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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08시 24분 등록

동서문화사. 이상훈 옮김

1. 저자에 대해서

 

1) 저자 조사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로 전해진다. 그의 연대는 기원전 1159년으로 추정되는 트로이전쟁과 같은 시대라는 설부터 기원전 689년이라고 하는 설까지 다양하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씌어진 말들이 이들 도시가 있는 소아시아의 이오니아와 아이올리스의 두 지방 말의 혼합이었다는 점에서 그 근방 스뮈루나, 키오스, 코로폰, 이타카 등이 그가 태어난 곳으로 추정된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라는 반 전설적인 인물 개인의 창작이라기 보담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구송시를 뛰어난 음유시인이 집대성, 정리, 완성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구송시는 글자로 씌어진 일정한 원본이 없이 귀와 입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온 문학을 말하는 것이다. 성질상 텍스트가 일정하게 있지 않았다. 심한 경우에는 구송될 때마다 연출자의 취미에 따라 내용이 첨삭되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청중들의 요구에 따라서 변경이 가해져 유동적이었다. 주제는 고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다른 두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 두 시편의 종교적인 사상과 윤리적인 사조와 미에 대한 의식이 다르고, 외형적 수사법이나 시의 리듬, 격률 또는 용어와 문법에서 두 작품 사이에서 50년 내지 1백 년의 시간적 격차가 있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즉 일리아스를 기원전 8세기 전반으로 본다면, 오디세이아는 후반이나 말년으로 보는 것이다. 그 이후의 파와 출신을 약간 달리하는 시인의 손에 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호메로스의 출생이나 전기가 신빙성이 없는데 기인한다. 두 시편이 보이는 여러 가지 모순, 두 가지 말의 병존, 텍스트의 불확정과 같은 문제 가운데는 구송시의 본질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텍스트가 최초로 씌어진 것에 대한 통설을 세이시스트라토스 도는 그 아들의 시대 (기원전 6세기 후반) 에 아테네에서 호메로스의 음송이 국가적인 제전에 채택되어 텍스트의 검정이 요구되었을 때라고 보는 것이 현존하는 텍스트 속의 이타카 방언에 섞여 있는 것과 대조해 볼 때 적당할 것이다.

 

현존 텍스트 중 동로마에 전해진 것은 10세기 말에 비잔틴에서 서사된 고사본을 가장 좋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저자에 대한 개인적 평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 개인의 창작이 아니라 입으로 전승된 영웅 서사시를 호메로스라는 대시인이 집대성한 것이다. 전승된 설화와 민담 신화를 토대로 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처럼 쓴 이가 명확하지 않다. 어쨎든 그가 한국의 판소리처럼 구전되는 노래, 영웅 서사시를 집대성한 시인과 작가 집단의 대유법이라는 점에서 그 전체 조상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또한 생의 절반이 지나도록 이름만 들었지 직접 책장을 넘겨볼 생각을 못했던 이런 고전을 직접 밑줄 그어가며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드린다. 영광스럽다.

 

 

2. 내가 저자라면

 

1) 전체적 뼈대와 목차

 

몇 가지 이미 들어본 이야기의 원출처가 오디세이아인 걸 처음 알았다. 12개의 도끼 구멍을 한 꺼번에 꿰뚫는 활쏘기, 돛대에 묶여 통과하는 싸이렌의 협곡, 섬에 홀로 살고 있으면서 인육을 먹는 외눈박이 괴물의 눈을 불에 달군 가지로 찔러서 장님을 만드는 이야기, 암행어사처럼 변장을 하고서 충복과 아내 앞에 나타나 누가 내 편이고 누가 심판을 내려야 하는 인간인지를 시험하는 이야기가 그렇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것은 아가멤논 팀의 장수로 트로이 전쟁에 나갔던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의 모험을 다룬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서 이타카로 돌아오다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폴리페모스를 장님으로 만들어 노여움을 사서 떠돌게 되는 10년의 여정이다.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집에 남겨두고 간 아들과 아내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아들은 자라서 아버지의 생사를 알기 위해 선단을 꾸려 떠날 나이가 되고, 그 어머니인 펠레로페는 베를 짰다 풀면서 3~4년을 구혼자들을 기다리게 하면서 버틴다. 오디세우스는 돌아와 이들 구혼자를 살육한다. 영웅 오디세우스의 곁에는 항상 빛나는 아테나 여신이 동행한다.

 

2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권 여러 신들의 회의 / 아테네가 텔레마코스에게 출발할 것을 권한다.

2권 이타카에서의 회의 / 텔레마코스의 출항

3권 퓌로스에서의 이야기

4권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성에서의 이야기

 

5권 칼립소에 표류하다 /오디세우스의 뗏목

6권 스케리에 섬의 왕 칼키노스와 왕녀 나우시카 이야기

7권 알키노스 왕 궁전에서의 이야기

8권 스케리에 섬에서의 이야기 / 경기와 향연

 

9권 오디세우스의 표류담 / 퀴클로페스 암굴에서의 이야기

10권 표류담의 속편 - 아이올로스 / 라이스트뤼고네스 / 키르케

11권 오디세우스가 저승을 찾아가는 이야기

12권 표류담의 속편 - 세이레네스 / 스퀼레 / 트리나키에

 

13권 오디세우스가 스케리에 사람의 배를 타고 고향에 돌아가는 이야기

14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오두막에서의 이야기

15권 텔레마코스가 귀국하여 그 또한 돼지치기의 오두막을 찾아오는 이야기

16권 돼지치기 오두막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이야기

17권 텔레마코스가 귀가하고 오디세우스도 거지차림으로 귀가

18권 오디세우스가 부랑자 이로스와 주먹싸움을 하다

19권 신분을 숨긴 오디세우스가 그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 발을 씻는 이야기

20권 오디세우스에 대한 길조와 구혼자들의 소동

21권 활쏘기

22권 구혼자들을 모조리 토벌하다.

23권 부부가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다.

24권 구혼자들의 망령은 저승으로 가고, 그들의 집안과도 화목을 되찾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권~4권은 집에 남은 아들과 여자, 그리고 구혼자들의 이야기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이야기는 5권~14권이고, 나머지는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고 남의 집에 들어와 재산을 탕진하고 괴롭히던 구혼자들을 소탕하고 부부가 만나는 이야기다. 오디세우스의 모험 보다 텔레마코스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더 흥미로왔다. 그 이후에는 이야기의 순서에 따라 흘러가고 있어 읽기에 수월했다. .

 

이것을 한 영웅 서사시가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읽기도 했다.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인간은 모두 양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원만한 성격, 또는 개성화를 이루려면 개발되지 않은 부분을 개발해간다고 했다. 여성은 남성적 특징을, 남성은 여성적 특징을 자신의 발달을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일군다 들었던 것 같다. 어디서? 융 관련된 책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펠레로페가 여성성만 발현하고 있을 뿐, 남성성이라고 흔히 말하는 속성들을 활성화, 내면화 시키지 못한 상태의 비유처럼 느껴졌다. 그 집안의 많은 보물들이 활용되지 못하고, 쓰잘데기 하나 없는 구혼자들에게 이리 저리 휩쓸리며 재물을 낭비해간다. 아들 텔레마코스 역시 자라 나오는 남성성의 상징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2) 장점 및 보완점

 

장점, 굉장히 상세한 부분에 대한 묘사가 나올 때 즐거웠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는게 더딘 이유였다. 예를 들면 키르케 여신이 베를 짜고 있는데 그녀가 올림머리를 했다고 한다든가, 포도주를 희석해서 마시는데 술잔 손잡이가 두 개라고 하든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터키전에 가봤더니 정말로 술잔 손잡이가 두 개였다), 돼지치기의 손님접대 방식, 소를 잡아서 신에게 올리는 과정의 세부 묘사를 읽을 때 그랬다. 장점, 두번째 환타지스런 부분이 풍부했다. 각각 다른 여신의 섬, 괴물들, 지옥에 가서 만나는 망령 등.  

 

보완점이라기 보담은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이 있다. 왜 펠레로페는 20년간 행방불명된 남편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송이한테까지 구혼을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결혼의사가 없음을 밝히지 못하고 어영부영, 수의를 만들 베를 짠다는 핑계를 대면서 3~4년씩 낮에는 짜고 밤에는 풀면서 시간을 보낸다. ‘구혼해 주어 고맙다. 그러나 나는 재혼할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제도적인 이유가 있었던 걸까? 오디세우스가 그 지방 영주였기 때문에 공석인 경우에는 시장의 부재 사유가 생기면 부시장이 시장 대리를 하듯이 반드시 후임자를 정해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 친정 아버지가 높은 지참금을 부르는 남자에게 딸을 줄 권리를 가진 것도 같았다. 그 여자의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관습적, 정치적 이유로 그런 압박을 받고 있는 건가? 궁금했다. 그리고 베를 짰다 푸르지 말고 그 도끼를 꿰는 화살 시험을 아예 처음부터 내밀었다면 구혼자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면 결혼하고, 지면 죽인다는 아틀란트처럼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군식구를 먹여살리고 심적 에너지를 덜 낭비하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저자라면 20년간 펠레로페가 좀 더 즐겁고 적극적으로 기다리는 장면을 넣을 것 같다. 짰다 푸르는 킬링타임용 베짜기 같은 것 말고 뭔가 재미있는 껀수를 만들었을 것 같다. 하다못해 고방을 뒤져서 보관된 보물들을 탐사하거나 정원을 가꾸거나 바깥으로 놀러다니더라도. 그 많은 재물과 시종들을 데리고도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속 끓이고 애만 태웠다. 처음에는 남편 때문에, 그 다음에는 배를 꾸려서 길을 떠날 수 있게 된 아들 때문에. 근데 나는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좌충우돌 여정이 퍽 재미있어 보였다. 예를 들면 칼립소 여신이나 키르케 여신을 제압을 한 후에, 다른 일행을 지키기 위해 그의 침소에 드는 걸 사양하지 말라는 아테나 여신의 말대로 여신과 즐겁게 지내는 걸 보면. 또 아테나 여신이 일러준 대로 사이렌의 협곡을 지날 때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도 무사하다. 그러나 나는 펠레로페를 답답히 여길 처지가 못된다. 나도 집귀신이기 때문이다.

 

3) 감동적인 장절

 

(1) 오디세우스의 항구 페넬로페에 대하여 답답함을 느끼다.

 

왜 그렇게 화를 내는가? 우리를 모욕하면서 말이야. 구혼자들이 책임을 질 까닭은 없단 말일세. 차라리 자네 모친의 책임이야. 그녀가 아주 교활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야. 들어 보게. 왜냐하면 벌써 3년이 지났거든. 그리고 이제 곧 4년째로 접어드네. 그녀가 아카이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정열을 희롱하기 시작한 지가 말일세. 이 사람 저 사람을 다 상대해 가지고는 누구한테나 꼭같은 약속을 해왔거든. 편지질을 하면서 말이지.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그 밖에도 다른 꾀를 꾸미고 있었던 거야, 이를 테면 큼직한 베틀을 집 안에 마련해 놓고는 베를 짜고 있었단 말일세. 얄팍하고 무척 폭이 넓은 천을 말이지. 그리고 우리한테 말했지. ‘나한테 구혼하시는 분들, 거룩한 군주이신 오디세우스가 이젠 이 세에 없으니 나하고 결혼하고 싶으신 분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 천을 모두 짤 때까지만요. 이렇게 짜낸 천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지 않도록 말이예요. 이럿은 라에르테스 님의 장례에 쓸 천이랍니다. 지독한 고통을 주는 저주스러운 죽음의 손길이 언젠가는 그분을 덮치겠지요. 그때를 위해서 짜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모든 여자들로부터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다하지 못했다고 비난받으면 곤란하니까요. 만약 그분이 재산을 듬뿍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의를 입지 못하고 관 속에 눕게 되신다면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또다시 한층 더 끓어오르는 우리의 열정을 부채질했단 말일세. 그즈음 아닌게 아니라 낮에는 늘 큼직한 베를 짜고 있기는 했지만. 밤이 되어 횃불이 옆에 놓일 즈음이면 그것을 모두 풀어버리곤 했다. 이런 식으로 3년 동안을 능청맞는 꾀로 우리 눈을 속이며 납득시켜 왔지만, 4년째가 되는 그 계절이 끝날 무렵 바로 그때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시녀 하나가 수다를 떨었네. 그래서 우리는 훌륭하게 짜낸 천을 그녀가 풀고 있는 현장을 붙잡았던 걸세. 그래서 싫어도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그 천을 모두 짜고 말았지. - 534

나도 이 구혼자들에게 감정이입되네.  

 

 

(2) 오래 전에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의 본적이 <오디세이아> 임을 알게 되다.

 

 

 

(3) 자기에게 마음이 없는 남자를 억류하는 칼립소 여신

 

 

 

(4) 나는 괴물들에게 관심과 연민이 간다. 외눈박이 폴리페모스. 스퀼레, 사이레네스

 

 

 

(5) 왜 오딧세이아(오딧세이)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향수를 줄까? 이문열 <서울의 오딧세이아 1993), 니코스 카잔차스키 <오딧세이아>

 

 

 

(6) 빛나는 눈의 아테나 여신의 활약상

 

 

 

(7) 부부만 아는 두 사람의 역사

 

887 아무튼 에우뤼클레이아, 튼튼한 침상을 마련해 올리게나, 아늑한 안채 밖에 당신이 손수 만드신 걸 말이야. 거기다 튼튼한 침상을 내오고 자리를 깔아드리도록. 양털이랑 이불이랑 훌륭한 담요들을 말이야.

 

887 페넬로페여 바로 지금 그 말이 정말 몹시 내 가슴을 괴롭혔소. 누가 내 침상을 다른 데로 옮겨 놓았단 말이오?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일텐데. 설령 충분히 알고 있는 자라도 말이오. 만약 신이 오신 게 아니라면 옮겨 놓는 걸 원하다고 해도 결코 쉽게 다른 장소로 옮겨 가지는 못할 거요. 하물며 인간의 재주로 지금 살아있는 자라면 아무리 젊고 힘이 세다 한들 쉽사리 자리를 바꾸어 놓을 수는 없을 거요. 그 침상을 만들 무렵에 굉장한 비밀을 마련해 놓았으니까. 그건 바로 내가 직접 만든 것이오. 본디 안뜰의 기다란 잎을 가진 올리브나무가 무척 무성하게 자라서 기둥만큼 아름드리가 됐는데 그 나무를 중심으로 해서 안쪽에 침실을 짓고 석축을 굳게 쌓아올려 그걸 완성하고 보기 좋게 지붕을 이었단 말이오. 그리고 튼튼한 문짝을 꼭 맞게 달아 놓았던 거요. 그런 다음에 이번에는 기다란 잎이 달린 올리브 나무의 가지를 쳐 버리고 밑둥부터 줄기를 잘라 내어 자귀로 곁을 잘 다듬어 먹줄을 띄워 곧게 한 다음 침상 기둥을 세웠는데, 송곳으로 모두 구멍을 뚫어서 만든 것이오. 이렇게 시작해서 하나하나 침상을 완성할 대까지 온갖 힘을 기울였던 것이오. 황금과 은, 상아 드응로 갖가지 세공을 해서 장식을 했엇소. 또 그 내부에는 빨갛게 물들인 쇠가죽 끈을 빙빙 둘러 쳐 놓았지. 이것이 우리의 비밀이며, 나는 그것을 알고 있소. 모르는 것은 그 침식이 아직 그대로 있는 지 어떤지 하는 것이오. 아니면 다른 사나이가 올리브나무 밑둥에서 잘라내어 다른 데로 옮겼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권 여러 신들의 회의 / 아테네가 텔레마코스에게 출발할 것을 권한다.

 

허참 정말 무슨 까닭으로 인간들은 우리 신들한테 죄를 뒤집어 씌운단 말인가. 재앙이란 재앙은 모두 우리한테서 일어난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분수를 벗어난 행동 때문에 타고난 운명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게 마련이거든 - 516

 

그 곳은 대양의 배꼽이나 다름 없는 섬이니까요. - 517

 

모든 바다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넓은 땅과 끝없이 열린 하늘을 떼어놓는 기다란 큰 기둥을 저 혼자서 지탱하고 있는 아틀라스의 딸 님프가, 그 불행한 사람이 마냥 비탄에만 잠겨 있는 데도 붙잡아 놓고 있답니다. 그리고는 상냥한 척 어르고 달래는 말로 그 사람이 이타카 생각을 잊어버리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호리고 있지요.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한 번만이라도 고향 땅에서 연기가 오르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서,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어요. - 517

이런 말을 듣는 칼립소 여신이 불쌍하다.

 

발목에 거룩한 황금으로 만든 샌들을 비끄러매었다. 그 샌들은 출렁이는 바닷길이든 끝없는 육로든 가릴 것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여신을 날라다 줄 것이다. - 519

 

손에는 청동 창을 잡고 오디세우스와 아주 가까운 사이인 타포스 섬의 군주 멘테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 안에서는 여러 구혼자들이 저마다 뽐내며 때마침 문 앞에서 장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깔고 있는 여러 장의 쇠가죽은 그들이 멋대로 죽여 없앤 소들의 가죽이었다. 그들 앞으로 몸종들과 충성스러운 하인들이 희석용 술동이에 포도주와 물을 타거나 구멍이 무수히 뚫린 해면으로 네 발 달린 책상을 닦아 내며 구혼자들의 앞에 차려 놓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많은 고기를 푸짐하게 썰어 놓는 이도 있었다. - 519

 

상감 장식이 된 의자 - 520

 

나그네여, 이런 말씀을 드리면 괘씸하다고 노하시겠습니까? 이들은 이렇게 하프 소리와 노래에 취해 있습니다만, 사실은 모두 무책임합니다. 남의 재물을 값도 치르지 않은 채 파먹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 소유주의 백골이 어느 먼 육지에서 빗물에 썩어 가는 지, 아니면 마잣물 속에 잠겨 물결에 굴러다니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재물을 말입니다. - 520

 

사람을 채어가는 폭풍의 여신들이 아버지를 채어 가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며, 제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비탄과 애석함, 그것뿐이랍니다. 내가 마음 아파하고 한탄하는 것은 아버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신들께서는 갖가지 다른 재앙을 제게 내려 주시려고 하거든요, 말하자면 이 근처의 섬을 다스리고 있는 영주란 영주는 모두 둘리키온과 쉬메, 숲이 우거진 자퀸토스 등 여러 섬의 영주들로부터 바위 많은 이타카 섬에서 세도께나 부리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 어머니에게 구혼하러 몰려와서는 저희 집 재산을 탕징하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서는 재혼하는 것을 감히 거절하지도 차마 끝을 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저희 가산을 서슴없이 파먹고, 이제 얼마 안 가서 저마저 신세를 망치게 되고 말 것입니다. - 523

1.페넬로페가 구혼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2.한 사람 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관점에서

:페넬로페의 우유부단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있다. 여자가 남성성의 특징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여자의 내적 가산도 이렇게 탕진된다. 남성성의 역할을 남편, 애인이 전담해 주길 바라고, 그렇게 해온 여자들은 그들 남자가 없어지면 이렇게 무능해진다. 나도 의식적으로 ‘착한 여자, 여성적인 여자’의 코스프레를 하려고 한다. mmpi 검사에서도 여성적인 특징이라기 보담 스스로 여성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특징이 많이 나왔지. 그런 의식적인 태도는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수학을 못하고, 운전을 못하고, 기계를 못다루는 전형적인 모습을 구현하려 한다.

