속삭임이었다. 자라. 검은 늑대여, 자라! , 그래, 자러 가야지. 상점, 쇼윈도, 광고가 있었다.

 

267~268 한 친구의 책장에서 가져온 이 책을 읽자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았다. 그는 이제 죽음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죽음을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나무, 거리의 친구처럼 받아들였고, 거부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또 그는 어린 시절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과거에 스쳐 갔던 사소한 것들, 가령 풍선껌이나 만화책 같은 것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법도 배웠다.

 

268 첫사랑이나 그가 읽었던 첫 번째 책도 모두 그의 인생 안에서 자리를 잡았다. 황량한 그의 나라도, 그 거리를 달리던 난폭하고 슬픈 버스들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었다. 천사라는, 이 기적 같은 존재도 그는 이성으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믿게 되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그는 천사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와 함께 새로운 인생으로 비상할 것임을, 예를 들면 독일에서 직장을 얻어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68 그는 이 모든 것을, 행복 처방전을 써 줌으로써 어떻게 내 병을 치료할 수 잇는지를 설명하듯이 내게 말했다. 환자가 자기 처방을 알아들었다고 확신하는 의사가 일어서자, 구제될 가망성이 없는 환자는 문을 향해 가야만 했다. 내가 나가려던 찰나, 약은 식후에 먹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면서 읽지. 당신도 그렇게 해 보시오.”

 

273 사람은 때때로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추억이 갑자기 떠올라서, 왜 지금 그것이 기억났는가를 궁금해하면서 완전히 혼란에 빠질 때가 있다.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느낀 것은 혼란보다는 평화에 가까웠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르프크 아저씨 댁에 갔던 적이었다. 그때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차가 서는 곳이기만 하면 나는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살 수 있단다. 설사 그곳이 세상 끝에 있는 간이역이라도 말이야. 나는 잠자기 전에 기적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삶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274 나무 의자들 사이를 뚫고 지나갈 때, 나는 무대라고 불리는 약간 높은 땅으로부터 서너 줄 뒤에 앉아<비란바> 신문을 읽고 잇는 사람을 보았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찾고 있던 메흐메트, 자난의 애인이자 죽은 것으로 알려진 나린 박사의 아들이었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세상을 잊은 채 내가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평온함에 가득 차 신문을 읽고 있었다.

 

275 심장은 계속해서 쿵쿵 뛰었고, 엉덩이께에서 권총의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담배와 함께 세상의 전부를 내뿜었다.

 

277 천사는 조용히 하세요. 모두들 제 말을 들으세요.”라고 말했다. 뽀뽀했을 때와 똑 같은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지을 겁니다. 잊지 마세요. 당신에게도 행복의 시간이 올 것입니다. 안달하지 마세요. 비관하지 마세요. 질투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인생을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우신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그러고는 유혹하듯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냐하면 매일 밤 희망의 천사가 이곳, 정겨운 비란바 마을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279~280 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했다. 그래서 내가 세상의 존재하지 않는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 중심에 위치한, 참을 수 없이 귀엽고 죽은 듯이 죽어 있는 호텔 방 창문으로 내가 죽으려고 하는 사람의 방에 켜진 불빛을 볼 수 있었다. 비록 그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지금 그곳에 있고 나도 이 밤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282 그는 치즈 꾸러미를 열면서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집에서 나와 찻집에서 차를 마셔.”라고 말했다.

이곳은 봄과 가을이 좋지. 눈이 내릴 때도 좋고, 매일 아침 역에서 눈 위를 걷는 까마귀들을, 눈 덮인 나무들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 그리고 광장에 있는 큰 유르트 찻집도 좋지. 난로가 크고 잘 타거든. 그곳에서 신문을 일거나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대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곤 하지.”

