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 조회 수 2700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새로운 인생
이번 주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내 삶의
의미를 다시 돌이켜보았다. 그리고 2012년 변경연을 내
안에 품고 지내면서 어떤 변화와 깨달음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첫 번째,
먼저 스스로 틀에 가두고 꽁꽁 묶어 두었던 의식들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
두 번째,
무엇을 간절히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끄집어내어서, 마음껏 말하도록 했다.
세 번째,
그 안에 어떤 열정과 간절함을 담아야 하는지 즐기면서 고민했다.
네 번째,
얻어진 결과물은 바로 '새로운 인생'을 얻은
나 자신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로 사부님, 책, 그리고 글쓰기였다. 이번 주, 일 년 동안 변경연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써 왔던 칼럼과
북리뷰를 들여다 보았다. 처음 시작할 때의 가슴 설렘, 똥쟁이
시절을 회상하며 적었던 진한 똥자국들, 1차 터키 여행과 2차
이태리 시칠리아 여행을 다녀오면서 적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작업했던 ‘뿌꼬이야기’(벌써 3번째
버전)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적으면서 나에게 흠뻑 빠져들어갔다. 그
속에 주인공은 결국 나였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나와 함께 놀아본 시간이 얼마나 될까? 2012년은 온전히 나와 나의 가족이 함께 즐긴 시간이었다.
10년 전 버스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해서 얻은 인생의 의미는 찰나여서 살면서
잊어버리는 순간들이 많았다. 반복적인 회사 생활에서 나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을 잠시 잃어버리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얻은 인생의 의미는
평생 동안 내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삶이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인생’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가져다 준
2012년, ‘나의 서른 아홉’의 시간을 책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글의 시작은 첫 번째 터키 여행을 떠났던 인천공항. 여권을 집에 두고 와서 옛 여자친구에게 여권을 퀵으로 보내달라고 전화하는 순간이다. 이후 2시간 동안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집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읽었던
제임스 조임스의 <율리시스>, 여권을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빠져들어간 의식의 흐름들, 터키 여행지에서 단테의 <신곡>을 읽으면서 얻었던 수 많은 감동들. 심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마지막 이스탄불을 뒤로 하고 떠났지만, 다시
이탈리아 시칠리아 여행의 첫 도착지인 이스탄불에 와서는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을 읽으며 지난 여행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시라쿠사에서 초록색 도마뱀을
만났다. 작은 틈새로 숨어버린 도마뱀 꼬리. 아마도 자신을
따라오면 시칠리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며 나를 유혹했다. 아니면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며
꼬리를 흔든 것 같았다. 시칠리아에서 읽었던 책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와 김영하의 <네가
잃어버린 시간을 기억하라> 였다. 이렇게 책과 함께한 여행에서 얻어지는 느낌과 경험은 깊고 풍부했다. 여행에서 잠자기
전에 읽었던 책 속의 장면들이 다음 날,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으며, 이른 아침 책 속에서 만났던 주인공을 여행지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책은 여행에서 본 풍광들을
의미 있게 만들고,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
감동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아름다운 풍광을 그리는 화가의 마음처럼 즐거울 것이다.
이른 새벽, 단테의 <신곡>을 읽고 터키 카타도피아에서 벌룬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갔을 때였다. 단테가 천국에 올라 갔을 때의 느낌이었을까? 함께
올라간 사람 중에 어느 노부부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았다. 초췌하고 창백한 얼굴,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아있지 않는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자, 그런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두 팔로 안으면서 구름 틈 사이로 쏟아지는 천국의 빛을 노부부는 함께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천사들이 축복하며 나팔을 부르는 <신곡>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 나의 아내를 떠올리면서 삶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 순간이었다.
눈이 소복 소복 내리는 아침. 나는 문득,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처럼 나의 여행 이야기를 똥쟁이의 눈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372 | 이번 사건이 뭐야? [2] | 세린 | 2013.02.12 | 3282 |
3371 | 서른 아홉의 행복여행 [2] | 한젤리타 | 2013.02.12 | 2203 |
3370 | 말 더듬이 왕 조지 6세와 한비 [4] | 샐리올리브 | 2013.02.12 | 3513 |
3369 | 마주함에 대하여 [1] | 용용^^ | 2013.02.12 | 1970 |
3368 | #4 그냥쓰기_투자와 투기사이 [3] | 서연 | 2013.02.12 | 2210 |
3367 | 고깔모자를 쓴 미다스왕과 신라인 [1] | ![]() | 2013.02.12 | 4353 |
3366 | 하늘길 원정대 [16] | 콩두 | 2013.02.12 | 2280 |
3365 | 알려지지 않은 신 12 [4] | 레몬 | 2013.02.11 | 2826 |
3364 |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여! 어서 봄을 가져와다오 [4] | ![]() | 2013.02.04 | 3999 |
3363 | 그림책 읽어주는 특수교사 캐릭터 [2] | 콩두 | 2013.02.04 | 2746 |
3362 | #3그냥쓰기_균형감각이 중요해 [1] [2] | 서연 | 2013.02.04 | 2595 |
3361 | 나는 청중 중심의 스피치를 하는가? [5] | 샐리올리브 | 2013.02.04 | 2669 |
3360 | 사람의 산 [2] | 용용^^ | 2013.02.04 | 2119 |
3359 | 지난 1년이 힘들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는가? [1] | 학이시습 | 2013.02.04 | 2313 |
» | 새로운 인생 [4] | 한젤리타 | 2013.02.04 | 2700 |
3357 | 함수가 너의 꿈을 도와줄 수 있도록 [1] | 세린 | 2013.02.04 | 2369 |
3356 | 알려지지 않은 신 11 [1] [3] | 레몬 | 2013.02.04 | 11534 |
3355 |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2 ![]() | 콩두 | 2013.01.28 | 3443 |
3354 | 그대 중년인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라 [2] | ![]() | 2013.01.28 | 4637 |
3353 | #2 그냥쓰기_일단 살아남기 [1] | 서연 | 2013.01.28 |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