 

내일 아침 아카이아인 남자들을 회합에 소집하여 모두에게 이렇게 선언하시오. 신들을 입회 증인으로 모시고 말이오. 구혼자들한테는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도록 말하고, 또 어머님께는 만약 결혼하고 싶으면 그토록 위세가 당당하다는 친정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시오. 그렇게 하면 어른들이 결혼 준비를 해 줄 것이오. 퍽 많은 지참금도 마련해 주실 테지....한편 그대에게는 좀더 자세히 현명한 방도를 가르쳐 줄 테니 그걸 잘 지키도록 하오. 가장 좋은 배를 한 척 마련해 놓고, 20명의 노 젖는 사람을 데리고서 오랫동안 집을 나간 채 안 돌아오시는 아버님의 행방을 찾으러 떠나란 말이오. 혹시 세상 사람들 가운데는 누구든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며 또 사람들에게 소식을 가장 잘 전해주는 제우스라는 신의 분부라는 소문을 얻어 듣게 될 지도 모르니까. 먼저 퓔로스로 가서 거룩한 네스토로 영주한테 물어보시오. 거기서 이번엔 스파르타에 있는 금발의 메넬라오스한테로 가란 말이오. - 524

원래 남성성이 실종되었을 때 새끼 남성성, 준엔진이 가동되어 필요를 보충한다. 

 

이제는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선 안되오. 이젠 그럴 나이가 아니란 말이오- 525

 

여신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사라져 버렸다. 빛나는 눈의 아테네 여신은 새처럼 하늘높이 사라져 갔다. 그러나 텔레마코스의 가슴에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고, 전보다도 더 한층 아버지 생각이 나게 해 주었다. 한편 텔레마코스는 이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마음 속으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이 있었던 이가 분명 신임에 틀림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525

 

두 시녀의 부축을 받으면서 층계참까지 나와서는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부인들 중에서도 가장 거룩한 그녀는 구혼자들을 마주하게 되자 머리 장식 베일을 두 뺨에 내려 드리웠다. - 526

 

어머니도 생각을 돌리시고, (노래를) 들어 보시도록 용기를 내십시오. 오디세우스 혼자만이 트로이 땅에서 귀국할 시기를 놓친 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말입니다. 어떻든 어머니께선 방으로 돌아가셔서 하시던 일이나 계속해 주세요. 베를 짜시거나 실을 감으시거나 하시면서요. 그리고 시녀들한테도 제 할 일들을 하라고 분부하십시오. 말하는 것은 남자가 할 일이지요. 제가 말입니다. 이 집 안에서는 제가 주인이니까요.

아들이 자라 주인 행세를 한다. 삼종지도를 생각나게 하네. 당황스럽군. 그녀는 왜 주인이 되지 못했을까?

 

페넬로페는 크게 놀라 다시 자기 방으로 되돌아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들의 생각 깊은 말에 가슴 깊이 감동했던 것이다. - 527

 

이 집에서 모두 나가달라고요. 식사 걱정은 다른 데 가서 하시는 게 당연하지요. 이 집 저집 번갈아가며, 자기들 재산으로 자기 마음대로 먹으면서요. 하지만 당신네들이 이렇게 한 사람의 가산을 탕진하고서도 보상조차 않을 생각이라면, 차라리 완전히 먹어 치우는 게 더 낫겠지요. 그렇게 되면 나로서는 언제나 여기 계신 불멸의 신들께 호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제우스 신께서는 내 보복의 성취를 허락해 주실 지도 모릅니다. 그때에는 내가 당신들을 이 집 안에서 완전히 다 죽여버린다 해도 아무도 내게 뭐랄 수는 없겠지요.“

이렇게 선언하자 그들은 모두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텔레마코스의 대담한 말에 놀랐다.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든 충성심에 넘친 에우뤼클레이아와 동행하였다. 그녀는 페이세노르 집안 오프스의 딸이었으며, 그 옛날 라에르테스가 아직 나이 어린 그녀를 자기 재산에서 20마리의 소를 주고 하녀로 사들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그녀도 그의 집안에서 소중히 했는데, 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두려워서이긴 했지만, 절대로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었다.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하녀들 가운데서도 가장 텔레마코스를 귀여워했는데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를 손수 키워왔기 때문이었다. 텔레마코스는 편안한 분위기가 감도는 방문을 열고 침대에 걸터앉아 부드러운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것을 현명한 늙은 하녀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러자 늙은 하녀는 그것을 차곡차곡 잘 매만져, 나무 침대 옆 걸대 위에 걸쳐 놓았다. 그렇게 한 다음 침실에서 물러나, 은으로 된 손잡이를 당겨 문을 닫고는 그 위에 가죽 고리를 걸었다. 그곳에서 밤새도록 그는 부드러운 양털 담요를 덮은 채 아테네 여신이 가르쳐 주던 여행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529

1.유모, 충직한 늙은 하녀, 돼지치기, 이런 이 한 명 옆에 있으면 좋겠다. 내 안에도 이런 할멈, 또는 할아범 요소가 있으면 좋겠구나.

2.(두번읽기) 이타카의 오디세우스저택에도 ‘호랑아낙’이 있네. 에우뤼클레이아는 대체모성

 

2권 이타카에서의 회의 / 텔레마코스의 출항

 

매우 늙어 허리가 굽었기는 하나 박식한 아이귑토스 노인이 첫 번째로 일어나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의 사랑하는 아들이 오디세우스를 따라 훌륭한 말이 많이 나오는 일리오스로, 큰 배를 타고 출정해 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안티포스라고 하는 이 창을 잘 쓰는 무사를, 난폭한 퀴클로페스들이 동굴에서 죽여 오디세우스의 부하로서는 그들의 마지막 만찬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에우뤼노모스가 구혼자들 속에 있었으나, 나머지 두 아들은 여전히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밭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 531

노인으로서는 이타카 군주 오디세우스 때문에 여러 아들이 저당잡혔다.

 

532 제 어머니께서는 전혀 생각도 않는 일인데도 구혼자들이 마구 몰려들었습니다. 그것도 지금 여기서 특히 존경받고 있는 분들의 자제들이랍니다.

그들은 어머니의 아버님인 이카리오스 댁으로까지 찾아간다고들 합니다. 외조부님으로서야 당신의 따님을 생각해서라도 지참금까지 덧붙여 주시겠지요. 그러면 자신이 탐내는 이나 마음에 드는 이한테 따님을 보내 주실 수도 있을 테니 말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줄곳 우리 집에 몰려와서는, 돼지와 소, 살찐 양과 염소들을 매일 몇 마리씩이나 잡아가지고 밤낮 공짜 대접을 받는가 하면, 반짝이는 포도주까지 마셔대고 있습니다. 정말 제멋대로들이지요. 이렇게 굉장한 낭비를 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런 재앙을 집에서 물리치는 데 오디세우스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들만으로는 도저히 그 분만큼 막아낼 도리가 없자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해가 안된다. 여자의 신분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아버지가 재혼하는 딸에게도 주는 지참금은 또 뭐고?

 

왜 그렇게 화를 내는가? 우리를 모욕하면서 말이야. 구혼자들이 책임을 질 까닭은 없단 말일세. 차라리 자네 모친의 책임이야. 그녀가 아주 교활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야. 들어 보게. 왜냐하면 벌써 3년이 지났거든. 그리고 이제 곧 4년째로 접어드네. 그녀가 아카이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정열을 희롱하기 시작한 지가 말일세. 이 사람 저 사람을 다 상대해 가지고는 누구한테나 꼭같은 약속을 해왔거든. 편지질을 하면서 말이지.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그 밖에도 다른 꾀를 꾸미고 있었던 거야, 이를 테면 큼직한 베틀을 집 안에 마련해 놓고는 베를 짜고 있었단 말일세. 얄팍하고 무척 폭이 넓은 천을 말이지. 그리고 우리한테 말했지. ‘나한테 구혼하시는 분들, 거룩한 군주이신 오디세우스가 이젠 이 세에 없으니 나하고 결혼하고 싶으신 분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 천을 모두 짤 때까지만요. 이렇게 짜낸 천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지 않도록 말이예요. 이럿은 라에르테스 님의 장례에 쓸 천이랍니다. 지독한 고통을 주는 저주스러운 죽음의 손길이 언젠가는 그분을 덮치겠지요. 그때를 위해서 짜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모든 여자들로부터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다하지 못했다고 비난받으면 곤란하니까요. 만약 그분이 재산을 듬뿍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의를 입지 못하고 관 속에 눕게 되신다면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또다시 한층 더 끓어오르는 우리의 열정을 부채질했단 말일세. 그즈음 아닌게 아니라 낮에는 늘 큼직한 베를 짜고 있기는 했지만. 밤이 되어 횃불이 옆에 놓일 즈음이면 그것을 모두 풀어버리곤 했다. 이런 식으로 3년 동안을 능청맞는 꾀로 우리 눈을 속이며 납득시켜 왔지만, 4년째가 되는 그 계절이 끝날 무렵 바로 그때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시녀 하나가 수다를 떨었네. 그래서 우리는 훌륭하게 짜낸 천을 그녀가 풀고 있는 현장을 붙잡았던 걸세. 그래서 싫어도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그 천을 모두 짜고 말았지. - 534

나도 이 구혼자들에게 감정이입되네.

 

534 모친을 집에서 떠나도록 하게나. 그래서 누구든지 그녀의 아버님께서 정하는 사람, 아니면 그녀의 마음에 든 사람하고 결혼하도록 권해 그리게나. 그녀가 이 이상 더 우리 젊은이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말일세.

 

534 그런 지혜가 오늘날에는 더욱 계산착오인 셈이지. 왜냐하면 그녀가 그런 마음가짐, 즉 그녀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그것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동안은 구혼자들이 자네 생활이나 재산을 줄곧 축낼 것이니 말일세.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명성은 더욱더 높아지긴 하겠지만 아무튼 자네는 생활에 크나큰 손해를 보고 고민하게 될 걸세. 다시 말해 두지만 우리로서는 우리 중 그 어느 누구든 그녀가 택한 사나이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내 집으로든 다른 어디로든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단 말일세.

 

안티노스님, 절대로 이 집에서 어머니를 그 의사에 반하여 쫒아낼 수는 없습니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분이신걸요. 또 우리 아버지만 하더라도 이 세상 끝 어딘가에 살아 계신지 돌아가셨는지 아직은 모릅니다. 게다가 외조부님인 이카리오스님께도 그런 불법행위에 대해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자진해서 어머니를 친정으로 돌려보내 드린다든지 하면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머니의 아버님한테도 지독한 보복을 당할 것이고, 또 신들께서도 이에 덧붙여 벌을 내리실 겁니다. 만약 어머니가 이 집을 나가실 때에 나를 저주하기 위해서 무서운 복수의 여신들을 불러들이실 경우에는 말이지요. 게다가 세상 사람들도 나에게 수치스러운 비난을 퍼붓게 될 것입니다. - 535

-->어머니조차 여자는 재산의 일부인 듯.

-->여자의 자율성이 없었구나. 이 때는. 지금은 이 때에 비하면 좋아졌구나.

 

535 만약 당신들이 마음 한 구석에라도 수치감을 느낄 줄 안다면 이 집에서 당장 나가주십시오. 그리고 향연 따위는 다른 곳에서 하도록 하십시오. 자기 재산으로 음식을 대기로 하고 이 집 저집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한 사람의 가산을 배상도 없이 파멸시켜야겠다고 결심을 했다면 그렇다면 계속해서 먹고 마시면서 내 재산을 바닥내도록 해 보십시오. 나로서는 늘 굽어 살피시는 신들께 호소할 따름이니까요. 어쩌면 제우스 신께서 보복의 뜻을 이루게 해 주시리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만 한다면 당신들이 이 집안에서 벌을 면할 길 없이 꼼짝없이 죽임을 당하게 되겠지요. ...그에 대답하여 제우스신이 두 마리의 독수리를 날려보냈다.

-->복선

 

여러 사람들 틈에서 멘토르라는 이가 벌떡 일어섰는데 그는 영예로운 오디세우스의 부하였다. 오디세우스가 함선들을 이끌고 출정하던 무렵 이 사나이한테 집안일을 모두 맡기며 늙은 아버지의 말씀을 잘 지키고 무슨 일이든 어김없이 잘 보살펴 나가도록 일러두고 떠났다. 그 사람이 이게 이타카 사람을 위해 깊이 생각하더니 일어나 여러 사람을 행해 권고하였다.

“...내가 분개하는 것은 그대들이 비열한 침묵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이오. 더구나 여럿이면서도 소수의 구혼자들을 비난하거나 말리려 들지도 않고 바라보고만 있으니까 말이오” -538

함석한 ‘그 사람을 가졌는가?’ 시가 생각나네

 

그의 기도에 아테네가 대답했다. 아네테 여신은 멘토르의 모습을 빌어서 위엄있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539

신뢰하는 인물의 방식으로 말한다는 건 중요하다.

 

539 텔레마코스여 그대는 앞으로도 결코 겁쟁이가 되거나 사리분별을 잃지는 않을 것이오. 그대 부친같이 행동에서나 논변에서나 충분히 해나갈 힘이 있다면 말이오. 그렇다면 절대로 이번 여행이 그대 의지에서 빗나가 잘못되어 실패할 까닭은 없을 것이오. 하지만 그대가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사이에 난 아들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물론 그대에게 그런 기대를 걸 수는 없을 거요. 왜냐하면 아버지와 꼭같은 자식이란 아주 드문 법이니까. 대개는 어버이보다 휠씬 못하며, 아버지를 능가하는 자식이란 또 얼마 없는 법이오.

그건 그렇고 만약 그대가 이후에도 겁을 먹고 약해지거나 분별을 잃지 않으며, 또 오디세우스의 슬기로운 꾀가 조금이나마 그대에게 남아 있다면, 그렇다면 이 일을 해낼 가능성은 충분하오. 그러니 지금 분별없는 구혼자들의 꾀나 계획 따위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소.

왜 그럴까?

 

이렇게 공론들을 하는 동안 텔레마코스는 크고 높다랗게 지은 부친의 광으로 갔다. 그곳에는 황금과 청동의 기구들이 잔뜩 쌓여 있었으며, 궤 속에는 옷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올리브 기름도 많았다. 거기에는 여러 해 묵은 달콤한 고급 포도주를 담은 통들도 즐비해 있었다. 질서 있게 벽을 향해 잘 정돈된 채, 마치 오디세우스가 많은 고생 끝에 고국에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 곳은 꼭 맞는 겹문짝으로 닫혀 자물쇠로 잠겨 있으며, 페이세노르의 후손인 옵스의 딸 하녀 에우뤼클레이아가 지혜를 다하여 분별있게 이 비장물들을 지키고 있었다. -541

(두번읽기) 나는 이런 보물창고 장면을 아주 좋아한다. 보물섬의 지도가 가리킨 보물들, 알리바바의 40인의 도적들이 훔친 보물들...이것은 무엇의 상징일까? 사람 마음의 보물상자에는 무엇들이 들어있고, 어떻게 쟁여나가는 걸까? 또 그 보물을 수호하는 신뢰로운 집사, 뱀, 괴물들도 재미있다. 그건 또 뭔가?

 

542 유모, 자 어서 포도주를 두 귀가 달린 항아리들에 따라 주게. 맛있는 걸로 말일세. 유모가 소중하게 모셔 놓았던 것 다음으로 좋은 걸로 말일세. 저 불운한 아버님, 제우스의 후손이신 오디세우스가 죽음의 운명을 벗어나 언젠가는 돌아오시겠지 하고, 유모가 아껴둔 것 다음의 걸로 말일세. 12개의 항아리에 가득히 담아서 모두 잘 봉해 두게나. 그리고 탄탄히 꿰맨 가죽 자루에 보릿가루를 담는 거야. 두 말만. 맷돌로 간 보리를 말일세. 유모 혼자만 가슴속에 간직해 두고 아무한테도 알리면 안되네. 그리고 지금 말한 물건을 모두 한 곳에 모아 두게. 저녁대가 되면 내가 가지러 올 테니까 어머님이 2층 방으로 올라가 주무실 때쯤 해서 말이지.

 

542 힘을 내요. 유모. 이번 계획은 신의 도움없이는 무작정 한 일은 아니니까. 그보다도 자 나한테 맹세해 줘요. 어머님한테 절대로 이 일을 말하지 않겠다고. 아무튼 열흘째 아니면 열이틀째가 되기 전에는 말이야. 또 어머님께서 먼저 나를 만나고 싶어져서 내가 없는 걸 알아차리시고 이미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아실 때까지는 말일세. 너무 우시거나 해서 아름다운 얼굴이 상하지 않으시도록 말일세.

-->아들/딸이 떠날 때 손 흔들며 보내주는 어머니. 그건 14세부터 준비해야 가능하리라. 아들/딸이 그녀에게서 야반도주를 해야만 자기 길을 갈 수 있다는 건 좀 슬프지.