 

282 “나의 새로운 인생은 규칙적이고 질서 있고 정확해.... 매일 아침 9시쯤 찻집에서 나와 집으로,내 책상으로 돌아와. 9시가 되면 책상에 앉아 커피도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해 보일 거야. 그러나 주의를 요하는 일이야. 쉼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철자, 마침표의 자리 하나도 틀리지 않고 반복해서 책을 쓰지. 나는 모든 것, 마침표나 쉼표까지도 똑같기를 원해. 이 일은 똑 같은 영감과 욕구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다른 사람들은 내 일에 대해 단순히 책을 베껴 쓰는 일일 뿐이라고 말할지도 몰라. 그러나 내 일을 단순한 복사를 넘어선 것이야. 나는 느끼면서, 이해하면서, 매번 모든 문장, 모든 단어, 모든 철자들이 나의 발명품인 것처럼 써. 이렇게 아침 9시부터 오후1씨까지 열정적으로 일하지. 다른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아. 그 어떤 것도 내가 그 일을 하는 걸 방해할 순 없어. 아침에는 대개 일이 더 잘되지.”

 

283 낮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아. 가끔은 낮잠을 자지, 그 정도야 중요한 것은, 오후 2 30분이 도면 다시 책상에 앉는다는 거지. 6 30분이나 7시까지 규칙적으로 일해. 잘 써지면 계속할 때오 있어. 내 생각에는 쓰는 것이 좋고 즐겁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 쓸 수 있을 때까지 써야 한다고 생각해. 인생은 짧으니까. 너도 알다시피. 식기 전에 차 마셔.”

 

284 정적이 흘렀다. 알아?” 라는 말은 내가 술주정뱅이의 쾌락주의에 빠져 냉소와 분노를 퍼부어 대던 안락의자에서 나를 몰아내, 기차역을 내려다보는 정원에 놓인 불편한 나무 의자에 낮게 했다.

 

285 “어쨌든 나는 그들에게 봉사하고 있어. 그들에게 진실한 것을 제공하고 있지. 그것은 매 단어를 믿음으로, 피로, 영혼으로, 손으로 쓴 책이야. 그들도 나의 성실한 노력의 대가로 많든 적든 돈을 주고, 모든 사람의 인생이 결국 이와 같아.:

 

285 신선한 빵을 치즈 조각과 함께 먹을 때, 그의 인생이 이미 자리를 잡았고 책 속의 표현처럼 정상 궤도에 들어섰음을 나는 보았다. 그도 나처럼 책 때문에 길을 나섰지만, 그 여정 속에서 그는 내가 발견하지 못한, 죽음과 사랑과 재앙으로 충만한 여행과 모험을 발견해 냈다. 그리고 모든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을 어떤 균형을 찾아냈다. 내면의 평화를 찾아냈던 것이다.

 

286 그가 찾았던 균형의 평온은 그에게 결코 끝나지 않을 영원한 시간을 주었다 나는 호기심과 긴장 때문에 테이블 밑에서 다리를 떨었다.

 

286 내가 지금 총을 꺼내서 그의 눈동자를 쏜다 해도, 그는 책을 베끼는 행위를 통해 이미 영원한 시간의 균형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정지한 시간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 존재해 나갈 것이다. 쉼 없이 불안에 떠는 나의 영혼은 목적지를 잊어버린 버스 운전사처럼 어디로든 가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286 그는 자신의 인생에 만족했다. 인생에서 다른 무엇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믿었다. 그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다.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286~287 모두들 자신의 인생이 있었고, 그의 말에 의하면, 모든 인생은 똑같았다. 그는 혼자 잇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이것도 그리 중요하진 않았다. 그는 사람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난을 매우 좋아했다. 그렇다. 그녀와 사랑에 빠졌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는 데도 성공했다. 내가 그를 찾아내었는데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자난에게 안부를 전했다. 글을 쓰는 것은 그가 가진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일한 행복은 아니었다. 모든 사람처럼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287 책을 반복하여 쓰면서 그가 찾았던 평온을 어쩌면 나도 자난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잠시 후 증기기관차가 살구나무들 사이로 사라지자, 나의 총으로 가슴을 꿰뚫으려고 생각했던 남자의 눈에서 슬픔이 배어났다. 한순간 형제 같은 감정으로 그 눈 속에 있는 순진함과 슬픔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난이 이 사람을 왜 그렇게 깊이 사랑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287~288 내가 이해한 것이 너무나 사실적이고 옳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를 사랑한 자난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그러나 잠시 후엔 내가 감당할 수 없게 다가오는 이 존경심 대신 구덩이로 굴러 떨어지는 것 같은 질투심이 그 자리를 메웠다.

