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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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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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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8일 00시 01분 등록

오늘은 별빛 아래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엊그제 400주가 넘는 나무를 심었는데, 그 중 깜박 잊고 뙤약볕에 이틀 동안 내버려둔 나무가 세 그루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보름 넘게 너무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름 넘게 누적된 농사 피로와 하루 종일 바깥일을 보고 돌아온 저녁, 부랴부랴 밥을 챙겨먹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너무 피곤하여 내버려둔 나무를 포기할까도 고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끝내 별빛 아래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별빛 아래서 나무를 심은 까닭은 오늘밤을 넘기면 왠지 그 나무들이 살아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일도 새벽부터 하루 종일 집을 비워야 하기에 밝은 시간에 나무를 심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5일을 뙤약볕에 버려진 나무 세 그루가 더는 회생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살펴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나무들은 놀라운 복원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지 몇 개나 뿌리 몇 가닥을 잘라내도 나무들은 새 가지를 뻗고 새 뿌리를 만들 줄 압니다. 묘목의 뿌리를 끊어 분을 뜬 채로 긴 시간 동안 그들을 보관한 뒤에도 땅에 심어주고 물을 주면 나무들은 다시 되살아나서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압니다.

 

나무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생명은 모두 불안정한 상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는 것도 불안정해진 신체상태를 복원하려는 몸의 반응이라는 해석은 신체의 복원력을 설득하는 쉽고도 명확한 주장입니다. 하지만 때로 어떤 생명이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더는 안정한 상태로 회복되기가 어렵습니다. 우울증이 깊은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자신을 몰아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몸과 마찬가지로 마음 역시 복원력의 범위에서 진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 모두에게 복원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을 아는 나는 메말라가는 나무를 방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이면 늦을 것 같아서 별빛 아래서라도 나무를 심어야 했습니다.

 

물이 너무 부족하면 나무의 세포들 속에서 원형질이 완전히 분리됩니다. 그러면 그 나무는 이내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 역시 복원력이 빚어내는 긴장 속에 놓일 때만 건강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복원력을 잃게 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대 삶이 복원력의 틀 속에서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는 터전 역시 복원력의 한계 지점 안에서 머물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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