-->남편과 아들을 키운 뒤에는 거기 목 매지 말았으면. 그러자면 그녀또한 그녀 인생을 충족하게 살아야겠지.

 

이즈음 빛나는 눈의 아테네 여신은 또 다른 일이 생각나서 텔레마코스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온 이타카 시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일일이 시민들 곁으로 가서는 말을 걸고, 저녁때가 되거든 훌륭한 배가 있는 곳으로 모이라고 말하였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또 명예로운 이타카인 프로니오스의 아들 노에몬에게 재빠른 배 한 척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그는 두 말없어 승낙했다. 해가 저물고,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덮였다. 그러자 여신은 훌륭한 배를 바다에 띄우고, 안에는 돛과 밧줄 등 장비가 훌륭한 배라면 갖춰야 할 도구들을 모두 조사해서 넣어 두었다. 그리고는항구 맨 끝에 배를 매어 놓았다. 그 주위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이들은 여신이 아까 권유한 사람들이었다. - 543

 

3권 퓌로스에서의 이야기

 

텔레마코스는 맨 마지막으로 내렸고, 그 앞으로 아테네가 걸어갔다. 그 때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앞질러서 그를 향해 말했다. “텔레마코스여 이제 굳게 자신을 가지세요. 지금은 결코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모처럼 바다를 건너온게 아닌가. 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어떻게 숨을 거두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오. 그러니 이제부터 곧바로 네스토르에게 가 보시오. 우리는 그가 감추어 두고 있는 사실을 알아내려면 그대가 직접 그를 만나야 하오. 아마도 거짓말은 안할 것이오. 그는 현명한 사람이니까 - 546

-->지금 나에게 단도직입 해야 할 질문은? 10가지 미션후 어찌할 건지

-->(두번읽기) 아테네의 조언은 실용적, 전략적이다.

 

546 텔레마코스여 그대의 타고난 지혜로 부족함을 느낄 때엔 신의 보살핌이 그대를 따를 것이오, 그대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신들이 까닭없이 그대를 보살펴 주시는 것은 아니오.

나도 이렇게 지혜를 구해야겠다. 지금은 신의 지혜가 필요한 때니.

 

그러므로 지금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부탁드리는 것이니 혹시 제 아버지의 불행한 죽음을 이야기해 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혹시 당신 눈으로 실제로 보셨거나, 또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사람으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으시지나 않으셨는지 말입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가엾은 운명에 놓이도록 태어나셨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저한테 미안하게 생각하시거나 동정을 하시려는 뜻에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를 피하지는 마십시오. 그보다는 당신 눈에 비친 제 아버지 모습에 대해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상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간절히 원합니다. 혹시 언젠가 제 아버지인 훌륭하신 오디세우스가 말로나 행동으로 당신을 위해서 하신 일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두셨다면, 다른 일들을 모두 상기하시어, 상세하게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 548

아들이 컸다. 만약 그가 오디세우스의 전우라면 두고 나간 어린 아들이 이렇게 자라 제 아비의 일을 묻는 걸 기뻐했으리라.

 

548 거기서는 우리의 가장 훌륭했던 용사라고 불릴만한 강한 자들 거의가 다 전사했다오.

 

549 설사 5년이든, 6년이든 오래 묵어가면서 묻더라도 모두 듣지는 못할 것이오. 얼마나 무서운 재난을 훌륭한 아카이아 사람들이 그곳에서 겪었는가를. 아마 다 듣기도 전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 버릴 것이오.

그래서 일리아드가 구전되고, 씌어졌구나. 치유를 위해 이야기를 자꾸 해야했을 거다.

 

550 테네도스 섬에 이르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며 신들께 제물을 바쳤지만, 제우스 신은 결코 그렇게 빨리 귀국을 허락하실 생각은 없으셨소. 그분은 잔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 다시 불길한 다툼질을 하게 했다오.

불길한 다툼질은 사람들이 한 거겠지.

 

551 포세이돈 신전에 우리는 망망한 바다를 무사히 건너게 해주신 데 감사를 드리기 위해 황소들의 허벅지 살을 많이 구워서 바쳤던 거요.

 

554 포위된 트로이에서 우리가 영웅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전쟁에 여념이 없는 동안, 그 시기에 그는 말을 방목하는 아르고스의 두메산골에서 태평스럽게 지내며, 아가멤논의 아내를 달콤한 말로 괴롭히고 있었던 거요. 왕비 클뤼타임네스트라도 처음에는 그런 불명예스러운 꾀에 귀도 기울이지 않았지요. 그녀는 지각 있는 여자였는데다 음유시인이 시를 가르치면서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었소. 아트레우스의 아들은 트로이로 떠날 즈음, 그 사나이에게 자기 아내를 잘 보살피도록 여러 가지로 일러두었던 것이오.

그러나 신들이 정한 운명이 그녀를 사로잡아 굴복시키게 되었을 대, 아이기스토스가 그 음유시인을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하나도 없는 쓸쓸한 섬에 마치 새들의 먹이로 시체를 버리듯 떼어놓고는 제 발로 기꺼이 따라오는 여자를 몹시 기뻐하며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소. 이런 대담한 계획을 이루자 그는 거룩한 제단에 소의 허벅지 살코기를 제물로 바치고, 그 신전에 직물과 황금 따위의 많은 물품을 올렸지. 자신의 가장 원대한 꿈을 성취시켜준 데 대한 보답으로

아이기스토스가 클뤼타임네스트라를 꾄 이유는 아트레우스 집안에 원한이 있어서라고 읽은 것 같다. 그리스비극인가 <그리스인 이야기>에서든가. 그리고 클뤼타임네스트라는 남편 아가멤논이 딸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원한이 있었댔지.

 

557 이렇게 말하고는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는 백로의 모습으로 변하여 물러갔다.

신이 인간에게 직접 말을 하던 때가 있을까?

 

557 여신이여 부디 저희들에게도 훌륭한 명에를 내려 주십시오. 저와 아들들과 상냥한 제 아내에게도, 여신께는 감사한 마음에 이마가 넓은 한 살짜리 암소를 제물로 바치오리다. 아직 한 번도 멍에를 씌운 적이 없는, 길이 들지 않은 놈을, 그런 송아지를 뿔에 황금을 입혀서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558 게렌의 기사 네스토르는 준엄한 오디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들 텔레마코스를 위해 그의 궁전 안, 소리가 울리는 주랑에 나무 침대를 마련하고, 그 옆에서는 무사들의 우두머리로 물푸레나무 창의 명수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잤다.

 

558 부드러운 새벽의 여신이 장밋빛 손가락으로 하늘을 물들이며 나타날 무렵

 

559 금속 세공인도 세공에 사용할 연장을 손에 들고 왔다. 세공의 마무리를 하는 모루와 쇠망치, 단단하게 만들어진 쇠망치 등, 황금 세공을 하는데 필요한 기구와 재료 따위를 가지고 왔다.

예술의 전당에서 본 적 있는 클림트 전, 클림트는 금속세공인의 아들이었다.

 

아테네 여신도 당신에게 바쳐질 제물을 받으려고 참석했다. 그래서 늙은 기사 네스토르가 황금을 내리자, 쇠뿔의 장식을 여신이 보고 기뻐하도록 세공사는 어린 암소의 두 뿔에 휼륭하게 금박을 입혔다. 그러자 그 암소의 뿔을 붙잡고 스트라티오스와 고귀한 에케프론이 제단으로 끌고 가니 에레토스는 꽃 무늬가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그러는 동안 날카로운 손도끼를 손에 들고 싸움에 강한 트라쉬메데스가 제물을 내리치려고 서 있었다.....559~560

신에게 황소를 잡아서 구워 바치는 이 부분 의식의 묘사가 나는 퍽 재미있다. 왜 그럴까? 재미있어 하는 내가 당황스럽다.

또 페르세우스는 피를 받을 대야를 받쳐 들었다. 그래서 늙은 기사 네스토르는 정화수로 의식을 시작했다. 우선 정화수에 손을 적신 뒤 보리 낟알을 뿌리고는 아테네에게 열성스럽게 기도드리면서 제물의 머리털을 잘라 내어 불 속에 던졌다.

그 다음에 기도를 끝내고 보리 낟알을 뿌리는 의식도 끝나자, 네스토르의 아들로 의기 왕성한 트라쉬메데스가 곧 가까이 다가서서 손도끼를 내리쳤다. 그 손도끼악 어린 암소의 목덜미 힘줄을 찍어 생명을 끊어 버리자, 네스토르의 딸들과 며느리들, 정숙한 부인으로 퀼뤼메노스의 큰딸인 에우뤼디케 마저 일제히 큰 소리로 함성을 올렸다. 한편 사람들이 제물인 어린 암소의 머리를 땅에서 들어올려 떠받치고 있자, 무사들의 우두머리인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소의 목을 찔렀다. 암소의 검은 피가 흘러나오고, 생명은 몸뚱이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재빨리 소의 몸뚱이에서 네 다리를 잘라내고 의식대로 허벅지를 조각내어서, 거기에 기름 덩이를 두 겹으로 들씌웠다. 그리고 날고기 조각을 가지런히 그 위에 얹고는, 그것들을 존경할 만한 늙은 왕이 장작불 위에 구워 그 위에 반짝이는 붉은 포도주를 뿌렸는데, 그 옆에는 젊은이들이 다섯 갈래 난 쇠고챙이를 손에 들고 둘러서 있었다. 드디어 넓적다리살이 충분히 구워지자, 그 허벅지를 맛보고 나서는 나머지 부분을 잘게잘라 날카로운 꼬챙이 끝에 꿰어 완전히 익을 때까지 불 위에서 구웠다.

 

560 말들은 온종일 멍에를 양쪽에 떠멘 채 목을 숙이고 열심히 달려갔다.

 

4권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성에서의 이야기

 

562 전쟁 용사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딸을 시집보내려는 참이었는데, 오래 전 트로이에서 시집을 보내기로 약속하고 승낙을 했던 터였는데다, 신들도 그들을 위해 결혼을 시켜주려 했기 때문이다.

 

562 이 아들이란 늘그막에 태어난 힘이센 메가펜테스로, 그의 어머니는 노예였다. 말하자면 헬레네에게는 맨처음에 낳은 귀여운 헤르미오네 이후로는 신들이 자식을 내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공주는 황금의 아프로디테를 너무나 꼭 닮은 모습이었다.

 

563 높이 치솟은 이 큰 성관에서 희희낙락하며 연회를 베풀고 있는 사람들은 명예로운 메넬라오스의 이웃과 친척들이었다. 그 무리들 사이에서 훌륭한 가수가 하프를 뜯으며 노래하고, 한편에는 한 쌍의 곡예사가 악사의 노래에 맞춰 공중제비를 하며 손님들 사이에서 재주를 부렸다.

영화라면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카메라가 장면으로 잡아서 들어가는 배경

 

564 광택이 나는 목욕탕으로 안내되어 목욕을 했다. 시녀들이 그들을 목욕시킨 다음, 올리브기름을 몸에 발라주고 어깨에 털로 짠 망토와 겉옷을 걸쳐 주었다. 그러고 나서 아트레우스 아들 메넬라오스의 옆에 있는 윗자리에 그들을 안내했다. 한 시녀가 아름다운 황금 물 항아리에 물을 담아 와서 그들이 손을 씻도록 은대야에 부었다. 그 다음 그들 곁에 나무탁자를 가져다놓자, 먹음직한 빵을 비롯해서 온갖 맛있는 요리를 충성하게 차려놓았다. 거기다 또 요리사가 갖가지 종류의 고기를 오리해서 내오자, 그들 곁에는호아금 술잔이 놓였다.

이런 식탁의 비유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뭐랬는데.. 뭐더라? 아, 유아기 욕구, 모든 욕구가 만족되던 시절의.

 

565 참으로 많은 고난을 이기고, 참으로 많은 나라들을 방랑한 뒤에 배에 실어 가지고 온 것이니까요. 그것도 8년 만에야 겨우 돌아왔는데

메넬라오스의 말. 트로이전쟁터에서 집까지 돌아오는데 8년걸렸다는 말인 듯.

 

566 뒤에 남겨놓고 출정하던 그 무렵의 텔레마코스는 갓 태어난 아기였었소.

 

이분은 분명 스릭로운 지혜가 뛰어나신 군주 오디세우스의 아드님이신 텔레마코스님입니다. ...그 때가 바로 철면피 같은 저로 인해 아카이아 군사가 트로이 성에 대담한 공격을 시도하여 밀어닥쳤던 바로 그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헬레네의 말) - 567

-->헬레네가 오디세우스와 닮은 텔레마코스를 알아보다.

-->그 희생을 치르고도 같이 살고 싶을까? 한 번 다른 남자를 따라갔던 여자를 쉬 받아들이나?

 

제우스 신의 딸인 헬레네가 다른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녀는 재빨리 모두가 마시고 있는 포두주 병에 고뇌를 잊게 하는 분노를 지워버리는 약을 넣었다. 제우스 신의 딸인 헬레네가 갖고 있는 이 약은 모든 재앙을 잊게 하는 약으로 일단 이것이 섞인 술을 마신 사람은 누구나 그날 아버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또는 그 눈앞에서 형제나 사랑하는 자식이 청동 칼로 목이 잘리는 것을 생생하게 본 다 하더라도 두 볼에서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약이다.  그토록 굉장한 효험을 지닌 이 약은 아이긥토스 왕후이며 톤의 부인인 폴뤼다나가 준 것이었다. 그 나라의 땅은 매우 비옥하여 많은 독성을 지닌 식물들도 자랐으나, 효험이 좋은 약초가 많이 났다. 그래서 아이귑토스인들은 후세에 의학에 관한 지식을 남겨놓았다. 그들은 사실 의술의 신 파이에온의 자손들이었기 때문이다. - 569

우울증약? 마약? ㅋ

 

570 트로이의 다른 여자들은 탄식하며 크게 울부직었지만, 저는 마음속으로 기쁘게 생각했었지요. 왜냐하면 이미 그때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재앙을 가져온 내 어리석음을 깊이 뉘우치고 있었기 때였지요. 그것은 아프로디테가 저를 그리운 고국 땅에서 그곳으로 끌어갓을 때 이미 느낀 심정이었어요. 자기 딸을 버려두고, 궁전과 그 마음씨와 용모에 나무랄 점이 조금도 없었던 남편마저 버리게 한 미망을 한탄했었지요.

어쩐지, 귀순용사 기자 회견 삘

 

571 반짝이는 목마에 아르고스 군사 중에서도 용감한 무사들을 골라 숨게 하여, 트로이 사람들에게 살육과 죽음의 운명을 갖다 주었단 말이오.

트로이목마 작전의 기획자자 오디세우스인 듯

 

571 오디세우스는 우리 두 사람이 나가고 싶어하는 것을 말리면서 끌어앉혔던 것이오. ..오디세우스가 손으로 그의 입을 사정없이 틀어 막아버려, 결국 아카이아편 사람들을 무사히 지켜냈던 것이오.

 

괘씸한 것들 같으니, 참으로 용감무쌍한 대장부의 잠자리에, 그 겁쟁이 놈들이 기어 들어가려 하다니, 마치 사나운 사자의 잠자리에 어미사슴이 갓난 젖먹이 아기사슴들을 재워놓은 채 , 산등성이며 풀이 무성한 계곡 사이로 풀을 뜯으러 나간 것과 같구나..- 573

자신을 자키지 못하는 펠레로페가 더 불쌍하네

 

575 귀환 도중, 메넬라오스가 파라스 섬, 육지에서 장비를 잘 갖춘 배로 하루 걸려 닿을 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 섬에 스무날 동안 갖혔을 때 여신 에이도테아가 와서 해준 말

“이 섬에는 불사의 예언자 바다 노인이 자주 나타난다오. 아이귑토스의 프로테우스라고 하는, 포세이돈의 부하로서 온 바다의 깊이를 알고 계시는 분인데, 바로 내 아버지시며, 또 나를 낳으셨다고 하오. 만약 어떻게 해서든지 당신이 기다렸다가 붙들 수만 있다면 갈 길이며 거기까지의 거리며 귀국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물고기 떼가 많이 지나는 바닷길을 건너갈 수 있는 지 일러 주실 것이오. 또 만일 희망하신다면 제우스 신께서 보살피는 분이시여, 그대에게 무엇이든지 들려주실 것이오.”

아, 재미있다.

 

575 태양이 중천에 높이 떠올랐을 무렵, 정확히 그때에 바다 속에서 예언자인 바다 노인이 나오실 거요. 길바람의 숨결을 따라 거무스레한 잔물결의 물보라를 몸에 감고서 마리오, 그리하여 나오자 마자 속이 텅 빈 동굴 밑바닥의 잠자리를 찾지요. 그 주위에는 바다표범들과 아름다운 바다의 딸들이 수없이 떼지어 잠을 자는데, 잿빛 물거품에서 올라올 때 내쉬는 숨결은 아주 지독한 것으로 몹시 깊은 바닷 속 냄새가 난답니다.

새벽이 오면 그곳으로 내가 당신을 데리고 가서, 당신들 각자가 있을 곳을 찾도록 하지요. 당신 편에서는 널빤지로 만든 좋은 배가 있는 곳으로 가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을 셋만 골라서 데리고 오시오. 그건 그렇고 바다 노인의 괴상한 행위를 모두 얘기한다면 우선 첫재로 바다표범의 수를 계산하면서 한 바퀴 도는 일이지요. 그리하여 모두 완전히 세어 확인하고는 이번에는 마치 양데을 지키는 양치기처럼 그 한복판에 드러눕는다오. 바로 이때입니다. 재빨리 여럿이 달려들어 온 힘을 다해 그 바다노인을 꽉 붙잡으세요. 아무리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더라도 놓치면 안됩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모양을 바꾸어 가며 도망치려고 할테니까요. 이 땅위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물, 그 밖에 물또는 무섭게 타오르는 불이 되려고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태연자약하게 버티면서 한층 더 힘을 죄어 붙잡으며 결코 놓쳐서는 안되오. 그러나 끝내 저편에서 말을 걸어와 당신께 묻는다면, 처음에 보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뒤에 말이요. 그렇게 되거든 붙잡고 있던 바다 노인을 놓아준 다음 신들 중에 어느 신이 당신을 괴롭히는지, 또 귀국길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물고기 데가 다니는 바닷길로 건너갈 수 있는지를 물어보시오.