 

288 가짜 오스만은 진짜 오스만의 눈 속에 있는 질투의 구름을 보지 못하고 모르겠어.”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달콤하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너를 좋아했어.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지.”

 

288~289 그는 놀랐다. 조금 걱정하는 듯하더니 알아차렸다 내 호주머니에 있는 권총이 아닌 나의 갈증을. 그가 내게 너무나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기 때문에, 나는 엉덩이께에 있는 발터 권총의 존재를 느꼈고 우리 사이에 조성되었던 평등감도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인생의 심장부가 아니라, 자신의 초라함의 한계에만 도달할 수 있었던 불운한 여행자는 이 한계에서 만난 현자에게 인생, , 시간, , 천사, 모든 것의 의미를 묻는 분주함에 휩씨여 버렸다.

 

289 그에게 이 모든 것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도 나에게 이 모든 것들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의 시작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시작과 끝이 없는 어떤 장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에게 물어볼 수 잇는 질문 조차 없는지도 몰랐다.

 

289 그렇다면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때로 정적이 흐를 때, 사람은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지금 이곳에서 우리 둘이 하는 것처럼, 아침에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하고 증기기관차와 기차들을 구경하고 호도애새들이 지저귀는 것을 듣곤 했다.

 

289 어쩌면 이것들은 모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머나먼 곳으로, 그렇게 오래 여행을 했는데도 그가 본 새로운 나라는 없었던가? 어떤 곳이 있다면 그곳은 글 속에 있다. 그러나 글에서 찾았던 것을 글 바깥에서, 인생에서 찾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 또한 글만큼이나 한계가 없고 결점투성이에,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289 그렇다면 우리 둘은 책에서 왜 이렇게 큰 영향을 받게 된 거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이 질문은 책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나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일까? 나는 내가 어던 사람이지를 잊어버렸다. 자난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책에 나오는 세계와 나의 적을 찾고, 그리고 그를 죽이기 위해 수많은 길을 지나오는 동안 나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렸다. 이것은 그에게 묻지 않았다. 천사여, 나는 네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그는 나에게 책 속에 등장했던 천사는 한번도 만나 보지 못했어.”라고 말했다. “사람이 죽을 때에나, 어쩌면 버스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을 거야.”

 

291 한동안 우리는 그대로 있었다. 그때 재난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가 찻값을 지불했다. 나를 안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나를 만나서 얼마나 기뻐했던가! 나는 그를 얼마나 혐오했던가! 아니다. 그렇다 그를 아주 좋아했다. 아니다, 내가 왜 그를 좋아해야만 하는가? 나는 그를 죽이려 하고 있다.

 

291 그가 무시했던 욕망의 천사가보는 앞에서 그를 죽일 것이다.

 

292 나는 마음속으로 이 영화를 컬러로 자난과 함께 버스에서 본 적이 있던가 하고 물었다.

 

292 그는 여정의 끝에 있는 고요한 지점에 도달해 있었고, 나는 서로에게 총을 쏘는 흑백의 그림자들 사이에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저편으로 건너갔고, 새로운 인생을, 내게서 감춰 놓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나에게는 자난을 얻을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 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293 왜 영화들은 호텔 방에서 비참함에 빠져 있는 슬픈 살인자의 고뇌를 우리에게 전혀 보여 주지 않는단 말인가?

 

296 그는 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모든 세계를 연상시키는 그런 것이야. 어쩜녀 모든 책이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하고,”

 

296 “좋은 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 일종의 무(), 일종의 죽음을 설명하는 글이지그렇지만 단어들 너머에 존재하는 나라를 글과 책 밖에서 찾는 것은 헛일이야.” 그는 이것을 책을 반복해 쓰면서 알았고 충분히 배웠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생과 나라를 글 밖에서 찾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었다.

 

302 정적. 숨넘어가는 영혼의, 어떤 술집의, 어떤 마을의 어떤 세계의 마지막 내면의 소리들. 포크와 나이프 소리들 텔레비전 뉴스. 이십오 분 남았다. 나는 한번 더 있잖아. 아나톨리아를 여행할 때. 여러 곳에서 새로운 인생상표가 붙은 캐러멜을 보았어. 이스탄불에서도 몇 년 전까지는 팔렸었대. 지금도 변두리에 가면 유리병과 상자 바닥에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어.”라고 말했다.