아, 재미있다. / 근데 님프는 이방인을 왜 돕지?

576 향기로운 밤

 

바로 그 님프 옆으로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구덩이 속에 우리를 차례차례 눕힌 뒤 그 위에 바다표범 가죽을 덮어주었지요. 그 때의 그 기다리던 일이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소. 바다 속에 서식하는 바다표범의 지독하고 구역질 나는 악취가 우리를 괴롭혔던 것이오. 정말이지 그 어느 누구도 바다 속 괴물 곁에 눕고 싶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님프가 친절하게도 그것을 미리 막는데 제법 잘 듣는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을 가르쳐 주었소. 우리들 코 밑에 향기로운 냄새를 가져다 대주었던 것이오. 그것이 풍기는 향기로움 때문에 바다 짐승의 역겨운 냄새도 우선은 사라지고, 참을성 있게 마음을 죄면서 아침 내내 기다렸던 것이오. - 576

 

그 때 우리는 요란하게 소리치며 몰려갔지요. 그리고 그에게 달려들어 그 등을 우리 팔뚝으로 내리쳤다오. 바다 노인도 변신술 쓰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오. 그래서 처음엔 훌륭한 수업을 기른 사자로 변하더니, 다음에는 큰 뱀이 됐다가 표범이 되었다가 커다란 멧돼지가 되기도 했답니다. 또는 흘러가는 물이나 높이 치솟은 나무로까지 되려고 했습니다만 우리는 조금도 굽히지 않고 참을성 있게 매달려 있었지요. 그래서 끝내 그의 마술력도 지치자 늙은 신도 결국에는 굴복했는데 그때 비로소 말을 붙이며 물어보더군요.- 577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천사와의 씨름과 비슷. 이번에 읽을 때는 자세히, 꼼꼼히, 성실히 읽자. 2012년에는 너무 대충 읽었다.

577 그대는 배에 오르기 전에 제우스나 그 외 여러 신들게 바느시 훌륭한 제물을바치고 떠났어야 했소. 한시라도 빨리 그대의 고국으로 포도줏빛 바다를 건너 귀국하기 위해서 말이오.

왜 바다가 포도주빛이지? 적조?

 

578 큰 소리란 신들의 허락 없이도 자기는 큰 바다의 넓은 바닷길을 빠져 나왔노라는 것이었지. 이렇게 소리쳐 말하는 것을 포세이돈이 들으셨던 것이오. 그리고 곧 그 힘찬 손에 삼지창을 움켜쥐고, 귀라이의 바위를 내리쳐서 그것을 두 개로 갈라 놓으셨지요. 그 바위의 한쪽은 거기 남아 있었지만, 그 부서져 나간 다른 한쪽은 바다 속에 잠겨 버렸던 것이오. 바로 전에 아이아스가 그 자리에 앉아 지독한 폭언을 했던 쪽의 바위였지. 그래서 그를 용솟음치는 파도가 끝없는 바다 밑으로 삼켜 버렸던 것이오. 이렇게 해서 그는 찝질한 바닷물을 잔뜩 들이키고서 여기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소.

자연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외하지 않는 인간을 벌하다.

 

582 한편 오디세우스의 성관 앞에서는 구혼자들이 원반 던지기나 창 던지기를 하며 즐기고 있었다.

 

583 우리 모두가 그를 방해했는데도 아직 젖냄새 풍기는 애송이인 주제에 당돌하게도 떠났단 말이야. 배를 여러 척이나 끌어내려서는 온 나라에서 뛰어난 젊은이를 모두 뽑아 가지고, 이걸 핑계로 해서 그 애송이는 큰 변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게다.

 

583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찬성하며 그를 부추겨댔다.

 

단념하고 이제 그만 좀 몰려들었으면. 여기서 향연을 베푸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좋겠군요. 걸핏하면 이곳에 모여 들어서는 마음 착한 내 아들 텔레마코스의 재산을 자꾸 갉아먹다니. 게다가 그대들도 아마 그대들 부친한테서 전혀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한 것 같군요. 그대들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오디세우스가 그대 부모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뛰어난 분이었던가를 - 584

남편이 없는, 생사가 확인되지 못한 여자는 그 남편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없던 시대? 여자의 상속권은 언제 생긴걸까?

 

584 전령이여, 어째서 또 내 아들은 그런 데로 떠났단 말이오? 모험을 해야할 필요가 없을텐데 말이오. 선원들이 수레처럼 애용하는 망망대해를 헤쳐가는 그런 배 따위를 타고

모험을 떠나고 싶어지네.

 

585 올림포스에 계시는 신들께선, 모든 여자들 중에서도 특히 나에게 가장 쓰라린 고뇌를 주셨소. 나와 같은 또래의 여자들 중에서 말이오. 나에겐 몇 년 전에 남편이 있었지요. 그분은 사자같은 용맹성을 가진 다나오스의 후손 중에서는 가장 훌륭했고, 가장 용감했던 대장부로 그의 명성은 헬라스 전체에, 아르고스 중원에까지 널리 알려졌던 사람이었소. 그런 남편을 잃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또 사랑하는 아들이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떠나 버렸어요.

남편과 아들을 가두려 하지 않고 당연히 때가 되면 떠나는 걸로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이건 여자에게도 마찬가지. ‘결혼은 베이스캠프’ = ‘가정은 베이스캠프’

 

585 그 아이가 이런 여행을 계획하는 것을 내가 진작 알았다면, 아무리 떠나고 싶더라도 그럴 수 없었든지, 아니면 이미 숨져 버린 나를 두고야 떠나게 되었을 것을

어휴 무섭네.

 

587 그 이상 소동없이 그는 (구혼자 안티노스) 20명의 우수한 사람을 뽑아내어, 빠른 배가 놓여있는 바닷가를 향해 떠났다.

 

587 정숙한 페넬로페는 2층 방에서 식사도 들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혹시나 그녀의 훌륭한 아들이 죽음을 모면하고 돌아와 줄 것인지, 아니면 우쭐해서 날뛰는 구혼자들의 제물이 될 것인지 이리저리 근심에 싸여 있었다.

 

588 아, 언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지금까지 한번도 오시지 않더니. 그야 무척 먼 곳에 살고 계시니까요. 그런데 나더러 내 가슴과 마음을 온통 괴롭히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불행을 그만 잊으란 말씀인가요? 마치 난 결혼을 안 한 거나 같아요. 지난 번에는 그토록 훌륭하고 그토록 용맹했던 남편을 잃었지요. 다나오스의 후손 중에서도 가장 담대했던 훌륭한 대장부로 그 명성느 온 헬라스에서 아르고스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널리 알려졌던 그분을.

그런데 이번에는 또 사랑스러운 아들이 장비를 잘 갖춘 배를 타고 나갔답니다. 아직 분별이 없고, 행동이나 말하는 것조차 충분히 배우지 못했으면서도 정말 나로서는 남편보다도 오히려 그 아이 때문에 더한층 두려움으로 슬퍼진답니다. 찾아간 곳에서 혹시 어떤 재난을 당하지 않을까, 아니면 바다 위에서, 간사하고 악한 마음을 품은 사나이들이 떼를 지어 그 아이를 암살할 모의를 하였기 때문이지요. 그 아이가 고국에 닿기 전에 말입니다.

페넬로페가 이렇게 생각하면 괴로움을 면하지 못할 것 같다. 어렵겠지만 자식을 날려보내기 위해 길러야 할 것 같다.

5권 칼립소에 표류하다 /오디세우스의 뗏목

 

591 부친의 소식을 알기 위해 신성한 퓔로스와 거룩한 라케다이몬으로 떠났던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고향에 돌아오는 것을 암살하려고 살인자들이 서두르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테나 여신이 제우스에게 하는 말의 일부)

 

591 헤르메스야, 그대는 이번에도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사절 역할을 해야겠다. 아름다운 님프를 찾아가 틀림없이 우리 마지막 결의를 전달하고 오너라. 담대한 오디세우스를 귀국시킬 것, 단 그 사람이 신이나 죽어야 할 인간들의 도움이 없이 오직 혼자서 돌아가도록 말이다.

 

592 님프가 살고 있는 커다란 동굴에 다다를 때까지 걸어서 갔다. 동굴 안에는 마침 아을다운 님프가 있었다. 벽난로에서는 커다란 불길이 한참 타오르고 있어서, 타오르는 삼나무 장작과 향나무의 향기가 온 섬 안에 가득 넘치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님프 칼립소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황금바다로 베를 짜고 있는 중이었다.

동굴 주위에는 보기 좋게 무성한 나무숲이 우거져, 오리나무와 냇버들, 향기높은 측백나무가 울창하게 자랐고, 나뭇가지 사이로 여러 종류의 새 떼들이 둥우리를 짓고 있었다. 수리 부엉이와 매, 시끄럽게 지저귀는 바다까마귀 등, 바다에서 분주히 그들의 먹이를 찾는 바닷새들이다. 동굴 입구 둘레에는 축축 늘어진 포도덩굴이 뻗어서 찬란한 빛을 뿜으며, 열매 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한편 네 갈래로 갈라져 그 주변으로 수정 같은 맑은 물을 뿜어 내고 있는 샘 곁으로는 보드라운 풀밭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는 제비꽃과 파슬리 등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이곳에 와서 이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불사의 신들조차 경탄의 감동을 가지고 마음의 위안을 느끼게 되리라. 그곳에 멈추어 선 사절의 신은 감격해서 잠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분께서 분부하신 용건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없이 불운만이 따라 다니는 저 불쌍한 사나이를 그대 곁에서 놓아주라는 명령이십니다. 그들은 프리아모스 성을 두고 9년 동안이나 전쟁을 하여 10년 만에 성을 함락시키고는 귀국길에 올랐던 자들이었건만...그에게 주어진 운명으로는 일가친척을 떠나 이곳에서 혼자 죽게되지는 않기 때문이며, 또 이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지붕도 높다란 성으로 돌아가 자기 고국땅을 밟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오. - 594

 

594 참으로 무정하신 분들이군요. 신들께선 질투할 상대도 못 되는데 유별나게 질투를 하시고, 여신들이 인간 사내와 동침하는 것을 늘 시기하신다니까. 그 사라믕ㄹ 내 사랑스러운 남편으로 삼은 게 어떻단 말입니까? 이를테면 저 사냥꾼 오리온을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의 여신이 데리고 계실 무렵에도, 안락하게 세상을 지내시는 신들은 줄곳 시기만 하셨지요. 끝내는 오르튀기아 섬에서 황금 옥좌에 계신 성스러운 아르테미스님이 거룩한 활을 쏘아 죽여 버리실 때까지는, 또한 이아시온과 아름다운 데메테르가 그리운 마음을 견디지 못해 논두렁에서 사랑의 잠자리를 함께 나누자, 결코 오래도록 제우스님이 이 일을 모르실 까닭이 없어, 손수 그 사내를 번쩍이는 벼락으로 쳐 죽여 버리셨지요.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당신네 신들께서는 또 내게 시기를 하시는군요.

 

594 나는 정말 그를 환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소중히 시중을 들어왔으며, 늘 말해 온 일이지만, 언제까지나 죽지 않고 늙지 않게 해주리라 했어요.

여신이 가진 것을 주겠다고 한다. 도움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상대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 이 여신 입장에서는 사랑이지만 떠나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는 폭력이다.

 

595 칼립소는 해변에 앉아 있는 그를 만났는데, 그의 두 눈은 여전히 눈물로 젖어 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귀국을 갈망하는 마음은, 탄식과 슬픔으로 그의 즐거운 생명을 조금씩 깍아 내고 있었다.

저런, 님프 칼립소에게는 안됐지만 그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당신 섬에 갖혀 보내는 시간이 그에게는 ‘억류’라고 느껴진다. 그건 그의 마음을 가진 게 아니다.

 

사실 밤이면 불길같이 뜨거운 여신과 더불어 이 냉담한 연인은 동굴 속에서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낮이 되면 매일같이 바위 위나 백사장에 앉아서는 눈물과 탄식과 고뇌로 마음을 썩이면서 황량한 바다 위를 눈물에 젖어 바라보았다. - 595

 

595 이제 곧 내가 정성을 다하여 당신이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요. 그러니 빨리 시작하도록 하세요. 자 큰 나무를 배의 재로로 잘라 뉘어 청동 도끼로 큰 거룻배를만들도록 해요. 그리고 안개가 자욱한 바다 위를 당신이 타고 건널 수 있도록 거룩배에는 높다랗게 갑판을 만드는 거예요. 그 동안에 나는 당신이 배고픔을 면하도록 식량과 물, 진홍빛 포도주를 듬뿍 실어드리도록 하지요. 또 옷도 입혀 드릴테고, 무사히 당신이 고국으로 돌아가시도록 배의 뒤를 따라 순풍도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저 크고 넓은 하늘을 지배하시는 신께서 마음 속으로 그렇게 원하신단 말입니다.

칼립소 여신의 섬에 잡혀있던 오디세우스를 후대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재창작했을까? 궁금하구나. 나는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칼립소여신에게 관심이 여전히 있다. <마녀들의 연애상담>에 칼립소여신이 참여했으면 하거든. 이 여자(신)의 실수는 무엇일까?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 아닌 것’을 했다는 거? 하지만 잘 보내주었으니 다행. 마음 아프구나.

 

596 제우스님이 보호하시는 라에르테르의 아들, 지혜가 많은 오디세우스여, 당신은 진정 이렇게 고국으로, 그리운 고국으로 떠날 생각이신가요? 좋습니다. 아무튼 기본 좋게 떠나도록 하세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고국땅에 당도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가를 조금이라도 짐작이나 할 수 있다면 아마 틀림없이 여기 이대로 나와 함께 머물고자 할 텐데, 나와 더불어 이 집에서 불사의 신령의 몸이 되어 오래도록 살려고 하련만. 그대 부인을 만나고 싶어 애태우며, 언제까지나 그분을 그리워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틀림없는 자신을 가지고 말하지만, 그분보다 내가 못하지는 않을 거예요. 용모라든지 몸매가지도. 왜냐하면 결국은 죽어야 할 인간이 용모나 그 우리함으로 우리 여신들과 겨룬다는 것은 아무튼 타당한 일이라곤 할 수 없으니까요.

 

597 여신님 제발 그런 일로 나에게 노여움을 자지지 마십시오. 이미 나 스스로 충분히 분별하고 있으니까요. 정숙한 페넬로페가 그 자태에서나 몸내에서나 비교해 볼 때 당신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그녀는 죽어야할 인간의 몸이지만, 당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이 아니십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집으로 간다는 것과 귀향의 행복한 날만을 바라고 원하는 형편입니다. 또다시 신들 중 어느 분께서 포도줏빛 검은 바다 위에서 내가 탄 배를 부숴 버리신다 하더라도 고난을 견딜 마음을 굳게 가지고 꾸준히 참아가겠습니다. 이미 이제까지 풍파 속에서도, 전쟁에서도 너무나 많은 고난과 쓰라린 역경을 헤쳐 왔으니까요. 그러므로 앞으로 있을 재난도, 다만 여태까지의 것에 한 가지 더 보태어지 데에 지나지 않지요.

오디세우스는 여신과 연애하고 인간과도 한다. 페넬로페는 왜 시달림만 당하지? 페넬로페의 정숙을 폐기한 제임스 조이스의 관점이 재미있구나.

섬의 가장 변두리인 울창한 숲속으로 그를 안내해 갔다. 오리나무와 포플러나무, 하늘 높이 치솟은 왜전나무 등, 이미 오래 전에 말라 버려 가볍게 물 위를 떠날  것 같은 배의 재료로서 휼륭한 나무들을 보여주고 나서 아름다운 님프 칼립소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혼자 남은 오디세우스가 나무들을 자르기 시작하자 그 일은 매우 빨리 진행되었다. 그래서 모두 20그루의 나무를 잘라놓고 청동 도끼로 가지를 치고, 솜씨 좋게 깍아서 먹줄로 똑바르게 균형을 맞추어 놓았다. - 597

먹줄로 균형을 맞추어 놓았다는 부분이 세부묘사가 살아있다. 이건 배 만드는 목재의 벌목 현장을 작가가 직접 보았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이 뒤에 나오는 배 만드는 장면 역시 작가의(호메로스 개인이든, 집단창작이든) 보고 들은 경험이 있어 가능하다.

 

602 오디세우스에게는 육지와 숲이 기쁘고 고맙게 보였다.

604 바닷물 때문에 기력이 지쳐 버렸던 까닭에 피부는 온통 부풀어 오르고, 입과 코에서 숱하게 짠물이 콸콸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숨도 쉴 수 없고 소리도 낼 수 없으며, 거의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무서운 피로가 덮쳐 왔다.

605 손으로 낙엽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널찍하게 만들었다. 떨어진 잎더미가 무척 많았던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던 그리스인들의 난파의 경험이 묻어있다. 오디세우스는 살아났지만 많은 이들은 그대로 죽었으리라.

 

6권 스케리에 섬의 왕 칼키노스와 왕녀 나우시카 이야기

 

606 꿈자리가 좋아서 외출할 생각으로 부모를 졸라 수레를 준비시키고 강기슭으로 옷가지를 가지고 빨래하러 나간다. ...강기슭 가까운 빨래터에서 옷을 빨아 강변에 널고, 그 tkl에 공 던지기를 하면서 즐긴다. 그러다가 문득 공이 빗나가 강 언덕 숲 속으로 들어갔고, 그 때문에 거기서 잠자던 오디세우스가 눈을 뜬다.

 

606 이 왕의 궁전을 향해,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도량이 넓은 오디세우스를 위해 귀국에 대한 일을 보살펴 주려고 갔던 것이다.

나우시카에게 발견되는 데 아테네 여신이 손쓴 걸로 나오네.