 

303 저쪽 세상에서 많은 광경을 본 나의 적은 모든 것의 원천에, ‘근원, 원류에 도달하고 싶은 거지, 그렇지?”라고 물었다. “순수한 것에, 변하지 않는 것에, 진실한 것에 이르고 싶은 거지? 그렇지만 그런 근원이나 시작은 없어. 우리 모두가 모방하고 있는 어던 진실, 어떤 열쇠, 어떤 말, 어떤 기원을 찾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야.”

나는 자난을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 천사여, 그가 너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역에 가는 길에 죽이기로 결심했다.

 

303 “어렸을 때, 독서는 내게, 모든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의 하나로 느껴지곤 했어.”

  악보를 베끼는 일을 했던 루소도, 다른 사람들이 차작한 것을 거듭하여 쓴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았어.”

 

303 그때 정적뿐 아니라, 모든 것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분위기에 휩싸였다. 누군가 텔레비전을 끄고, 애절하고 슬픈 사랑과 이별에 관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켰다.

 

306 나는 시외로 가는 첫차 안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수많은 질문과 함께, 기차를 움직이는 사람(기관사)과 영사기를 돌리는 사람이 우리 나라에서 왜 같은 철자의 프랑스에서 들여온 외래어로 불리는지 생각했다.

 

309 방에서 나가기 전에, 그렇다. 결국 그 교활한 묘기를 창가에서 보았다. 단번에 손으로 쳐서 짓이겨 버렸다. 손바닥이 손금의 애정선에 퍼진 이 피가 자난의 달콤한 피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312 어머니의 노련하고 가볍고 부지런한 손이 체리 잼 옆에 한순간 멈추자 손등에 핀 검버섯이 보였다. 나는 내가 예전의 인생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315 자난과 만날 수 잇는 새로운 인생으로 달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경험했던 것과 마음속 깊이 느꼈던 자난의 부재를 현자처럼 신중하게, 점잖게 받아들이기 위해 나는 책을 읽었다.

 

318 저녁 무렵에 이스탄불과 보스포루스 해협에 드물게 끼는 안개가 보였다. 그리고 살인자는 자기 자신에게 이것은 안개인가, 아니면 불행한 내 영혼의 고요인가?”라고 물었다.

 

321 체홉에게, 폐렴에 시달리는 그 재능 있고 겸손한 러시아인에게 사랑과 경탄 이외에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나 헛되이 지나 버린 상처받고 슬픈 인생을 체홉주의라는 감성으로 미화시키고, 이생의 빈곤함에 대해 으스대면서 아름다움과 숭고한 감정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324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항복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의 원인이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은 일종의 음악이다. 사랑과 고귀한 가슴은 동일한 것이다. 사랑은 슬픔의 시다. 사랑은 예민한 영혼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랑은 언젠가 소멸되는 것이다. 사랑은 절대 후회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결정이 되어 가는 것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사랑은 껌 한 개를 나누는 것이다. 사랑은 절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사랑은 공허만 말이다. 사랑은 신과 결합하는 것이다. 사랑은 고통이다. 사랑은 천사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다. 사랑은 눈물이다. 사랑은 전화벨이 울리길 기다리는 것이다. 사랑은 세상 전부다. 사랑은 영화관에서 손을 잡는 것이다. 사랑은 취하는 것이다. 사랑은 괴물이다. 사랑은 눈멈이다. 사랑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사랑은 성스러운 침묵이다. 사랑은 노래다. 사랑은 피부에 좋다.

 

325 사랑은 누군가를 격렬하게 안고, 그와 같은 곳에 있고 싶어 하는 그리움이다. 그를 안고, 모든 세상을 바깥에 두고자 하는 열망이다. 인간의 영혼에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자 하는 그리움이다.

 

326 한밤중에 그가 믿고, 자신을 겸손하게 양도했던 정적을 생각하면, 책을 다시 쓰는 모습을 눈 앞에 떠올리면, 내 머릿속에는 가장 커다란 기적이 실현된다. 그 곳에서, 그의 책상 앞에서 그가 인내심으로 항상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때, 정적이 그와 말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내가 도달하지 못한, 그러나 나의 희망과 나의 사랑이 보았던 것의 비밀은 그 정적과 어둠 속에 있다. 자난이 사랑한 남자가 글을 쓸수록, 나 같은 사람은 절대 도달하지 못한 깊은 밤의 진정한 속삭임이 말을 하기 시작할 거라고 나는 생각하곤 한다.

 

341 돌아오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넘어서는 안 될 생사의 경계를 나는 방금 확실히 넘어섰네

     - 단테, <새로운 인생>, 14

 

354 포장지의 천사 그림이 외국 잡지에서 도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포장지 구석에서 생산자 표시가 내게 손짓했다.

 

362 나로 말하면 기억 상실로 고통받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애쓰는 불행하고 바보 같은 주인공이다.

 

371 슈레이야 씨는 자신이 읊은 모든 민요들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인생' 캐러멜에 쓰인 1만 편의 민요 중 6,0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자신이 썼다고 했다.

 

377 나보다 더 슬픈 비가 유리창에 뚝뚝 부딪히기 시작하자 나는 의자를 완전히 뒤로 젖혀 기대었다. 그리고 추억의 음악 속 나 자신을 맡겼다. 비는 나의 슬픔에 발맞추어 점점 더 세게 내렸다. 자정 무렵, 내 머릿속에 핀 보라색 슬픔의 꽃들과 같은 색의 번개, 그리고 내가 탄 버스를 휘두르는 바람이 여기에 합세해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했다.

 

380 그는 "오늘날 우리는 패배했지. 서양은 우리를 삼켰어. 짓밟고 지나갔지. 우리의 스프, 사탕, 팬티까지, 모든 곳에 들어와 우리를 끝장내고 말았어. 그러나 어느 날, 천년 후의 어느 날, 반드시 이 음모를 끝장내고, 우리의 수프, , 영혼 속에서 그들을 몰아냄으로써 복수를 하고 말 거야. 이제 박하사탕을 먹게나 그리고 쓸데없이 울지 말게."

 

383 30분이 채 지나기 전에 아침이 오는 첫 징후를 오른쪽 창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어둠 속에서 하늘과 땅의 경계선이 어렴풋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 초원을 전혀 비추지 않는 이 경계선은 어두운 하늘의 일부를 찢는 비단 같은 붉은 빛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장밋빛 붉은 선은 너무나 얇고 가냘파서 또한 너무나 황홀했기에, 제어할 수 없는 미친 말처럼 어둠을 향해 쏜살같이 달리는 부지런한 미기루스와 버스에 탄 우리 여행객들은 순간적으로 쓸데없는 기계적 혼란에 빠졌다.

 

384 몇 분 후 조금 더 빨갛게 물든 지평선 주위에 희미한 빛이 퍼지면서 동쪽의 어두운 구름 주위가 밝아지는 것 같았다. 오랜 심야 여행을 하는 버스 위로 아낌없이 비를 퍼부었던 사나운 구름들이 희미한 빛을 받아 멋지게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의식했다. 초원은 여전히 깜깜했기 때문에 바로 앞의 넓은 창유리에서, 내부의 빛으로 약간 밝아진 버스 안에 있는 나 자신의 얼굴과 몸을, 그 마법적인 장밋빛 하늘을, 불가사의한 구름을,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고속도로의 끊긴 차선들을 보았다.

 

384 몇 시간 동안이나 같은 속도로 바퀴가 돌고, 엔진도 같은 박자로 신음하며, 인생도 같은 단위로 반복되고 있을 때, 지친 버스에 타고 있는 피곤에 절은 여행객의 영혼의 심연에서 나와 고속도를 따라 서 있는 전신주와 함께 반복할 후렴구 말이다. 인생은 무엇인가? 시간이다! 시간은 무엇인가? 사고다! 그렇다면 사고는 무엇인가? 인생이다. 새로운 어떤 인생...... 나는 이렇게 반복하고 있었다.

 

386 본능적으로 운전사를 보았을 때, 무언가가 앞 유리창 전체를 가공할 힘으로 덮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60~70미터 전방에 서로 추월하려는 두 대의 트럭이 우리를 향해 전조등을 곧바로 비춘 채 우릴 덮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사고를 피할 수 없음을, 나는 알았다.