 

608 어머니가 바구니 속에 가지각색의 맛있는 음식을 담고 반찬 따위도 섞어 놓고, 포도주를 염소가죽 주머니에 따라 넣자, 소녀는 짐수레 위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그 손에 황금으로 만든 홀쭉한 병에 담긴 자르르한 올리브 기름을 건네 주었다. 목욕 후에 공주가 시녀들과 같이 살갗에 그 기름을 바르도록

609 빠는 대로 그 옷들을 바닷가에 펼쳐 널었다. 거기는 특히 파도가 육지를 향해 밀려 돌라오며 자갈을 깨끗하게 씻어 놓은 곳이었다 .그러고 나서 모두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가 몸을 씻고 매끄러운 올리브 기름을 바르자, 이번에는 강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에 옷가지들은 눈부신 태양빛에 마르게 될 것이었다.

소녀들의 빨래 소풍이네, 재미있겠다

 

당신의 자비에 내 몸을 맡깁니다. 당신은 여신님이십니까? 아니면 인간이십니까? ...언젠가 한 번 델로스 섬에서 아폴론 신의 제단 옆에, 당신처럼 싱싱하고 젊은 종려나무의 어린 싹이 땅 속에서 돋아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고장으로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도 갔었기 때문이지요. 그 뒤 내가 말할 수 없이 지독한 고난을 겪게 된 그 원정 도중이었지요. 그 어린 나무를 바라보고 오랫동안 마음에 감동을 받고선, 그대로 그 자리에 멍하니 넋을 잃고 서 있었던 것이지요....마찬가지로 당신의 모습에 감동받아 넋을 잃은 나머지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는 것조차 황송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말할 수 없이 괴로운 처지에 몰려 있습니다. - 611

벌거벗은 채 잎사귀가 빈틈없이 붙은 가지를 억센 손으로 꺽어 알몸의 하반신을 덮어 숨기듯이 나왔으되 사자처럼 두 눈을 번쩍번쩍 타오르는 오디세우스가 나우시카 공주에게 하는 말.

 

612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시고, 몸에 걸칠 누더기라도 좀 베풀어 주십시오.

 

612 흰 팔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푸타의 나우시카가 이 나우시카인가? 그 일본 에니메이션 감독이 이 고전에서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왔을까?

 

613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기름을 바르고, 아직 숫처녀인 소녀가 주는 옷을 몸에 걸쳤을 때, 제우스 대신의 따님인 아테네 여신은 그를 한층 키가 늘씬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만들었으며 머리에 늘어진 머리카락도 히야신스 꽃처럼 탐스럽고 훌륭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여신은 오디세우스의 머리와 두 어깨에 우아한 풍취를 덧붙여 주었다.

-->이 또래 소녀들에게 멋지게 보이겠다.

-->반대도 가능할까? 십대 소년에게 오디세우스 나이의 여자가 멋지게 보일 수 있나? 나이드는 여자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나이들어서도 매력이 있을 수 있겠지.

 

가는 길거리 가까이에 이제 곧 아테네의 훌륭한 수플 보시게 될 겁니다. 갯버들이 여러 그루 서 잇고 그 곳에는 샘물이 흐르고 있엇, 그 둘레가 들이며 거기에 우리 아버님의 장원이 있어요. 풍성하게 열매를 맺은 과수원이 있는데 마을에서 사람이 소리칠 대에 그 목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 있지요. - 615

 

7권 알키노스 왕 궁전에서의 이야기

 

618 이 늙은 시녀는 흰 팔의 나우시카를 성 안에서 길러낸 사람으로 그녀가 지금 공주를 위해 불을 피우고 저녁상을 날라왔던 것이다.

 

아름다운 도성으로 막 들어서려 할 때 그곳에서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물병을 손에 든 젊은 처녀의 모습을 하고 그를 향해 걸어왔다. - 619

신은 어디서나 있다.

 

620 이 땅 위에 어느 곳의 여자건, 그리고 온 세상의 아내 중에서 지금 집을 지니고 남편을 섬기는 어떤 여자도 이렇게 귀중한 대접은 받지 못할 겁닏. 왕비는 그만큼 자녀들한테서나 알키노스 왕한테서, 그리고 마을 사람들 한테서 대우를 받았으며,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로 거리를 지나실 때면 모두 신처럼 우러러 인사를 드린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왕비는 훌륭한 지혜 분별을 빠짐없이 갖추신데다 남들을 위한 일이라면 여인들뿐 아니라 남자들 싸움까지도 말려 주실 정도니까요.

-->아레테여신을 자신의 신화로 삼은 그녀가 생각난다.

-->집에서 이런 대우를 받는 여자는 당연히 다른 이들도 이렇게 대접하리라. 이런 고결함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흰 팔의 아레테는 모두를 향해 먼저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왜냐면 오디세우스가 입고 있는 엷은 옷과 속옷을 보자 바로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그 옷들은 왕비가 손수 시녀들과 함께 에 만든 것이기에 그래서, 그를 향해 말을 건넸다. - 625

 

626 그 곳에 7년 동안이나 머물러 있게 되었습니다만, 늘 옷자락은 눈물로 젖어 있었지요.

 

참으로 아버지 신이신 제우스님이나 아테네 여신이나 또 아폴론께서도 당신만큼 훌륭한 분, 그리고 나와 꼭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 그만한 분을 이대로 이곳에 머물러서 내 딸을 받아주고, 내 사위로 부르게 해 주신다면 고마운 일이겠는데, 만약 당신께서 기꺼이 이곳에 있어주신다면 궁전도 재산도 그리겠소만, 설령 거절하신다 하더라도 파아아케스족의 그 당신을 붙잡게 하지는 않겠소 - 628

첨보는 사람 뭘 보고 냉큼 딸을 주겠다고 하나? 오디세우스는 모든 모험담을 꿰는 끈이다.

 

8권 스케리에 섬에서의 이야기 / 경기와 향연

 

632 어지간히 마실 것 먹ㅇ르 것에 싫증을 느꼈을 때 노래의 여신이 노래 부르는 사람을 시켜 무사들의 명예를 엮은 노래 중 한 구절을 부르게 했는데 ...바로 오디세우스와 펠레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가 말다툼을 벌이는 대목이었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오디세우스가 눈물을 흘릴 건덕지를 마련해준다.

634 어지간히 경기로 마음이 풀렸을 때 사람들을 향해 알카노스의 아들 라오다마스가 제의했다.

달리기와 원반던지기를 마친 후.

스포츠가 심리에 끼치는 영향, 치유효과가 지대하다.

 

원반은 팔에서 굉장한 속도로 달려 나가서 이제까지 던진 사람 전체의 표지를 넘어섰다. 그러나 아테네 여신이 한 사나이로 변신해 나타나 떨어진 지점을 표시하고는 이름을 불러 말했다. : “손님이시여 당신이 장님이라 하더라도 이 표지를 손으로 더듬어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결코 다른 많은 표지와 섞여 있지 않고, 훨씬 앞에 나와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 팔심 겨루기에는 안심해도 좋아요. 파이아케스족의 아무도 이 지점까지는 던지지 못했으며, 또 더 멀리 던질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말을 듣자 오디세우는 기쁨을 느꼈으며, 한편 자기에게 호의를 가진 동지를 이 경기장에서 발견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 636

 

아레테는 시녀들에게 분부해서 커다란 세발 무쇠솥을 얼른 불에 걸어 놓게 했다. 그래서 시녀들은 목욕물을 끓이는 세 발 무쇠솥을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걸고 솥에는 물을 붓고 장작을 지폈다. 배가 불룩한 무쇠솥을 불길이 둘러싸자 물이 끓어올랐다. 그 동안에 아레테는 손님을 위해 훌륭한 함을 안에서 가져와 그 속에 특별히 훌륭한 선물들을 챙겨 넣었다. 그것은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그에게 보내온 것이었다. 또 왕비도 함 속에 아름다운 옷과 속옷을 곁들여 넣었다. - 643

 

644 시종이여, 이 살점을 가져다 데모도코스한테 드시라고 해요. 고생은 겪었지만 저 분한테 인사하고 싶소. 참말이지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 중에서도 가인은 당연히 명예와 존경을 받아 마땅하오

655 데모도코스는 신의 영감을 얻어 노래를 불러나갔다.

645 트로이 사람들 스스로가 목마를 성벽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마가 서 있는 한편에서는 트로이 사람들이 말을 둘러싸고 앉아 이러쿵저러쿵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있었다. 의견의 취지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우선 첫째로는 속이 빈 목마를 무자비한 청동 칼로 배를 갈라 보느냐, 아니면 요새 꼭대기로 끌고 가 바위 위에서 던져 버리느냐, 또 아니면 이대로 거대한 제물로 신들의 마음을 위로해 드릴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때에는 결국 세 번째 방법이 결정되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

맹인 시인이었던 호메로스의 생활을 보는 듯한.

 

9권 오디세우스의 표류담 / 퀴클로페스 암굴에서의 이야기

 

649 로토스를 먹는 족속의 나라였다. 로토스란 아편과 같은 것으로 이것을 먹은 사람은 환각 상태에 빠지며 친구도 조국도 잊어버리고 멍청하게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디세우는 기겁해서 출발, 다음으로는 외눈박이 괴물 거인 퀴클로페스의 나라에 닿게 된다. 그들은 산 중턱의 동굴에 살며 거대한 몸집을 가졌는데, 양치기를 생업으로 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각 권의 맨 앞에 전체 권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

 

여신 가운데서도 존엄하기 그지없는 칼립소가 자기 곁에 나를 붙들어 두었지요. 텅 빈 널따란 동굴 속에 나를 남편으로 삼으려고요. 또 그와 꼭같이 키르케, 저 아이아이에의 요사스러운 꾀 많은 여자가 자기 저택에서 남편을 삼으려고 했지요. 그러나 결코 내 가슴에 있는 심정은 설득하지 못했다오. 그토록 조국이나 또 어버이보다 더 반가운 것은 없는 법이니까요. 비록 그가 어버이 곁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살며 부귀영화를 누린다 하더라도. 그 점에서는 다름이 없답니다. - 650

 

656 얼마뒤 우리는 그 동굴에 다다랐는데 때마침 그 거인을 거기에 없고, 바깥 목장으로 살찐 양과 염소를 데리고 풀을 뜯기기 위해 나갔습니다. 우리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구석구석까지 남김없이 수색했지요. 숱한 바구니에는 치즈가 가득 들어있고, 무수한 울 속에는 새끼양과 새끼염소가 잔뜩 들어찼는데, 그것이 종류별로 나뉘어 갇혀 있었소. 이른 봄에 난 새끼들과 여름에 난 새끼들을 서로 다른 곳에, 갓난 것들은 또 다른 울에 갖혀 있는 거지요. 그리고 그릇마다 생젖이 넘치도록 가득하고, 젖을 담는 나무통이나 큰 대야는 젖을 짤 때에 사용하기 위해 튼튼하게 만들어졌는데, 그것들이 모두 가득차 있는 것이었소.

 

658 인정사정없는 거인은 아무 대답도 않고 훌쩍 일어서더니 우리 동지들 쪽으로 손을 내밀어, 두 사람을 붙잡아 강아지처럼 땅 위에 내동댕이쳤답니다. 그들의 뇌수가 땅을 흘러 흙을 적셨습니다. 그들의 손발을 다시 토막을 내어 저녁식사 채비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는 마치 산속에서 자란 사자처럼 그것을 먹는데, 내장과 살, 뼈를 모조리 먹어 치우는 것 이었습니다.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 일행의, 생존을 위한 공격을 먼저 유발했다.

 

651 우리는 거기서 다시 배를 몰아 나갔지요. 친한 전우들이 죽었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기는 했지만 죽음을 면한 것을 기쁘게 여기면서요, 또 양끝이 휘어진 배들은 불쌍한 전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세 번씩 소리 높여 불러보기 전에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답니다.

 

660 조금 더 다오, 한 그릇만 더 선심 쓰라고. 그리고 네 이름을 알려다오.

 

660 퀴클로페스님, 당신께서 내 세상에 알려진 이름을 물으니 대답하겠습니다. 그럼 어서 선물을 약속대로 내주시도록 하시오. 우테이스(아무것도 않는다는 뜻)라는 것이 내 이름이며, 나를 가리켜 부모나 다른 동지들이 모두 우테이스라고 부른답니다.

 

663 주인인 퀴클로페스는 아직 몹시 고통을 겪으면서도 남아 있는 양들의 잔등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지요. 서 있는 양의 잔등을. 그러면서도 어리석게도 우리 동지들이 잔뜩 털이 휘감긴 양의 가슴께에 꼭 매달려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665 퀴클로페스여, 혹시 만약에 죽어야 하는 인간들 중의 누군가 그렇게 몰골이 사납게 눈이 먼 까닭을 묻거든 도성을 함락시키는 저 오디세우스, 라에르테스의 아들로 이타카 섬에 살고 있는 그 사람 때문에 장님이 되었노라고 하란 말이다.

 

666 그는 별이 가득히 반짝이는 하늘에 두 손을 내밀고, 포세이돈 신께 이렇게 빈 것이었지요. “넓고 큰 땅을 떠받치시는 검은 머리의 포세이돈이여, 제 말씀을 들어 주십시오. 참으로 내가 당신의 아들이며 적어도 당신이 내 아버지라고 하신다면, 부디 도성을 함락시키는 오디세우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해 주십시오. 하지만 만약에 신의 뜻에 따라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호화로운 자기 성과 고향 땅으로 돌아가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면 하다못해 늦게라도 지독한 고생을 겪고서 돌아가도록 그 동지라는 사람들마저 모두 잃어버리고, 다른 나라의 배를 타고 돌아가되, 집에서도 귀찮은 일들이 벌어져 있도록 하여 주소서.”

 

10권 표류담의 속편 - 아이올로스 / 라이스트뤼고네스 / 키르케

 

외눈박이 거인 퀴클로페스의 손에서 탈출한 그들은 다음으로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간다. 그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며 출범한 뒤, 바람의 신이 보내준 가죽 부대를 절대로 열지 말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우스가 피곤해서 잠든 동안에 누군가 열어보았기 때문에 몹쓸 바람이 나와서 되밀려가게 된다. 사나운 날씨로 11척은 침몰하고 그가 탄 배만 도망쳐서 키르케의 섬에 닿게 된다. - 668

 

669 나한테 9살짜리 염소 가죽을 벗겨 만든 가죽 부대를 선물해 주었으며, 거기에 휘몰아치는 온갖 바람의 길을 봉해 넣어 주었습니다. 그럴 만한 것이 크로노스의 아드님 제우스 신께서 그에게 여러 가지 바람을 지키는 일을 맡겼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조금도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그 가죽 부대를 속이 텅 빈 배 안에 반짝이는 은 끈으로 붙들어 매우 주었습니다.

 

672 이곳에는 올린 머리도 아름다운 키르케가 살고 있었는데 이 신은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는 무서운 여신으로 못된 마음을 가슴에 품은 아이에테스와 자매간이었어요. 이 두 여시은 인간에게 빛을 주는 태양신 헬리오스를 아버질, 대양신인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 것입니다.

 

675 한참 가다가 숲이 나직한 곳에 잘 깍은 돌로 만든 키르케의 성을 찾아냈습니다. 주위가 텅 빈 전망이 좋은 장소로, 그 언저리에는 산에 사는 늑대와 사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키르케가 이상한 약초를 먹이고 인간에게 덤벼드는 일은 없고, 오히려 긴 꼬리를 흔들면서 일어서는 것이었습니다.

 

675 그들은 이 무서운 짐승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며, 올린 머리도 아름다운 여신의 문 어귀에서 있노라니까, 안에서 키르케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들려 왔습니다. 마침 그때 베틀에서 베를 짜고 있었는데, 그것은 여신들이 짜는 폭이 넓고 성스러운 천으로, 날씬하고 고상한 것이 이루 말할수 없이 훌륭한 솜씨였습니다.

여신들의 베짜기

675 키르케는 모두를 궁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는 소파와 팔걸이 의자에 앉게 하고는, 모두에게 치즈와 보릿가루에 노란 벌꿀을, 프람네스 산 빨간 포도주에 타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물에는 야릇하고 무서운 마술의 약을 섞어 놓았던 것으로 그것은 고향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모두에게 주고 그들이 마시자, 이번에는 바로 지팡이를 휘둘러 내리치고는 돼지울에 가두어 넣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돼지와 같은 얼굴이 되고, 목소리와 살갗의 털과 몸집까지도 아주 돼지가 되어 버렸는데, 정신만은 전과 다름없이 인간 그대로였습니다. 모두 이렇게 울에 갇히어 울고만 있었으니, 키르케는 산딸기 나무와 도토리나무 열매를 먹이로 던져주는 것이었습니다. 흙 위에서 자는 돼지들이 늘 먹는 그런 먹이였지요.

677 키르케가 당신을 향해 긴 지팡이를 들고 덤벼들거든 그때를 놓치지 말고, 날카로운 검을 허리에서 빼어들고 키르케한테 덮치는 거야. 죽여 버리겠다는 듯이 서슬이 푸르게 말이야. 그러면 그녀는 당신한테 겁을 먹고 자기 침대로 이끌 걸세. 그때에 당신은 여신과 같이 자는 것을 거절하면 안되네. 그녀가 동지들을 마술에서 풀어주고 당신한테도 대접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지. 그러나 그러자면 그녀에게 신들에 대한 중대한 맹세를 하도록 우선 요구해야 하네. 당신한테 결코 몹쓸 재앙을 꾸미지 말 것, 당신의 몸에서 무기마저 빼앗은 벌거숭이로 만드록 나서, 쓸개 빠지고 남자답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생각을 품지 않도록 할 것을 말이야.

-->아, 재미있다. ‘여신과의 싸움’은 무엇의 상징, 비유일까?

-->원치 않는데 장차의 이득과 동료들의 키르케의 침상에 오른다니 핑계 좋구나. 지루해질 때쯤 연애사가 은근슬쩍 끼어든다.

 

서약을 제대로 마치고 나자 그때서야 나는 키르케의 훌륭한 침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는 동안 궁전 안에서는 시녀 넷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들이 집안일을 여러 가지로 서둘러 하는 것이지요. - 679

 

683 오디세우스님, 이제는 결코 당신들이 마음에도 없이 우리 집에 오래 머무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거자면 우선 다른 곳으로 여행할 필요가 있어요. 하데스와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궁전으로 가서 테바이 사람으로서 장님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의 혼령에게서 신탁을 받아야 합니다. 그 사람의 사물을 헤아리는 능력은 아직도 확실하니까요. 그 사람이 죽어버린 뒤로도 페르세포네가 분별심을 내려 주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그저 그림자처럼 날아다닐 뿐이지만, 그 사람 하나만은 지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다음 장, 저승 여행의 근거

 

684쪽의 키르케가 일러주는 망령들을 불러 내는 마술도 재미있다. 마녀들의 연애상담에서 키르케도 실패했나?

 

11권 오디세우스가 저승을 찾아가는 이야기

영웅은 왜 여정 중에 저승으로 가야만 할까? 죽음의 순간과 비슷한 좌절과 어려움을 겪거나 자신의 망령과 어둠이 있는 저승을 다루는 과제가 오기 때문이 아닐까? 궁금하구나.

 

688 맹세와 기도로 망령들에게 충분한 기도를 마친 다음 양들을 잡아서는 파놓은 구덩이 속에 잘라 떨어뜨리자, 거무스름한 피가 흐른 곳에 이 세상을 떠난 자들의 망령이 저승 세계의 밑바닥에서 모여 왔습니다. 새색시들과 총각들, 몹시 고생을 거듭한 노인과 착하디 착한 처녀로서 새로운 슬픔을 가슴에 품은 아가씨, 또 청동 창에 찔려 죽은 많은 사람들, 혹은 전쟁터에서 칼에 맞아 피투성이 갑옷을 몸에 걸친 무사들, 그러한 자들이 구덩이 주위에 사방팔방에서 떼 지어 몰려와 굉장한 아우성을 치기에, 나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688 맨 처음 나를 찾아온 것은 동지였던 엘페노르의 망령이었습니다.

 

제발 저를 불쌍히 여기지도 장사를 지내주지도 않고 떠나심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는 일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보다도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갑옷들과 함께 나를 화장해서 잿빛 바닷가에 나를 위한 무덤을 만들어 주십시오. 후세 사람들도 불운했던 사나이를 전해들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이상의 일을 끝내시거든 무덤 위에 노를 세워 주십시오. 내가 살아 있을 때 동지들과 함께 늘 사용하던 노를 말입니다. - 689

 

돌아가신 나의 어머님 영혼이 찾아왔습니다...그 모습을 보고 나는 눈물이 고이고 마음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더욱 엄숙한 비탄에 빠지면서도 테이레시아스한테서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먼저 피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용서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 690

 

690 테바이 사람 테이레시아스의 망령이 찾아왔습니다. 황금 지팡이를 짚고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습니다.

 

691 그야 쉬운 일이지. 내 말을 명심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이 세상을 떠난 망령 중에서 그대가 바로 피 옆에 가까이 하는 짓을 허용한 자, 그자만이 그대와 확실한 말을 주고 받을 것이다. 그대가 접근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자는 그대로 물러가고 말것이지만 말일세

어머니가 왜 자신을 외면하느냐는 오디세우스의 말에 대한 테이레이시아스의 대답에 의하면 모든 유령을 보는 이들은 자신이 허용했기 때문?

 

결코 제우스의 따님이신 페르세포네 님이 너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이것이 죽어야 하는 인간으로서 누구나 죽은 다음에 이렇게 되는 정해진 법칙과 운명이란다. 말하자면 이미 힘줄이 살과 뼈를 붙여두지 않고 타오르는 불길의 맹렬한 힘이 그것을 파괴시켜 버리기 때문이란다. 일단 생기가 흰 뼈를 떠난 다음에는 영혼은 꿈이나 마찬가지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란다. - 694

 

694 포세이돈과 동침하여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를 낳은 튀로

695 제우스와 동침하여 테바이를 건설한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은 안티오페

헤라클레스를 낳은 알크메네,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외 여러 여성들

왜 여자들만 만날까? 시인이 여인들의 인생에 더 큰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보지.

 

697 아름다운 아리아드네. 요술을 하는 미노스의 딸

699 아트레우스 아들 아가멤논의 영혼이 고뇌의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702 아킬레우스

704 미노스왕

704 내 가슴에는 이 세상을 떠난 망령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704 티튀오스 아주 이름 높은 여신의 아들로서 그는 땅에 누워있었지요. 누운 키가 1킬로미터쯤이나 되었습니다. 그 양쪽에는 두 마리의 독수리가 앉아서 그의 간을 쪼아먹고 있었지요. 복막 속에 부리를 박고서 말입니다.

705 탄탈로스의 참혹한 고통의 현장도 목격했습니다. 그는 늪 속에 서 있었고 턱 밑까지 물이 차 올라왔지요. 그러나 아무리 목이 말라도 결코 물을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 노인이 물을 마시려고 몸을 굽히려고 하면 물이 모두 말라서 간 곳이 없고 마른 땅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신께서 늘 목이 타게 하시는 것입니다.

705 시지프스도 보았습니다. 심한 고문을 받는 중이었지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날라 가려고 했는데 그가 팔다리를 버티고 큰 돌을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그때마다 바로 고비를 넘기려는 순간에 굉장한 무게다 되밀어오곤 하더군요. 그러자 또다시 그 염치없는 돌이 제자리인 평지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그가 또다시 열심히 밀어 올리는데 땀은 손발에서 비 오듯 하고 먼지는 머리에서부터 눈도 못 뜰 지경이었습니다.

죽은 이들 중에서 내가 만나고 싶은 이들은 누구일까?

12권 표류담의 속편 - 세이레네스 / 스퀼레 / 트리나키에

 

노래하는 여괴 세이레네스, 해협을 지배하는 깊은 소용돌이 카뤼브디스, 맞은편 어두운 동굴에 사는 개처럼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뱃사람을 잡아가는 스킬레 등등 거기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들은 얼마 뒤 태양신이 소를 치는 트리나키 섬에 닿게 되었다. 그곳에서 바람이 없어서 배를 내지 못하는 한 달 동안 억류되었는데 식량 곤란으로 금기를 깨뜨리고 오디세우스가 없는 동안에 태양신의 소를 잡아먹고 말았다. 그 뒤로는 서슴없이 소를 죽여 신의 노여움을 산 끝에 출범하자 폭풍을 만나 배는 침몰하고 오디세우스만이 목숨을 건져 열흘째 밤에 겨우 칼립소의 섬에 표착한다. - 707

 

708 나를 향해 키르케 여신이 여러 말로 말했습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의 수호신 역할을 계속 해준다.

 

708 세이레네스가 부르는 높은 노랫소리 때문에 넋을 빼앗기고 말아요. 풀밭에 앉아 있는 그 둘레에는 썩어가는 사람들의 뼈로 가득 찼는데, 말라 가는 살이 아직도 그 뼈에 붙어 있지요. 그러니 그 옆을 빠져서 달려가십시오. 동지들 귀에는 달콤한 벌꿀의 밀랍을 연하게 이겨 발라서 당신 이외에는 누구도 그 노래를 듣지 못하게 해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듣고 싶다면 들어도 좋아요. 다만 그 경우에는 모든 사람에게 명령해서 돛대 밑에 꽁꽁 매어 두세요. 당신이 세이레네스들의 노래를 듣고 즐길 수 있게 말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동지들에게 밧줄을 풀어 달라고 간청한다면 동지들은 당신을 더욱 칭칭 묶어 놓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동지들이 그 세이레네스들이 있는 곳을 무사히 빠져 나간다면, 그 다음은 어느 길을 택해야 좋다고 자상하게 말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서 잘 생각하는 편이 좋겠어요. 말하자면 양쪽으로 갈 수 있어요.

 

709 한 가지 길을 거기서부터 솟은 높은 암초로 가게 됩니다.

709 또 다른 길은 두 개의 높은 바위 낭떠러지가 있고, 그 한 봉우리는 뽀죡한 꼭대기가 하늘을 찌르고 검은 구름이 봉우리를 떠나는 적이 없으며, 여름철이든 가을이든 맑은 하늘을 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죽을 운명을 지닌 인간의 몸으로선 그 낭떠러지를 기어오를 수도 탈 수도 없답니다. 그 바위는 마치 깍아 다듬어 놓은 듯 매끈매끈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배회하는 바위쪽으로 갔던가? 카립디스 쪽으로 갔던가? 스퀼라 쪽이 아니라.

 

710 그 괴물은 12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가 보기에도 흉한 모습을 하고 있고, 게다가 긴 목이 6개나 달려 있고, 그것이 검은 죽음의 빛을 내고 있지요. 이 괴물은 몸 아래 부분을 굴 속에 숨기고 목만 그 무서운 동굴에서 빼내고 바위 주변을 헤매면서 먹이를 찾습니다. 물표범이나 물개 또는 보다 더 큰 먹이가 없나 하고 찾고 있습니다. 크게 울부짖는 암피트리테(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아내)는 이런 바다 짐승들을 수없이 키우고 있으니까요.

나는 이런 괴물류로 분류되는 존재들에 관심과 연민을 느낀다. 이들 입장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710 스쿨레가 있는 바위에 배를 접근시켜 그 옆을 재빨리 빠져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편이 훨씬 수월하니까요. 배 속의 여섯 동지들을 잃어버리고 안타까워하는 편이 한 번에 모든 동지를 잃기보다는 나으니까요.

지금 나는 서흥도에서 나가기 2주 전이다. 하지만 그 2주가 겁난다. 잃어버린 것들, 상실한 것들을 슬퍼하면서 살아서 나감을 기뻐해얄 것 같다. 그런 나의 상황을 돌아보고, 비추기에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이 좋구나. 특별한 재미이며 이득이다.

 

711 그 머리 숫자만큼 사람들을 잡아갈 겁니다. 그러니 그놈보다 더 재빠르게 빠져 나가야 해요. 그 다음은 스퀼레의 어머니인 크라티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입니다. 그녀는 인간 세상의 불상사에 익숙한 여자니까요. 그러면 스퀼레는 다시 덤비지는 못할 것입니다.

내가 도움을 청할 크라티스는 누구?

 

713 우리의 노래를 듣고서 마음의 위로를 받지 않으며 더 현명해지지 않는 사람이 없답니다. 넓은 트로이에서 아르고스 군대나 트로이 군대가 신들의 뜻에 따라 어려움을 당햇던 사건을 모두 알고 있어요. 저희들은 모르는 일이 없으니까요.

내가 니 맘 다 안다는 말보다 마음을 휩쓸리게 하는 말이 있을까

 

713 나는 스퀼레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재난이었고, 선원들이 무서움에 질려 노를 젓지도 못하고 배 속에 숨어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는 그때 키르케가 가르쳐준 까다로운 지시를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여신은 나에게 절대로 무장을 하면 안된다고 틀림없이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훌륭한 갑옷을 입고 두 개의 긴 창을 손에 잡고 뱃머리 갑판 사이를 걸어갔습니다.

무장--새로운 사건을 예고하는 긴장감

 

714 모두들 최후의 안간힘으로 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낚아올린 고기가 입을 빠금거리면 몸부림치는 것을 잡아서 땅엣 내던지듯 그 여섯 사람은 신음하면서 바위 쪽에 내던져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대로 동굴 입구 쪽에서 그 동지들이 아우성을 지르면서 무서운 최후의 신길을 내 쪽으로 휘저었으나 스퀼레는 그들을 통째로 잡아먹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내 눈으로 본 가장 가련하고도 안타까운 광경이었습니다. 여태껏 바다를 항해하면서 겪었던 온갖 어려움에 찬 경험 중에서도 말입니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죄책감이 더 크리라.

716 동지들은 식량과 빨간 포도주가 남아있는 동안에는 식량을 아껴 쓰면서도 소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만, 나중에는 배에 있었던 곡식도 다 먹어 버리고는 이제는 바랄 곳도 없게 되자 들과 산을 방황하면서 사냥을 하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물고기나 날짐승이나 닥치는 대로 잡는 수밖에요. 시장기가 갈고리진 바늘로 창자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 무렵 나는 섬 위로 올라가서 귀국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사 하고 신들게 기도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태양신의 소를 도벌할 이유가 자꾸 생긴다.

 

721 얼마 안 가서 신들께서는 그들에게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소의 껍질이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꼬치에 꽂은 쇠고기가 소리를 내고 불에 구운 쇠고기도 소처럼 울기 시작했습니다.

 

719 갑자기 거센 소리를 내며 갈바람이 몰아쳤고 심한 돌풍까지 불어왔으니, 거친 바람 때문에 돛대의 앞줄이 둘이나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돛대는 뒤로 넘어지기 시작하고 밧줄도 모두 선창 속으로 힘없이 떨어지고, 또한 그 돛대가 배 고물대에 있었던 노잡이의 머리에 맞아서 두개골을 산산이 부수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해녀처럼 갑판에서 바다에 떨어지고 용감했던 그 영혼은 육신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제우스 신은 천둥소리를 우르릉거림과 동시에 배에 벼락을 떨어뜨렸으니, 제우스의 벼락에 맞은 배는 빙그르르 돌면서 유황불 냄새로 가득 찼고, 동지들은 배에서 떨어져 물새 떼처럼 검은 배 주변과 물결에 휨쓸려 갔습니다. 신께서는 귀국하려는 그들의 소망을 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편 나는 배 위에서 몇 번이고 앞 뒤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습니다. 큰 파도가 배의 용골에서 옆 벽을 빼앗아 갈때까지 말입니다. 모조리 없어진 용골을 물결이 운반하고있는 동안, 돛대를 꺾어 용골을 넘어뜨린 그 위에 쇠가죽으로 만든 뒷밧줄이 날아왔기 때문에 그 밧줄로 나는 돛대와 용골 사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어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앉아 저주스러운 바람이 부는 대로 실려 갔습니다.

배에서 폭풍을 맞아 난파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반영되었으리라

 

13권 오디세우스가 스케리에 사람의 배를 타고 고향에 돌아가는 이야기

오디세우스의 긴 표류담도 이제야 끝난다. 이야기를 듣고 감동한 사람들은 왕의 말에 따라 오디세우스를 위해 그가 잃은 것보다 많은 선물을 준비하고, 그를 배에 태워 이타카 섬으로 돌려보낸다. 배는 잠자는 오디세우스를 태우고 이타카 섬의 포르퀴스 포구에 이르러 그를 잠든 채 내려놓고 선물을 근처 동굴 속에 넣어놓고 돌아간다. 이것을 안 포세이돈은 분한 나머지 배를 항구 박에서 화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윽고 잠이 깬 오디세우스는 아테네 여신의 변신인 청년에게서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신중을 기하기 위해 자기 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는 네리톤 산 밑 목장에 사는 하인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으로 가는데 여

신을 그의 행색을 거지처럼 초췌하게 꾸며놓는다. - 721 

 

721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소리도 내지 않고 쥐죽은 듯 조용해지고, 어둠침침한 궁전 안이 마술의 힘으로 휨싸이는 듯 하였다. 이번에는 알키노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소리 높여 말했다.

지금까지 항해담이 알키노스가 시인의 노래에 눈물을 흘리는 오디세우스에게 물어서 그가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전개된 거구나. 그럼 이 영웅서사시 중 9권부터 12권까지는 나우시카의 아버지 알키노스와 아레테왕비가 주관했던 운동경기 뒷풀이에서 말해진 내용이구나.

 

723 일키노스 왕은 전령을 보내어 빠른 배가 있는 바닷가로 안내를 하였다 또한 아레테왕비는 그에게 여종들을 보냈는데 한 사람에게는 깨끗이 빤 폭이 넓은 옷감과 속옷들을 들려보내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튼튼하게 만들어진 함을 들려보냈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곡식과 빨간 포도주를 보냈다.

보내는 호의도 멋지다.

 

727 거룩한 오디세우스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에서 잠을 깨었으나 너무 오랫동안 자기 나라에서 떠나 있었고, 여신이 주변에 안개를 끼게 하였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었다...바로 구혼자들에게 온갖 분수에 넘치는 행동에 대한 보복을 하기 전에는 아내도 시민들도 친척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 영주에게는 모든 것이 다른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좁은 길과 정박하기에 편리한 항구와 험준한 바위와 나무 등 일어나서 자세히 고향 땅을 보고서도 오디세우스는 알아보지 못하였다.

행방불명 몇 년이면 생사에 대해 몰라서 합법적인 이혼이 가능할까? 그러니까 요즘 같으면 20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오디세우스 남편의 아내 페넬로페는 욕을 먹지 않고도 재혼을 하겠구나.

 

730 당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이겨내야 해요.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어떤 사람에게든지 당신이 방랑하던 끝에 귀국했다는 사실을 밝혀서는 안돼요. 그래서 여러 가지 괴로운 일과 남자들의 난폭한 행동을 몸소 받더라도 말없이 참아야 해요.

 

14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오두막에서의 이야기

 

733 이제 당신을 어떤 사람도 몰라보도록 만들어 드리지요. 먼저 잘 구부러지는 손발의 고운 살결을 거칠게 하고 갈색빛의 머리카락도 없애버리고 몸에 걸치는 옷은 보기에도 흉측스러운 누더기 옷으로 만들고요. 그리고 눈은 전에 너무나 고왔으나 그것을 흰자위 낀 눈으로 만듭시다. 어느 구혼자가 보더라도 초라한 사람으로 보이게 말입니다. 그리고 궁전에 두고온 부인과 아이들이 보더라도 말이지요. 당신은 우선 돼지치기에게 찾아가야 해요. 당신의 돼지를 치고있는 사람인데 마음씨가 좋고 당신의 아들을 소중히 거두어 주고 현명한 페넬로페에게 충성스러운 남자에요....나는 스파르타에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 텔레마코스를 불러 오겠어요.

-->누구를 찾아갈이지 지혜롭게 대처한다. 아테나 여신의 말이라고 하지만 오디세우스 속 지혜로운 부분의 전략세움이겠지.

-->현대의 소설가는 더 어려워졌겠다. 예전 시인 호메로스가 ‘여신’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이런 것들을 모두 만들어내어야 하니까.