 

386 그 비유할 데 없는 믿을 수 없는 순간을 경험할 행운아들은 버스가 굉장한 소음으로 폭발한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뒤 좌석에 앉은 여행객들 중에서 나올 것이다. 맨 앞 좌석에 앉아 다가오는 트럭들의 빛을, 책에서 분사되는 가공할 만한 빛을 보았던 것처럼 감탄과 두려움으로 눈부시게 바라보며 나는 즉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려 했다.

 

 

내가 저자라면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새로운 인생>은 이렇게 시작된다. 읽었던 책에서 어떤 강렬한 힘을 느끼고, 책장에서 내뿜은 빛에 모든 인생을 걸고, 책에서 말하는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오스만은 책의 영향으로 사랑에 빠지고, 대학 생활에서 멀어져 터키 방방곡곡으로 누비는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이 소설에서 버스 여행은 터키의 사회 문제를 부각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 오스만은 그가 읽었던 책의 영향으로 끝없는 여행에의 환상을 꿈꾸는데, 그것은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거라는 환상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새로운 인생'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시련'이라 할 수 있다. 오스만의 말을 빌리면, 새로운 인생은 '비유할 데 없는 순간(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에 맛볼 수 있는 행복(죽음)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부터 10년 전 버스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을 돌이켜 보았다.  죽음과 직면했던 생생한 상황들이 그려졌고, 처절했던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남았던 나는 한 동안 삶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면서 방황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으며, 살아남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새로운 인생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주인공이 경험하는 사건들을 끈질기게 붙잡으며 읽어 내려갔다. 작가가 의미하는 새로운 인생이 '시련'이라면 나는 '살아 있다는 감사함'이었다. 지금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주며, 내가 얻은 새로운 인생의 큰 의미였다. 

 

  우연하게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2012년 심야버스를 타고 터키를 여행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것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주인공의 눈으로 보여지는 모든 상황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심야 버스를 기다리면서 벤치에 쪼그리며 앉아 잠을 자기도 했으며, 버스 좌석에 달려있는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기도 했다. 처음 타보는 심야 버스에 밤새 잠을 설치다가 새벽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면서 가슴 뛰기도 했다.

 

  독자가 소설 속의 주인공과 같은 경험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의 시선이 닿은 모든 곳에 작가가 의도한 의미를 알 수 있었고, 내가 경험했던 곳의 풍경들을 보다 현실적인 감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서 쉽게 지나쳤던 사람과 사물들의 모습을 다시 찾아낸 즐거움을 가졌다. 이렇게 <새로운 인생>은 이전에 잊고 지냈던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다시 찾아 주었고, 터키 여행에서 얻었던 보석 같은 경험들을 다시 써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저자라면, 2012년 책과 함께 했던 두 번의 여행(터키와 이탈리아)'꾸뻬씨의 행복여행' 형식으로 접목해 보고 싶다. 첫 번째 터키 여행에서 읽었던 단테의 <신곡>,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김영하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였다. 책과 함께한 여행의 느낌과 경험은 깊고 풍부했다. 그렇다고 멋진 풍광들 앞에서 책을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여행에서 잠자기 전에 읽었던 책 속의 장면들이 다음 날,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할 했을 때, 그 느낌은 어떨까? 이른 아침 책 속에서 만났던 주인공을 여행지에서 만났을 때, 그 감동은 또 어떨까? 이렇게 책과 함께하는 여행은 좋은 느낌,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게 해주었다. 어쩌면 여행지에서 읽는 책의 감흥은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처럼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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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09:35:37 *.6.109.212

와와와와~~ 파묵의 <새로운 인생> 이네요!

 

터키와 이탈리아 여행 경험이  <꾸뻬씨의 행복 여행>의 형식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걸요?

 

이렇게 리뷰로 이 책을 읽으니 이런 문장도 있었구나.. 정말 '새롭'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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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4 17:36:26 *.194.37.13

지난번 선배님 댓글보고 <새로운 인생>을 더 열심히 읽었던 것 같아요.

리뷰도 풍부해지고, '내가 저자라면'도 더 깊게 생각하게 되고,

칼럼 쓰는데도 자신감이 붙고, 선배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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