 

그는 조심스럽게 옛날의 충성스런 하인이었던 돼지치기 에우아미오스의 오두막으로 우선 가보기로 한다. 언덕의 돌 많은 길을 더듬어 목장 끝에 있는 오두막에 이르자, 개가 나와서 짖어댄다. 그 소리를 듣고 에우마이오스가 나오는데 거지 행색을 한 옛 주인을 알아볼 까닭이 없다. 그러나 인정 많은 사나이라서, 의지하러 온 사람을 흔쾌히 받아 들여 음식을 주고 그 신분을 묻는다. 오디세우스는 그레타 섬 태생인 뱃사람이라고 속인다 해적을 만나 노예로 팔렸으며 간신히 도망쳐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735

 

736 수놈들은 우리 밖에서 기르는데 숫자는 휠씬 적었다. 왜냐하면 구혼자들이 수놈만을 먹어서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바로 돼지를 치는 자가 언제나 전체적으로 살찐 수놈 중에서도 좋은 놈만을 골라 내었던 것이다.

 

736 돼지치기는 지금 자기 발에 샌들을 맞추고 있는 중이었다. 좋은 빛깔을 한 쇠가죽을 재단해 가지고.

세부묘사가 정밀하다.

 

737 바닥에 섶나무 잔가지를 가득 깔고 그 위에 염소 가죽을 폈는데 그것은 평소 대에 자신의 잠자리로 사용하던 것으로 부드러운 털이 잔뜩 붙은 털가죽이었다.

보잘 것 없는 손님에게 자기 자리를 내준다. 돼지치기 영감의 인품이 짐작된다.

 

740 올해가 끝나기 전에 오디세우스는 이 섬으로 돌아올 거요. 이 달이 지나고 새 달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복수를 할거요. 그 분의 부인과 훌륭한 아들을 이곳에서 모욕한 자들에게

 

748 돼지들 중에 가장 좋은 놈을 데리고 오게. 먼 나라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제물로 바치고 대접을 해드려야겠어. 겸사겸사 우리도 맛있는 걸 좀 먹어보기로 하고,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흰 이빨로 마구 먹어대는 돼지들을 위해 무척이나 많은 고생을 참아왔거든. 게다가 다른 놈들이 우리 노고의 소산을 값도 물지 않고 먹어치운단 말이야.

 

748 남달리 분수를 가릴 줄 아는 사나이는 모두를 잘라 일곱 몫으로 나누더니 한 몫을 님프에게, 한 몫을 마이아의 아들 헤르메스 신에게 기원을 하고 나서 바쳤다. 그라고 나머지 몫을 각자에게 분배했는데 흰 이빨을 한 돼지 등심의 살코기는 고스란히 오디세우스에게 성의를 다한 대접으로 선물하여 주인과 손님의 마음을 함께 흐뭇하게 해주었다.

자기 주인의 안부를 전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이런 충직한 사람을 믿을 수 있겠다. 오디세우스가 가만히 이런 것을 가늠해보는 거겠지.

 

751 얼른 일어나서 바로 불 옆에 오디세우스를 위한 잠자리를 깔아주고 그 위에 양과 염소 가죽을 펴 주었다. 오디세우스는 거기에 몸을 뉘었다. 그러자 그이 몸 위에 크고 두꺼운 망토를 씌워 주는데 그것은 추운 바람이 불 경우를 대비해 갈아입기 위해 따로 간직해 두었던 것이었다.

 

15권 텔레마코스가 귀국하여 그 또한 돼지치기의 오두막을 찾아오는 이야기

 

754 돌아가서 시녀 중에서도 가장 믿음직한 이에게 집안 가사일을 넘겨주는 게 옳을 것이다. 신들이 너에게 훌륭한 아내를 점지해 주실 때까지.

754 너는 우선 돼지치기의 오두막으로 가야한다. 너의 돼지들을 지키는 그 사나이는 너에게 충실할 뿐만 아니라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다. 거기서 하룻밤을 지낸 다음 그를 재촉해서 마을의 네 성으로 보내어 마음이 착한 페넬로페에게 네가 무사하다는 것과 퓔로스에게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거야.

아테네 여신이 아들을 찾아가 하는 말

 

757 세공이 잘된 희석용 술동이. 모두 은으로 만들어졌고 게다가 황금으로 전두리를 손질한 것인데 헤파이스토스 신의 제작품

758 볼이 아름다운 헬레네도 두 손으로 옷가지를 받쳐 들고 옆에 서서 그의 이름을 불러 말했다.

“도련님 나도 이것을 선물로 드립니다. 헬레네의 손재주를 기념하는 뜻으로요. 진정으로 바라고 기다리는 결혼식 날이 왔을 때, 도련님의 색시가 간직하도록. 그때까지는 그리운 어머님 방에 간직해 두세요. 그리고 도련님께서 아무 탈없이 고향 땅의 훌륭한 성에 닿으시기를 바랍니다.”

메넬라오스와 헬레네가 텔레마코스에게 주는 선물

762 조금 뒤 먹고 마시기에 족하자 오디세우스는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를 떠보려는 생각에서 이렇게 말을 붙였다. 자기를 변함없이 대접하며 그대로 오두막에 머물도록 권할 것인지, 아니면 거리로 나가도록 재촉할 것인지를 알고자 함이었다.

 

763 아무 소리 말고 여기 있도록 하시오. 아무도 당신이 있다고 해서 푸대접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나도 그렇거니와 그 밖의 누구라도 내가 있게 한 사람이라면 군말이 없을 거요. 그리고 만약에 오디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드님이 오시게 되면 그분이 망토건 속옷이건 입을 것을 주실 거고, 어디든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보내 주실 거요.

 

764 마님께서는 손수 나를 긴 옷자락을 끄시는 따님 크티메네 님과 함게 길러내셨으니 말이오. 이 우아한 아가씨는 자녀들 중에서 맨 막내따님이셨는데 그분도 함께 나를 기르시면서 조금의 차별도 없이 위해 주셨답니다.

생모에게서 자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초의 양육자와 애착을 어떻게 형성했느냐가 중요하다. 사랑받았는지도. 돼지치기의 인품의 유래를 궁금해하다.

 

그가 미처 말끝도 맺기 전에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 신의 빠른 심부름꾼인 매였는데, 그 발에 비둘기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배와 텔레마코스 앞으로 그 날개털이 날아 떨어졌다. - 768

 

16권 돼지치기 오두막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이야기

 

주인 앞으로 와서 마치 사랑하는 아들이 먼 나라에서 10년 만에 돌아온 것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그의 얼굴과 두 눈, 두 손에 입을 맞추면서 눈물을 마구 쏟았다. 늦게 낳은 외아들이라 그를 위해서는 무슨 고생이든 달갑게 받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갸륵한 돼지치기는 신과도 같은 모습을 한 텔레마코스의 가슴에 매달려 입을 맞추었다. 마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 771

 

776 나는 결코 신이 아니다. 어째서 신에다 비유한다는 말이냐. 그런게 아니고 바로 너의 아버지다. 나 때문에 네가 탄식을 하며 죽도록 고행을 해온 그 아버지다. 뭇 인간들에게 난폭한 짓을 당하며 상아 나온 너의 아버지란다.

 

776 이 신기한 일은 전리품을 거두는 아테네 여신이 하는 일이며 그 분이 나를 이렇게 바꾸어 놓으셨단다.

 

778 그 예의없고 건방진 구혼자들 틈에 있도록 해라. 그럼 나를 돼지치기가 나중에 데려다 줄 것이다. 한심한 거렁뱅이 늙은이 행색을 한 나를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성에서 나를 내쫒으려고 못된 짓을 하더라도 너는 애처로운 마음을 누르고 꾹 참아야 하느니라. 내가 심한 푸대접을 받는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내 다리를 잡고 집 안에 끌어내건, 또는 무슨 연장으로 두들켜 패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너는 그런 꼴을 보고도 못 본체 해야돼. 그거 참아야 한다. 다만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두라고 옆에서 조용히 타이르는 정도로 그쳐라.

 

779 내가 너에게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신호를 줄테니 너는 눈치채고 집안에 있는 무기란 무기는 모두 높다란 광 속 깊숙이 간직하도록 해라. 모조리 말이다. 한편 구혼자 놈들한테는 적당하게 얼버무려 두어라. 만약 그들이 무기가 없는 것을 눈치채고 아쉬워서 네게 묻거나 하면 ‘연기를 쐬지 않는 곳에 넣어 두었지요. 이전에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를 향해 떠날 때와는 전혀 비교도 안될 만큼 불기운을 쏘인 것은 온통 못쓰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어요. 그리고 도 한가지 덧붙여 말하겠는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크로노스의 아드님이 내 마음에 떠오르게 해 주었답니다. 만약에 자칫 술 취한 끝에 당신들이 다투거나 해서 서로 상처를 입혀 모처럼의 잔치가 엉망이 되거나 하면 안되니까요. 그리고 구혼에 대해서도 그렇지요. 쇠붙이란 으레 무사들을 끌어 붙인다고들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이 사용할 검 두 자루와 창 두 개는 남겨 두어라. 그리고 쇠가죽 방패 두 개는 여차할 때에 우리가 달려가서 곧 손에 집어들 수 있도록 준비해두어라.

 

저녁 때가 되어 오디세우스와 그 아들한테로 갸륵한 돼지치기가 돌아오자마자 이내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한 살짜리 돼지를 제물로 도살했다. 또 아테네 여신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의 바로 옆에 붙어 서더니 지팡이로 때려 처음의 노인 모습으로 변신시켜, 초라한 옷을 그 몸에 걸쳐 주었다. 돼지치기가 얼굴을 대할 때 그 모습을 보고 주인임을 깨닫고 페넬로페에게 알림으로써 저 혼자만의 가슴에 간직할 수 없게 된다면 골칫거리이기 때문이었다. -784 

텔레마코스는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정도로 분별이 있고, 돼지치기 영감은 충직하나 전략적이지는 않다.

 

17권 텔레마코스가 귀가하고 오디세우스도 거지차림으로 귀가

 

788 건방진 구혼자들은 그의 주위에 모여들어 온갖 소리를 다했지만 속으로는 못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웅성거리는 구혼자들을 피해서 멘토르와 안티노스, 아리텔세스 등, 처음부터 그와는 조상 대대로 친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앉았다.

 

792 저놈 좀 보게나. 정말 꾀죄죄한 놈이 저와 꼭같이 꾀죄죄한 놈을 달고 가는군. 신들은 언제나 비슷한 놈끼리 맞추어 놓으신단 말이야.

 

오디세우스는 오른편에서부터 모두에게 구걸을 하려고 일어셨다. 마치 옛날부터 거지생활을 해온 듯이 능숙하게 사방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모두 가엾은 생각에서 무엇이나 집어주면서 그를 보고 어처구니없자는 그, 도대체 어디서 온 누구냐고 서로 번갈아 물었다.-797

 

798 적선하십시오. 나으리. 보아하니 아카이아족 여러분 중에서도 가장 높으신 영주님같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적선을 하실 일이지, 더구나 다른 분보다 훨씬 두둑하게요. 빵을 말입니다. 그럼 나는 끝없는 육지의 구석구석까지 당신의 이름을 알리렵니다. 전에는 나도 사람들 틈에 끼여 버젓하게 집을 지니고 번창해서 넉넉하게 살았답니다. 그래서 떠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수없이 동냥을 주어보았지요. 어떤 사람이든 말입니다. 또 무언가 요구해오는 사람이나 일꾼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사람이 으젓하게 살아가기에 필요한 물건들과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재물도 듬뿍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노스의 아드님게서 그걸 배앗아갔던 거지요.

 

그처럼 저 사나이는 제 곁에 앉아 있으면서 저를 홀딱 반하게 합니다. 그가 말하기를 오디세우스님과는 집안끼리 친밀한 사이이며 크레타 섬에서 살았답니다. 그 섬을 다스리는 미노스 왕의 친척이라고 합니다. 거기서부터 이번에는 끝내 이 고장으로 갖은 고난을 다 겪으며 떠돌아다닌 끝에 이곳에 닿은 모양입니다. 오디세우스님에 대한 아주 최근의 소식을 들었다고 자꾸만 우겨댄답니다. 테스프로티아 사람들의 풍성한 마을에 더구나 무사히 살아 계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주 많은 재물을 댁으로 가지고 오시는 중이랍니다. - 802

 

18권 오디세우스가 부랑자 이로스와 주먹싸움을 하다

 

그곳에 한 거지가 왔다. 그는 이타카의 거리마다 구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남달리 튼튼한 창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늘 먹는 것과 마시는 것밖에 몰랐다. 배짱도 없었고, 주먹 힘도 없었으며 덩치만 무척이나 커 보였다. 이름은 아르나이오스라고 했는데, 그건 태어날 때 어머니가 붙여준 이름이고 그 누구의 명령에 따라 보고를 하는 심부름꾼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이었다. - 806

 

807 그거자 거지 이로스는 화가 나서 함부로 말했다.

오디세우스가 주먹다짐을 할, 그래서 정체를 가려줄 진짜 거지 등장

 

809 두 사람은 그때 손으로 겨루게 되었다. 저쪽 편의 이로스가 오른 어깨를 치자 오디세우스는 이로스의 귀밑 목줄기를 쳐서 뼈를 안으로 쪼개 버렸다. 새빨간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지르고 모래바닥에 쓰러졌다. 기분이 통쾌해진 구혼자들은 두 손을 들면서 배꼽이 터지도록 웃었다.

긴장감 점점 고조

 

814 ..말하자면 청혼하는 분들의 바른 관습은 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양가의 부녀나 처녀에게 청혼할 때 서로 겨루는 분들은 소나 양을 여러 마리 가지고 와서 처녀의 잡안 사람들에게 대접을 하고 훌륭한 선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남의 집 재산을 축내고 거저 먹어 없애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에 참을성이 있고 거룩한 오디세우스는 기쁘게 여겼다.

 

에우뤼마코스님 정말 우리 둘이서 해도 길어진 이른 여름에 밭일하기 내기를 해보면 좋겠어요. 목초 베기 내기를 한다면 나는 날이 흰 낫을 들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런 것을 들고 목초가 잔뜩 우거진 곳에서 식사도 하지 말고 아주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겨루어 봅시다. 소를 모는 일이라면 가장 좋은 다갈색의 황소를, 그것도 풀을 실컷 뜯고 먹고 나이도 같고 짐을 끄는 힘도 똑같은 절대로 지칠 줄 모르는 힘을 가진 소 말입니다. 또한 밭은 네 마지기 정도로 하고, 보습에 흙이 깊이 파고드는 밭이라면 내가 갈아 놓은 고랑이 곧은 지 아닌지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크로노스의 아드님이신 제우스의 신이 오늘 어디선가 전쟁을 걸어오게 하신다면 그 때는 방패와 창 두 개와 관자놀이에 꼭 맞는 청동제 투구만 있으면 내가 맨 앞장에 서서 싸우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때는 당신이 내 배 창자를 무참하게 업신여기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너무 무지막지한 소리를 할 뿐 아니라 인정도 없는 분이군요. 그리고 자신을 너무 훌륭하고 힘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사귀는 사람의 범위가 좁고 게다가 변변치 모한 놈들 하고만 사귀기 때문입니다. 저 대문이 굉장히 넓게 열려 있지만 이제 곧 현관에서 그곳으로 도망칠 때는 아마 좁게 느껴질 것입니다. - 817

 

19권 신분을 숨긴 오디세우스가 그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 발을 씻는 이야기

 

아테네 여신의 힘을 빌어서 구혼자들을 처치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있다가 갑자기 소리높여 말했다. “텔레마코스 무기를 모두 곧 안에 감추어 두어라. 만일 그들이 무기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을 때는 이렇게 적당히 구슬려 넘겨야 한다. 연기에 그을리지 않도록 잘 간직해 두었습니다. 오디세우스님이 트로이에 가실 때 남겨두고 간 것과는 이제 전혀 모양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불이 그 무기들을 아주 망쳐 놓았습니다. 더욱이 신께서는 더 중요한 일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말하자면 여러분이 자칫 잘못해서 술에 취해서 싸움을 벌인 끝에 서로 상처를 입히고 잔치도 구혼도 못하게 만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속담에도쇠붙이라는 것은 스스로 무사들을 유혹하는 힘이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 820

 

821 잠자코 네 마음속으로만 느끼고 묻지는 말아라. 이것은 올림포스에 사시는 신들께서 하시는 일이니까. 그러니 너는 이제 가서 자는 것이 좋겠구나. 나는 이대로 남아서 아직 시녀들이나 네 어머니를 시험해 보려고 한다. 네 어머니는 아마 틀림없이 슬피 탄식하며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하나하나 자세히 나에게 물을 것이다.

 

821 현명한 페넬로페는 아르테미스 여신이나 황금의 아프로디테와 같은 모습으로 내실에서 나왔다. 그녀를 위해서 화로 옆에 시녀들이 안락의자를 놓아두었다. 그녀는 언제나 거기에 앉는 버릇이 있었다.

 

826 오디세우스는 비탄에 우는 자기 아내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두 눈은 마치 뿔이나 쇠붙이로 되어 있는 듯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억지로 눈물을 감추려는 듯 눈꺼풀 속에 숨겨져 있었다. 한편 페넬로페는 눈물을 흘리면서 실컷 울고 슬퍼하자 다시 한 번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제가 말한 대로 올해 안으로 오디세우스님이 여기에 오실 겁니다. 그것도 이 달이 넘기 전에, 새 달이 들어서기 전에 - 829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에게 하는 말

 

한편 늙은 시녀는 자기 주인의 곁에 가서 발을 씻기 시작하는데 곧 그 상처를 알아챘다. 그것은 일찍이 외조부 되는 아우톨뤼코스와 그의 아들들과 같이 파르나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 송곳니에 찔린 상처였다. 이 아우톨뤼코스는 오디세우스 어머니의 친아버지로서 세상 사람들 중에서도 훔치는 솜씨와 거짓말로 뛰어난 인간이었다. 그것은 헤르메스 신께서 그에게 베풀어 준 재간이었다. - 832

 

내 사위와 딸아 내가 부르는 이름이 어떤 이름이든 이 아이에게 꼭 붙여 주기 바란다. 여태껏 나는 많은 것을 기르는 대자연의 넓고 큰 땅 위에 있는 남녀들과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자로 오늘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오디세우스(증오를 받는자) 라는 이름을 이 아이에게 붙이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 어머니의 고향인 외갓집을 찾아 파르나소스에 온다면 거기에 있는 내 재산을 그에게 나누어 주어 그를 기쁘게 하고 돌려보낼 것이다. - 833

 

 우리 집에 거위가 스무 마리 물 속에서 나와 밀을 먹고 있었어요.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지요. 그러자 산 쪽에서 갈고리 같은 부리를 가진 큰 솔개가 날아와서 거위들의 목을 쪼아서 모두 죽여 버렸어요. 거위들은 집안 한군데에 죽어서 넘어졌고,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갔어요. 꿈 속에서 나는 흐느껴 울고 있었는데 거위를 죽였다고 슬피 울고 있는 내 옆에 곱게 머리를 땋아 올린 아카이아족 여자들이 모여들었지요. 그런데 그 솔개가 다시 날아와서 대들보가 솟아 나온 지붕 끝에 앉아 사람의 음성으로 내가 우는 것을 달래면서 말했어요. ‘걱정하지 말아라. 먼 나라까지 평판이 자자한 이카리오스의 딸아,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날 좋은 징조이니라. 이것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거위는 구혼자를 가리킴이고 나는 본디 솔개였으나 지금은 너의 남편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구혼자들에게 비참한 죽음의 운명을 줄 것이다. - 836 (페넬로페가 변장한 오디세우스에게 하는 꿈 이야기)

20권 오디세우스에 대한 길조와 구혼자들의 소동

 

839 시녀들은 방 밖으로 나가버렸는데 이 여자들은 전부터 구혼자들과 늘 동침을 하고 있었기에 서로 깔깔대며 웃고 재미있다는 듯이 지껄이고 있었다. 그 꼴을 보는 오디세우스는 노여움에 가슴이 지글지글 들끓어 속으로 이것저것 궁리에 잠겼다.

  

참아라, 참아야 한다. 심장이여, 이보다도 더 심하고 무도한 짓도 너는 잘 참았지 않느냐. 저 살기등등하던 퀴클로페스가 내 동지들을 잡아먹던 그 때에 말이다. 그래도 너는 머리를 서서 동굴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참고 견디었었다. 이렇게 말하며 가슴 속의 사랑스러운 심장을 나무라자, 심장도 곧 얌전해지면서 참고 견디게 되었다. - 840

 

842 집안에서 방아를 찧는 여자가 바로 가까이에서 예언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848 오디세우스 앞에도 요리 시중을 드는 이들이 자기들과 꼭같은 내장 한 몫을 놓아주었다. 그건 존엄한 오디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들 텔레마코스가 이렇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848 (구혼자 중 한 명 고약하고 무도한 마음을 가진, 자기 아버지 재산만을 믿고 구혼을 한 크테시포스) 억센 손으로 소 다리를 집어 던졌다. 바구니에 놓여 있었던 것을 집어 들어서,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숙여 그것을 피햇다. 그리고는 속으로 몹시 비아냥거리는 무서운 웃음을 지었는데 소 다리는 탄탄하게 만들어진 벽에 부딪쳤다.

 

결코 나의 어머님의 결혼을 늦추려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는커녕 누구라도 좋으신 분과 결혼하도록 권하고 있지요. 뿐더러 수없이 많은 혼수품도 덧붙여 주겠노라고 합니다만 - 850

 

21권 활쏘기

 

이때 페넬로페는 시녀 둘을 데리고 대청으로 나와, 오디세우스가 항상 즐겨 쓰던 큰 활과 무쇠도끼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는 12개의 도끼를 나란히 놓고 화살로 도끼자루 구멍을 뚫는 남자를 자기의 새 남편으로 정하겠노라고 선언한다. 구혼자들은 모두 서둘러 활시위를 걸려고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해내는 이가 없다. 우두머리격인 안티노스와 에우뤼마코스도 여러모로 애써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아폴론의 제삿날까지 연기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는 것을 오디세우스가 물려받는다. 텔레카코스도 저택 주인으로서 이에 찬성하고 활쏘기를 심킨다. 다들 실패하는 중에서 오직 오디세우스만이 활시위를 제대로 걸고 이어 화살을 쏘아 도끼자루 구멍을 꿰뚤었다. - 852 

 

854 마루방에서 그녀는 손을 내밀어서 못에 걸린, 싸놓은 활을 자루째 벗져 내렸는데 이 자루는 활을 감싸서 간직하는 화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기 무릎에 활을 올려놓고 큰 소리로 통곡하며 자루에서 남편의 활을 꺼냈다. 그리고 마음이 후련해질 때까지 실컷 눈물을 흘리며 한탄한 끝에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여 있는 홀로, 당겨지는 활과 화살이 담긴 화살통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그 속에는 신음소리를 내는 화살이 가득히 들어 있었다.

 

854 다시 말해 여기 존엄한 오디세우스의 활이 놓여 있으니 누구든지 가장 훌륭하게 이 활을 손에 들고 시위를 당겨 12개의 도끼를 모조리 꿰뚫는 분, 그 분을 따르기로 하지요. 정식으로 시집왔던 이 집을 떠나서. 참으로 훌륭한 물건들이 풍성하게 넘펴나는 이 집입니다만 이 집에 대해서는 꿈속에서라도 잊지 못할 거예요.

 

855 나도 이 활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활시위를 당겨 쇠도끼를 꿰뚫는 날에는 이처럼 고뇌하는 나를 두고 성을 버린 채 다른 분을 따르지는 못하시겠지요. 나 혼자 외톨박이가 될 거니까요. 이제는 제법 어머님의 훌륭한 무기를 들어올릴 수도 있겠는데요.

 

857 젊은이들은 몸을 녹이고 활을 당겨 보았지만 아무도 활시위를 당기지 못했다. 도저히 팔심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858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헤치고 큼직한 상처의 흉터를보였다. 두 사람은 그 흉터를 자세히 살피고 확인하자, 현명한 오디세우스의 손에 매달려 울음을 터뜨리고, 머리와 어깨에 기쁘게 맞이하는 입맞춤을 퍼부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세우스도 두 사람의 머리와 손에 입을 맞추었다.

 

860 그 활을 제게도 좀 빌려주십시오. 나도 당신들 틈에 끼여 팔심을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혹시나 옛날의 그 힘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지, 이 연약한 팔다리 속에 말입니다. 아니면 몹시 방랑한 끝에 오래도록 돌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힘을잃고 말았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862 영리한 텔레마코스가 말했다. “어머님, 활에 대해서는 아카이아족 누구도 나 이상으로 권한을 가진 이는 없을 테니까 빌려주든 안 빌려주든 그것은 내 마음대로입니다. 참으로 이 험준한 이타카 섬에서 세도를 부리는 분이든, 또는 말을 기르는 나라 엘리스로 가는 도중의 섬에서 사시는 분이든, 그 중의 누구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데 억지로 말리지는 못할 겁니다. 만약에 손님에게 이 활을 드리려고 마음먹는 바에는요. 그러니 어머님은 안으로 들어가 어머님 볼일이나 보십시오. 베를 짜시거나 실을 감으시거나, 시녀들에게 열심히 일하도록 분부를 하시거나요. 활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모두 알아서 할 테니까요. 특히 제가 이 성관 안을 지배하는 권리를 가졌으니까 말입니다.” 페넬로페는 깜짝 놀라서 자기 처소로 총총히 돌아갔다. 아들의 의젓한 말솜씨에 참으로 흐뭇했기 때문이다.

 

863 텔레마코스 님이 유모한테 명령하시는 말이오. 눈치 바른 에우뤼클레이아여, 이가 꼭 맞는 대청문을 닫도록 마링오. 그리고 안에서 혹 남자들의 신음 소리나 무슨 소리든 간에 들리더라도 결코 여자들을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되어 그대로 모른 체하고 일만 계속하시오.

 

864 한편 지혜로운 오디세우스는 활을 손에 들고 구석구석 살피고 나서 그대로, 마치 커다란 하프나 노래를 잘 익힌 사람이 양쪽 끝에 잘 고인 양의 창자에서 뽑은 실을 현 고리에 쉽게 켕겨 거는 것처럼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활시위를 메웠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들고 시위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시위는 손 밑에서 제비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며 맑게 노래를 불렀는데 구혼자들은 몹시 마음을 죄며 모두 얼굴빛이 변했다.

864 그 자리에서 평상에 앉은 채로 그리고 목표를 독바로 겨누어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나란히 세워 놓았던 도끼를 하나도 남김없이 빗나가지도 않은 채 꿰뚫어 버렸다.

 

22권 구혼자들을 모조리 토벌하다.

 

당신은 자기가 다스리는 나라 사람인 우리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우리도 나중에 나라 전체에서 긁어모아 이 댁에서 축내버린 재산을 제각기 소 20마리씩 계산해서 갚아주기 위해 별도로 가져다 드리도록 하지요. 청동이든 황금이든 당신의 직성이 풀릴 만큼. 그때까지는 당신이 아무리 화를 낸다 해도 부당한 짓이라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치켜뜬 눈으로 노려보면서 꾀 많은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에우뤼마코스여, 지전d 자네들이 조상 이래로 물려받은 재산을 모조리 갚는다 하더라도, 아니 지금 자네들이 가진 것에 또 다른 것을 덧붙여 가져온다 할지라도 나는 구혼자들의 못된 소행을 속속들이 속죄하게 하기 전에는 살육을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 867

 

오디세우스는 화살이 남아있는 한 아무튼 구혼자들을 하나하나 겨냥해서 쏘아대고 있었다. 그들은 차례차례 쓰러졌다. 이윽고 활을 쏘는 주군의 손에서 화살이 없어지자, 그는 견고한 홀 문기둥 옆, 눈부시도록 희 벽에 활을 기대놓고, 두 어깨에 네 겹의 쇠가죽을 겹친 방패를 걸쳤다. 그리고 늠름한 머리에는 말총 장식을 단 투구를 썼다. 그 꼭대기에서 무시무시한 말총이 늘어져 흔들거리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손으로 청동 촉을 꽂은 육중한  창 두 개를 집어 들었다. - 870

 

오디세우스 앞으로 오자 그는 아직 시체들 가운데 서 있었는데 피와 먼지로 엉망이 된 그의 모습은 마치 사자처럼 보였다. 들판의 소들을 방금 잡아먹고 온 사자와 똑같았다. 오디세우스의 가슴도 뺨도 피투성이가 되어 보기조차 무시무시하였고, 다리와 팔, 손 할 것 없이 모두 피투성이었다. - 878

 

880 그 목에는 더 참혹하게 죽도록 모두 올가미가 걸려 있었다. 잠시 발버둥을 쳤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여자들은 왜 죽이지?

 

23권 부부가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다.

 

이렇게 말하며 2층 층계를 내려왔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리저리 망설였다. 멀리 떨어져 남편에게 물어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곧장 곁으로 다가가 두 손과 머리에 키스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한 것은 홀로 들어가 돌 문지방을 넘어 불빛이 밝은 저편 벽 쪽에 가서 오디세우스와 마주 보고 앉은 것이었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높은 기둥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우아한 페넬로페가 자기를 보았으니, 무슨 말을 꺼내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그녀는 오래도록 말 한 마디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깊은 감동 때문에 마음이 몽롱해져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자, 어쩌면 남편을 닮은 것도 같고, 그러나 아직 몹시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는 그 모습은 다른 사람 같이도 보였다. - 885

 

같은 나라 사람을 한 사람만 죽였을 경우에조차도, 그리고 죽은 사람 편이 없는 경우에도 그 친척들을 생각해서 조국을 버리고, 망명하는게 습관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의 지주라는 사람들을 그리고 이타카에 사는 젊은이들 중 가장 뛰어난 자들을 죽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좋은 수가 없을까 생각해 봐라. - 886

 

참으로 이상한 여자로군. 올림포스에 사시는 신들께서는 가냘픈 여인 중에서도 특히 그대에게 꿋꿋한 마음씨를 점지하셨군. 그래. 과연 다른 여자라면 아무튼 이렇게 끈질긴 참을성으로 남편 곁을 떠나 있지는 못했을 거요. 그것도 끔찍한 고생 끝에 20년 만에 고향엘 왔는데 그건 그렇고 아무튼 유모, 자기를 깔아주게나. 나는 우선 눕고 싶으니까. 아마 마님 가슴 속의 심장이 무쇠로 된 모양일세. - 887

 

887 아무튼 에우뤼클레이아, 튼튼한 침상을 마련해 올리게나, 아늑한 안채 밖에 당신이 손수 만드신 걸 말이야. 거기다 튼튼한 침상을 내오고 자리를 깔아드리도록. 양털이랑 이불이랑 훌륭한 담요들을 말이야.

 

887 페넬로페여 바로 지금 그 말이 정말 몹시 내 가슴을 괴롭혔소. 누가 내 침상을 다른 데로 옮겨 놓았단 말이오?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일텐데. 설령 충분히 알고 있는 자라도 말이오. 만약 신이 오신 게 아니라면 옮겨 놓는 걸 원하다고 해도 결코 쉽게 다른 장소로 옮겨 가지는 못할 거요. 하물며 인간의 재주로 지금 살아있는 자라면 아무리 젊고 힘이 세다 한들 쉽사리 자리를 바꾸어 놓을 수는 없을 거요. 그 침상을 만들 무렵에 굉장한 비밀을 마련해 놓았으니까. 그건 바로 내가 직접 만든 것이오. 본디 안뜰의 기다란 잎을 가진 올리브나무가 무척 무성하게 자라서 기둥만큼 아름드리가 됐는데 그 나무를 중심으로 해서 안쪽에 침실을 짓고 석축을 굳게 쌓아올려 그걸 완성하고 보기 좋게 지붕을 이었단 말이오. 그리고 튼튼한 문짝을 꼭 맞게 달아 놓았던 거요. 그런 다음에 이번에는 기다란 잎이 달린 올리브 나무의 가지를 쳐 버리고 밑둥부터 줄기를 잘라 내어 자귀로 곁을 잘 다듬어 먹줄을 띄워 곧게 한 다음 침상 기둥을 세웠는데, 송곳으로 모두 구멍을 뚫어서 만든 것이오. 이렇게 시작해서 하나하나 침상을 완성할 대까지 온갖 힘을 기울였던 것이오. 황금과 은, 상아 드응로 갖가지 세공을 해서 장식을 했엇소. 또 그 내부에는 빨갛게 물들인 쇠가죽 끈을 빙빙 둘러 쳐 놓았지. 이것이 우리의 비밀이며, 나는 그것을 알고 있소. 모르는 것은 그 침식이 아직 그대로 있는 지 어떤지 하는 것이오. 아니면 다른 사나이가 올리브나무 밑둥에서 잘라내어 다른 데로 옮겼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우리의 잠자리의 증거를 명백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더구나 그건 다른 사람들은 아직 본 적도 없으며 나와 당신과 단 한 사람, 시녀 아크토리스 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그 아이는 내가 이 집으로 시집올 때 아버님께서 딸려 보내 주신 아이로 우리의 견고한 침실 문을 언제나 지켜주는 시녀지요. 정말이지 이제는 툭 터놓고 믿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 889    

 

24권 구혼자들의 망령은 저승으로 가고, 그들의 집안과도 화목을 되찾다.

 

대청에서 죽은 구혼자들의 망령은 헤르메스 신의 안내로 저승으로 가서 아킬레우스와 마가멤논 등의 영혼을 만나 신세타령을 한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늙은 아버지의 장원에 이르러 서로 감격의 포옹을 한다. 그런데 저택에서의 불상사에 관한 소문은 이윽고 이타카 마을에 파다하게 퍼지고, 구혼자들의 친척들은 복수나 보상을 원하여 오디세우스 저택에 밀어닥치는가 하면 다시 그의 뒤를 쫒아 모두 장원에까지 몰려들었다. 이 사실을 알고 오디세우스 편도 맞설 태세를 갖춘다. 이것을 하늘나라에서 바라본 아테네 여신은 내려와서 그들을 격려한다. 라에르테스 노인도 기운이 나서 창을 던져, 안티노스의 아버지 에우페이테스를 쓰러뜨린다. 이에 아테네는 양쪽을 달래어 화해시킨다. - 894

 

더구나 우리 시체는 아직까지도 오디세우스의 성 안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가족들도 아직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알게 된다면 거무칙칙하게 엉겨 뭉친 피를 상처에서 씻어 낸 다음, 관에 넣어 애도해 주겠지만요. 그런 일들이 죽은 사람에 대한 고별의 예의니까. - 900

 

발이 빠른 전령, 즉 소문은 온 마을 안을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구혼자들의 끔찍스러운 죽음과 고약한 운명을 전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이 소문을 듣자 곧 사방팔방에서 달려 나와 탄식하고 신음하며 오디세우스의 성 앞으로 몰려와서 제각기 시체를 운반해 장례를 치렀다. 또 다른 나라에서 온 사나이들의 시체는 빨리 달리는 배에 태워 뱃사람들에게 각자의 집에까지 데려가도록 보내주었다. - 907

 

여러분 저 사나이는 참으로 엄청난 소행을 아카이아족 사람들에게 저질렀습니다. 전에는 많은, 더구나 유능한 사나이들을 배에 태워 원정을 떠나 가운데가 깊숙한 배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용사들도 다 잃어버리더니 이번에는 돌아오자마자 케팔레니아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러니 자 어서 그 사나이가 퓔로스나 신성한 앨리스로 황급히 도망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쳐들어가기로 합시다. - 907

 

빛나는 눈의 아테네가 말했다. “제우스의 후손인 라에르테스의 아들이며 지혜가 풍부한 오디세우스여, 그만 두게나 모두에게 꼭같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이제 그만둬. 자칫해서 그대에게 꼭같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이제 그만둬. 자칫해서 그대에게 울리는 넓은 하늘에 천둥을 울리시는 제우스 신이 화를 내시면 안되니까” 아테네 여신이 이렇게 말하므로 그도 그 말씀을 따랐는데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었다. 이윽고 양쪽에게 아이기스(염소 가죽 방패)를 가진 제우스의 딸 아테네 여신은 멘토르의 모습이나 음성을 빌어서 설득을 하여 화해의 서약을 맺게 하였다. -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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